'약발'안 먹히자 '주사'긴급처방

12·3 후속대책 대해부

4·1, 8·28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가 나왔다. ‘약발’이 먹히지 않자 긴급 처방한 일종의 ‘주사’다. 이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까.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4·1 ,8·28 시장 미지근 반응에 보완책
정부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 조치 마련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4·1, 8·28 대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번 후속조치는 기존 대책들의 성과 점검을 통해 성과가 큰 과제는 확대시행하고, 일부 부진한 과제는 보완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기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 입법처리 지연 등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가능한 후속조치들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주택시장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모기지 일원화
1.5만호 공급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복지 강화를 위해 2차례(4·1, 8·28 대책)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차례 대책은 이전 대책들과 달리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세제·금융·공급 등을 망라한 패키지 정책으로, 이를 통해 주택 시장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시장회복세는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세제지원과 공유형 모기지·생애최초 구입자금 지원 같은 금융지원 등이 시장의 호응을 얻으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취득세율 항구인하(지방세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소득세법),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주택법),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주택법) 등 핵심법률 국회통과 지연으로 전반적인 구매심리회복 확산에 한계가 있어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에는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또 집값 상승 기대감 저하, 저금리로 인한 월세 증가 등으로 전세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행복주택’은 지자체·주민 반대로 지구지정 등 일부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도 시장환경 변화로 실적이 부진한 편이다. 이에 정부는 성과가 큰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일부 부진과제에 대해서는 보완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민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다음은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대책 확대 및 보완 방안이다.
▲정책 모기지 통합 = 정부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등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그동안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우대형 보금자리론)로 이원화돼 있는 정책 모기지를 내년 1월2일부터 통합 운영키로 했다. 정책 모기지는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생애최초구입자금’, ‘우대형 보금자리론’이 있었다. 지원대상과 대출조건이 상이해 주거복지 형평성 및 재정운용의 효율성 관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정책모기지 통합으로 주택기금 직접 융자분에서 발생하는 이차이익으로 주금공 유동화 방식의 이차손실을 보전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책모기지 공급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정책모기지 1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올해(11조원 집행예상)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 실시 = 주택기금이 위험을 공유하는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도 국민적 수요에 부응, 지원물량을 확대해 본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10월 추진된 시범사업에선 총 2276명이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이중 80%가 기존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되는 등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사업은 물량을 대폭 확대해 2조원(1만5000호) 범위 내에서 12월9일부터 예산소진 시까지 한시상품으로 운용한다. 다만 위험 관리 차원에서 손익형은 공급물량의 20%로 제한한다. 공급대상(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및 금리·대상지역(수도권 및 지방광역시)·대상주택(아파트로 한정) 등은 시범사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하우스푸어주택 매입 확대 =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리츠는 올해 2차례에 걸쳐 주택 1000호 매입을 추진한 바 있다. 1차로 508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 중이다. 2차 사업(500호)은 신청자격을 완화해 매입 신청접수를 완료(810호 신청)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사업이 가계부채 절감과 하우스푸어의 주거비 부담 완화 등 성과가 큰 만큼, 내년에도 확대시행키로 했다. 내년에도 1000호 매입을 추진하되,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추가 확대하고, 매입대상(현행:85㎡&9억 이하 아파트) 면적제한을 폐지키로 했다.
국토부는 “최근 중소형 주택 선호 현상으로 인해 처분이 곤란한 85㎡ 초과 주택을 보유한 하우스푸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보완 = 정부는 렌트푸어 지원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 목돈 안드는 전세 도입, 전세금 반환보증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약 11만가구를 지원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전세대출을 담보대출화해 세입자들의 금리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집주인 우위의 전세시장 심화로 ‘목돈 안드는 전세Ⅰ(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경우 지원실적이 2건에 그치는 등 활성화되지 못했다.

무주택 서민들 저렴한 장기대출 활용
내집 마련 기회 확대…전셋값도 안정

공공임대 공급
합리적으로 조정 

정부는 시장선호를 반영해 ‘목돈 안드는 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위주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목돈Ⅱ는 전세금 반환보증(대주보)과 연계해 이용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주보-은행 간 협약을 통해 전세금반환보증을 은행에 위탁판매하고, 은행은 이와 연계해 채권양도 방식(목돈Ⅱ)의 전세대출을 취급(상품명: 전세금 안심대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경우 대출보증료를 부담해 전세대출을 받고 별도의 비용을 들여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해야 하지만 ‘전세금 안심대출’이용 시 전세대출과 전세금을 한번에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은행이 대출금의 90%까지만 보증 받는 기존 전세대출과 달리 대출금 전부를 보증 받을 수 있어 일반 전세대출보다 약 0.4%p 낮은 금리로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목돈Ⅰ은 집주인 우위 전세시장에서 이용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 한시 적용됐던 LTV(60→70%), DTI(자율적용) 완화는 연장하지 않고 연말에 종료한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상품을 운영토록 해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틈새상품화할 계획이다. 현재 실적 2건 모두 자력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70대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대출을 받은 케이스다.

▲행복주택 활성화 = 정부는 젊고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을 위한 행복주택과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을 균형 있게 공급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조정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와 예산정책처 등에서 제기해 온 행복주택 공급으로 국민임대주택 등의 물량이 감소해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 기회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물량 51만호는 유지하면서 행복주택은 당초 20만호에서 14만호로 줄인다. 줄어든 6만호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으로 대체 공급함으로써 저소득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복지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행복주택 물량이 줄어도 직주근접이 절실한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대학생 등의 입주비율을 상향 조정해 이들을 위한 행복주택 물량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주택의 핵심 취지인 직주근접과 저렴한 임대료에 부합하는 다양한 용지를 활용해 행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먼저 철도부지, 공영주차장, 미활용 공공시설용지 등 공공용지를 활용해 3만8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교통과 개발여건이 양호한 입지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선별해 중·소규모 개발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지자체 수요 등을 받아 가용지를 발굴해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도시 활력 차원에서 도시주거지 재생과 산업단지 주거지 개선과 연계하여 행복주택 3만6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도시주거지 재생과 관련해 주거환경개선사업 연계를 통해 사업부지 규모, 현황 등을 고려해 민간 분양주택과 혼합하거나 단독으로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뉴타운해제지역 등 노후불량 주거지의 주택·공가 등을 집단 매입·신축해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LH, 지자체, 지방공사가 매입대상 부지의 가격·입지 등을 고려한 매입계획 공고를 통해 대상지를 찾아 행복주택을 건설·공급하는 방식이나, 이미 공공이 보유한 노후불량 매입임대주택과 인근 주택을 집단화해 행복주택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정부는 “도심 슬럼화와 노후주거지 문제에 대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 도시주거지 재생과 연계해 지자체의 사업제안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산업단지와 미니복합타운에도 근로자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행복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미니복합타운은 산업단지가 여러 곳 있는 인근에 산단 근로자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임대주택 등 주거시설과 문화·복지시설로 구성되는 소규모 복합타운으로 전국 12곳에서 추진 중이다. 정부는 향후 지자체 수요조사 등을 거쳐 공급방식별, 지역별 물량배분과 공급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지자체가 제안하는 공급방식도 사업모델 다양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시주거지재생 연계형, 산업단지 직주근접형 행복주택 공급에 대해 지자체·주민 등의 참여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재생사업 선정 시 가점을 제공하거나,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인하(2.7→1.0%) 등 행복주택 사업비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기업(LH, SH 등)이 보유한 미활용 토지 중 역세권 또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양호한 부지를 선별해 활용할 계획이다.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고도 재무여건 등의 이유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부지를 활용하여 3만9000호를 공급하고, 공기업 토지 중 민간에게 매각할 부지에서도 2만7000호를 공급한다. 공기업 보유 토지 활용과 관련해 분양주택 용지 전환에 따른 공기업 재무부담, 미착공 부지의 중복 사업승인 등의 우려도 없지 않다.
국토부는 “미활용 분양주택 용지를 행복주택으로 공급함에 따라 사회활동 계층과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고, 도시형성의 장애요인이 되어 온 미착공 나대지를 개발함에 따라 지역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지자체 협의, 주민 설득 등으로 지연됐던 7개 시범지구의 사업추진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지구계획이나 주택건설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주민과 충분히 논의해 지역 요구사항을 합리적 수준에서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목동, 송파, 잠실, 공릉, 고잔 등 5개 지구는 지난 5일 중도위에 상정해 지구지정을 심의했다. 지난 8월 지구지정된 오류·가좌지구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지구계획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입지별 특성(인공데크, 소음·진동·방재시설 등), 지역별 요구사항(문화·보육·주차시설 등)을 적절히 수용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되도록 전체적으로 기준 사업비(659만원/3.3㎡) 수준에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부지확보, 토지점용료 감면, 용적률·건폐율 등 건축특례 등을 담은 ‘공공주택법’개정(국토위 계류 중)을 추진하는 한편 입주기준, 임대료 등 행복주택 공급기준안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 활성화와
일자리에 기여”

정부는 국회의 입법처리 지연으로 시장 회복세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가능한 후속조치를 조속히 시행해 주택시장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모기지 일원화 및 공유형 모기지 확대시행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저렴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활용할 수 있어 내집 마련 기회가 크게 확대되고, 전세수요 감소로 전셋값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정부는 “하우스·렌트푸어 대책도 시장선호를 반영해 집중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성과 확대가 기대된다”며 “이번 행복주택 활성화 방안을 통해 행복주택 정책을 조속히 정착시키고, 지속가능한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시범지구를 정상화시켜 행복주택에 대한 이미지가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행복주택 활성화를 위한 대상부지 확장과 추진체계를 새로이 정립한 만큼,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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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