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욕하면서 보는 <오로라 공주> 왜?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1.26 09: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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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다 죽이다 이젠 ‘예고살인’

[일요시사=사회팀] 스타작가 임성한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막장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잦은 하차, 개연성 없는 전개 방식, 연장방송 등의 논란이 계속되자 네티즌들은 실소를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공감제로 ‘막장’드라마 1위의 오명을 입었다. <오로라 공주>는 대기업 일가의 딸 ‘오로라’와 까칠 완벽남 ‘황마마’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2011년 SBS 드라마 <신기생뎐> 이후 2년여 만에 돌아온 임성한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로라 공주>는 제작 발표회 당시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배우들의 강제하차 논란, 비윤리적인 대사, 극중 인물들의 황당한 죽음 등으로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작가 퇴출 운동

그 시작은 중견 배우들의 하차부터였다. 극중 ‘오로라’의 아버지로 출연한 오대산(변희봉)이 사업 부도로 충격을 받은 뒤 쓰러져 사망한 것을 비롯해 오로라의 오빠로 등장한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 등 6명의 배우가 미국으로 떠나는 설정으로 동시에 하차했다.

갑작스레 하차한 손창민은 “어제 밤까지 녹화했다. 다음날 전화로 하차통보를 받아 황당하다”고 말해 강제하차 논란이 일었다. 이후 “암세포도 생명이니 죽일 수 없다” 등의 공감되지 않는 대사들과 개연성 없는 죽음으로 임예진이 하차하면서 논란이 고조됐다. 지난 18일 제작진이 주인공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어머니 사임당(서우림)의 하차를 사전 공지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네티즌들은 ‘예고된 살인’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어 지난 9월 당초 120회 제작 예정이었던 <오로라 공주>는 “풀 이야기가 많다”는 임 작가의 요구로 30회가 연장 결정됐고, 최근 25회 분량의 추가연장이 논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난 네티즌들은 <오로라 공주> 연장반대, 임성한 작가 퇴출, 협찬광고상품 불매운동 등의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첫 방송부터 “‘오로라’가 아니라 ‘안드로메다’다” “‘막장이 아니라 엽기다’”라며 비아냥거리던 네티즌들은 이제 “드라마가 거지같다” “쓰레기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아이디 bboo****는 “그러니까 이걸 왜 보냐. 안 보면 종영할 거 아니냐”라고 말하자 아이디 tlat****는 “이 정도로 심한 건 욕하면서 보는 시청자가 문제가 아니고, 작가가 문제다. 전문가한테 정신감정 한 번 받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디 flyi****도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봐주는 덕에 이런 쓰레기 괴물작가가 탄생하는 거다. 요즘 드라마들 보면 작가들의 정신상태가 매우 의심스럽다.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도 교육인데, 아이들이 시청할 수도 있는 시간대에 이런 (막장)드라마가 방영된다는 게 참 어이가 없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임 작가는 이전 작품에서도 공감하기 난해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로 네티즌들의 원성을 들었다. 2004년 MBC 드라마 <왕꽃 선녀님>에서는 입양아를 개구멍받이로 묘사해 입양협회가 시위를 하는 등의 사태를 불러오며 작가가 교체되기도 했다.

만화 같은 황당 사망…강제하차 배우만 11명 
전개방식, 대사, 연장방송 등도 도마에 올라

한편에서는 이러한 임 작가의 자극적인 설정이 오히려 극의 재미를 더한다는 네티즌들도 상당하다.

아이디 nymp****는 “초반에는 안 봤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며 “이혼하나 안하나 엄청 궁금해서 욕하면서 본다는 말을 정말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디 kruf****도 “아무리 욕하고 비난해도 임 작가의 필력만큼은 인정 안할 수가 없다. 임 작가의 작품에는 시청자를 빨아들이는 무언가가 있다. 흡입력만큼은 정말 현재 활동하는 드라마 작가들 중 최고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의견을 더했다.

이어 아이디 yana****는 “내가 아는 사람은 이 드라마가 막장이라서 재미있다고 하더라”며 “다른 드라마들은 부잣집 아들과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거나 진부해진 전개가 재미없다. 근데 <오로라 공주>는 매번 새롭고 신기해서 재미있다더라. 전개가 진부해지면 지루한 점을 임 작가는 파고든거다”며 임씨를 옹호했다.

그러자 <오로라 공주>를 재미있게 시청 중이라는 아이디 wjda****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항상 상식에서 벗어나고 기존 드라마와는 다르기 때문에 매번 논란이 되는 듯하다”며 “이해가 안 되는 설정들도 있지만 어떤 황당한 이야기들이 나올지 기대하면서 본다. 예전 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의 ‘겹사돈’ 설정도 그 시대에는 난리였다”라며 이를 거들었다.

“시청자 무시”

일각에서는 해당 방송사인 MBC의 행태를 지탄하기도 했다. 높은 시청률 때문에 ‘막장 드라마’로 변질된 <오로라 공주>의 연장방송을 허가한 MBC 측의 결정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아이디 jcyu****는 “요즘 드라마 중 막장 아닌 작품이 얼마나 될까? 문제는 MBC다. 그래도 공영 방송인데 작가에게 질질~~ 시청자는 우습다 이건가? 막장 드라마도 모자라 연장이라 그 시간이 정말 아깝지 않은가? 그 시간에 차라리 불우 이웃 캠페인이나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오락을 해라”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iolo****는 “MBC는 돈만 되면 24시간 야동이라도 틀 것이다. 그래놓고 공영방송이고 문화방송이라고? 진심으로 MBC 드라마 안본다. 자부심도 자존심도 없는 썩어빠진 것들”이라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타 작가들 수입은?
회당 수천만원 ‘훌쩍’

<오로라 공주>의 추가 연장에 따른 임성한 작가의 원고료 수입이 50억이 넘는다는 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 드라마 작가의 원고료는 한국 방송작가협회와 방송3사가 협의해 결정된 방송 원고료 지급기준표에 근거해 책정된다. 지난해 한국방송작가협회가 공개한 원고료 지급기준표에 의하면 일일 연속극의 경우 10분당 24만8950원이다.

그러나 스타작가들은 원고료 지급기준표에 적용되지 않는다. 집필하는 드라마마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스타 작가 김수현, 문영남, 임성한 등은 지급 기준표와 적용받지 않고 제작사와의 협의를 거쳐 계약을 체결한다. KBS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 MBC 드라마 <청춘의 덫> 등의 김수현은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집필 당시 회당 1억원에 가까운 원고료를 받았다고 한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임성한은 2010년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집필할 당시 회당 2800만∼3000만원 가량의 원고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유명세에 원고료가 더 올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기준으로 <오로라 공주>가 50회를 연장해 총 175회를 방송할 경우, 임 작가의 원고료는 50억을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로라 공주>의 제작진은 “추가 연장없이 150회로 종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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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