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애먼 돈' 국회의원 항공마일리지 사용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4: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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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감기관 질타하더니 정작 본인들은…"

[일요시사=정치팀] 매년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피감기관의 항공마일리지 사용실태에 대한 지적은 국회의원들의 단골메뉴다. 이 같은 지적은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그런데 피감기관들의 항공마일리지 사용실태를 지적해온 국회의원들이 정작 본인들은 공무상 출장 등에 항공마일리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지난달 14일 대법원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대법원이 2011년부터 지난 7월까지 누적된 1358만여 공무항공마일리지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마일리지를 쌓아놓고도 쓰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지침 위반이자 혈세 낭비"라며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권 의식?

이처럼 올해 국감에서는 대법원 외에도 수출입은행, 인천공항공사 등이 항공마일리지 사용실태와 관련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진땀을 흘려야 했다.

 

피감기관의 마일리지 사용실태를 질타한 의원들은 현재까지 직원 개인에 적립된 공무상항공마일리지 규모와 적립된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개인여행 등에 사용했는지 여부 등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하루빨리 공공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항공마일리지는 항공기 탑승이나 신용카드 등의 제휴서비스를 이용할 때 마일리지를 적립해 항공좌석을 제공받는 제도다. 항공사는 탑승거리에 비례해 '1000원당 1마일' 정도로 고객에게 항공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적립돼있는 공무상항공마일리지는 5억9000만 마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억9000만 마일은 미국 출장(왕복 7만 마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6800여명의 공무원이 왕복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현재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공무 출장자는 항공권 예약 시 적립된 항공마일리지를 우선 활용하고 해당기관 회계담당자는 마일리지 활용 여부를 확인 후에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때문에 매년 국감 기간이 되면 국회의원들은 피감기관의 항공마일리지 사용실태를 질타하고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피감기관들의 항공마일리지 사용실태를 질타해온 국회의원들이 정작 본인들은 공무상 출장 등에 항공마일리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찌된 일일까?

우선 본지는 국회의원들의 항공마일리지 사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공무상 가장 많이 해외출장을 다녀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난 18대 국회 후반기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19대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항공마일리지 적립현황과 사용현황을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확보했다.

비즈니스석 고집, 마일리지 사용 걸림돌
"국회의원은 누가 감사?" 특권의식 심각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 후반기 외통위 소속 의원들 중 공무상 출장에 항공마일리지를 사용한 의원은 26명 중 단 2명뿐이었다. 일부 의원의 경우 약 2년의 임기동안 10만이 넘는 항공마일리지를 적립하고도 이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특히 외통위에 보통 재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포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그동안 쌓은 마일리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무상 해외출장 등에 마일리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또 19대 국회 전반기 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경우는 지난해 임기가 시작된 이후 1년 반 동안 항공마일리지를 사용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여타 기관들에 항공마일리지 사용을 독려하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본인들의 항공마일리지 이용률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은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다.


현재 공무원(국회의원 포함)이 퇴직하는 경우, 공무상항공마일리지는 개인별로만 적립된다는 민간항공사 영업방침에 따라 항공마일리지의 회수(국가에 양도 및 기부)도 불가능하다.

국회 측은 국회의원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더 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닌 민간인이므로 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여비 규정' 등의 공무상항공 마일리지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으며, 퇴직한 공무원이 임기 중 적립한 공무상항공마일리지를 퇴임 후 개인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고 알려왔다.

이에 대해 외통위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경우 원래는 장관급에 준하는 대우로 퍼스트클래스석(1등석)을 이용했으나 지난 2009년 이후 비즈니스석(2등석)을 이용하고 있다"며 "미주 같은 곳을 가면 그동안 쌓은 마일리지만으로는 표를 끊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지난 2009년 김형오 전 국회의장 시절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해외출장 시 이용하는 항공기 좌석을 1등석에서 2등석으로 일괄 하향 조정했다.

외통위 관계자는 또 "가까운 동남아나 중국, 일본 등을 가거나 일부 마일리지를 충분히 쌓은 의원들도 있지만 마일리지를 이용해 예매할 수 있는 좌석의 수가 한정되어 있고, 갑작스럽게 해외출장 일정이 잡히는 경우에는 마일리지를 이용하기가 어렵다"며 "항공사에서도 마일리지를 먼저 쓰라고 연락이 오고, 먼저 쓰게 되어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 미비?

하지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왜 국회의원들이 꼭 비즈니스석을 이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일리지가 부족하다면 국고를 절약하기 위해 이코노미석(3등석)도 적극 이용해서 항공마일리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 평일에 해외출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마일리지를 이용해 표를 예매하기가 힘들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비수기의 경우 상당수의 항공사에서는 평일 예약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혜택까지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일반 공무원들의 경우 근속년수가 길어 추후에라도 이를 이용할 여지가 남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재선에 실패하면 불과 4년 만에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만큼 항공마일리지 사용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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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