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그래도 없어서 못 산다

불붙은 한강 조망 대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바로 한강변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들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살 만큼 물건이 없다. 서울시의 개발 제한으로 더욱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마지막 분양이 될지 모르는 한강 조망 아파트들을 둘러봤다.


서울시 한강변 건축물 높이 제한
조망권 갖춘 아파트 희소가치 UP

서울시는 지난 4월 한강변 건축물에 대한 높이를 제한하는 ‘한강변 관리방향’을 발표했다. 세부 관리원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스카이라인 제한이다. 한강변 아파트는 지역별로 25층 이하?50층 이상까지 통일된 기준 아래 관리된다.

일반주거 25층까지
준주거는 40층까지

서울시에 따르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 이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 상업·준주거·준공업(저층부 비주거 용도 포함)지역은 40층 이하로 묶인다. 중심지(지역·지구중심 이상)와 제3종 일반주거지역 이상(저층부 비주거 용도를 포함)의 복합용 건축물은 50층 이하로 한정된다. 다만 도심, 부도심 및 도시기본계획에서 정한 지역은 50층 이상도 가능하다.
여의도·잠실동·압구정동·반포동·이촌동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지역뿐만 아니라 상암DMC·마곡지구·당산동·흑석뉴타운·한남뉴타운·천호뉴타운 등 한강변 0.5?1㎞ 범위 안에 있는 지역은 모두 이 관리 방향의 적용을 받는다. 
부동산정보업체 유앤알 박상언 대표는 “한강변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은 서울시의 층수 규제 방침 전에 건축심의를 받아 고층으로 짓는 만큼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한강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들은 희소성이 높고 구매력 있는 대기 수요도 탄탄해 청약 열기가 뜨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강변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건설사들은 서울에서 가장 노른자위로 꼽히는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물론 서울시가 제시한 층수 제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기 전 건축심의를 받아놓은 곳이다. 
이중엔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용 84㎡ 이하의 물량도 대거 포함돼 있다. 건설사들은 서울시의 층수 규제로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는 이점을 살려 한강 조망권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다음은 올해 한강변에 공급되는 분양 물량이다.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 대우건설은 이달 중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한강 쪽을 바라보고 단독주택단지가 조성돼 있어 최적의 한강 조망권을 갖췄다. 단지는 지하 6층?지상 36층 2개동으로 전 타입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전용면적 83㎡, 110㎡ 총 198가구. 중소형(83㎡)이 전체 66.6%인 132가구에 이른다. 
지난 3월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마포 한강 1차 푸르지오’에 이은 시리즈 아파트로 전 세대 남향 위주 설계를 적용했다. 1차와 오픈 브릿지로 연결 설계된다. 2차는 1차의 성공요인인 유명브랜드의 품질과 더블 초역세권, 실속 있는 분양가, 한강 조망권 등 장점을 더욱 살렸다는 평가다.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이 단지 내 지하로 직통 연결되는 마포 한강 1차 푸르지오와 입체보행통로(지상·지하)로 연결된다. 도보 2분 정도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한강공원을 도보 15분 내로 이용 가능해 한강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다. 
강변북로, 올림픽대교, 양화대교 등 도로망 접근도 쉬워 사통팔달의 교통환경을 자랑한다. 광화문·시청·여의도 등 업무밀집지역과도 인접해 있고, 서울의 대표 상권인 홍대·신촌과도 이동이 쉬워 편리한 주거환경도 누릴 수 있다. 
분양가는 1차와 비슷한 3.3㎡당 1900만원대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보다 3.3㎡당 1000만원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한강변 층수 규제로 기존 건축심의를 받은 아파트 분양이 이어지면서 한강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며 “소비자들이 한강조망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차별화된 설계와 합리적인 분양가, 대우건설이라는 빅브랜드를 살려 한강변 대표 아파트로 꾸밀 생각”이라고 말했다.


▲래미안 강동팰리스 = 삼성물산은 오는 1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대에 초고층 랜드마크 아파트 ‘래미안 강동팰리스’의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 분양에 나선다. 2만3655㎡(7156평) 부지에 지하 5층?지상 45층 규모 아파트 3개동, 오피스 1개동, 판매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아파트는 전용 59?84㎡ 총 999가구(펜트하우스 151·155㎡ 12가구 포함)의 중소형 대단지로 이뤄진다. 강동구 최고 높이인 지상 45층으로 지어져 일부 층 이상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또 가구별로 올림픽공원, 길동생태공원 등 다양한 조망권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1번 출구와 단지가 지하로 직접 연결돼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로 도심권, 강남권 등 서울 주요업무지역까지 3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올림픽대로 진입로, 외곽순환고속도로 상일IC 등의 도로망도 가까이 있어 도심 및 수도권 외곽으로 진출입이 수월하다. 

“대기수요 탄탄해
청약 뜨거울 것”

단지 내 구립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천동초와 동신중은 걸어서 통학할 수 있으며 동북고, 보성고, 한영외고가 인근에 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 이마트, 서울아산병원, 강동구청 등 다양한 편의시설은 물론 병원시설도 가깝다. 
▲래미안 이촌 = 한강 조망이 가능한 용산구 동부이촌동엔 ‘래미안 이촌(가칭)’이 들어선다. 삼성물산은 ‘렉스아파트’ 재건축을 맡아 한강변에선 유일하게 56층 초고층으로 지을 예정이다. 지상 201m에 최고 56층 3개동 508가구(임대 48가구 포함)로 재건축된다. 전 가구가 공급면적 130㎡의 대형이다.
입주한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을 추진했던 렉스아파트는 한강변 층수 규제 방침 반사이익의 최대 수혜 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강르네상스를 표방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56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로 건축심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강변 층수 규제로 동부이촌동에 들어설 35층 안팎인 단지와 비교해 한강변에 들어서는 유일한 56층 초고층이란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래미안’ 브랜드로 유명세를 날리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새로운 한강변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벽은 고급 빌딩처럼 유리마감재를 사용하며 LED 조명을 이용해 독특한 색채를 내는 입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3개 동을 잇는 스카이 브리지에는 피트니스센터와 라운지 등 주민 편의시설을 배치해 빼어난 조망을 제공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크리스털’3개동을 짓는다는 목표로 공사에 들어갔다”며 “2015년이면 한강변에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숲 두산위브 = 두산중공업은 성동구 성수동에서 ‘서울숲 두산위브’분양에 나선다. 650여가구 규모로 아직 정확한 가구 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모두 일반 분양되며 단지는 50층 이하 4개동으로 구성된다. 서울숲 일대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압구정과 인접해 있고 좌측으로는 용산구와 중구가 접해있는 교통의 요충지다. 115만6498㎡ 규모의 서울숲 공원을 중심으로 남쪽이 한강, 북쪽이 청계천에 둘러싸여 서울 도심권에서 보기 드문 웰빙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 단지는 성동구 성수동 성수1지역주택조합이 주관해 사업을 꾸려왔으나 금융위기 등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겨 조합설립인가가 취소, 2011년 PF 대출금을 대신 갚은 두산중공업에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후 조합원들이 토지반환소송 등을 제기했으나 대법원 판결에서 지난 5월 두산중공업 측이 승소해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양 휴엔하임 = 한강조망권을 갖춘 ‘자양 휴엔하임’은 광진구 자양동 가구주들이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해 분양 중인 아파트다. 지상 27층 3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38㎡ 208세대, 56㎡ 72세대, 84㎡ 24세대 등 총 304세대로 구성된다. 27층 중 10층부터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56㎡형 분양가가 4억1000만원대로 인근 시세보다 1억원가량 낮다. 304가구 분양물량중 조합원 분양물량인 152가구가 이미 팔렸다. 조합원 모집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곳은 저렴한 분양가에 청약통장 없이도 분양이 가능하다. 조합원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대입구역 역세권에 위치해 우수한 교통과 생활여건 등 인기요인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2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와는 불과 도보 2분 거리다. 인근 청담대교, 영동대교를 통해 강남까지 논스톱 진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분당?청담간 고속화도로,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동2로 등 사통팔달 도로망과 동서울터미널이 인접해 서울시내는 및 전국 주요지역 이동이 수월하다.
건국대, 세종대, 한양대 등이 인접해있고 자양초, 신양초, 동자초, 서울시립대부설초, 자양중, 자양고, 학원가 등을 배후로 하고 있다. 주변 롯데백화점, 이마트, 스타시티몰, 재래시장, 테크노마트, 건대로데오거리, 먹자골목 등 다양한 문화·쇼핑 인프라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재건축 급물살
대형·소형 조화

건국대 병원, 한양대 병원 등 의료기관과 관공서, 금융기관 등도 밀집해 있다. 한강변에 자리 잡아 뚝섬한강 시민공원, 아차산, 서울숲, 어린이대공원, 롯데시네마, 광진문화예술회관 등도 가까워 쾌적한 주거생활도 기대된다.
▲비체힐리버뷰 = 아시아신탁은 여의도?마포권역에 한강 조망권을 갖춘 초미니 아파트 ‘비체힐리버뷰’의 회사보유분 일부 세대를 공급한다. 지하 3층?지상 7층(7층은 옥탑구조)으로 실사용 면적기준으로 20?26㎡으로 총 96세대다. 마포역(5호선)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의 초역세권으로 마포, 여의도, 용산, 신촌, 상암DMC, 서울시청 등 서울 주요지역을 10?20분대면 접근할 수 있다.
주변의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강시민 공원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웰빙 환경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분양 관계자는 “오피스텔에 비해서 전용률이 높고, 관리비 부담이 낮다”며 “부가가치세, 취득세, 재산세 (2세대 이상) 부담도 없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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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