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권력지형 대해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06 0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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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5대 권력기관 장악했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과 국세청, 경찰을 차례로 접수한 청와대가 최근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마치며 권력기관 장악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근혜정부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꼭지점으로 각 권력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될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권력기관의 중추로 불리는 검찰의 수장까지 현 정부가 미는 인사로 교체되면서 5대 권력기관(감사원·국정원·검찰·국세청·경찰)은 사실상 청와대가 접수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 권력의 정점에는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포진해 있다. 김 실장은 지난 8월 청와대에 입성한 후 무서운 속도로 권력기관을 장악해 나갔다.

‘5대 권력기관’
청와대 품으로

무엇보다 김 실장은 ‘문고리 권력’을 둘러싼 암투에서도 승리하며 2인자 체제를 공고히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실장 입성 후 청와대 권력지형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청와대 밖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김 실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현 정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김 실장의 등장 전후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권력 장악의 시작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발족한 지난해 12월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5대 권력기관장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법에서 임기를 보장하는 직책을 (인수위가) 어떻게 할지 상당히 고민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5대 권력기관장 교체는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 왔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달랐던 건 헌법에 보장된 각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후 6명의 청장 가운데 1명만이 법정임기를 마쳤다”며 “경찰 조직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김기춘 입성 후 완전 장악 ‘독주체제 구축’
청와대 2인자 꼭짓점으로 5명 호위무사 포진

그러나 2012년 5월 취임한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법적 임기가 1년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조직을 떠났다. 원인은 바로 고위층 성접대 수사에 있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갈등을 겪고 있던 경찰은 검찰을 상대로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깃은 박근혜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김학의 전 대전고검장. 경찰은 ‘김 전 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되면 성접대 동영상을 터뜨려 검찰에 치명타를 입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김 전 고검장이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차관으로 내정된 것이다. 그리고 동영상과 관련한 추문은 한 메이저 언론사에 의해 퍼질 대로 퍼져 청와대로까지 흘러들었다. 최초 검찰을 겨냥했던 ‘성접대 스캔들’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현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근혜정부의 도덕성에 흠결을 입힌 김 청장을 청와대가 놔둘 리 없었다.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청장은 옷을 벗었다. 떠난 김 청장의 자리는 이성한 당시 부산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이 대신했다.


이 청장은 비(非) 경찰대 라인으로 개혁을 요구하던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 청장은 경찰청장 취임 직후 박근혜정부의 주요 공약인 ‘4대악 근절’에 사활을 걸었다. “실적이 저조한 지휘관에게 (인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까지 덧붙였다. 덕분에 몇몇 경찰관들은 4대악으로 지목된 ‘불량식품’ 단속을 위해 학교 앞 문방구를 이 잡듯 뒤져야 했다.

경찰은 ‘충성맹세’
검찰은 ‘독고다이’

경찰은 청와대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검찰이 문제였다. 앞서 ‘검란 사태’를 경험한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명분으로 지난 2월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신설했다.

그리고 총추위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고검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구고검장), 그리고 얼마 전 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 후보자(당시 총장대행)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이때 당시 “김기춘의 의중이 김진태에게 쏠려있다”는 첩보가 나왔다. 그런데 세 후보 중 결국 최종 후보가 된 건 채 전 총장이었다.

김 실장과 가까운 김 후보자가 뽑히지 않은 까닭은 ▲황교안 법무부장관과의 궁합 ▲아들의 병역 면제 사실 ▲지난 이명박정권과 연속성이 있는 인물이란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 입장에선 ‘큰 흠결이 없던’ 채 전 총장이 가장 안전한 카드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처음부터 ‘꼿꼿한’ 채 전 총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 이재현 CJ그룹 회장 탈세 등 정·재계 거물들을 겨냥한 굵직한 수사들은 ‘채동욱 체제’에서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수부는 폐지됐지만 검찰의 화력은 더욱 막강해졌고, 사실상 여름 정국의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었다. 앞서 ‘윤창중 사건’으로 오욕을 뒤집어썼던 청와대는 바짝 몸을 낮춘 채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검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부터 “채동욱이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곧 쫓겨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이 무렵 채 전 총장은 스스로도 본인의 운명을 예견한 듯 “지켜봐 주십시오. 예전에도 밝혔듯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습니다. 제 임기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 피의자들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놓고, 황 장관 등 청와대 사람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만약 피의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박근혜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국정원 수사’를 밀어붙였다. 때문에 청와대는 채 전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여기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김 실장이다. 막후에 있던 김 실장이 권부의 중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
정국 주도권다툼

김 실장이 청와대 외곽에 있던 6개월 동안 검찰의 독주를 견제했던 대항마는 국정원이었다. 법정 임기가 없는 국정원장은 늘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리를 꿰차왔다. 대표적인 ‘MB맨’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부터 이명박정부 마지막까지 정보기관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원 전 원장의 뒤를 이어 국정원장에 오른 인물은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현 국정원장)이었다.


육사 25기인 남 원장은 ‘뿌리부터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대표적인 반공인사다. 그는 지난 2004년 일어난 ‘군 장성 진급 비리’의 배후로 거론돼왔다. 또 하나회의 후신으로 평가 받는 ‘나눔회’의 원로로 지목돼왔다.

때문에 남 원장의 귀환은 군내 사조직 의혹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나회는 사라졌지만 ‘제2의 하나회’가 현 정권에서 부활한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남 원장은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과 함께 정보라인을 컨트롤하게 됐다.

남 원장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청와대의 기대에 부응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국면을 ‘NLL 포기 논란’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른바 ‘NLL 정국’은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남 원장이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정국의 큰 판을 쥐고 흔드는 역할을 맡았다면 김덕중 국세청장은 ‘재계 길들이기’에 골몰했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란 완장을 찬 것. 그러나 김 청장에게 주어진 진짜 미션은 ‘MB 지우기’였다.

검·경 암투 과정서 경찰청장 교체
국정원·국세청·감사원장 측근 발탁
검찰총장 내정자 청문회 넘으면 완료

김 청장의 전임인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원 전 원장처럼 소위 ‘MB맨’으로 불렸다. 2010년 8월 취임했던 그는 인수위 시절 유임설이 돌 만큼 조직 장악력 면에선 그 능력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권력은 이 전 청장을 놔두지 않았다. 그만한 이유도 있었다.


유력 국세청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김덕중 국세청장에게 밀렸다. 이는 이 전 청장이 구축해 놓은 ‘MB블럭 허물기’로 해석됐다. 이 전 청장은 임기 내내 자신과 같은 TK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했는데 김 청장(대전)의 깜짝 발탁은 국세청 내 TK 독주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바꿔 말하면 국세청 내 특정 라인을 견제하겠다는 의중이 실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 초기 청와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국세청은 정부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공유하며, CJ·효성과 같은 친MB 기업들을 매섭게 몰아쳤다. 뿐만 아니라 세수 증대를 위한 전 방위 세무조사까지 병행하며, 어느덧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가 또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남은 임기가 1년5개월이나 됐던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 8월 돌연 사표를 던진 것이다.

감사원장의 법정 임기는 4년. 무엇보다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헌법기관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양 원장의 자진사퇴를 꾸준히 종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양 원장이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인사 외압.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감사원 내 파워게임으로 전해진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내에선 국세청처럼 ‘MB 지우기’가 진행됐다. 김영호 사무총장 등 청와대와 사전 교감한 감사위원들은 ‘MB정부 사람’인 양 원장을 코너로 몰았다.

4대강 사업 감사 등에서 양 원장은 점차 힘을 잃었다. “김 사무총장의 배후로는 김 실장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청와대와 싸워 이길 수 없던 양 원장의 선택은 하나. ‘외압’이란 표현을 써서 청와대에 데미지를 입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죽은 권력이 산 권력을 이길 순 없었다.

김기춘 천하
대항마 없다

양 원장 사퇴 이후의 상황은 본지 등에 수차례 보도된 대로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으로 임기 1년6개월을 남기고 자진사퇴했으며, 후임으로는 김 후보자가 낙점됐다. 감사원장은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내정됐다.

김 후보자와 황 법원장의 공통점은 경남을 연고로 하고 있다는 점, 사실상 김 실장이 추천한 인물이란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감사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던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낙마했다는 사실이다.

김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은 “정치권에 빚이 없고, 법전에 따라 사는 사람이라 (감사원장 인선은)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왕수석’인 이정현 홍보수석과 같은 학교 출신이란 점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황 법원장이 감사원장으로 추천되면서 청와대 권력의 추는 김 실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평가다. 더불어 김 실장은 지난 인수위 시절 “새누리당 중진의원들도 몸을 낮췄다”던 청와대 보좌진 그룹 일명 ‘십상시’를 제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엔 보좌진을 거쳐야 독대가 가능했던 박 대통령이지만 김 실장 입성 이후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 ‘박심’을 등에 업은 김 실장의 ‘1인 천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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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