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재계 20위(공기업 제외)인 대우조선해양은 2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디에스온'과 '에이유디씨종합건축사사무소'등이다. 두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7년 설립된 디에스온은 도배, 장식, 창호 등 실내 인테리어 공사업체다. 빌딩 분양·임대 등 부동산 사업도 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본사, 캐나다·오만 등에 해외지사가 있다. 처음 이창하홈이란 회사였다가 2008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일거리 '팍팍'
문제는 자생력.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디에스온은 지난해 매출 613억원 가운데 589억원(96%)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대우조선해양(480억원)과 대우조선해양건설(99억원), 웰리브(2억원), 디섹(1억원) 등이다. 선박 부품 또는 부속품의 제조·수리를 했다. 여수엑스포 부스와 선박 객실공사, 인력파견, 임대 등으로도 수익을 냈다.
2011년에도 대우조선해양(378억원), 대우조선해양건설(187억원), 오만법인(128억원), 디섹(4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716억원 중 700억원(98%)에 달하는 일감을 디에스온에 퍼줬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디에스온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비중은 ▲2007년 82%(총매출 22억원-내부거래 18억원) ▲2008년 89%(387억원-344억원) ▲2009년 91%(430억원-391억원) ▲2010년 89%(380억원-338억원)로 나타났다.
디에스온은 계열사에서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설립 이후 지난해 단 한해(순손실 2억원)만 제외하고 적자 없이 매년 20억∼70억원의 영업이익과 20억∼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은 705억원. 총자본의 경우 2008년 23억원에서 지난해 108억원으로 4년 만에 4배 이상 불었다.
2010년 설립된 에이유디씨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에이유디씨)는 건축 설계 및 감리 업체다. 디에스온과 같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본사가 있다. 이 회사 역시 내부거래율이 높다. 지난해 매출 20억원이 모두 대우조선해양(14억원), 대우조선해양건설(6억원) 등 계열사에서 나왔다.
매출 90% 이상 계열서…수백억씩 거래
건설부문 자회사…진짜 주인은 이창하
2011년엔 매출 39억원 중 15억원(38%)을 대우조선해양건설(6억원), 웰리브(5억원), 디에스온(4억원), 대우조선해양(1억원) 등 계열사에서 채웠다. 2010년에도 매출 40억원에서 대우조선해양건설(12억원), 디에스온(6억원), 웰리브(4억원) 등과의 거래액이 22억원(55%)이나 됐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상한 지분 관계 때문이다. 디에스온은 공정거래법상 대우조선해양 계열사로 지분 32.45%(49만주)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회사다.
그런데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 바로 유명 건축가인 이창하씨다. 이씨는 디에스온 지분 67.55%(102만주)를 쥔 최대주주다. 당초 이씨와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각각 51%(51만주), 49%(49만주)를 갖고 있다가 유상증자 등을 거쳐 현재의 지분이 됐다. 에이유디씨는 지분 100%(3만주)를 소유한 디에스온의 자회사다. 이 회사도 이씨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이창하디자인연구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씨는 미국에서 인테리어 전문회사를 운영하다 귀국해 2001년 소외 계층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주택 리모델링을 해주는 MBC <러브하우스>에 건축 디자이너로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대우조선해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서울 사옥 등의 인테리어를 이씨가 맡으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 이씨 소유의 장유건설을 인수했고, 이를 계기로 이씨를 대우조선해양건설 관리총괄본부장(전무)으로 영입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듬해 디에스온을 설립하는 등 이씨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승승장구했던 이씨는 2007년 학력 위조 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당시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났으나 임원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상한 지분 관계
2009년엔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 근무하면서 협력업체로부터 공사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챙기고 회사돈 69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씨는 자회사 지분만 갖고 있을 뿐 2009년 해임된 이후부터 회사와 전혀 무관하다"고 전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디에스온 기부는?
대우조선해양 계열사들의 일감을 받고 있는 디에스온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디에스온은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2011년엔 1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716억원) 대비 0.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0년 역시 기부금이 '0원'이었다. 에이유디씨의 경우 공시하지 않아 기부금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