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면 체한다 “돌다리도 두드려야”

전월세 계약 가이드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인 요즘 돈 없는 서민들을 상대로 한 전월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 재산인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날리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방법을 알아봤다.


돈 없는 서민들 상대 전월세 사기 기승
하루아침에 길바닥 나앉는 피해 잇달아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조만간 연속 상승 역대 최장 기록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매매가를 앞지르기도 했다. 정부가 8·28 대책을 내놨지만 전셋값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다보니 세입자들은 등 떠밀리다시피 월세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월세마저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 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월세? 전세?  
유리한 선택부터

이 와중에 서민들을 상대로 한 전월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월세 사기는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과 전세물건 부족 등을 악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셋집을 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피해를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아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자문을 구했다. 다음은 부동산114가 설명한 전월셋집 구하는 요령에서부터 재계약, 계약 만기까지 꼭 알아두면 좋은 전월세 계약 방법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통상 월세보단 전세를 구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전세는 초기 목돈을 구하는 게 부담이지만 관리비 외 따로 지출하는 돈이 없어 부담이 적다. 반면 월세는 소액의 보증금과 함께 은행보다 높은 7% 내외 정도의 이율에 해당하는 월세를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만 물가상승률과 전세금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 전세보다는 월세가 유리할 수 있다. 주거 이동이 많거나 혼자 사는 싱글족이라면 월세를 얻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6개월?1년, 단기간 거주할 수 있는 전셋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최근 공급되고 있는 1?2가구 주택의 경우 세탁기, 냉장고 등 기본적인 살림살이가 잘 구비돼 있어 이사 비용은 물론 생활가전 등 구입에 따른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집 구할 땐
부동산 간판 확인

전셋집을 구하고 계약을 할 때는 중개사무소 간판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자는 간판에 <공인중개사 사무소> 또는 <부동산중개>라는 문구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돼 있어 중개사무소를 통해 거래할 때는 간판부터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이 부동산 중개 영업을 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인 만큼 자격 여부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좋다. 등록관청(시·군·구)이나 인터넷 한국토지정보시스템 사이트를 통해 자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공제증서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거래 시 문제가 발생하면 최고 1억원까지 보상 받을 수 있다. 

직접 방문 땐
밝은 낮에 찾아가야

인터넷을 통해 부동산 직거래를 할 때도 주의점이 많다. 직거래의 경우 가장 주의할 점은 주변 전셋값보다 저렴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계약을 서두를 경우 한번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는 바로 계약하지 말고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등을 발급받아 소유자 인적 사항, 물건의 현지현황 등을 잘 살펴본 후 소유자의 신분증 확인 등을 거쳐 계약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준비가 최선의 방법 신중에 신중 기해야

대출 많으면
가급적 임차 피해야

구하려는 집은 가급적 밝은 낮이나 조명이 밝은 상태에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건물의 구조, 누수 등 하자 여부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의 대출이 많은 경우엔 가급적 임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나중에 집주인의 경제 여건이 나빠졌을 경우 경매로 넘어가면 자칫 보증금의 일부나 전부를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근저당채권액과 전세금을 포함한 가액이 아파트는 집값의 70%, 다가구·연립·단독은 60% 이하인 주택을 구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수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 일부 주택의 경우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의 80?90% 수준까지 오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집값이 떨어지면 자칫 보증금 반환에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구주택은
세입자 수 따져야

다가구주택과 같이 세입자가 여럿인 경우가 있다. 이때는 주택의 매매가격과 세입자 전체의 보증금을 따져 봐야 한다. 집값이 세입자의 전체 보증금보다 낮거나 비슷하다면 한번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보증금의 환금성도 고려해야 한다. 간혹 다른 세입자가 구해졌을 경우에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있어 전월세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선택 하는 것이 좋다. 

확정일자 필수
상가는 전세권 설정

선순위 저당권만 없다면 굳이 비용이 들고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할 필요는 없다.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게 되면 그 다음날부터 대항력(전입신고+점유)이 생겨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전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를 받는 절차도 매우 간단한데 전세계약서를 가지고 관할 동사무소나 또는 등기소에 가서 계약서에 확정일자 도장을 받으면 된다.
반면 주민등록 이전이 어려운 세입자나 상가임대차 보호 범위를 벗어나는 상가임차인은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는 것이 좋다.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면 전세금을 못 받을 경우 별도의 소송제기 없이 임의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고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게 되면 재계약 시에도 그 효력은 그대로 이어지며 말소해야 사라지게 된다. 다만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할 경우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등기 비용도 만만치 않은 단점이 있다.
대한주택보증이 운영하는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집주인이 계약 종료 후 한달 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반환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주택보증이 보증금을 대신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아파트 및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도 발급 받을 수 있다. 대상은 주택은 전세보증금이 수도권은 3억원 이하, 기타 지역은 2억원 이하만 해당된다.
보증한도는 아파트의 경우 주택가액의 90%, 일반 단독·연립 등은 70?80% 수준까지 가능하다. 수수료는 보증금의 연 0.197% 정도로 서울보증보험이 판매하는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보험료율(아파트 연 0.265%, 일반주택 0.353%)보다 낮은 편이다. 

재계약 만료 시
1개월 전 통보해야

전세 계약이 만료가 되면 집주인(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고 세입자는 당연히 집을 비워줄 의무가 있다. 따라서 계약 종료 시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세입자는 계약 1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통보하고 집주인은 6개월 이전부터 1개월 이전까지 세입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만약 계약 만료까지 집주인이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면 계약은 자동 연장되며 전세 계약기간도 2년으로 연장된다. 보증금액의 인상 없이 자동 연장하는 경우에는 계약서를 따로 쓸 필요가 없다. 종전 계약서상의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 등의 권리가 그대로 2년 더 연장된다. 

임대차 기간은
최소한 2년 보장

전세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데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경우가 간혹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는 임대차 기간을 최소 2년간 보장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처음에 정한 임대료 수준이 유지돼야 하는 점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물가나 전셋값이 많이 오르는 등 경제 제반 여건 등에 변화가 있을 경우 집주인이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료 인상은 전세계약 1년 뒤부터 집주인이 5% 이내에서 보증금을 상향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반전세 전환 시
도배·장판은 협의

반전세는 전세 세입자가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반전세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경우 완전한 전세, 완전한 월세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반전세 전환 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오른 보증금의 일정액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확정일자나 집주인이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금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통해 계약할 경우에는 중개수수료는 전세보다는 월세 계산법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함께 반전세의 도배와 장판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고민해야 한다. 통상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는 집주인이 부담하는데 반전세는 중간이다 보니 아직은 정답이 없다. 집주인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절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증금 미반환 시
임차권 등기 설정

임대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전세금을 떼일 염려로 이사를 가지 못하거나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없어 자녀들의 전학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엔 ‘주택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세계약이 종료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의 동의나 협력 없이 단독으로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이나 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법원에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이사를 하게 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임차권 등기명령에 따른 비용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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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