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빗장 풀고 입주 문턱 낮춘다

3차 투자활성화 대책 대해부

정부가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단지의 용도규제를 풀고 입주 문턱을 낮춘다는 게 골자다. 아직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후보지로 유력한 지역 주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 주거환경이 훨씬 나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시첨단산단 9곳 지정 25개 산단 리모델링
약 10조원 투자효과…3만6000명 고용창출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지난 9월25일 대통령 주재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단지는 지난 6월 말 현재 1000여개가 지정돼 약 7만개 기업, 190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의 66%, 수출의 74%, 고용의 44%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까지 3곳
2015년 6곳 추가

그러나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생산기지 조성에 치중한 결과 IT 등 첨단 업종이나 서비스업과의 융·복합이 저해됐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도시 외곽에 개발을 집중하면서 첨단산업 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엔 용지 공급이 부족했다. 산업단지 내 시설 노후화, 공해, 안전 등으로 생산성이 저하되는 문제점도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도시첨단산업단지 확대 ▲산업단지 내 용도지역 및 업종규제 완화 등 규제 개선 ▲노후 산업단지 리모델링 촉진 등을 골자로 하는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시첨단 산업단지 확대 = 정부는 도시 지역의 산업용지 부족을 해소하고, 첨단기업이 선호하는 매력 있는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도시 인근에 최상의 기업환경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갖춘 ‘도시첨단산업단지’를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접근성이 좋고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그린벨트 해제대상 용지, 신도시 등 택지지구, 도심 준공업지역, 공장이전 부지 등을 개발한다.
도시첨단산업단지는 현행 시도지사 뿐 아니라 국토부장관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공공성 확보가 필요한 그린벨트와 신도시 등에서는 국토부장관이 직접 지정하고 LH공사가 시행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도심 내 공장이전 부지와 준공업지역 등은 민간 주도의 개발을 적극 유도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 11개 도시첨단산단이 지정돼 있는 상태. 여기에 2014년 3개, 2015년 6개를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후보지 6개 모두 개발 시 약 10조원의 투자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 약 3만6000여명의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사업성 향상과 복합기능의 단지 조성을 위해 용적률 확대, 녹지율 완화, 간선도로 지원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한다. 산업시설과 지원시설이 혼합되는 ‘복합용지’(준주거·준공업지역)를 설정하고, 용적률은 일반공업지역에 비해 상향된 준주거·준공업지역 용적률의 법정 상한까지 허용한다. 준공업지역은 최대 400%, 준주거지역은 최대 500%로 개선된다. 녹지율은 기존 산단의 1/2 수준(면적의 5?13%→2.5?6.5%)으로 낮춘다.
단지 내엔 대학이나 연구시설을 유치해 R&D센터, 벤처기업 등과 연계하는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도 검토 중이다. 신도시 등 택지지구에 조성하는 경우 인근 생활 인프라를 활용하고, 별도 지구의 형태로 조성할 경우엔 단지계획 수립 시 생활환경계획을 세워 택지지구 수준의 정주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로도 단지 내 가로망 및 연결 교통망 구축, 대중교통노선 등을 충분히 확충한다.

사업자에 각종 인센티브제 강화
개발 수익 높이고 절차 간소화

정부는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저렴한 용지 공급 및 전문 인력에 대한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분양가로 따지면 모든 규제 완화 시 최대 23%(복합용지 허용 13.9%, 용적률 완화 3.7%, 녹지율 완화 5%), GB해제 용지 활용 시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63%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개발 규제 개선 = 기존 산업단지는 산업·지원·공공시설 용지 등으로 구분 이용하도록 하고, 용지별로 입주시설을 제한했다. 그러나 앞으로 산업·지원·공공시설의 복합이 가능한 ‘복합용지(용도지역:준공업·준주거)’지역을 도입해 공장과 상업·업무시설 등을 함께 건축할 수 있게 된다. 복합용지엔 상업용지(감정가 공급) 등이 혼합돼 그 이익은 산업용지 가격인하 및 기반시설 재투자 등으로 활용하게 된다.
조성원가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산업용지에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은 제조업과 연관성이 높은 서비스업이다. 입주가 허용되는 서비스업은 전기통신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직업능력훈련시설), 건축서비스업(건축기술·엔지니어링 및 기타 과학기술 서비스), 전문디자인업, 산업용 기계장비임대업, 운송장비 임대업, 사업시설 관리업,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 통관업, 용역업, 포장 및 충전업, 운송업(여객운송 제외) 등 12개 업종이다.
정부는 “지원시설 용지(감정평가액 공급)에 입주해야 했던 서비스업은 산업시설 용지(조성원가 공급) 입주가 허용됨에 따라 산단 내 입주비용이 크게 절감(평균 60% 인하)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종계획 및 토지용도 변경도 간소화된다. 종전엔 산업단지 내 입주 업종을 개발계획에 명기하도록 해 업종변경 할 때마다 일일이 개발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기반시설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일부 제한업종 이외에 모든 업종 입주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업종 변경 시 개발계획 변경이 불필요해져 신속한 진출입이 가능하고, 변경기간 동안 장기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통상 개발·실시계획 변경에 약 5개월 소요)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토지이용 변경(산업용지→상업용지) 시 개발계획 변경에 대한 기준·절차가 미흡해 신속한 지원시설 확충에 애로가 있었다. 실제 서울 디지털산단, 파주출판산업단지, 시화·반월산단에서 근로자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용지 확충 요구가 있었으나 특혜소지로 변경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서비스업 입주 허용 
용도변경 더욱 쉽게

이에 따라 정부는 명확한 용도변경 기준을 마련하고, 개발이익은 기반시설 등에 재투자하도록 해 신속한 용도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용지별 면적의 10% 이상으로 개발계획 변경이 필요할 경우에도 소규모 용도변경은 개발계획 변경(약 5개월 소요) 없이 실시계획(약 2개월 소요)만으로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민간개발 활성화와 산단 수급관리도 추진된다. 공공부문에서 개발된 산단이 기업들의 용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업 등 실수요자 위주의 산단 개발을 활성화한다. 당초 민간에게 부지조성 사업만 허용하던 것을 앞으론 건축사업(공장·주거·상업시설 건축)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해 수익성 개선 및 절차를 간소화한다.
민간개발 사업자가 산업단지 조성과 동시에 공장(또는 상가) 건축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공장(상가) 건축기간이 1?2년 단축될 수 있다. 입주 기업에 대행개발(원형지 형태로 공급)을 허용해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저렴하고 신속하게 용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민간시행자에 대한 투자유인을 높여주기 위해 용지조성 및 건축사업의 이윤율도 현재 일률적으로 6%로 제한하던 것을 15%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완화한다. 2008년 ‘산단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제정 이후 산단 개발이 과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적정 수요 범위 내에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수급관리를 강화한다.
시·도별 산업단지 수급계획은 중앙정부의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수립토록 하고, 연도별 산단 지정은 수급계획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신규 산단 지정 시 지구별로 전문기관의 수요검증을 의무화하고, 지정 이후 사업추진이 장기 지연되거나 토지소유자의 지정해제 요청 시 산단지정을 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노후 산업단지 활력 제고 = 국토부와 산업부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노후 산업단지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을 실시한다. 이 결과에 따라 노후산단 재생(기반시설 재정비 등) 또는 구조고도화사업(업종정비) 유형과 추진방식 등을 결정한다.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대상 단지는 총 25개 단지로 2014년 6개를 선정하고, 2015년부터 17년간 19개 단지를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대상 단지별로 관계부처, 지자체 합동으로 도시계획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노후산단 리모델링 종합 계획‘을 수립한다.
우선 노후산단 재생사업은 지자체 중심에서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한다. LH공사 등이 지구 전체의 관리를 위해 총괄사업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구 내 선도사업 구역을 설정해 우선 사업 시행한다. 나머지 구역은 단계적으로 재개발할 예정이다. 
선도사업구역엔 공장 위주가 아닌 주거·상업 등이 융합된 고밀복합단지로 재생하고,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 경우 도로·주차장·녹지 등의 설치비가 지원된다. 부분 재생이 필요한 단지는 산업단지공단이 휴·폐업 부지, 미활용 부지 등을 매수하거나 기보유 부지를 활용해 블록 단위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산단 재생을 촉진하기 위해 용적률 확대, 녹지율 완화, 산업용지비율 완화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전면 재생이 필요한 경우 일부지역을 ‘복합용지’로 설정해 용도지역을 상향(공업→준공업·준주거) 조정하고, 용적률을 조례에 불구하고 법상 최대로 적용하는 특례를 부여한다.
지구 내 녹지율은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해 완화방안을 마련하고, 재생 이후 산업용지 비율도 완화한다.(리모델링 대상면적의 50% 이상→40% 이상) 또 인근 주거·상업·공업지역 등과 연계 개발할 수 있도록 주변지역 포함면적을 확대한다.(산단면적의 최대 30%→최대 50%) 리모델링 사업추진 시 민간조합 구성 요건을 완화하고, 토지소유자들의 사업계획 제안방식을 신설해 민간 주도의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조합설립 요건 토지소유자 1/2 이상 동의+토지면적의 2/3 이상→토지소유자 및 토지면적의 1/2이상 동의)

민간개발 활성화
노후산단 재생도

국토부는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도시 인근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노후 산업단지도 리모델링함으로써 산업단지를 첨단산업과 융·복합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 고도성장기에 산업단지가 수행했던 경제성장 거점 역할을 회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견인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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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