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빗장 풀고 입주 문턱 낮춘다

3차 투자활성화 대책 대해부

정부가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단지의 용도규제를 풀고 입주 문턱을 낮춘다는 게 골자다. 아직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후보지로 유력한 지역 주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 주거환경이 훨씬 나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시첨단산단 9곳 지정 25개 산단 리모델링
약 10조원 투자효과…3만6000명 고용창출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지난 9월25일 대통령 주재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단지는 지난 6월 말 현재 1000여개가 지정돼 약 7만개 기업, 190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의 66%, 수출의 74%, 고용의 44%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까지 3곳
2015년 6곳 추가

그러나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생산기지 조성에 치중한 결과 IT 등 첨단 업종이나 서비스업과의 융·복합이 저해됐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도시 외곽에 개발을 집중하면서 첨단산업 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엔 용지 공급이 부족했다. 산업단지 내 시설 노후화, 공해, 안전 등으로 생산성이 저하되는 문제점도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도시첨단산업단지 확대 ▲산업단지 내 용도지역 및 업종규제 완화 등 규제 개선 ▲노후 산업단지 리모델링 촉진 등을 골자로 하는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시첨단 산업단지 확대 = 정부는 도시 지역의 산업용지 부족을 해소하고, 첨단기업이 선호하는 매력 있는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도시 인근에 최상의 기업환경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갖춘 ‘도시첨단산업단지’를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접근성이 좋고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그린벨트 해제대상 용지, 신도시 등 택지지구, 도심 준공업지역, 공장이전 부지 등을 개발한다.
도시첨단산업단지는 현행 시도지사 뿐 아니라 국토부장관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공공성 확보가 필요한 그린벨트와 신도시 등에서는 국토부장관이 직접 지정하고 LH공사가 시행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도심 내 공장이전 부지와 준공업지역 등은 민간 주도의 개발을 적극 유도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 11개 도시첨단산단이 지정돼 있는 상태. 여기에 2014년 3개, 2015년 6개를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후보지 6개 모두 개발 시 약 10조원의 투자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 약 3만6000여명의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사업성 향상과 복합기능의 단지 조성을 위해 용적률 확대, 녹지율 완화, 간선도로 지원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한다. 산업시설과 지원시설이 혼합되는 ‘복합용지’(준주거·준공업지역)를 설정하고, 용적률은 일반공업지역에 비해 상향된 준주거·준공업지역 용적률의 법정 상한까지 허용한다. 준공업지역은 최대 400%, 준주거지역은 최대 500%로 개선된다. 녹지율은 기존 산단의 1/2 수준(면적의 5?13%→2.5?6.5%)으로 낮춘다.
단지 내엔 대학이나 연구시설을 유치해 R&D센터, 벤처기업 등과 연계하는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도 검토 중이다. 신도시 등 택지지구에 조성하는 경우 인근 생활 인프라를 활용하고, 별도 지구의 형태로 조성할 경우엔 단지계획 수립 시 생활환경계획을 세워 택지지구 수준의 정주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로도 단지 내 가로망 및 연결 교통망 구축, 대중교통노선 등을 충분히 확충한다.

사업자에 각종 인센티브제 강화
개발 수익 높이고 절차 간소화

정부는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저렴한 용지 공급 및 전문 인력에 대한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분양가로 따지면 모든 규제 완화 시 최대 23%(복합용지 허용 13.9%, 용적률 완화 3.7%, 녹지율 완화 5%), GB해제 용지 활용 시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63%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개발 규제 개선 = 기존 산업단지는 산업·지원·공공시설 용지 등으로 구분 이용하도록 하고, 용지별로 입주시설을 제한했다. 그러나 앞으로 산업·지원·공공시설의 복합이 가능한 ‘복합용지(용도지역:준공업·준주거)’지역을 도입해 공장과 상업·업무시설 등을 함께 건축할 수 있게 된다. 복합용지엔 상업용지(감정가 공급) 등이 혼합돼 그 이익은 산업용지 가격인하 및 기반시설 재투자 등으로 활용하게 된다.
조성원가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산업용지에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은 제조업과 연관성이 높은 서비스업이다. 입주가 허용되는 서비스업은 전기통신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직업능력훈련시설), 건축서비스업(건축기술·엔지니어링 및 기타 과학기술 서비스), 전문디자인업, 산업용 기계장비임대업, 운송장비 임대업, 사업시설 관리업,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 통관업, 용역업, 포장 및 충전업, 운송업(여객운송 제외) 등 12개 업종이다.
정부는 “지원시설 용지(감정평가액 공급)에 입주해야 했던 서비스업은 산업시설 용지(조성원가 공급) 입주가 허용됨에 따라 산단 내 입주비용이 크게 절감(평균 60% 인하)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종계획 및 토지용도 변경도 간소화된다. 종전엔 산업단지 내 입주 업종을 개발계획에 명기하도록 해 업종변경 할 때마다 일일이 개발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기반시설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일부 제한업종 이외에 모든 업종 입주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업종 변경 시 개발계획 변경이 불필요해져 신속한 진출입이 가능하고, 변경기간 동안 장기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통상 개발·실시계획 변경에 약 5개월 소요)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토지이용 변경(산업용지→상업용지) 시 개발계획 변경에 대한 기준·절차가 미흡해 신속한 지원시설 확충에 애로가 있었다. 실제 서울 디지털산단, 파주출판산업단지, 시화·반월산단에서 근로자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용지 확충 요구가 있었으나 특혜소지로 변경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서비스업 입주 허용 
용도변경 더욱 쉽게

이에 따라 정부는 명확한 용도변경 기준을 마련하고, 개발이익은 기반시설 등에 재투자하도록 해 신속한 용도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용지별 면적의 10% 이상으로 개발계획 변경이 필요할 경우에도 소규모 용도변경은 개발계획 변경(약 5개월 소요) 없이 실시계획(약 2개월 소요)만으로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민간개발 활성화와 산단 수급관리도 추진된다. 공공부문에서 개발된 산단이 기업들의 용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업 등 실수요자 위주의 산단 개발을 활성화한다. 당초 민간에게 부지조성 사업만 허용하던 것을 앞으론 건축사업(공장·주거·상업시설 건축)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해 수익성 개선 및 절차를 간소화한다.
민간개발 사업자가 산업단지 조성과 동시에 공장(또는 상가) 건축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공장(상가) 건축기간이 1?2년 단축될 수 있다. 입주 기업에 대행개발(원형지 형태로 공급)을 허용해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저렴하고 신속하게 용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민간시행자에 대한 투자유인을 높여주기 위해 용지조성 및 건축사업의 이윤율도 현재 일률적으로 6%로 제한하던 것을 15%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완화한다. 2008년 ‘산단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제정 이후 산단 개발이 과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적정 수요 범위 내에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수급관리를 강화한다.
시·도별 산업단지 수급계획은 중앙정부의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수립토록 하고, 연도별 산단 지정은 수급계획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신규 산단 지정 시 지구별로 전문기관의 수요검증을 의무화하고, 지정 이후 사업추진이 장기 지연되거나 토지소유자의 지정해제 요청 시 산단지정을 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노후 산업단지 활력 제고 = 국토부와 산업부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노후 산업단지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을 실시한다. 이 결과에 따라 노후산단 재생(기반시설 재정비 등) 또는 구조고도화사업(업종정비) 유형과 추진방식 등을 결정한다.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대상 단지는 총 25개 단지로 2014년 6개를 선정하고, 2015년부터 17년간 19개 단지를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대상 단지별로 관계부처, 지자체 합동으로 도시계획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노후산단 리모델링 종합 계획‘을 수립한다.
우선 노후산단 재생사업은 지자체 중심에서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한다. LH공사 등이 지구 전체의 관리를 위해 총괄사업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구 내 선도사업 구역을 설정해 우선 사업 시행한다. 나머지 구역은 단계적으로 재개발할 예정이다. 
선도사업구역엔 공장 위주가 아닌 주거·상업 등이 융합된 고밀복합단지로 재생하고,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 경우 도로·주차장·녹지 등의 설치비가 지원된다. 부분 재생이 필요한 단지는 산업단지공단이 휴·폐업 부지, 미활용 부지 등을 매수하거나 기보유 부지를 활용해 블록 단위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산단 재생을 촉진하기 위해 용적률 확대, 녹지율 완화, 산업용지비율 완화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전면 재생이 필요한 경우 일부지역을 ‘복합용지’로 설정해 용도지역을 상향(공업→준공업·준주거) 조정하고, 용적률을 조례에 불구하고 법상 최대로 적용하는 특례를 부여한다.
지구 내 녹지율은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해 완화방안을 마련하고, 재생 이후 산업용지 비율도 완화한다.(리모델링 대상면적의 50% 이상→40% 이상) 또 인근 주거·상업·공업지역 등과 연계 개발할 수 있도록 주변지역 포함면적을 확대한다.(산단면적의 최대 30%→최대 50%) 리모델링 사업추진 시 민간조합 구성 요건을 완화하고, 토지소유자들의 사업계획 제안방식을 신설해 민간 주도의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조합설립 요건 토지소유자 1/2 이상 동의+토지면적의 2/3 이상→토지소유자 및 토지면적의 1/2이상 동의)

민간개발 활성화
노후산단 재생도

국토부는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도시 인근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노후 산업단지도 리모델링함으로써 산업단지를 첨단산업과 융·복합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 고도성장기에 산업단지가 수행했던 경제성장 거점 역할을 회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견인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