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크레용팝 색깔공방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09: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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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짓만 골라서?…미운털 박혔나

[일요시사=사회팀] 미운털 한 번 제대로 박혔다. 걸그룹 크레용팝이 '일베' 논란에 이어 '표절' 의혹까지 불거지며 '비호감 걸그룹'으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논란은 어느덧 광고 시장으로까지 확대됐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크레용팝을 전속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가 거센 역풍에 시달렸다. 앞서 크레용팝은 소속사 대표 등이 극우 인터넷 사이트인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크레용팝은 이미 대중에게 '일베충'(일베 회원들을 얕잡아 부르는 말)으로 각인돼 있다.

성난 넷심

일베는 특정 정치세력 비하, 특정 지역 비하, 여성 비하 등으로 수차례 논란이 된 사이트다. 본의든 타의든 이런 일베의 대표 아이돌격인 크레용팝의 광고 모델 기용은 일베와 적대관계에 있는 여러 네티즌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옥션 홈페이지에는 크레용팝의 트레이드마크인 '직렬 5기통춤'을 삽입한 광고가 첫 선을 보였다. 크레용팝 멤버들이 익숙한 복장으로 '옥션 모바일'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본 네티즌들은 옥션 측에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베충'인 크레용팝의 광고 모델 기용이 적절치 않다는 비난이었다.

소문이 꼬리를 물자 몇몇 네티즌을 중심으로 '옥션 불매운동'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옥션에 가입된 회원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기 위해 회원 탈퇴라는 강수를 선택하기도 했다. 옥션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악재였다.


다음날(20일)이 되어서도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집단 탈퇴 움직임은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옥션 측은 뒤늦은 사건 진화에 나섰다. 크레용팝 광고 노출을 일시중단하기로 한 것. 그러나 옥션 측에서 "영구 중단은 아니다"란 입장을 내놓자 여론은 또 다시 들끓었다. 흔한 말로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처라는 것이다.

현재 네티즌은 "크레용팝 광고가 옥션에서 영구중단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크레용팝 퇴출을 주도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나쁜 모델을 쓰는 나쁜 회사의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각자의 입장을 어필하고 있다.

닉네임 안녕개**는 "크레용팝은 이미 일베 회원으로 낙인찍혀 온라인에선 '일베용팝'으로 불리고 있다"며 "일베에 열 받은 소비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닉네임 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일베'를 혐오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베 회원들은 오프라인에서 나 '일베한다'고 말도 못 꺼내고, 오죽하면 '일밍아웃'이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냐"면서 동향을 전했다.

이처럼 크레용팝을 향한 화살은 '일베'와 깊숙이 연관돼있다. 닉네임 mik**는 "이번에 얼렁뚱땅 넘어가면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에서 일베 회원들이 활개칠 명분을 주는 것"이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일베돌'에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닉네임 비밀의**는 "아직 홈페이지 일부에 크레용팝 광고가 남아 있고, 옥션은 사건이 잠잠해지면 다시 광고를 올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여기서 불매운동을 멈추면 앞장선 네티즌들만 바보가 된다"는 글로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일베 논란에 표절 의혹까지…비호감 기류
옥션 모델로 기용했다가 "불매운동" 역풍


온라인 전역에 퍼진 '반(反) 크레용팝' 전선은 크레용팝의 연예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7일 크레용팝이 K리그 FC서울-전북현대 경기의 시축을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FC서울 홈페이지에 접속해 항의글을 올렸다. 결국 홈구장인 FC서울 측은 크레용팝의 시축을 취소했다.

삼성전자가 주관한 '2013 딜라이트 어반그라운드'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크레용팝은 처음 콘서트 기획 단계에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최종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연이은 논란에 캐스팅을 한 삼성전자 측이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도 들린다. 

닉네임 빈스**는 "결국 일베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며 "일베로 뜬 그룹, 일베로 망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닉네임 speed****도 "일베 문제가 불거진 이후 반성은커녕 대중을 조롱하면서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보여준 그룹"이라며 "소속사 대표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 속에 크레용팝 소속사 측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모두 6가지 항목에 걸친 장문의 해명글이었다.

소속사 측은 "일베라는 사이트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해 생긴 논란"이라며 "차후로는 신중을 기한 언행으로 더 이상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일베 논란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선택해 이미지 훼손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간 크레용팝에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이번 해명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의견은 어떨까.

닉네임 배러*는 "일베를 바탕으로 뜬 건 사실 아니냐"며 "막상 현금화하려는 시점에서 악재가 되니 조강지처를 버린 격"이라고 지적했다.

닉네임 디까뿌**도 "레벨7(일베 회원 등급)이나 되는 분이 마치 피해자인양 언론을 통해 해명하는 게 놀랍다"며 "사태수습을 위한 립서비스 아니냐"고 거들었다.

하지만 "당분간 지켜보자"는 취지의 댓글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닉네임 포켓**은 "앞으로 그쪽(일베)이랑 엮이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홍보든 뭐든 일베랑 엮이면 치명타"라고 적었다.

닉네임 마이크로***도 "진작 해명했으면 지금처럼 사건이 안 커졌을 것"이라며 "옥션 모델 보류되고, 행사 섭외 취소되니 이제와 정신이 든 감이 없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논란은 여전


닉네임 해피**는 "최근 네티즌들의 비난성 글은 도가 지나쳤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는 "자꾸만 이분법적인 색깔론으로 몰아가는데 다 큰 성인들이 어린 소녀들을 집단으로 추행하는 모습은 과히 좋지 않아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닉네임 사가*도 "이 정도 해명했다면 일단 넘어가는 게 옳다"며 "정말 나쁜 의도가 있었다면 이런 해명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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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