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미운털 한 번 제대로 박혔다. 걸그룹 크레용팝이 '일베' 논란에 이어 '표절' 의혹까지 불거지며 '비호감 걸그룹'으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논란은 어느덧 광고 시장으로까지 확대됐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크레용팝을 전속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가 거센 역풍에 시달렸다. 앞서 크레용팝은 소속사 대표 등이 극우 인터넷 사이트인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크레용팝은 이미 대중에게 '일베충'(일베 회원들을 얕잡아 부르는 말)으로 각인돼 있다.
성난 넷심
일베는 특정 정치세력 비하, 특정 지역 비하, 여성 비하 등으로 수차례 논란이 된 사이트다. 본의든 타의든 이런 일베의 대표 아이돌격인 크레용팝의 광고 모델 기용은 일베와 적대관계에 있는 여러 네티즌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옥션 홈페이지에는 크레용팝의 트레이드마크인 '직렬 5기통춤'을 삽입한 광고가 첫 선을 보였다. 크레용팝 멤버들이 익숙한 복장으로 '옥션 모바일'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본 네티즌들은 옥션 측에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베충'인 크레용팝의 광고 모델 기용이 적절치 않다는 비난이었다.
소문이 꼬리를 물자 몇몇 네티즌을 중심으로 '옥션 불매운동'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옥션에 가입된 회원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기 위해 회원 탈퇴라는 강수를 선택하기도 했다. 옥션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악재였다.
다음날(20일)이 되어서도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집단 탈퇴 움직임은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옥션 측은 뒤늦은 사건 진화에 나섰다. 크레용팝 광고 노출을 일시중단하기로 한 것. 그러나 옥션 측에서 "영구 중단은 아니다"란 입장을 내놓자 여론은 또 다시 들끓었다. 흔한 말로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처라는 것이다.
현재 네티즌은 "크레용팝 광고가 옥션에서 영구중단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크레용팝 퇴출을 주도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나쁜 모델을 쓰는 나쁜 회사의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각자의 입장을 어필하고 있다.
닉네임 안녕개**는 "크레용팝은 이미 일베 회원으로 낙인찍혀 온라인에선 '일베용팝'으로 불리고 있다"며 "일베에 열 받은 소비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닉네임 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일베'를 혐오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베 회원들은 오프라인에서 나 '일베한다'고 말도 못 꺼내고, 오죽하면 '일밍아웃'이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냐"면서 동향을 전했다.
이처럼 크레용팝을 향한 화살은 '일베'와 깊숙이 연관돼있다. 닉네임 mik**는 "이번에 얼렁뚱땅 넘어가면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에서 일베 회원들이 활개칠 명분을 주는 것"이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일베돌'에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닉네임 비밀의**는 "아직 홈페이지 일부에 크레용팝 광고가 남아 있고, 옥션은 사건이 잠잠해지면 다시 광고를 올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여기서 불매운동을 멈추면 앞장선 네티즌들만 바보가 된다"는 글로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일베 논란에 표절 의혹까지…비호감 기류
옥션 모델로 기용했다가 "불매운동" 역풍
온라인 전역에 퍼진 '반(反) 크레용팝' 전선은 크레용팝의 연예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7일 크레용팝이 K리그 FC서울-전북현대 경기의 시축을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FC서울 홈페이지에 접속해 항의글을 올렸다. 결국 홈구장인 FC서울 측은 크레용팝의 시축을 취소했다.
삼성전자가 주관한 '2013 딜라이트 어반그라운드'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크레용팝은 처음 콘서트 기획 단계에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최종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연이은 논란에 캐스팅을 한 삼성전자 측이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도 들린다.
닉네임 빈스**는 "결국 일베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며 "일베로 뜬 그룹, 일베로 망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닉네임 speed****도 "일베 문제가 불거진 이후 반성은커녕 대중을 조롱하면서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보여준 그룹"이라며 "소속사 대표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 속에 크레용팝 소속사 측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모두 6가지 항목에 걸친 장문의 해명글이었다.
소속사 측은 "일베라는 사이트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해 생긴 논란"이라며 "차후로는 신중을 기한 언행으로 더 이상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일베 논란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선택해 이미지 훼손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간 크레용팝에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이번 해명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의견은 어떨까.
닉네임 배러*는 "일베를 바탕으로 뜬 건 사실 아니냐"며 "막상 현금화하려는 시점에서 악재가 되니 조강지처를 버린 격"이라고 지적했다.
닉네임 디까뿌**도 "레벨7(일베 회원 등급)이나 되는 분이 마치 피해자인양 언론을 통해 해명하는 게 놀랍다"며 "사태수습을 위한 립서비스 아니냐"고 거들었다.
하지만 "당분간 지켜보자"는 취지의 댓글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닉네임 포켓**은 "앞으로 그쪽(일베)이랑 엮이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홍보든 뭐든 일베랑 엮이면 치명타"라고 적었다.
닉네임 마이크로***도 "진작 해명했으면 지금처럼 사건이 안 커졌을 것"이라며 "옥션 모델 보류되고, 행사 섭외 취소되니 이제와 정신이 든 감이 없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논란은 여전
닉네임 해피**는 "최근 네티즌들의 비난성 글은 도가 지나쳤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는 "자꾸만 이분법적인 색깔론으로 몰아가는데 다 큰 성인들이 어린 소녀들을 집단으로 추행하는 모습은 과히 좋지 않아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닉네임 사가*도 "이 정도 해명했다면 일단 넘어가는 게 옳다"며 "정말 나쁜 의도가 있었다면 이런 해명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