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달래기…그래도 집 없는 설움

목돈 안드는 전세 대해부

전세대란이다. 계절적 비수기인 여름인데도 전세가가 치솟고 있다. ‘미친 전세’에 세입자들은 불안하다. 다음 계약 때 얼마나 많이 오를지,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에 밤잠을 설칠 정도다.


4·1대책 렌트푸어 지원방안 후속조치
무주택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에 초점

전셋값이 급등세다.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매매가와 차이가 가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고 있다.
이 와중에 세입자들의 눈과 귀를 쫑긋하게 하는 ‘상품’이 나왔다. 바로 ‘목돈 안드는 전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공포, 8월 중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4·1 대책 렌트푸어 지원방안의 후속조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다양한 선택권 세입자들 주목 

기존 전세자금 대출보다 대출금리는 인하하고, 대출한도는 확대함으로써 무주택 서민의 전세금 마련 부담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목돈 안드는 전세를 통해 신용대출 성격의 전세자금 대출을 담보대출화해 대출금리 인하 및 대출한도 확대를 도모했다. 집 주인의 성향, 임차인의 소득수준 등을 감안해 무주택 서민에게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의 핵심은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이다. 기본구조는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금융기관에게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양도한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금융기관에게도 우선변제권을 부여함으로써 전세대출의 담보력을 강화해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대출한도도 확대해주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이 전세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에게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정해진 서식에 따라 작성하면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 금융기관에 우선변제권을 인정함으로써 전세대출의 담보력이 강화돼 저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 전세대출보다 금리↓ 한도↑
8월중 출시…6개 시중은행서 취급

전세 신규계약 또는 전세 재계약에 관계없이 모두 취급이 가능하다. 대출 적용대상은 임차인이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이고,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지방 2억원 이하)인 경우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원칙적으로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상환능력별 보증한도(부부합산 연소득의 3.5?4.5배)로 인해 소득에 따라 대출금액이 제한된다. 대출금리는 평균 3% 후반?4% 초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신용대출금리(6?7%)보다 약 2?3%p 인하효과가 있는 것이다.
전세자금보증 대출금리(4% 중반)와 비교하면 약 0.3%?0.5%p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보증료 인하(0.4%→0.2%)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세입자 입장에서 약 0.5?0.7%p의 체감 인하효과가 예상된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6개 시중은행(우리·국민·하나·신한·농협·기업은행)에서 취급한다. 은행별로 8월23일?27일 사이에 출시될 예정이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도 출시된다.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납부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전세금 해당액을 본인의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세입자는 신용대출을 받아 전세자금을 마련하던 것을 주택담보대출 금리만 납부하게 된다. 그만큼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대출 적용대상은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과 동일하다. 전세 재계약인 경우에만 적용(신규 전세계약 불가)된다. 대출한도도 5000만원(지방 3000만원)으로 제한된다.

금리 3?4% 수준 2?3%p 인하효과

집주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금융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전세대출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담보대출 이자 납입액에 대해 소득공제(40%),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규모에 비례해 재산세·종부세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를 준다. 집주인이 전세금 해당액을 주택담보대출로 받은 경우 DTI를 금융회사 자율로 적용토록 하고, LTV도 70%까지 완화했다.
대한주택보증에서 이자지급 보증 상품을 마련해 임차인이 이자납입을 연체하는 경우에 대비한 임대인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기존 전세금이 있는 전세재계약이 대상이어서 집주인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없으나, 집주인이 전세금을 대출금 상환용도 등으로 이미 사용해 매월 이자를 대신 납부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한 보증상품도 있다.(보증가입은 선택사항)  
대출금리는 주택담보대출금리로 평균 3% 후반?4% 초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신용대출금리(6?7%)보다 약 2?3%p, 전세자금보증 대출금리(4% 중반)보다도 약 0.5%p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투입을 지양하고, 민간 재원(은행)을 활용하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금리인하 등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정부는 “목돈 안드는 전세 도입으로 무주택 서민의 전세금 마련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주택기금을 통한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 지원대상(부부합산 5000만원 이하)에 해당하지 않거나, 대출한도(1억원)가 작아서 추가 대출이 어려운 무주택 서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에 대한 국토부와의 일문일답이다.

-도입 배경은?
▲정부는 렌트푸어 지원 및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와 함께 준공공임대 등 양질의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주택바우처 등 다양한 맞춤형 주거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공공임대 확충 등에 시간이 소요되고, 현재 무주택 서민들이 전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방안 취지는?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의 핵심은 신용대출 성격의 전세자금 대출을 담보 대출화함으로써 대출한도 증액 및 금리 인하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단 집주인 성향 등을 감안해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과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 두 가지 유형을 마련했다.

-전세대출이 과도하게 일어날 우려는?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통한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세금 마련 부담으로 주거하향 이동, 전세난민 발생 등 무주택 서민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전세자금 지원은 불가피하다. 다만 지원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하고, 소득요건도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로 제한해 과도한 대출 확대를 예방했다.

-대출기관을 6개 은행으로 한정한 이유는?
▲6개 은행을 통해서만 취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통해 새롭게 개발된 대출상품으로 초기단계에서 안정적인 상품 출시를 위해 현재 주택기금 대출을 위탁 운영하고 있고, 전세자금 대출 경험이 많은 6개 은행을 통해 우선 출시하게 됐다. 향후 대출실적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기관에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금융기관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양도받더라도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지 못해 대출금리 인하 및 대출한도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다. 법 개정을 통해 금융기관에게도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면 근저당권에 준하는 담보력이 확보,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변제권 인정이 임대차보호법 취지에 맞나?
▲궁극적인 목표가 전세자금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임대차보호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다. 법논리적으로도 임차인이 갖는 우선변제권을 채권 양수인인 금융기관이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집주인들의 거부감이 없을까?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차보증금 반환 주체가 임차인에서 금융기관으로 변경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보증금의 일부를 은행으로부터 직접 입금받고 계약 종료시 보증금을 은행으로 반납하기만 하면 된다. 전문성이 높은 금융기관을 상대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으나, 중개업소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해 불안감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변제권 인정기관을 은행으로 제한한 이유는?
▲원칙적으로는 금융기관 범위에 대한 제한 없이 모든 기관에게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나 제도초기에 광범위하게 제도적용 범위를 인정할 경우 사채업자 등 악용 가능성 우려가 있어서다.

-임차인 이자연체, 임차 기간 중 기타 비용에 대한 처리는?
▲계약 종료시 은행이 집 주인에게 받은 임차인 몫 임차 보증금에서 연체 이자 등을 제하고 임차인에게 반납해야 한다.

-목돈 안드는 전세 실효성은?
▲집주인 담보대출방식은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데, 집주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만큼 충분히 참여할 유인이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재계약하지 않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경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데 드는 노력과 시간비용 및 부동산 중개비용 등을 감안할 때 기존 세입자와의 유대관계에 따라 집주인이 담보대출 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거부하면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을 통해서도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 증액계약에만 적용한 이유는?
▲집주인 대출방식은 금융(LTV, DTI 완화)·세제지원이 이루어지므로 가계대출 증가, 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증액계약으로 한정했다.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경우 담보대출 가능금액 심사에 약 3주?1개월이 소요돼 임대차계약기간에 맞춰 대출이 이뤄지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

-임대인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는 충분한지?
▲집주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비과세 필요성이 큰 다주택자 등의 경우 본 제도에 참여할 유인이 크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거나 기존 전세계약을 유지하고 싶은 집주인의 경우 본 제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반환 주체 임차인→금융기관

-임차인 이자납입 연체 및 임대인 신용도 하락에 대한 방지수단은?
▲세입자가 이자납부 지연시 보증기관이 이자를 임대인에게 지급토록 하는 이자지급 보증 상품을 마련해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임차인이 이자납입 연체 이후 임대인이 대위변제하기까지 기간 동안 이자연체 정보가 남게 되면 임대인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이 있으므로, 임대인이 대신 이자를 납입하기까지 약 1개월간 연체정보 등록을 유예토록 할 예정이다.

-보증신청은 누가? 절차는?
▲임대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 임차인이 이자지급보증을 신청해 보증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보증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보증기관에 보증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임대인 및 임차인의 편의를 위해 은행창구에서 대출신청 접수와 보증상품 안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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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