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 열린 ‘원전 게이트’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14 12:00:24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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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로비스트 “검은돈 정권실세에 배달”

[일요시사=사회팀] 원전 비리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 MB정권의 막후 로비스트들이 연이어 구속된 데 이어 참여정부 실세까지 원전 업체에게 로비를 받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원전 마피아의 진짜 몸통은 누구일까. 
 

지난 3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원전 브로커' 오희택씨를 긴급 구속했다. 오씨는 원전부품 업체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납품을 주선하거나 한수원 직원들에게 인사 청탁을 한 대가로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최근까지 한수원 협력업체인 한국정수공업의 부회장을 자임했다. 

원전 브로커
영포라인 구속

오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 출신이며, 올해 초까지 재경포항중고등학교 동창회장을 역임한 이른바 '영포라인'이다. 무엇보다 오씨는 지난 2006년께부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에서 건설분과 위원장을 지내는 등 여권쪽 지리에 밝은 인물로 전해진다. 

오씨는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을 지낸 A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A의원은 국민연금의 'UAE 원전 투자 프로젝트'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외에도 오씨는 퇴역 장성급 인사 100여명 등 국방 관련 인사들이 설립한 '한국위기관리연구소'라는 곳의 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씨는 이 같은 자신의 정·관계 거미줄 인맥을 로비에 이용했다. 지난 2009년 2월 오씨는 이규철 한국정수공업 회장에게 접근, 로비를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금품을 요구했다. 

한국정수공업은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폐수·분뇨 처리 전문 업체다. 이 업체는 지난 1995년 1월 미국의 세계적인 원전기술 보유업체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용존 산소 제거 설비' 기술을 도입, 2000년대 초반부터는 원전 전문 건설업체로 탈바꿈했다. 

이후 한국정수공업은 2006년 6월께부터 콘크리트가 타설된 신고리 1·2·3·4호기, 신월성 1·2호기, 신울진 1·2호기의 용수처리 설비 입찰을 따내 업계의 소문난 '알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영광원전 3∼6호기, 울진원전 3∼6호기에도 자사의 용수처리 설비를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정수공업은 DJ정부 말기인 2002년부터 올해까지 한수원의 용수처리 설비와 유지·정비를 독점해왔다. 한국정수공업과 한수원의 불편한 커넥션이 드러난 것도 이 같은 독점 운영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진짜 밝혀져야 할 '검은 커넥션'은 따로 있었다. 

UAE 원전 납품
정권실세 통했다

한국정수공업은 MB정부가 추진한 'UAE 브라카 원전(BNPP) 1∼4호기 건설'에 참여했다. BNPP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한 공사비 2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전 프로젝트다.

한국정수공업은 이 원전 사업에 필요한 설비를 납품하기 위해 정권 실세를 겨냥한 로비를 계획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긴 브로커가 바로 오씨였다. 


오씨는 이 회장에게 'UAE 원전 납품을 위한 로비'를 제안하면서 수주에 성공했을 경우 "전체 납품 금액의 8%를 자신에게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액수로 따지면 80억원. 그리고 오씨가 지목한 청탁 대상은 MB정부의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었다. 

지난 8일 검찰은 "오씨가 여당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의혹을 확인했다. 

오씨는 이 회장에게서 13억원을 받아낸 뒤 이중 3억원을 박 전 차관의 측근인 이씨에게 전달했다. 박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씨는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 등을 지낸 여당 고위 인사다. 오씨와는 당 중앙위원회서 안면을 텄으며, 당시 이씨는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력과 무관하게 이씨가 이번 게이트의 '키맨'으로 불리는 건 결국 박 전 차관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2007년 대선 때 박 전 차관의 지시로 선진국민연대 전국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선진국민연대는 대선을 두 달 앞둔 2007년 10월 결성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사조직이다.

선진국민연대는 이 전 대통령을 만든 파워그룹으로 꼽힌다. 결성을 주도한 박 전 차관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MB정부 1등 공신'으로도 불린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박 전 차관과 김 전 처장은 이른바 '투캅스'로 불리며 전국 곳곳을 누볐다. 그들의 입김으로 약 200여개에 달했던 이명박 지지단체는 선진국민연대라는 단일 그룹으로 재탄생했다.

출범 당시 가입회원 수는 460만명 정도로 세가 대단했다. 이 전 대통령조차 선거 직후 530만표 차이의 압승을 거둔 원동력으로 선진국민연대를 언급했을 정도다. 

구속된 오희택·이윤영 정관계 거미줄 인맥
로비 동원 여부 초점…'검은 커넥션' 윤곽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은 MB정부 출범과 동시에 저마다 한 자리를 꿰찼다. 조직의 리더인 박 전 차관을 시작으로 김 전 처장,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장관, 엄홍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차례로 감투를 썼다. 

정부 기관과 공기업 등 MB정부 요직에는 모두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포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선진국민연대 간부 25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가졌을 때 행사 사회자가 "공기업 감사는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소개를 못 하겠다"고 말한 건 굉장히 상징적이다.

이씨 역시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권력의 단맛을 봤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 자문위원을 거쳐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져(이하 GKL)'의 감사로 재직했다. 이후 이씨는 국민통합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권 행보를 외곽 지원했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의 '롤모델'인 박 전 차관과 달리 김 지사를 왕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사정기관의 타깃이 됐다. 검찰은 오씨와 같은 혐의로 이씨를 지난 5일 구속했다. 납품 알선 등을 명목으로 거액의 로비 자금을 수뢰한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이 회장을 상대로 로비 자금을 요구한 단서를 포착했다. 이씨 등은 원전 수출이 성사단계에 이른 2009년 11월 구체적인 로비 자금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씨가 요구한 80억원 중 60억원은 자신이 갖고, 나머지 20억원은 이씨가 챙기기로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윤영 구속
윗선 드러낸다

'검은 돈'의 거래 내역을 감추기 위해 오씨가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도 드러났다. 오씨는 2010년 72억원 상당의 가짜 컨설팅 업체 N사를 미국에 설립하고, 두 차례에 걸쳐 해외로 송금한 돈을 회수했다. 송금된 돈의 출처는 한국정수공업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근 이씨가 오씨로부터 약속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 회장에게 항의하며, 20억원을 선입금하라고 요구한 내용의 편지를 입수했다. 

이 회장을 수신인으로 한 이편지에는 "오희택 부장이 '한수원 계약을 유지해달라' 'UAE 원전 수출을 성사시켜 달라'고 부탁해 이를 수락했고, 나(이윤영) 때문에 한국정수공업이 관련 계약을 수주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씨는 오씨의 수주 청탁 내용을 언급하면서 "누구를 통해 어떻게 했는지 글에서 밝힐 수 없지만 이 대표님이 더 잘 아실 것으로 믿는다"고 적어 자신에게 배후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 이씨는 "(오씨에 대한) 신뢰 때문에 오씨가 하자는 대로 다 했지만 (오씨가) 약속을 미뤄 내가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즉 편지내용만 놓고 보면 이씨가 오씨를 대신해 '정권실세'에게 로비 대금을 선지급 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아울러 이씨는 오씨의 부탁으로 이 회장 등의 경영권 방어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편지에서 이씨는 "2010년 W사가 한국정수공업 인수를 시도할 때 오씨의 부탁으로 지방국세청에 압력을 넣어 W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결국 인수 시도를 무마시켜 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씨의 편지와 관련한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이 회장 등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오씨가 한국정책금융공사의 고위층을 움직여 정책자금 642억원을 한국정수공업에 지원받은 뒤 이 돈을 지분 매입 등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국정수공업은 지난 2010년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신성장동력 육성 펀드 1호로 지정돼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위탁운용한 펀드 1600억원 중 40%(462억원)를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펀드 관리를 위해 파견된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의 고위 관계자를 매수했다. 지난 6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JKL파트너스에서 파견된 Y씨를 통해 산은캐피탈의 비상임감사 C씨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액수는 5억원. 

C씨는 한국정수공업에 462억원이 지원될 당시 산은캐피탈의 투자를 담당하고 있던 업무 실장이었다. 즉 한국정수공업이 한국정책금융공사의 펀드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C씨가 힘써준 것에 대한 보답인 셈. 또 공교롭게도 C씨 역시 '영포라인'으로 확인됐다. 

드러난 혐의 빙산의 일각
박영준 등 MB라인 초긴장

영포라인 외에도 한국정수공업이 돈을 보낸 곳은 더 있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현금 다발로 모두 1억3000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송모 한수원 부장의 자택 등에서 발견된 괴자금 6억원의 일부 출처가 한국정수공업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송 부장 외 한수원 간부들이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더 많은 금품을 수뢰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정수공업이 후원을 명목으로 또 다른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살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정수공업은 그간 공공연히 정권에 줄대기를 해왔던 만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전해진다.

간단히 말해 영포라인 오씨가 이씨를 통해 선진국민연대 계열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면, 이 회장은 MB정부 탄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국민성공실천연합 계열 인사들에게 로비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은 MB정부를 지탱한 또 다른 축인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밀접히 연관된 이 전 대통령의 '친위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끈 이영수 KMDC 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으로부터 '막후 권력'으로 소개된 바 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서는 선진국민연대와 국민성공실천연합이 '누가 더 대선자금을 많이 해왔나'로 신경전을 벌였다는 일화가 있다. 정치권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만약 국민성공실천연합 쪽으로 줄을 대고자 했다면 최시중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씨를 거쳤을 것"이라며 돈이 '의외의 곳'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MB라인 챙긴
검은돈 더 있나

아울러 "지금 드러난 혐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원전 쪽으로 게이트를 드러내기 위해선 UAE 원전 사업과 관련한 돈의 흐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한수원의 송 부장이 한국정수공업이 아닌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들로부터도 17억원을 받기로 한 점에 주목, 발견한 10억원 중 출처가 불분명한 4억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4억원이 '윗선'에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당국이 지켜보고 있는 이 윗선이 누구냐에 따라 '박영준 게이트'는 또 다른 원전 게이트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게이트의 뇌관은 결국 UAE 원전 사업과 관련한 대규모의 '이권 청탁'이란 설명이다. 

최근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인연을 맺은 전 공기업 사장 K씨를 수사망에 올렸다. K씨는 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업체 알선 등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MB정부 당시 K씨가 가진 무게가 남달랐다는 점에서 원전 수사의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 원자력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 정권 실세 B의원의 최측근 브로커 윤모씨에 대한 납품비리·청탁 수사가 진행됐지만 윤씨를 비롯한 몇몇 한수원 직원만 구속됐을 뿐 B의원은 잡지 못했었다"며 “(수사 결과가) 이번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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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일본에는 약 수십만명의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약 2만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나 계열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중 ‘조선적’으로 분류돼 무국적자인 이들도 있다. 일본서 이들은 ‘눈엣가시’다. 어딜 가나 차별과 혐오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는 일본 현지서 조총련 간부 출신과 복수의 재일동포들을 만나 조총련의 상황을 들어봤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는 일본서 북한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결성된 지 65년이 넘었으나 구성원이 2만5000여명 이하로 줄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진 데 이어 조총련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대북제재 압박 수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퇴색된 위상 결집력 약화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는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해 인권탄압 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2000년 초, 홍 대표는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 현지서 <일요시사>와 만난 홍 대표는 조총련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기준 무국적자로 분류되는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 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에 속한 이들은 해방 이후 분단된 조국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조총련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현재 조총련 산하 학교로 알려진 조선학교는 해방 직후 조선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1세대 재일동포들의 열망으로 시작됐다. 조선학교는 유엔군 최고사령부(GHQ) 군정과 일본 정부에 의해 한때 폐쇄됐다가 1950년대 중반 이후 재개됐다. 북한은 지난 1957년부터 교육지원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는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조선학교는 조선적 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어 2018년 기준 64개교, 7000여명의 학생이 남았다.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유치원·초급·중급·고급학교가 있고, 대학은 도쿄에 조선대학교가 있다. 조총련 법적브레인 역할…20번 넘게 북한 출입 대북송금·마약 유통 행위 인권탄압 직접 확인 일본 내에는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씨 일가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남북 간 사상 대립이 과거보다 유연해지고 일본 귀화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조선적 규모도 적어지는 추세다. 홍 대표는 “재일동포 새세대들이 과거처럼 국적이나 민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사회도 4세나 5세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일본인과 국제결혼 등을 통해 일본으로 귀화를 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총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수억달러의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 한덕수 전 의장은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 의원의 고위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탄압 강화 등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허 의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은 조직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채무로 인해 법적 권리를 내세울 수 없어 많은 본부 건물이 경매로 매각돼 협소한 장소로 이전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서 제외해 학교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조총련 본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도쿄에 위치한 본부서 근무하는 사람은 수십명이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조총련을 통해 불시에 필요한 자금을 ‘애국운동’으로 해결했다. 외화벌이 마이너스 예시로 대형 여객선 ‘만경봉 92호’와 ‘삼지연호’ 등이 있다. 일본 사행산업의 대표 격인 파친코도 조총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파친코를 통해 재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조총련이 직접 운영한 파친코도 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완전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사실상 폐교된 조선학교 부지나 학교 자체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다. 부동산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부분 조선학교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도심에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기를 쓰고 매수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총련이 지난해 도쿄 중심지에 있는 조선학교를 이용해 700억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일본 당국이 행정적 지도권을 갖고 있어 조총련이 수백억원대 이익을 볼 수는 없지만 조총련 산하 부동산 회사 소속 관계자들이 수수료를 떼먹고 산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본 버블경제 당시 허 의장이 조총련 산하 금융기관인 조선은행을 통해 융자 받고 대북송금을 진행했다. 이때의 채권이 한국 원화로 따지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일본의 경제 몰락 이후 조선은행도 빚을 졌다. 조총련 본부 건물 대부분은 융자의 저당으로 잡혀 있어 경매 등으로 소유권을 잃었다”며 “조총련 상근 직원들의 명의를 악용해 조선은행서 융자를 받아낸 경우도 존재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내부서 생산한 금을 비롯한 희금속과 마약을 공개·비공개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한 후 외화로 전환해 반입했다. 희금속은, 함경남도 허천군에 위치한 상농광산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조총련에 보내는 교육원조비 명목 자금을 대기 위해 이 광산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서 아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은 조총련으로 먼저 유입돼 일부가 교육비로 활용되고, 대부분은 김 위원장 비자금 조성을 위해 다시 현금으로 반환된다. 보위부서 마약 지령 북한은 조총련 계열 동포들을 통해 일본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북한의 만경봉호, 삼지연호, 청천강호 등 중앙당 6부(이하 작전부)가 운영하는 선박이 맡아 수행했지만, 대북 제재 이후에는 일부 민간 상선과 물고기 가공 및 운반선(1000t급 정도)을 통해 반입시켰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중반 정찰국 소속 30대 남성이 마약 운반 지령을 받고 일본 조총련 계열 동포들에 전달한 후 약 3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북한 운반선의 기관실 엔진 아래 철통에 마약을 가착(용접)하고 도쿄 항구에 입항해 해양경찰 조사를 피했다. 이후 보트를 타고 접근한 조총련 관계자를 만나 마약을 전달하고 사례금 3000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90년 중반에 재일교포 5명 정도가 마약 유통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수사당국이 발견한 마약은 수십kg이었다. 체포됐던 한 관계자는 북한 보위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며 “1990년대 무역사업을 하던 조총련 관계자들이 야쿠자를 끼고 마약을 팔아왔으나, 예나 지금이나 북한 정부 차원서 조총련에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라고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활동 거점을 잃을 수 있는 그런 무모한 범죄행위는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런 북한과 조총련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내각정보조사실을 포함해 여러 일본 정보기관이 조총련 관계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하려 안간힘을 쓴다”며 “일본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으로 의심받는 이들은 북한 보위부의 성격을 지닌 조총련 감사위원회 소속 직원들에게 미행과 감시를 당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과거처럼 대우하진 않지만, 관계를 포기하진 못한다고 단언했다. 일본과 북한 간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서 관계까지 끊어버리면 외교·안보적 측면서 큰 손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일본 정부는 조총련을 통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허 의장이 창구 역을 담당한다. 최근 조선대학교 학생 140명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파친코 망하면서 자금난 “가족 못 본다” 북송 동포들 인질로 협박 그는 “재정위원장도 방문했다. 조총련 간부 활동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대북송금 등 경제 지원책에 대해 지시 받을 가능성이 있고 조총련이 얼마나 많은 외화를 확보했는지 윗선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북 학생들이 1인당 500만엔이라는 큰돈을 들고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정도로 부유하지 않다. 학생 전부가 가족들을 만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선대 학생 일부만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허용됐고 친척의 자택을 방문하는 건 금지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호텔이나 여관서의 생활도 금지됐다고 한다. 이동할 때는 조선대 관계자를 제외한 이들은 동행할 수 없다. 섣불리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를 철저히 해 외부와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홍 대표는 조선대 학생들이 방북했다고 해서 김 위원장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각오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조선학교와 조선대 학생의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무국적자인 이들도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다. 단지 말과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 조선학교를 다닌다. 물론 학내서 주체사상과 김정은 일가 찬양으로 가득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몸에 익는다. 현재 재일교포 10대와 20대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세대”라고 말했다. 한편, 조총련 내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코로나 이후 일부 재일동포의 방북을 허용한 것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총련 출신의 한 탈북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북한 정부는 애초 재일동포를 지원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돈에만 관심이 있다”며 “아이들을 조선대학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히는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포기는 못해 정체성 혼란 해당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서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저 자금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