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국회 비례대표' 천태만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3 10: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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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자리 나눠먹기'도 모자라 '비리의 온상'

[일요시사=정치팀] 최근 국회에서는 정치쇄신 과제 중 하나로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 현재 54명인 비례대표를 100명까지 두 배가량 늘리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정치쇄신을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일요시사>가 살펴본 비례대표제의 현주소는 무척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비례대표제란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기존 지역구의원으로는 들어올 수 없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다수대표제와 소수대표제로 인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수자를 우대함으로써 사회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따로 선거를 치르지 않고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하여 순번에 따라 금배지를 가슴에 단다.

뭐? 비례대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3년 실시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었다가, 이후 1973년 실시된 제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폐지됐다. 그러다 1981년 실시된 제1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다시 도입된 것이 현재까지 오게 된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치쇄신 과제 중 하나로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정치쇄신의 과제로 내놓은 비례대표제의 현주소는 암울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과연 정치쇄신을 이끌지 의문시 되는 게 현실이다.


우선 현재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년 비례대표들의 사례다. 현재 19대 국회에는 청년 비례대표 5인이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김상민, 이재영 의원과 민주당 김광진, 장하나 의원,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의원 등이다.

국회는 이들의 입성으로 청년문제 해결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성적표는 무척 실망스럽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들 다섯 명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117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청년층을 대표해 국회에 입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과 직접 관련된 법안을 대표발의한 경우는 전체 법안 중 채 20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부분은 청년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법안들이었다.

게다가 이중에서 가결된 법안은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단 1건뿐이었다. 청년 비례대표 의원들은 국회 개원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청년층을 위한 법안을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비례대표가 당초 취지와는 무색하게 활동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일단 상임위 배정부터 비례대표의 전문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상임위 배정에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초선으로 선수(選數)에서 밀리는 비례대표들은 상임위 배정과정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전문가라고 데려다 놓고는 힘의 논리에 따라 전혀 엉뚱한 상임위에 배치해놔 전문성을 사장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임위별로 미리 자리를 만들어놓고 그에 맞는 인사들을 비례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고도 지역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례대표의 본래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동이다. 현재 새누리당 손인춘(경기 광명을), 박창식(경기 구리시) 의원과 민주당 김기준(서울 양천갑), 백군기(경기 용인갑),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이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비례대표 의원이지만 지역구에서 활동하며 상대당 현역의원과 지역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지역구는 이례적으로 2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비례대표 선정, 비리 개연성 커
비례대표 본래 취지 무색, 법안발의 미흡

일부 비례대표는 국회 입성 후 주요당직을 맡아 전문성 있는 법안 발의보다는 정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경우는 변호사 출신으로 검찰개혁 몫으로 비례대표에 선정됐다. 하지만 진 의원은 지난 대선기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대변인 역할을 맡았고 당연히 본래 비례대표 의원으로서의 활동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진 의원이 지금까지 대표발의한 법안 16건은 대부분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상임위 역시 안전행정위로 배정됐다.

이와 함께 지난 4·11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자당의 선거를 총괄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한명숙 의원을 각각 비례대표로 배정한 것도 크게 보면 비례대표제를 악용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요하는 법안 발의나 해당분야의 입장을 대변토록 하자는 의미에서 뽑아놓은 사람들인데 이런 식이라면 비례대표제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 정당의 주먹구구식 비례대표 심사도 문제다. 일례로 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4·11총선에서 3월14일까지 비례대표 지원자를 공모한 후 공모한 282명의 지원자를 단 5일 동안 심사해 3월20일에 명단을 발표했다. 과연 꼼꼼한 심사가 이뤄진 것인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심사방법과 채점기준 등도 각 당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냈던 한 전직의원은 "정당에서 비례대표 발표를 앞둔 마지막 날에 하루 사이에도 순번이 수도 없이 바뀌고,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천심사위원장이 '내 뜻 하고는 너무 다른 결과'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도 검찰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공권력의 직무유기"라며 비례대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각 당의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감사가 불가능하고, 안정적인 순번에만 배정되면 가만히 앉아서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으니 비례대표 선정과 관련해 온갖 비리가 일어날 개연성도 크다.

아! 비리대표!

실제로 매번 총선만 끝나고 나면 비례대표와 관련한 비리사건으로 정국이 시끄러워진다. 박 대통령도 4·11총선이 끝난 후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사건이 불거져 곤혹을 치렀다.

한 전직 비례대표 의원은 비례대표제에 대해 "국회에 입성하고 당직자회의에서 '비례대표가 돈 한 푼도 안 내고 배지를 달았으면 이제라도 돈을 좀 내야지, 당이 이렇게 어려운데'라는 말을 듣고 '비례대표'가 아니라 '비리대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운영돼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논의하기 전에 비례대표제의 개선을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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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