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비리'와 '연예인 열애' 상관관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16 09: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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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더니만…

[일요시사=정치팀] 올해도 대형 톱스타들의 열애소식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지난주 톱스타의 핑크빛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은 한순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팬들의 축하와 아쉬움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설가 이외수씨가 열애설에 쓴소리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같은 열애소식이 뭔가 덮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3일 이외수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요즘은 연예인 스캔들이 터지기만 하면 또 뭔가 덮을 게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고위층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연예인의 스캔들이 동시 상영되는 바람에 너무 뻔한 수법이다 싶어 이제는 도무지 신뢰감이 안 가는 거지요"라는 의견을 밝혔다.

의도적 보도는 불가

이씨의 글은 최근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과 정국의 화두로 떠오른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이씨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날에는 난데없이 배우 원빈과 이나영의 교제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오전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이나영의 주상복합아파트에 출입하는 원빈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두 사람의 소속사 이든나인 측은 열애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원빈과 이나영의 열애사실이 드러나던 날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광화문에서 13일째 열리고 있었다.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는 대학생과 시민 250여 명이 참석했다.


촛불집회는 지난 6월21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평일에는 200~300명, 주말에는 1000여 명이 꼬박꼬박 참석했다. 28일에는 최대 규모인 3000여 명이 모였다. 이를 계기로 시들했던 촛불집회는 다시 거세질 조짐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회담 내용을 둘러싼 여야의 싸움도 정점을 찍고 있었다. 초반 이슈를 선점하고 기선을 제압한 새누리당이 역풍을 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점에 연예인 열애설이 터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꼬일대로 꼬여 불리하게 돌아가는 정국 상황을 덮기 위한 '음모론'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트위터에는 '이효리 이상순 결혼, 원빈 이나영 열애에 묻힌 소식'이라는 글이 빠르게 펴졌다. '국정원 개입 당선된 자 하야 소식!'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해외교포들의 사진이 외신보도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거의 수혜자이며 부정행위의 결과를 적극 이용 허위사실을 유포해 대통령이 되었다. 따라서 사전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박근혜는 부정선거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처음부터 국정원 개혁으로 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박근혜는 하야해야 한다'라는 해외교포의 글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는 외신의 보도도 소개됐다. 이를 접한 대다수 네티즌은 연이어 터지는 연예인 스캔들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dc***이라는 아이디의 한 트위터리안은 '박근혜 하야 해외 교포들 외신보도 소식 덮는 데는 결혼 열애 소식이 최고~'라며 열애설 보도를 비꼬았다.

톱스타 열애 보도에 해외교포 '반정부 시위' 묻혀 의혹 증폭
"정치에 무관심한 뉴스소비자도 문제, 자세 개선 필요해"

정치적 이슈를 덮은 연예인 열애설 중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사례는 지난 2011년 4월 21일에 있었던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이혼이다. 당시 BBK 사건을 수사했던 특별수사팀은 "검찰이 김경준씨를 회유·협박했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앞서 <시사IN>의 주진우 기자는 2007년 12월 김경준씨가 작성한 자필메모를 근거로 "조사과정에서 김경준씨가 수사검사로부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다'는 취지의 회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김경준씨는 MB와 동업하여 투자자문회사인 BBK를 설립한 인물로, 그의 증언은 BBK 관련 의혹이 있는 MB에게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판결이 있은 날 서태지와 이지아의 비밀결혼 및 이혼, 그리고 5억원의 위자료와 50억원의 재산분할청구소송 소식이 전해지면서 BBK 관련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서태지와 이지아는 'BBK 가림막'이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MU****라는 아이디의 트위터리안은 '당시 BBK 결과를 덮기 위해 서태지 이혼소송을 흘렸다는 뉘앙스는 <나꼼수>에도 있었음. <나꼼수>의 논거는 특종보도의 형태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었고, 이지아의 법무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이 '바른'이라는 걸 심증론으로 제시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최근 불거진 박지성 선수의 열애설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트위터에는 'BBK가 최대 위기에 몰렸을 때에는 서태지-이지아 이혼소송이 몇 달 후에 갑자기 대형 특종이 되었고, 국정원 게이트가 최대 위기에 몰렸을 때에는 몇 달 전부터 한강데이트를 하던 박지성 열애뉴스가 갑자기 특종이 되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서태지·이은성의 결혼 보도는 '윤창중 스캔들'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정부는 언제나 뭐든 터지기 때문에 타이밍을 논할 수는 없다" "이런 루머 자제 좀 하자"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검찰, BBK 가짜편지 사건 봐주기' 논란을 잠재운 유인나, 지현우 공식 열애 보도, '저축은행 사건'의 몸통 수사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잡아끈 임슬옹, 소희 열애 보도 등이 권력형 비리를 덮기 위한 음모라는 의혹이 제기돼기도 했다.

언론사 관계자들은 고위층 비리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예인 열애설을 보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을 때에 맞춰 언론에 흘려 이목이 쏠리게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정치불신의 현상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이 같은 현상을 만들어 놓았다"라며 "정치에 무관심하고, 자극적인 소재에 더욱 관심을 두는 뉴스소비자의 태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요구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대중이 이슈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거대한 '음모'라도 대중을 움직이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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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