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결국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사과와 함께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폭탄선언을 했다. 하지만 NLL을 둘러싼 논쟁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가운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새누리당 의원들의 수상한 병역 의무가 포착돼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NLL 논란’은 MB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맡았던 정문헌 의원이 대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록을 받아 공개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퇴한다 해놓고
‘NLL 3인방’이라 불리는 이들은 요즘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들 새누리당 3인방이 병역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발언이 있은 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북한 핵을 유인하고 돌아와서는 국민에게 거짓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NLL 포기라는 말 자체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포기 의사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라면서 “노 전 대통령은 ‘NLL을 영토선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안보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NLL발언을 두고 안보의식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본인은 병역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로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운영하는 ‘열려라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신상정보를 조회하면 누구나 국회의원들의 병역 신고 현황을 볼 수 있다. 검색 결과에 의하면 윤 의원은 1988년 5월14일에 입대해서 같은 날에 제대한 것으로 되어있다. 계급은 ‘소위’이고, 전역 사유는 ‘복무완료’로 나온다. 이를 본 대다수의 국민은 매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입대와 제대가 동시에 이루어졌음에도 복무완료로 기록된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당시에는 ‘석사장교 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대학원을 마친 사람이 4개월 훈련, 2개월 전방소대장 실습만 받으면 군 복무를 면제받도록 했다. 다시 말해 당시 일반병의 군 복무기간이 거의 3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말이 ‘복무완료’지 면제나 다름없는 제도였다.
당시 적지 않은 고위지도층 인사들의 자녀들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학 중이던 해외파들도 이 제도의 혜택을 많이 봤다고 한다. 윤 의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현재는 이혼 후 대기업 회장 집안과 재혼한 윤 의원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였다. 전 전 대통령 재임 중인 1985년 그의 외동딸과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1988년 이 제도로 군복무를 대신했다.
윤상현 88년 5월14일 입대 88년 5월14일 제대-사유는 복무만료
서상기 67년 3월30일 입대 67년 11월30일 제대-사유는 의병
정문헌 91년 5월6일 입대 91년 11월5일 제대-사유는 독자
NLL 논란을 확산시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서상기 의원 역시 수상한 병역기록을 갖고 있다. 열려라 국회 검색 결과 서 의원은 1967년 3월30일부터 1967년 11월30일까지 육군으로 복무한 것으로 나온다. 복무기간은 고작 ‘8개월’ 이다. 기록에 의하면 육군 복무 8개월 만에 결핵이라는 질병을 사유로 제대한 것이다.
서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은 물론이고 수시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 드린다’거나 ‘앞서 보고 드렸듯이’라는 식의 말을 썼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고,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배신이었다”면서 “내 말이 조금이라도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서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발언은 회의록이나 발췌본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보고’라는 표현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이 아니라 북측의 김계관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자신의 말이 과장이라면 사퇴하겠다는 서 의원은 그 이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제일 먼저 논란을 일으켰던 정문헌 의원도 수상한 병역기록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 열려라 국회 기록에 의하면 정 의원은 1991년 5월6일부터 1991년 11월5일까지 복무한 뒤 육군 일병으로 제대한 것으로 돼 있다. 사유는 ‘독자’라고 돼 있다.
정 의원은 MB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정상회담회의록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정 의원도 자신의 말이 사실과 어긋나거나 보탬이 있다면 사퇴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하지만 회의록에서 NLL 포기 발언이 나오지 않고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착각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는 국회 회의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있다면서 빠져나갔다.
3인방 복무기간 합 20개월
새누리당 NLL3인방의 군 복무기간을 모두 더하면 14개월이다. 윤 의원의 4개월 훈련과 2개월 실습을 더하더라도 셋의 복무기간의 합은 최대 20개월이다. 노 전 대통령이나 문 의원 1명의 복무기간에도 못 미치는 기간이다.
트위터리언들과 누리꾼들은 NLL3인방의 병역이행 실태에 대해서 “이런자들이 안보 운운하는 것이 우습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제기한 NLL 논란의 역풍이 얼마큼 커질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