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뺨친다 … 싸기로 소문난 아파트

‘착한 분양가’열전

전세시장이 강세인 요즘 ‘착한 아파트’가 인기다.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워 손님끌기에 나서고 있다. 전국에서 싸기로 소문난 아파트들을 골라봤다.


전세시장 강세…저렴한 가격 내세워 손님끌기
올 상반기 평균 분양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전셋값이 여전히 강세다. 집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진 반면 전셋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셋값 변동률은 서울 1.20%, 신도시 1.50%, 경기 0.94%, 인천 0.66%, 수도권 1.12%, 지방 0.42% 등으로 모든 지역이 강세를 보였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재계약 비용도 늘어났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011년 2억4194만원에서 6월 말 기준 2억8023만원으로 3829만원이나 상승했다. 인천과 경기도도 평균 전셋값이 2년 전보다 각각 1121만원, 2810만원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는 “전셋집은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해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침체된 분위기 달리
순위내 청약서 마감

반면 분양가는 하락세다. 올 상반기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닥터아파트가 200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상반기 전국 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3.3㎡당 평균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862만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0만원 내렸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800만원대로 내려간 것은 2007년 이후 처음. 매년 상반기 분양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 2007년 807만원 ▲ 2008년 1124만원 ▲ 2009년 940만원 ▲ 2010년 1074만원 ▲ 2011년 965만원 ▲ 2012년 912만원이었다.
전세난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아예 작은 집이라도 사는 게 낫다고 보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보니 ‘착한 분양가’아파트가 내집 마련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도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건설사들은 이러한 수요자들의 입이 벌어질 만한 파격적인 분양가가 적용된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또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등 다양한 금융혜택을 내세워 손님끌기에 나서고 있다. 다음은 전국에서 싸기로 소문난 아파트들이다.


▲동탄 더샵 센트럴시티 =  지난 4월 포스코건설이 동탄 2신도시 커뮤니티 시범단지 내 A102블록에서 분양한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는 완판 됐다. 810가구 모집에 4845명이 몰려 평균 5.98대 1의 경쟁률로 분양에 성공했다. 침체된 분위기와 달리 순위내 청약에서 마감될 수 있었던 비결은 저렴한 분양가였다.
A102블록은 동탄2신도시 커뮤니티 시범단지 내에서도 KTX역과 광역 비즈니스 콤플렉스(중심상업지구)가 가까운 지역. 때문에 부지매입비도 가장 높았다. 이 단지는 지하 1층?지상 34층, 8개동, 전용면적 84?131㎡, 874세대 규모다. 주택형별로는 전용면적 기준 84㎡ 208가구, 97㎡ 545가구, 106㎡ 108가구, 115㎡ 11가구, 131㎡ 2가구로 이뤄져 있다. 
당초 업계에선 3.3㎡당 1200만원대 수준으로 분양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84㎡ 1000만원대, 97㎡ 1100만원대로 책정돼 수요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를 분양가로 계산해보면 84㎡은 3억2000만?3억7000만원, 97㎡은 4억?4억6000만원 수준이다. 
포스코건설이 부지매입부터 시행과 시공까지 같이한 자체사업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분양가를 내놓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분양 관계자는 “입지와 브랜드, 시범단지 프리미엄을 고려해 다른 현장들과 비교해봤을 때 매우 낮은 분양가”라며 “금융조건도 계약금 1000만원의 정액제 등을 실시할 계획으로 초기부담을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신동탄 SK뷰파크 = SK건설이 경기 화성시 반월동에 잔여가구를 분양 중인 ‘신동탄 SK뷰파크’도 인기몰이 중이다. ‘착한 분양가’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15?25층 25개동에 전용면적 59㎡ 349가구, 84㎡ 1214가구, 101㎡ 306가구, 115㎡ 98가구 등 총 1967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전체물량의 80%에 달하는 1563가구를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85㎡ 미만의 중소형 주택형으로 설계했다.
특히 3.3㎡당 분양가를 평균 888만원으로 책정해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인근 동탄1기 신도시의 평균 매매가(1050만?1200만원대)와 동탄2기 신도시 평균 분양가(1040만?1100만원대)보다 150만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근교에 있는 신규 아파트 영통 래미안 마크원 평균 분양가(1200만원대)와 권선 아이파크시티 평균 매매가(1200만원대)보다는 3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작은 집이라도…내집마련 1순위
입 벌어질 만한 파격적 혜택도 

주변보다 낮은 금액
대대적인 할인 분양


▲강동 신동아 파밀리에 =  신동아건설의 ‘강동 신동아 파밀리에’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관심을 끌고 있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이 지하로 연결되는 역세권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 230가구 규모의 명품 주상복합의 제품력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할인 분양을 실시하고 있는 것.
이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가는 위례신도시 아파트보다 3.3㎡당 최고 300만원 이상이 저렴한 1300만?1600만원선이다. 중도금 무이자에 분양가의 최대 20%까지 층별 차등 할인을 적용하고 무료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무상 설치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계약금도 할인분양가의 약 5%만 납부하면 된다. 따라서 전용면적에 따라 2600만?3900만원만 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파밀리에는 지하 4층~지상 최고 41층 3개 동으로, 전용면적 94?107㎡ 총 230가구 규모의 주거시설 2개동과 상업·업무시설 1개 동으로 구성된다. 지상 20층짜리 상업·업무시설에는 상가와 오피스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릉 서희스타힐스 = 서희건설은 강릉시 회산동 일원에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강릉 서희스타힐스’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555만원. 이는 강릉 신규분양 중 최저 공급가다. 인근에서 분양하고 있는 강릉 홍제 한신 休플러스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65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저렴하다. 
조합이 사업주체가 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이자 등 추가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저렴한 공급가 책정이 가능하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동호수를 지정할 수가 있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0층 총 700가구로 공급된다. 전용면적 기준 59?84㎡로 이뤄진다.
서희건설은 “회산동 스타힐스는 아시아신탁이 자금관리를 하고 NH농협 강릉시지부가 협력은행으로 나섰다”며 “현재 사업부지 토지 매매계약이 완료됐다. 건축심의도 끝나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한강신도시 계룡리슈빌 = 계룡건설이 시공하는 ‘한강신도시 계룡리슈빌’도 세입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는 한강신도시 내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중심상업지구를 바로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도 분양가는 저렴하다.
이 아파트는 ‘확정분양가’방식을 도입했다. 입주 5년 이후 분양전환 시 최초 확정분양가와 감정평가금액 중 더 낮은 금액으로 분양전환금액이 책정된다. 시세가 떨어지면 떨어진 감정평가액으로 적용할 수 있어 집값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위험을 줄여주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수요자들 입장에선 시세 변화에 대한 부담이 적어 자금계획 설정에 용이하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
현재 동호수 확인을 통해 잔여세대에 대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실입주금 4000만원대로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김포한강신도시 나비마을 2단지에 들어서는 계룡리슈빌은 지하 2층?지상 22층, 총 6개동 규모다.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74㎡ 176가구, 84㎡ 396가구 총 572가구로 구성됐다.
분양 관계자는 “계룡리슈빌은 단지 입구에서 김포도시철도 101역사(가칭)까지가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하는 역세권 단지로 미래가치가 주목되고 있다”며 “향후의 시세변화에 대한 위험이 없는 분양방식으로 전세난을 극복하고 새롭게 내집 마련을 하려는 실속 있는 수요자들의 견본주택 방문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칠곡 효성해링턴 = 경북 칠곡군 석적읍 남율2지구 38블록에 위치하는 남율2지구 ‘효성해링턴 플레이스2차’는 순위 내 마감됐다. 최근 진행된 청약접수 결과 총 53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451명이 신청, 평균 4.59대 1의 경쟁률을 올렸다. 이번에 공급된 4개 주택형 중 3개는 일찌감치 1순위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웠다. 특히 59㎡의 경우 321가구 모집에 1936명이 몰려 3순위 당해지역에서 47.33대 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추가비용 있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지하 2층?지상 18층, 7개동, 전용면적 59㎡ 324가구, 71㎡ 167가구, 84㎡ 72가구 등 총 563가구 규모로 구성된 효성해링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558만원대로 책정됐다. 59㎡ 기준 1억3500만원 수준으로 같은 면적의 구미시내 아파트 전셋값과 비슷한 금액이다. 여기에 계약금 5%, 중도금 60% 무이자 조건을 적용해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낮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착한 분양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분양가가 저렴한 만큼 각종 옵션이나 중도금 대출이자, 발코니 확장 등에서 추가비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도금 무이자와 이자 후불제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