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5년 ‘정치검찰’ 잔혹사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24 10: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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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사람 심어 수사권 쥐락펴락”

[일요시사=정치팀] ‘MB 검찰’ 5년의 권한 남용 행태를 낱낱이 고발한 종합 보고서가 나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이명박정부 5년 검찰 보고서 :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할 정치검찰>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2008년 2월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매년 검찰의 권한 오남용 행태를 기록한 연차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번은 그 종합판이다.



200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새로운 정권은 정치가 검찰권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참여연대가 매년 발표하는 <이명박 정부 검찰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내내 검찰이 얼마나 국민의 검찰이 아닌 ‘MB검찰’로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인사권 행사로
검찰청 장악

올해 발표된 350쪽 분량의 종합 보고서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효성그룹 총수 일가 비자금 사건과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금품 수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74개 사건이 모두 담겨있다.

여기에는 정치편향 수사를 지휘한 검찰 수뇌부 명단과 담당 사건 검사의 실명도 포함됐다. 법무·검찰 분야의 주요 일지와 행적들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MB검찰’의 면면이 빠짐없이 담긴 인적 정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법무부 장관 등 고위 사정라인을 통한 인사권 행사로 검찰을 장악, 수사권을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전임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4명 가운데 검찰 출신은 박정규 전 서울동부지청 형사3부장이 유일했고 문재인·전해철·이호철씨 등 3명은 비검찰 출신이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민정수석비서관 4명 중 3명은 고등검사장 이상의 고위직으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선배였고 나머지 1명도 검사장 출신이면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의 동기였다. 민정수석비서관 위상을 높여 검찰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정수석비서관의 위상이 매우 높아져 검찰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나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수사 등 주요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성과가 미미한 것은 청와대의 영향력 행사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TK)-고려대 인맥이 직책 절반 차지
법무장관 등 고위 사정라인 통해 조직 장악

‘고위 사정라인’ 뿐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 직책에 ‘MB 인맥’인 대구경북 출신과 고려대 출신 인사가 편중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있었던 법무·검찰 관련 8차례 인사를 분석해 보니 법무부 장·차관, 검찰국장, 기획조정실장,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중수부장과 주요 과장, 서울중앙지검장과 1, 2, 3차장 등 20개 주요 직책 가운데 TK 출신과 고려대 출신 검사들이 매회 평균 9.4개(47%)의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임 노무현 정부 당시 TK·고려대 출신 인사가 매회 평균 5개를 맡은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많아진 수치이다.

참여연대는 “대통령과 핵심 집권세력들이 지연과 학연을 통해 검찰 조직을 장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대부분 TK·고려대 출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리한 기소로
검찰권 남용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인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앞두고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촛불집회를 장기간 이어가자,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 내용으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담당 PD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1심부터 3심까지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 내용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문제 삼아 강제수사를 진행하고 무리한 기소로 패소한 사건”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던 검사는 검찰 상부와 집권 세력의 압력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그 후 후임 검사들이 기소를 하게 돼 비정상적인 수사와 기소결정으로 검찰권이 남용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해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배임 혐의 수사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언론사 장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더 환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포기해 KBS에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로 검찰이 정 전 사장을 수사한 사건”이라며 “정상적인 법률검토를 거친 뒤 법원의 권고를 수용해 환급을 포기한 것인 데도 검찰권을 남용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역시 1심∼3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또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을 통해 검찰의 기소의 문제가 있음이 확인 됐고, 결과적으로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짐으로써 검찰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 수사의 대표 사례”라고 분석했다.

정부 비판적인 내용의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한 사건 역시 무리한 기소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로 꼽혔다.

참여연대는 “교과부와 집권세력의 의도에 진보적 성향의 김 교육감이 동조하지 않자, 김 교육감마저 검찰권을 동원해 압박하려고 하는 교과부 등의 의도에 검찰이 적극 협조한 것”이라며 “이 사건 역시 법원의 항소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고 강조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도 이명박 정권의 표적 및 과잉 수사로 지목됐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비극적 죽음을 택했다.

‘끼워 맞추기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 속에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압박을 받고 검찰총장이 사퇴까지 했지만 검찰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바 ‘친노 세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상고심까지 단 한 번도 검찰의 기소내용은 인정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과 일방적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적절성에 심각한 비난이 쏟아졌던 사건”이라 평하며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전임 정부 인사를 압박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한 이명박 정부의 의도에 검찰이 부응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편은
‘쉬엄 쉬엄’

이에 반해서 살아있는 권력과 그 언저리에 대한 수사는 부실덩어리였다. 2009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핵심은 ‘대통령 사돈기업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수사결과였다.

야당은 검찰의 ‘봐주기 부실·축소수사’로 몰아붙이고 여당은 10.28 재보선을 겨냥한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다. 이에 검찰은 새로운 범죄혐의가 없는데 수사할 수 있느냐며 재수사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처분을 내리더니, 효성그룹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내사 종결하면서 곁가지라고 볼 수 있는 효성그룹 건설부문의 70억 원대 비자금과 효성중공업 임원의 사기 혐의만을 밝혀내고는 전·현직 임원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해외법인에 수천만 달러 과잉지급, 해외법인의 부실채권 액수 부풀리기, 환어음 거래를 통한 수수료 부당 지급 등 10여 가지 범죄의혹 첩보에 비해 밝혀진 사실이 거의 없어 축소·부실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PD수첩 사건부터 사돈그룹 비자금 사건까지
“표적·정치수사 일관”…MB검찰 ‘연전연패’
‘검사동일체’ 도 넘은 식구 감싸기

수사의 형평성도 문제였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조석래 효성 회장을 소환조사했다고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마저도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가 끝난 후, 수사과정을 재차 설명하는 자리에서 밝혀진 내용”이라며 “죽은 권력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에서는 매일 수사브리핑을 하면서 수사진행상황을 세세히 공개한 반면 조석래 회장을 비밀리에 소환조사했다는 사실은 수사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검찰의 태도가 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과 함께 증거파기 및 회유에 관한 추가 폭로가 나와 지난해 재수사 대상이 됐다. 그러나 검찰은 재수사에서도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의 지시나 방조가 있었는지, 증거 인멸 과정에 청와대 지원이 있었는지 등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집권세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수사를 마무리 한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검찰이 국무총리실의 조사가 끝나고 나서 수사를 시작하고 수사 착수 뒤에도 며칠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해 증거인멸의 시간을 제공하는 등 수사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사건’ 수사 역시 봐주기 사례로 꼽혔다. 검찰은 2011년 10월 고발이 접수된 이후 8개월간 수사하면서도 의혹의 핵심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는 서면조사만 한차례 진행하고, 피고발인 7명 가운데 김인종 전 경호처장 단 1명만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수사의지 없음은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또는 각하 처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검찰수사의 부실함 때문에 이어진 특별검사의 수사 중에는 애초 검찰 수사 때 시형씨가 제출한 서면진술서가 허위였다는 점이 드러나 부실수사였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점들은 검찰이 대통령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권 행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2009년)와 ‘용산참사 과잉진압 수사’(2008년) 등은 검찰이 도를 넘은 피의사실 공표를 하거나 공권력 남용에 대해 면죄부를 준 사건으로 꼽혔고 ‘G20 정상회의 포스터 쥐 그림 사건’ 등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과잉수사 사례로 언급됐다.

법 이름으로
법 오염시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통치술로 검찰 권력이 극대화되는 전성기를 맞았다”면서도 “법의 이름으로 법을 오염시키고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를 훼손한 ‘MB검찰’의 폐악들이 국민들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간절함으로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걸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을 임명한 점을 들어 “권력의 의지를 대변해야 할 때 언제든지 불러 세워 수족으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곁에 둔다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해 질 것”이라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를 완화시켜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것과 인사제도의 개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정부 5년간 공공부채 2배 증가
뭘 했다고 빚이 늘어?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부채가 이명박정부 5년간 갑절 수준으로 불어나 9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일반정부’ 및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915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1조9000억 원 늘었다.

2008년 취임 당시엔 480조원
4대강 등 잇단 대형 사업에↑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부채를 포함한 개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8년 3월 말의 공공부문 부채가 480조40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간 늘어난 공공부문 부채는 435조2000억 원(90.6%)이나 됐다.

공공부문 부채 증가폭은 노무현정부보다 컸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2003년 3월 말 공공부문 부채는 268조6000억 원에서 임기가 끝난 2008년 3월 말에는 480조4000억 원으로 5년간 211조8000억 원(78.8%)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일반정부 부채’는 2008년 3월 284조5000억 원에서 올해 3월 514조8000억 원으로 80.9%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이 늘어난 탓이었다.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공기업의 부채는 3월 말 현재 400조8000억 원으로 5년 전 195조9000억 원의 두 배를 넘어서 증가 속도가 더 가팔랐다.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등 대형 건설, 토목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기업에 재원마련 부담을 떠넘겼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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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