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5년 ‘정치검찰’ 잔혹사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24 10: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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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사람 심어 수사권 쥐락펴락”

[일요시사=정치팀] ‘MB 검찰’ 5년의 권한 남용 행태를 낱낱이 고발한 종합 보고서가 나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이명박정부 5년 검찰 보고서 :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할 정치검찰>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2008년 2월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매년 검찰의 권한 오남용 행태를 기록한 연차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번은 그 종합판이다.



200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새로운 정권은 정치가 검찰권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참여연대가 매년 발표하는 <이명박 정부 검찰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내내 검찰이 얼마나 국민의 검찰이 아닌 ‘MB검찰’로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인사권 행사로
검찰청 장악

올해 발표된 350쪽 분량의 종합 보고서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효성그룹 총수 일가 비자금 사건과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금품 수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74개 사건이 모두 담겨있다.

여기에는 정치편향 수사를 지휘한 검찰 수뇌부 명단과 담당 사건 검사의 실명도 포함됐다. 법무·검찰 분야의 주요 일지와 행적들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MB검찰’의 면면이 빠짐없이 담긴 인적 정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법무부 장관 등 고위 사정라인을 통한 인사권 행사로 검찰을 장악, 수사권을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전임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4명 가운데 검찰 출신은 박정규 전 서울동부지청 형사3부장이 유일했고 문재인·전해철·이호철씨 등 3명은 비검찰 출신이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민정수석비서관 4명 중 3명은 고등검사장 이상의 고위직으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선배였고 나머지 1명도 검사장 출신이면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의 동기였다. 민정수석비서관 위상을 높여 검찰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정수석비서관의 위상이 매우 높아져 검찰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나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수사 등 주요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성과가 미미한 것은 청와대의 영향력 행사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TK)-고려대 인맥이 직책 절반 차지
법무장관 등 고위 사정라인 통해 조직 장악

‘고위 사정라인’ 뿐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 직책에 ‘MB 인맥’인 대구경북 출신과 고려대 출신 인사가 편중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있었던 법무·검찰 관련 8차례 인사를 분석해 보니 법무부 장·차관, 검찰국장, 기획조정실장,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중수부장과 주요 과장, 서울중앙지검장과 1, 2, 3차장 등 20개 주요 직책 가운데 TK 출신과 고려대 출신 검사들이 매회 평균 9.4개(47%)의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임 노무현 정부 당시 TK·고려대 출신 인사가 매회 평균 5개를 맡은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많아진 수치이다.

참여연대는 “대통령과 핵심 집권세력들이 지연과 학연을 통해 검찰 조직을 장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대부분 TK·고려대 출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리한 기소로
검찰권 남용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인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앞두고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촛불집회를 장기간 이어가자,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 내용으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담당 PD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1심부터 3심까지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 내용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문제 삼아 강제수사를 진행하고 무리한 기소로 패소한 사건”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던 검사는 검찰 상부와 집권 세력의 압력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그 후 후임 검사들이 기소를 하게 돼 비정상적인 수사와 기소결정으로 검찰권이 남용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해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배임 혐의 수사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언론사 장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더 환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포기해 KBS에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로 검찰이 정 전 사장을 수사한 사건”이라며 “정상적인 법률검토를 거친 뒤 법원의 권고를 수용해 환급을 포기한 것인 데도 검찰권을 남용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역시 1심∼3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또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을 통해 검찰의 기소의 문제가 있음이 확인 됐고, 결과적으로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짐으로써 검찰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 수사의 대표 사례”라고 분석했다.

정부 비판적인 내용의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한 사건 역시 무리한 기소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로 꼽혔다.

참여연대는 “교과부와 집권세력의 의도에 진보적 성향의 김 교육감이 동조하지 않자, 김 교육감마저 검찰권을 동원해 압박하려고 하는 교과부 등의 의도에 검찰이 적극 협조한 것”이라며 “이 사건 역시 법원의 항소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고 강조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도 이명박 정권의 표적 및 과잉 수사로 지목됐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비극적 죽음을 택했다.

‘끼워 맞추기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 속에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압박을 받고 검찰총장이 사퇴까지 했지만 검찰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바 ‘친노 세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상고심까지 단 한 번도 검찰의 기소내용은 인정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과 일방적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적절성에 심각한 비난이 쏟아졌던 사건”이라 평하며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전임 정부 인사를 압박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한 이명박 정부의 의도에 검찰이 부응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편은
‘쉬엄 쉬엄’

이에 반해서 살아있는 권력과 그 언저리에 대한 수사는 부실덩어리였다. 2009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핵심은 ‘대통령 사돈기업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수사결과였다.

야당은 검찰의 ‘봐주기 부실·축소수사’로 몰아붙이고 여당은 10.28 재보선을 겨냥한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다. 이에 검찰은 새로운 범죄혐의가 없는데 수사할 수 있느냐며 재수사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처분을 내리더니, 효성그룹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내사 종결하면서 곁가지라고 볼 수 있는 효성그룹 건설부문의 70억 원대 비자금과 효성중공업 임원의 사기 혐의만을 밝혀내고는 전·현직 임원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해외법인에 수천만 달러 과잉지급, 해외법인의 부실채권 액수 부풀리기, 환어음 거래를 통한 수수료 부당 지급 등 10여 가지 범죄의혹 첩보에 비해 밝혀진 사실이 거의 없어 축소·부실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PD수첩 사건부터 사돈그룹 비자금 사건까지
“표적·정치수사 일관”…MB검찰 ‘연전연패’
‘검사동일체’ 도 넘은 식구 감싸기

수사의 형평성도 문제였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조석래 효성 회장을 소환조사했다고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마저도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가 끝난 후, 수사과정을 재차 설명하는 자리에서 밝혀진 내용”이라며 “죽은 권력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에서는 매일 수사브리핑을 하면서 수사진행상황을 세세히 공개한 반면 조석래 회장을 비밀리에 소환조사했다는 사실은 수사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검찰의 태도가 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과 함께 증거파기 및 회유에 관한 추가 폭로가 나와 지난해 재수사 대상이 됐다. 그러나 검찰은 재수사에서도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의 지시나 방조가 있었는지, 증거 인멸 과정에 청와대 지원이 있었는지 등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집권세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수사를 마무리 한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검찰이 국무총리실의 조사가 끝나고 나서 수사를 시작하고 수사 착수 뒤에도 며칠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해 증거인멸의 시간을 제공하는 등 수사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사건’ 수사 역시 봐주기 사례로 꼽혔다. 검찰은 2011년 10월 고발이 접수된 이후 8개월간 수사하면서도 의혹의 핵심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는 서면조사만 한차례 진행하고, 피고발인 7명 가운데 김인종 전 경호처장 단 1명만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수사의지 없음은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또는 각하 처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검찰수사의 부실함 때문에 이어진 특별검사의 수사 중에는 애초 검찰 수사 때 시형씨가 제출한 서면진술서가 허위였다는 점이 드러나 부실수사였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점들은 검찰이 대통령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권 행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2009년)와 ‘용산참사 과잉진압 수사’(2008년) 등은 검찰이 도를 넘은 피의사실 공표를 하거나 공권력 남용에 대해 면죄부를 준 사건으로 꼽혔고 ‘G20 정상회의 포스터 쥐 그림 사건’ 등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과잉수사 사례로 언급됐다.

법 이름으로
법 오염시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통치술로 검찰 권력이 극대화되는 전성기를 맞았다”면서도 “법의 이름으로 법을 오염시키고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를 훼손한 ‘MB검찰’의 폐악들이 국민들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간절함으로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걸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을 임명한 점을 들어 “권력의 의지를 대변해야 할 때 언제든지 불러 세워 수족으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곁에 둔다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해 질 것”이라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를 완화시켜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것과 인사제도의 개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정부 5년간 공공부채 2배 증가
뭘 했다고 빚이 늘어?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부채가 이명박정부 5년간 갑절 수준으로 불어나 9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일반정부’ 및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915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1조9000억 원 늘었다.

2008년 취임 당시엔 480조원
4대강 등 잇단 대형 사업에↑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부채를 포함한 개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8년 3월 말의 공공부문 부채가 480조40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간 늘어난 공공부문 부채는 435조2000억 원(90.6%)이나 됐다.

공공부문 부채 증가폭은 노무현정부보다 컸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2003년 3월 말 공공부문 부채는 268조6000억 원에서 임기가 끝난 2008년 3월 말에는 480조4000억 원으로 5년간 211조8000억 원(78.8%)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일반정부 부채’는 2008년 3월 284조5000억 원에서 올해 3월 514조8000억 원으로 80.9%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이 늘어난 탓이었다.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공기업의 부채는 3월 말 현재 400조8000억 원으로 5년 전 195조9000억 원의 두 배를 넘어서 증가 속도가 더 가팔랐다.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등 대형 건설, 토목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기업에 재원마련 부담을 떠넘겼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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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