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5년 ‘정치검찰’ 잔혹사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24 10: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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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사람 심어 수사권 쥐락펴락”

[일요시사=정치팀] ‘MB 검찰’ 5년의 권한 남용 행태를 낱낱이 고발한 종합 보고서가 나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이명박정부 5년 검찰 보고서 :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할 정치검찰>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2008년 2월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매년 검찰의 권한 오남용 행태를 기록한 연차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번은 그 종합판이다.



200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새로운 정권은 정치가 검찰권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참여연대가 매년 발표하는 <이명박 정부 검찰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내내 검찰이 얼마나 국민의 검찰이 아닌 ‘MB검찰’로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인사권 행사로
검찰청 장악

올해 발표된 350쪽 분량의 종합 보고서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효성그룹 총수 일가 비자금 사건과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금품 수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74개 사건이 모두 담겨있다.

여기에는 정치편향 수사를 지휘한 검찰 수뇌부 명단과 담당 사건 검사의 실명도 포함됐다. 법무·검찰 분야의 주요 일지와 행적들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MB검찰’의 면면이 빠짐없이 담긴 인적 정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법무부 장관 등 고위 사정라인을 통한 인사권 행사로 검찰을 장악, 수사권을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전임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4명 가운데 검찰 출신은 박정규 전 서울동부지청 형사3부장이 유일했고 문재인·전해철·이호철씨 등 3명은 비검찰 출신이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민정수석비서관 4명 중 3명은 고등검사장 이상의 고위직으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선배였고 나머지 1명도 검사장 출신이면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의 동기였다. 민정수석비서관 위상을 높여 검찰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정수석비서관의 위상이 매우 높아져 검찰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나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수사 등 주요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성과가 미미한 것은 청와대의 영향력 행사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TK)-고려대 인맥이 직책 절반 차지
법무장관 등 고위 사정라인 통해 조직 장악

‘고위 사정라인’ 뿐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 직책에 ‘MB 인맥’인 대구경북 출신과 고려대 출신 인사가 편중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있었던 법무·검찰 관련 8차례 인사를 분석해 보니 법무부 장·차관, 검찰국장, 기획조정실장,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중수부장과 주요 과장, 서울중앙지검장과 1, 2, 3차장 등 20개 주요 직책 가운데 TK 출신과 고려대 출신 검사들이 매회 평균 9.4개(47%)의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임 노무현 정부 당시 TK·고려대 출신 인사가 매회 평균 5개를 맡은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많아진 수치이다.

참여연대는 “대통령과 핵심 집권세력들이 지연과 학연을 통해 검찰 조직을 장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대부분 TK·고려대 출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리한 기소로
검찰권 남용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인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앞두고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촛불집회를 장기간 이어가자,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 내용으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담당 PD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1심부터 3심까지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 내용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문제 삼아 강제수사를 진행하고 무리한 기소로 패소한 사건”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던 검사는 검찰 상부와 집권 세력의 압력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그 후 후임 검사들이 기소를 하게 돼 비정상적인 수사와 기소결정으로 검찰권이 남용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해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배임 혐의 수사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언론사 장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더 환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포기해 KBS에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로 검찰이 정 전 사장을 수사한 사건”이라며 “정상적인 법률검토를 거친 뒤 법원의 권고를 수용해 환급을 포기한 것인 데도 검찰권을 남용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역시 1심∼3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또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을 통해 검찰의 기소의 문제가 있음이 확인 됐고, 결과적으로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짐으로써 검찰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 수사의 대표 사례”라고 분석했다.

정부 비판적인 내용의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한 사건 역시 무리한 기소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로 꼽혔다.

참여연대는 “교과부와 집권세력의 의도에 진보적 성향의 김 교육감이 동조하지 않자, 김 교육감마저 검찰권을 동원해 압박하려고 하는 교과부 등의 의도에 검찰이 적극 협조한 것”이라며 “이 사건 역시 법원의 항소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고 강조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도 이명박 정권의 표적 및 과잉 수사로 지목됐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비극적 죽음을 택했다.

‘끼워 맞추기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 속에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압박을 받고 검찰총장이 사퇴까지 했지만 검찰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바 ‘친노 세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상고심까지 단 한 번도 검찰의 기소내용은 인정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과 일방적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적절성에 심각한 비난이 쏟아졌던 사건”이라 평하며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전임 정부 인사를 압박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한 이명박 정부의 의도에 검찰이 부응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편은
‘쉬엄 쉬엄’

이에 반해서 살아있는 권력과 그 언저리에 대한 수사는 부실덩어리였다. 2009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핵심은 ‘대통령 사돈기업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수사결과였다.

야당은 검찰의 ‘봐주기 부실·축소수사’로 몰아붙이고 여당은 10.28 재보선을 겨냥한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다. 이에 검찰은 새로운 범죄혐의가 없는데 수사할 수 있느냐며 재수사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처분을 내리더니, 효성그룹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내사 종결하면서 곁가지라고 볼 수 있는 효성그룹 건설부문의 70억 원대 비자금과 효성중공업 임원의 사기 혐의만을 밝혀내고는 전·현직 임원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해외법인에 수천만 달러 과잉지급, 해외법인의 부실채권 액수 부풀리기, 환어음 거래를 통한 수수료 부당 지급 등 10여 가지 범죄의혹 첩보에 비해 밝혀진 사실이 거의 없어 축소·부실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PD수첩 사건부터 사돈그룹 비자금 사건까지
“표적·정치수사 일관”…MB검찰 ‘연전연패’
‘검사동일체’ 도 넘은 식구 감싸기

수사의 형평성도 문제였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조석래 효성 회장을 소환조사했다고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마저도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가 끝난 후, 수사과정을 재차 설명하는 자리에서 밝혀진 내용”이라며 “죽은 권력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에서는 매일 수사브리핑을 하면서 수사진행상황을 세세히 공개한 반면 조석래 회장을 비밀리에 소환조사했다는 사실은 수사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검찰의 태도가 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과 함께 증거파기 및 회유에 관한 추가 폭로가 나와 지난해 재수사 대상이 됐다. 그러나 검찰은 재수사에서도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의 지시나 방조가 있었는지, 증거 인멸 과정에 청와대 지원이 있었는지 등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집권세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수사를 마무리 한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검찰이 국무총리실의 조사가 끝나고 나서 수사를 시작하고 수사 착수 뒤에도 며칠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해 증거인멸의 시간을 제공하는 등 수사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사건’ 수사 역시 봐주기 사례로 꼽혔다. 검찰은 2011년 10월 고발이 접수된 이후 8개월간 수사하면서도 의혹의 핵심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는 서면조사만 한차례 진행하고, 피고발인 7명 가운데 김인종 전 경호처장 단 1명만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수사의지 없음은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또는 각하 처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검찰수사의 부실함 때문에 이어진 특별검사의 수사 중에는 애초 검찰 수사 때 시형씨가 제출한 서면진술서가 허위였다는 점이 드러나 부실수사였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점들은 검찰이 대통령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권 행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2009년)와 ‘용산참사 과잉진압 수사’(2008년) 등은 검찰이 도를 넘은 피의사실 공표를 하거나 공권력 남용에 대해 면죄부를 준 사건으로 꼽혔고 ‘G20 정상회의 포스터 쥐 그림 사건’ 등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과잉수사 사례로 언급됐다.

법 이름으로
법 오염시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통치술로 검찰 권력이 극대화되는 전성기를 맞았다”면서도 “법의 이름으로 법을 오염시키고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를 훼손한 ‘MB검찰’의 폐악들이 국민들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간절함으로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걸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을 임명한 점을 들어 “권력의 의지를 대변해야 할 때 언제든지 불러 세워 수족으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곁에 둔다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해 질 것”이라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를 완화시켜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것과 인사제도의 개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정부 5년간 공공부채 2배 증가
뭘 했다고 빚이 늘어?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부채가 이명박정부 5년간 갑절 수준으로 불어나 9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일반정부’ 및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915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1조9000억 원 늘었다.

2008년 취임 당시엔 480조원
4대강 등 잇단 대형 사업에↑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부채를 포함한 개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8년 3월 말의 공공부문 부채가 480조40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간 늘어난 공공부문 부채는 435조2000억 원(90.6%)이나 됐다.

공공부문 부채 증가폭은 노무현정부보다 컸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2003년 3월 말 공공부문 부채는 268조6000억 원에서 임기가 끝난 2008년 3월 말에는 480조4000억 원으로 5년간 211조8000억 원(78.8%)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일반정부 부채’는 2008년 3월 284조5000억 원에서 올해 3월 514조8000억 원으로 80.9%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이 늘어난 탓이었다.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공기업의 부채는 3월 말 현재 400조8000억 원으로 5년 전 195조9000억 원의 두 배를 넘어서 증가 속도가 더 가팔랐다.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등 대형 건설, 토목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기업에 재원마련 부담을 떠넘겼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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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