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박근혜 메시아’ 칭하는 ‘모정주의사상원’ 실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12 14: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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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만큼 깊고 희생적인 사랑은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인류역사 6000년 만에 한반도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질 것이라는 예언이 등장했다. 예언서에는 ‘육십일세시작립(六十一歲始作立)’이라고 적혀있다. 이를 풀이하면 ‘제일원인자(一)께서 6000년(六) 만에 온전한(十) 새로운 해(歲)를 처음으로(始) 일으켜(作) 세운다(立)’라는 뜻이다. 그해는 바로 지난 2008년이다. 그리고 준비과정을 거쳐 신의 섭리(천군비상게엄)로 이루어지게 될 하나님의 나라는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제7공화국의 출범이라고 예언서는 소개했다. 제7공화국의 해는 바로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임진년 올해다. 누가 왜 이러한 예언서를 쓴 것일까?



이러한 내용을 알리는 곳은 ‘모정주의사상원(母情主義思想院)’으로,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도 예언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이 어렵고 분량이 방대해 이를 정독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일요시사>는 주소를 수소문한 끝에 직접 사상원의 예언서를 구입하기로 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이 세차던 지난달 28일 취재기자는 예언서를 쓴 저자를 직접 찾아 나섰다.

‘30년’ 동안 예언서 만들어

모정주의사상원과 관련이 있는 주소는 총 세 곳이었다. 예언서를 판매하는 ‘남궁문화사’는 인천에, 모정주의사상원의 부설기관인 ‘세계의 지상연구원’은 경기도 양주, 그리고 사상원의 본거지는 전라남도 무안에 있다.

취재기자는 인천에 있는 남궁문화사를 찾기 위해 근처에 내려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는 예언서를 구입하겠다는 취재기자의 말에 직접 역 근처로 나오겠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반가움이 묻어났다.

작은 체구에 선한 인상을 가진 김씨는 예언서를 직접 들고 역 부근에서 취재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저자라고 소개했다. 그의 나이 올해 74세. 어떻게 그가 360페이지에 달하는 예언서를 쓸 수 있었는지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예언서는 올해 3월에 처음으로 정식 출간됐다. 그는 “계시를 받은 후 예언서를 30년 동안 썼다”라고 말했다.
통일교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김씨는 한 시골마을의 농부였다. 일을 하다 우연히 ‘신의 계시’를 받았고, 그 이후 모정주의사상원을 통해 계시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주장하는 예언의 핵심은 ‘후천모계시대의 출범’이다. MB정권을 끝으로 선천부계시대 6000년은 막을 내렸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생은 ‘인왕고충애후세(人王孤忠哀後世)’라는 예언 문구에 나타나 있다.

인왕(人王)은 선천부계시대 6000년의 종막대통령(MB)에 이어 후천모계시대 출범대통령을 가리킨다. 충성(忠)스러운 아버지를 잃게(孤) 된 슬픔(哀)을 딛고 아들 대신으로 역대를 계승하게 된다는 뜻으로, 그 주인공은 박 대통령이며 박 대통령의 등장은 이미 400년 전에 예견됐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다시 거듭나서 이 땅에 후천모계시대를 총괄하는 그런 삶을 살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사상원은 이러한 섭리의 내용을 소책자 형태로 지난 1월16일 1만5000부를 전국적으로 우송했다. 소책자에는 ‘당면한 신의 섭리 방향은 미완성한 인간들을 재창조하기 위한 천지개벽(천군비상계엄)이 우선이기 때문에 인간의 뜻대로 정치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것을 위정자들은 유념해 두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씨는 후천모계시대에 대해 “이제 법으로 이끌어 가는 세상이 아니라 모정으로 이끌어 가는 시대가 도래한다. 모정만큼 깊고 희생적인 사랑은 없다”고 설명했다.

MB정권 끝으로 ‘선천부계사회’ 끝나고 ‘후천모계사회’ 시작
“과거 급제한 김씨 성 가진 자를 통해 ‘지상천국’ 도래할 것”

그는 청와대에 예언서 소책자 60부를 보냈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김씨는 ‘천안함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북한에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예언서를 보면 박 대통령이 반드시 대국민사과를 하도록 돼있다. 북한 때문이다. 북한과 남한은 천안함 때문에 크게 얽혀있다. 천안함사건은 초자연적인 현상이었지만 남한은 그것을 북한에 뒤집어씌웠다. 그 문제를 풀려면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 얼마 전 윤창중 성추행 문제도 그것 때문이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신에 의해 ‘재창조’를 받아 이러한 현실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재창조를 통해 십오진주가 된다. 그러면 성인으로 거듭나고 제정일치가 이루어지면서 후천모계시대가 도래한다”고 설명했다.

예언서에도 그와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의인의지막의세(依仁依智莫依勢)'라는 구절에는 ‘남북통일과 세계통일을 하게 되는 정부는 미완성한 인간들이 세운 정부가 아니라 제정일치의 제7공화국’이라는 해설이 붙어있다. 제7공화국은 하나님의 나라를 말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힘만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천지개벽으로 박 대통령이 십오진주로 거듭나 영원한 후천모계시대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빵철학’에 얽매여 먹고 사는 데 정신이 없는 요즘 젊은이들을 안타까워하며 후천모계시대가 열리면 정신문명이 발달해 종교인들이 말하는 이상세계, 지상천국이 시작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의 예언서도 ‘21세기 초과학을 바탕으로 한 정신문명을 기조로 하여 화합상생의 후천모계시대로 바뀌게 됨으로써, 신비한 내용도 없는 독존적인 정치철학이 아닌 신비한 모정철학 정치와, 이해하기도 난해한 창조경제가 아닌 신경제 시대를 열어서 세계인류가 땀 흘리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이상세계가 박 대통령 시대에 반드시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을 거듭 천명하는 바이다’라고 쓰여 있다.

예언서는 이러한 이상세계를 ‘대성업’이라 칭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신적 존재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신적 존재는 하나님, 창조주, 천사장, 관세음보살 등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강원도 홍천에서 과거에 급제를 한 김씨 성의 인간을 통해 세상에 나와 박 대통령과 함께 세계통일을 이뤄 하나님의 나라를 건국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김씨는 대화를 마치고 “인류의 구세주가 한반도에 출연할 것이다. 내 예언이 맞아 과거 급제한 김씨 성을 가진 이가 등장하면 나한테 꼭 전화를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신화와 현실 사이

그가 전하는 계시와 예언에 어떤 꾸밈이나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예언서는 몹시 처량해 보였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선량한 농부였던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마치 천심을 빌린 듯 무척이나 간절했다. 이 땅의 지도자가 십오진주로 거듭나 이상세계를 이루고 천하를 호령하길 바라는 사람들.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일부 국민에게 박 대통령은 이미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다. 신화와 현실 사이에 있는 박 대통령은 과연 ‘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가녀린(?) 어깨는 무겁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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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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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