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민주당 당헌 뒤집은 ‘친노 밀실협상’ 진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24 15:24:39
  • 댓글 0개

여의도 안이든 밖이든 먼저 찜한 사람이 임자야!?

[일요시사=정치팀] 한동안 잠잠하나 싶더니 민주통합당 대선평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계파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터져 올라왔다. 사실상 전당대회가 이미 시작돼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과정에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어떠한 공식적 절차도 없이 민주당 당헌이 삭제된 사실이 드러나 적잖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이 같은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끈질기게 반복되는 민주당 계파 갈등 중심에 거론되는 ‘사라진 당헌’. 어찌 된 사연인지 그 내막을 <일요시사>가 단독 추적했다.



얼마 전 정무를 보던 김한길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전당대회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의원실에 꽂혀 있는 당헌·당규집(이하 당헌집)을 꺼내 읽었다. 우연히 당헌 하나가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개정 전 당헌집을 잘못 집은 것으로 알고 재차 당헌집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당헌집은 이미 김 의원의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그것이었다. 그제서야 당헌 제1조2항이 삭제된 사실을 알게 된 김 의원은 즉각 당헌 개정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당헌 삭제 당시
논의대상서 제외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 현재 삭제된 민주당 당헌 1조2항의 내용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조문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 내용이 같다. 이것만 보더라도 삭제된 당헌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당헌은 작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기 채 한 달이 되기 전인 2011년 12월 16일에 지워진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헌이 삭제된 후 민주당은 모바일투표를 전격 도입했다. 

김한길 의원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당헌 1조 2항은 당원의 민주당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어 굉장히 중요한 조문이다. 당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절차상에 문제는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개정 아닌 제정
규율 법규 없어


실제로 취재기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민주당 당직자들은 해당 당헌이 삭제됐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는 반응이었다. 민주당 당직자 정모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당헌 삭제는) 금시초문”이라며 당헌을 찾아보더니 “어떤 방법으로 알아차릴 수 없게 당헌을 삭제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 박모씨도 “당헌에 대해 그 같은 내용을 모를 리 없다”라며 매우 의아해했다.

2010년 당헌 1조 2항 도입을 주장했던 정동영 상임고문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헌 1조 2항이 살아있는 한 모바일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당원들의 공식적인 의견수렴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설득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공론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개정 절차를 통해 삭제된 것이라 짐작했지만, 실제는 이와 달랐다. 민주당 전략기획국 관계자인 김모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합당할 때 수임기관을 지정하도록 하는 정당법에 따라 민주당, 한국노총, 시민통합당 각각 7명의 구성원이 합동회의에서 당헌 제정안을 마련하고 최종적으로 당헌을 만든 것”이라며 당헌이 개정이 아닌 제정을 통해 삭제됐던 배경을 설명했다.

2012년 1월 민주당 전대 앞두고 2011. 12. 16일 당헌 1조 2항 삭제
민주당 관계자 삭제사실 거의 몰라, 김한길 의원 “몰랐다” 재도입 주장

본래 당헌 개정은 민주당 당헌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원들은 대의원과 중앙위원회 소집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그 절차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합당 시 제정 절차에 관한 규제가 없어 당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 김씨는 당헌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라며 “당헌 제정 과정에서 당원 주권주의를 빼느냐 마느냐는 쟁점이 아니었다. 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에 대해 논란은 없었다. 거기에 대해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규율을 만드는 ‘제정’은 규율을 바꾸는 ‘개정’보다 상위개념이다. 쟁점 여부를 떠나 대부분의 민주당 관계자들이 당헌이 새로 만들어지는 절차와 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모바일투표 시행 합의는 당헌 1조 2항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1조 2항 삭제는 모바일투표 시행 합의에 당연히 전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당 과정서
몸싸움 벌어져

현행법상 당헌 제정은 정당법에서 중앙당 등록신청사항으로만 규정된 게 전부다. 합당에 대해서도 ‘합당을 하는 정당들의 대의기관이나 그 수임기관의 합동회의의 결의로써 합당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돼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정당 자율성 차원에서 합당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문제들을 명문화해 과연 그러한 활동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지는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답했다.

당헌 삭제 시기와 절차 공개 여부, 개정 절차 외에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 더 있다. 민주당은 합당 절차를 마치기 전 이미 당헌을 제정할 수임기관 위원장과 간사를 임명한 상태였다. 민주당은 12월10일 수임기관 위원장으로 최인기 전 의원, 간사로는 박양수 전 의원과 현역 국회의원인 박병석 국회부의장, 조정식 의원, 최규성 의원 그리고 이현주 전 대구 북구갑 위원장, 이상호 청년위 위원장 등을 임명했다.

당직자 “모바일 투표는 시민에게 권리 줘, 당헌 삭제는 당연한 전제”   
‘혁신과 통합’ 본체인 시민통합당 친노세력 주축, 비주류 뒤늦은 비난

야권통합 찬반투표를 하던 12월 11일 투표 결과 무효를 주장하는 일부 당원들과 이를 제지하는 당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져 민주당 전당대회는 폭력으로 얼룩졌다. 이후 ‘전대 결과 무효 가처분 신청’까지 이어질 정도로 합당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당은 강행됐다. 정세균 최고위원 등 민주당 내 친노세력은 이미 한명숙 전 총리를 신당의 대표로 세우는 방안에 암묵적 합의를 이룬 상태였다는 게 주목할 만한 배경이다.

이들과 함께 당헌을 제정한 시민통합당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와 친노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민주당과의 신설합당을 목적으로 창당된 정당이다. 시민통합당 대표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상임대표는 문재인 의원, 이해찬 의원, 남윤인순 의원, 문성근 상임고문, 이용선 전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 등이 맡고 있었다.

이처럼 시민통합당은 무늬만 ‘시민’이었고, 실제로는 친노세력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또한 ‘자발적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모임인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직도 맡고 있어 더욱 확실히 장외세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여의도 안에서는 당헌을 제정해 모바일투표를 도입하고, 여의도 밖에서는 세를 불려 친노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던 것이다.

정당 조직·활동
민주적이어야


헌법 제8조는 정당은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헌은 정당의 민주성을 보장하고 강제하는 역할을 한다. 한 전문가는 저서를 통해 “당의 내부질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당헌·강령이 민주적인 절차와 내용으로 성문화되어 공포됨으로써 정당의 민주성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다”라며 당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민주당 관계자들이 바뀌는 당헌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며 관심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쳤느냐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갈등을 유발하는 불필요한 의혹이 남는다는 게 문제다.  

헌법 개정 절차가 헌법에 엄격하게 규정돼 있는 것처럼, 정당의 당헌이 바뀌는 과정도 이에 준하는 절차가 요구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친노와 비주류 양측은 해묵은 감정 탓에 자칫 사소한 오해만으로도 극심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는 만큼, 오는 5월 전당대회에서는 민주적인 절차가 보장되는 정통야당 본연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친노 핵심 3인’ 뭐라고 하나 들어보니~


“가만히 있다 이제 와서 왜”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이해찬 의원과 문재인 의원 측의 이야기를 듣기란 쉽지 않았다. 취재내용을 알리고 이에 대한 사실 확인과 의견을 물었지만, 대부분 관계자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 “의원님도 모르는 일”이라며 전화를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성근 상임고문 측과 통화는 실패했다. ‘혁신과 통합’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도 연결되지 않아 사실상 휴먼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재인 의원 측 관계자는 굉장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헌?당규 논의과정에서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갈등이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취재기자가 “절차와 내용을 알지 못하는데 갈등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묻자 “쟁점이 안 됐으면 이견이 없었다는 것 아니냐. 당시 문제 됐다는 기사 한번 찾아봐라.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이런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라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문 의원은 실무집행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헌이 바뀐 것만 알고 그 과정은 모른다”라며 “당헌이 바뀐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그게 문제가 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해찬 의원 측과는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주변에 물어보니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과 관련된 사안 자체가 쟁점이 되지 않았으며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고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를 실무적으로 담당했던 분께 내용을 전달했으니 문의하면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조>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