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2>‘불황’요즘 대세는?

주택시장 암흑기 “MXD(주거복합단지)가 뜬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공급이 뜸했던 고밀도 주거복합단지 분양이 재개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장 대부분이 노른자위 땅에 위치해 있는 데다 단지 내 쇼핑·문화·레저 등의 시설을 갖춰 주거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부수요 및 관광객 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침체로 공급 뜸했던 주거복합단지 분양 재개
상반기 송도·일산·판교·해운대 등 공급

‘주거복합단지(MXD:Mixed Use Development)’란 주거와 상업은 물론 업무·문화·교육 등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상호보완 가능토록 연계 개발해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는 단지를 말한다. 한 단지 안에 모든 기능이 압축돼 있기 때문에 문을 나서면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을 비롯한 쇼핑, 비즈니스 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 노른자
“또 다른 도심”

최근 국내에서도 MXD가 속속 입주를 시작하면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일본의 롯본기힐스, 프랑스의 라데팡스, 미국의 타임워너센터 등이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도 개발 붐이 일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잠시 주춤했던 복합단지가 올해 부활을 시도하는 데는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최첨단 주거단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거 복합단지가 중대형 일색으로만 지어져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최근에는 중소형 비율을 높이는 등의 실속형 구성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복합단지의 진화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9월 ‘동탄 메타폴리스’ 입주를 시작으로 2011년 7월에는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가, 지난해 7월에는 마포구 합정동에 ‘메세나폴리스’가 입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에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아스테리움 서울’이 입주를 시작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거복합단지의 경우 하나의 공간에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 해당 단지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동시에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익적 성격까지 더해져 향후 각광받는 개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XD는 가격도 강세다.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고 분양가로 이름을 날렸던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의 경우 전용 271㎡의 분양가는 당시 52억원선이었지만 지난해 2분기에는 무려 55억원 가량에 거래가 되면서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유명했다. 지난 1월 말 입주를 시작한 ‘아스테리움 서울’ 전용 128㎡는 당시 분양가가 최저 10억7000만원에서 최고 12억7000만원이었지만, 현재 남산 조망이 좋은 곳은 프리미엄이 2000만∼3000만원이 붙어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마포구 신공덕동의 ‘마포 펜트라우스’ 전용 152㎡의 분양가는 14억9000만∼15억8800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12억∼13억원 선이다.

인근 중개업자는 “층수가 좋아 조망이 좋은 물건의 경우에는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률도 높았다. 2009년 청약을 실시한 ‘아스테리움 서울’은 205가구 모집에 청약자 474명이 몰려 평균 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주택형이 청약을 마감했다.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메타폴리스’도 2007년 분양 당시 평균 21.4대 1이라는 경이적인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다음은 국내 주거복합단지형 도시개발 단지들이다.

하나의 공간서 ‘원스톱 라이프’가능
각종 편의시설…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용산 아스테리움 서울 = 동부건설의 ‘아스테리움 서울’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고급 주거복합 단지다. 단지 동쪽으로는 남산공원, 남쪽으로는 용산가족공원을 볼 수 있어 조망권이 우수하다. 주변에는 세종문화회관, 숭례문, 전쟁기념관 등의 문화시설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남대문시장, 롯데마트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서울역국제컨벤션센터, 상암DMC 등이 인접해 있어 비즈니스 접근성도 우수하다. 교통여건도 뛰어나다. 지하철 1, 4호선 서울역 통로와 단지가 연결돼 도보로 1분이면 서울역을 이용할 수 있고, 인천공항철도의 개통으로 인천국제공항까지 약 50분 만에 도달 할 수 있다.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 LH공사와 포스코건설의 ‘메타폴리스’는 동탄신도시의 중심상업지구에 위치했다. 주거시설, 레저시설까지 모두 갖춘 원스톱 복합단지로 동탄신도시의 가장 중심에 자리해 있다. 2개 블록 4개동으로 구성된 메타폴리스는 1∼5층까지는 근린상가와 주차장, 6∼66층까지는 아파트로 이뤄졌다. 지하철 1호선 병점역이 가깝고, 경부고속도로 및 용인∼수서 간 고속도로 동탄IC가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 한화건설의 ‘갤러리아 포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해 있다. 연평균 7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숲과 연접해 있다. 지하 7층∼지상 45층 2개동 규모로 구성됐다. 전시, 문화집회시설 및 판매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시설이다. 한강과 대규모 숲을 끼고 있어 쾌적하고, 강남과도 가깝다. 지난 10월에는 서울숲역이 개통되면서 왕십리, 서울숲, 압구정로데오, 강남구역을 잇는 골드라인이 형성돼 교통이 매우 편리해졌다.

▲송도 인천아트센터 = 연내 공급되는 복합단지 중 가장 빠른 개발 속도를 보이는 곳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3공구 국제업무단지(IBD) 일대에 조성 중인 ‘인천아트센터’ 부지다. 총 10만5000여㎡ 규모로 문화단지, 지원1·2단지 3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쇼핑몰,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가운데 문화단지에는 현재 176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공사 중으로, 약 3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과거 중대형 일색
최근엔 실속형 구성

지원2단지에서는 지난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주상복합아파트 999가구가 공급됐다. 또 12월 202실 규모의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 호텔 운영 계약이 체결됐다. 지원2단지는 10%의 공사 진행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지원1단지 내 G1-2블록에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 1140실이 공급된다. 전용 25∼57㎡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임차 수요가 풍부한 30㎡ 이하 중소형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이 약 400m 거리인 역세권 단지로, GCF 사무국이 입주하는 아이타워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밖에 올 하반기에 G3-1블록, G3-2블록에 빌리지(Village) 타입의 쇼핑 스트리트와 인도어(Indoor) 쇼핑몰, 프리미엄 오피스텔로 구성된 ‘아트포레’도 개발된다.

▲백석 Y-CITY = 지난 22년간 방치됐던 일산 백석동 옛 출판단지 부지의 ‘일산 백석 Y-CITY’도 올 봄 선보인다. 6만6039㎡에 아파트 2404가구, 오피스텔 348실을 비롯한 업무시설, 판매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등이 들어선다. 일산신도시 초입에 자리한 신도시 내 마지막 부지로, 3호선 백석역이 바로 앞이다.
애초 전용면적 85㎡ 이하 비율이 28.5%밖에 안 되는 중대형 위주 아파트로 계획됐지만 설계 변경을 통해 전체 2404가구 중 63.3%에 이르는 1552가구를 중소형으로 바꿨다. 최고 59층으로 한강, 서해안, 북한산 등의 조망이 가능하도록 2면 와이드 파노라마 뷰를 제공할 계획이다.

▲판교 알파돔시티 = 일산신도시에 ‘일산 백석 Y-CITY’가 있다면 판교신도시에서는 마지막 로또라 불리는 ‘알파돔시티’가 지어진다. 판교역 주변 4개 블록 13만8500㎡에 주상복합아파트, 현대백화점, 호텔, 대규모 상업 및 업무시설, 마트, 멀티플렉스, 뮤지컬 전용극장 등이 조성된다. 이 가운데 주거부문은 전체 931가구 규모로, C2-2블록 417가구, C2-3블록 514가구로 구성된다.판교신도시 중심상업지역에 민관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복합단지로 사업비만 5조원에 이른다. 그간 부동산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사업성 악화 우려, 건설사 지급보증 거부 등으로 사업이 계속해서 미뤄지다 2010년 사업승인을 받은 지 3년 만에 공급이 이뤄지게 됐다. 내달 분양이 계획돼 있다.지난해 4월 기공식은 했지만 중심 상업지구를 덮는 돔(dome) 부분 설계 변경으로 아직 첫삽은 뜨지 못했다. 그러나 한라건설이 지난달 2921억원 규모의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신축 공사를 수주했고, 이르면 3월경 알파돔시티 주상복합이 분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본기힐스, 프랑스 라데팡스,
미국 타임워너센터…한국 대표 MXD는?

▲해운대 엘시티 = 부산 해운대구 중1동 도시개발구역에 조성되는 ‘엘시티’는 총 6만5934㎡ 부지 위에 공동주택, 숙박·운동·관광·휴게·위락·판매·근린생활시설 등의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사업이다. 엘시티가 완공되는 2016년이면 지금까지 단순한 휴양지로서의 기능만을 수행했던 부산 해운대가 동북아의 관광거점도시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101층 411.6m 높이의 랜드마크타워와 84층 레지덴셜타워 A·B동, 이 3개 타워의 저층부를 연결하는 7층 규모의 포디엄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타워 A·B동에 아파트 882가구가 들어선다. 전 세대 조망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와 성남 판교신도시에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단지도 올해 안에 착공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광교와 판교는 수도권 2기 신도시 중에서도 서울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 왔다. 다음은 광교·판교신도시 복합단지 내 들어서는 수혜 단지들이다.

▲광교 에콘힐 = 광교신도시에 들어서는 주거상업문화 복합공간인 ‘에콘힐’의 경우 올 상반기 중으로 착공할 예정이다. 앞서 광교신도시는 경기도청 이전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한때 우려의 시각이 있었으나, 지난해 경기도청 이전 재개와 에콘힐의 착공소식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수원시 측은 “지난해 10월 에콘힐의 건축계획안이 수원시 건축심의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올 상반기 중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콘힐은 지하 4층∼지상 68층 규모로, 주상복합아파트 5개동(1673가구)과 20∼25층 규모 오피스텔 4개동(1715실), 4∼5층 규모 상가시설로 이뤄진다. 오는 2017년 완공 예정이다. 광교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복합단지 착공 소식과 신분당선 연장선의 조기 개통 소식으로 광교신도시 일대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문의전화가 늘었으며 실제 계약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교 푸르지오 시티 =  대우건설은 경기 용인 광교신도시에 ‘광교 2차 푸르지오 시티’오피스텔을 분양중이다. 신분당선 연장선(정자∼광교)의 광교역(가칭)과 초역세권에 위치한다. 지하 5층∼지상10층 총 4개동 786실 규모로 전용면적 21∼26㎡로 구성된다. 인근 테크노밸리 도시지원 3블록에는 제약·첨단바이오 특화단지가 조성될 예정으로, 배후수요가 풍부할 전망이다.

▲광교 참누리 = 울트라건설은 올 상반기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A31블록 일대에 ‘광교 참누리’아파트를 선보인다. 전용면적 기준 59㎡ 단일면적으로 설계된다. 경기대 수원캠퍼스가 단지 맞은편에 위치해 있으며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가 가까워 서울 강남 등 타지역으로의 이동이 쉽다.

프리미엄 등 매매가↑
“조기 마감” 청약률↑

▲광교 힐스테이트 레이크 = 현대건설은 수원 영통구 광교택지개발지구 업무7구역에 ‘광교 힐스테이트 레이크’를 분양 중이다. 총 559실(전용면적 84∼150㎡)로 구성된다. 2016년 개통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 경기도청역까지 성인 걸음으로 11분가량이면 닿을 수 있다. 단지 바로 앞 정류장에서 M버스가 정차하며 용인∼서울 간 고속화도로 광교 상현IC,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 경부고속도로 신갈IC 등 도로 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다.
▲판교 SK 허브 = SK건설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공급중인 ‘판교역 SK HUB(허브)’는 지하 6층∼지상 8층 3개동에 1084실로 구성된다. 초대형 단지로 전용 22∼48㎡의 소형에서부터 전용 84㎡까지 수요자 취향에 맞게 평면을 다양화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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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