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일요시사> 선정 2013년 기대만발 8인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3.01.03 16: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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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일요시사=경제1팀] 새해다. 집집마다 희망 가득한 새 대통령 얘기가 화두일 터. 그래도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 너무 어두워서다. 작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는데, 올해 더 경기가 안 좋다는 소식은 절망적이다. 이래저래 울적한 국민들은 무슨 낙으로 살까. 그나마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이들이 있어 다행이다.

 

 

①칼 차고 돌아올 안철수

이번 대선에서 강력한 차기 대통령 감으로 국민에게 각인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지난해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흔든 최대 이슈는 바로 '안철수 현상'이었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안철수 신드롬'이 확산됐고, 그는 결국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명찰을 바꿔 달았다. 안 전 후보는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릴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으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선레이스에서 이탈했다.

이렇게 끝난 게 아니다.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안 전 후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올해 중 귀국하는 대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권교체에 실패한 민주당 정계개편에 안 전 후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 전 후보가 직접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대선 과정에서 정치 세력의 중요성을 절감한 만큼 신당 창당은 정해진 수순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4월 재보선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②예능계 최대 변수 신정환

올 방송 예능계의 최대 변수는 신정환의 복귀 여부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보였던 신정환은 김구라·강호동 복귀에 이어 컴백이 기다려지는 스타 중 한명으로 꼽힌다. 얼마 전 케이블 방송에서 그의 근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신정환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아직 다리에 쇠가 박혀 있지만 많이 좋아졌다. 수시로 등산도 하고, 산책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특히 방송 복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조용히 지내는 이유가 있다"며 "복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 내년이든 방송을 하게 되면 하는 것이고,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정환은 2005년 도박사건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불법 카지노 VIP룸에서 판돈 500만원을 걸고 속칭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것. 당시 재판부는 벌금 700만원의 약식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했고, 신정환은 방송복귀 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0년 해외도박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났다. 도박 및 외환관리법, 여권법 위반 혐의를 받은 신정환은 홍콩, 네팔 등에서 도피 행각을 벌이다 5개월 만에 귀국,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재판 결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수감 6개월 만에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③차세대 국민MC 김기리

개그맨 김기리는 지난해 말 'KBS 2012 연예대상'에서 남자신인상 코미디 부문의 영예를 누렸다. 김기리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한다"며 "아무것도 아닌 나를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감독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KBS 25기 공채 개그맨인 김기리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전국구'등의 코너에서 재치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김기리는 코너 속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주로 하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를 알아본 대형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김기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비스트, 포미닛, 지나와 한솥밥 식구가 된 김기리는 '큐브 1호 개그맨'이 됐다. 홍승성 대표는 "김기리를 예능계의 숨겨진 원석이라고 판단했다"며 "개그맨을 넘어 차세대 MC 및 예능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그를 영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④충무로 블루칩 송중기

최근 한 발표가 눈길을 끈다.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조사한 '2013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전국 소비자평가단 700여명이 투표한 결과 2013년 대한민국을 빛낼 5대 브랜드로 삼성전자·유니클로 히트텍·카카오톡·YG엔터테인먼트 등이 선정됐다. 여기엔 유일하게 '사람'도 포함됐다. 바로 송중기다. 다른 제품과 회사 선정에 대해 "지난해 경쟁력 면에서 올해도 기대된다"는 평. 그렇다면 송중기는 왜 선정됐을까. 위원회는 "송중기는 드라마 <착한남자>와 영화 <늑대소년>의 연이은 흥행으로 국민배우로 거듭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성장이 기대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송중기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여심'을 흔들었다. 충무로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송중기는 영화 <늑대소년>을 통해 한국 멜로 사상 최다인 700만 관객을 불러 모아 흥행 배우로 우뚝 섰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소재와 스토리를 잘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중기는 이 영화로 한국갤럽이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2012년을 빛낸 영화배우'설문 결과 이병헌(37.6%)에 이어 15%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2년을 빛낸 탤런트'에서도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로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다. 송중기는 각종 설문에서 2013년 기대주로 선정되고 있다.

 

⑤국민에 희망 던질 류현진


IMF 때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시련에 잠긴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졌다. 1997년 14승(8패), 1998년 15승(9패), 1999년 13승(11패), 2000년 18승(10패), 2001년 15승(11패)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박찬호의 빛나는 활약이 국민에겐 한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이제 그 자리에 '괴물' 류현진이 선다. 공교롭게도 국내 경제 상황이 IMF 때와 오버랩 될 만큼 어렵다.

류현진은 박찬호가 처음 뛰었던 LA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6년으로 연봉 총액은 3600만 달러(약 390억원)다. 이닝 보너스 등을 충족시키면 6년 간 최대 4200만 달러(약 454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LA다저스에서 3선발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마운드에 혜성처럼 등장한 류현진은 그해 한화에서 18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으로 프로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MVP와 신인상은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유독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지난 시즌에선 9승을 거두는데 그쳤지만 2.66의 평균 자책점으로 여전한 위력을 뽐냈다. 국내 프로야구 7시즌 통산 성적은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이다.

 

⑥박지성과 바통터치 손흥민

박찬호의 바통을 류현진이 이어받았다면 박지성의 바통은 손흥민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함부르크)은 국가대표 출신의 부친(손웅정)에게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배웠다. 동북고를 다니던 중 2008년 함부르크에 스카우트돼 자퇴하고 유스 아카데미를 거쳐 2010년 1군에 입단했다. 그해 11월 쾰른전에서 터뜨린 유럽 데뷔골이 123년 함부르크 구단 역사상 최연소 골로 기록됐다.

2011년까지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내내 함부르크의 최전방을 이끌었다. 전반기 17라운드까지 16경기에 나서 6골을 넣었다. 전 시즌 자신의 최다골인 5골(27경기)을 이미 넘어섰다. 팀내 득점 공동 1위, 전체 9위에 올랐다. 손흥민의 맹활약에 유럽이 주목하고 있다. 빅클럽들이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과 아스날 등 명문 구단들이 손흥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⑦눈부신 체조요정 손연재

'피겨 여왕' 김연아가 숨을 고르는 사이 요정이 등장했다. 바로 손연재다. 올해 '체조요정' 손연재의 활약도 기대된다. 6세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일찌감치 국내 대회를 싹쓸이 하고 2010년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세계무대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요정의 존재감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손연재는 5위에 입성,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의 인기는 A급 연예인 못지않다. 눈부신 미모 때문이다. 각종 제품의 광고모델로 나선 손연재는 이미 CF계에서 '제2의 김연아'로 불린다. 손연재는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2년을 한국을 빛낸 스포츠 선수' 설문조사에서 37.1%의 지지율로 박태환(29.1%), 박지성(23.7%), 김연아(23.0%)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손연재는 아직 정점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우선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5위 내에 들어야 한다.

 

⑧박세리 키즈 김효주

"박세리 언니처럼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요."

다부진 꿈을 꾸고 있는 '수퍼 루키' 김효주는 올해 '김효주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 펄펄 난 김효주는 지난해 10월 롯데와 5억원의 스폰서 계약을 하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곧바로 열린 프로 데뷔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에서 공동 15위(71타)에 그친 뒤 12월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40만 달러·우승상금 8만 달러)에서 정상(205타)에 올랐다.

김효주는 프로 전향 후 최단 기간인 2개월11일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1996년 미도파 여자 오픈에서 2개월18일 만에 우승한 김미현(은퇴)이다. 박세리와 신지애로 이어진 한국여자골프의 계보는 김효주가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골프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신력이 강한 김효주는 드라이버와 퍼팅만 가다듬으면 박세리, 신지애처럼 세계무대를 호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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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