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 카페베네 빛과 그림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03 12: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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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숲 못보고 ‘눈앞’ 나무만 본다

[일요시사=경제1팀] 바퀴벌레 만큼이나 매장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의미로 일명 ‘바퀴베네’로 불리고 있는 카페베네. 론칭 4년 만에 전국에 800여개의 매장을 개설한 카페베네의 단기 성장률은 가히 ‘서프라이즈’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장기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매출과 가맹점과의 상생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베네의 고속성장과 그 이면을 집중 조명했다.

1년 만에 100여개, 2년만엔 400개 돌파, 4년 만에 800개 이상 매장 증가.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 ‘카페베네’의 초고속 성장속도다. 오죽하면 일각에선 카페베네의 ‘무서운 번식력’을 바퀴벌레에 빗대 ‘바퀴베네’라 부를 정도다.
 
“많아도 너무 많아”
베네의 무서운 번식력

카페베네는 브랜드를 통해 커피, 와플, 젤라또, 베이커리류, 기타 커피관련 제품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는 프랜차이즈 전문 업체. 2008년 4월 직영 1호점 매장을 오픈할 때만해도 ‘카페베네’가 해외브랜드인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높은 벽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확장전략과 스타마케팅을 발판으로 카페베네는 론칭 4년만에 전국에 800여개의 매장을 개설,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우뚝 올라섰다.

올 들어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직영 1호점을 개장한데 이어 중국에 3개 매장을 동시 오픈하고, 동남아지역은 물론 중동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출시한 제2브랜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는 론칭한 지 채 1년도 안 돼 약 50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올 연말까지 80곳, 2013년 연말까지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난 8월 초에는 세 번째 브랜드인 드러그 스토어 ‘디셈버24’ 1호점을 오픈했고 최근에는 네 번째 브랜드로 베이커리를 선택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이르면 내년 초 베이커리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2년 만에 업계 선두…매출 절반이 인테리어 수익
다이어리·자서전 판매 강요…가맹점 등골만 ‘쏙’

카페베네는 12월 현재도 커피전문점 매장 보유 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단기간 내 급성장을 이뤄낸 김선권 대표에 대해서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여러 가지 불편한 진실들이 있다.

지나친 점포확장으로 일부 가맹점들이 기존 가맹점과 상권이 겹치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가 하면 본사가 ‘인테리어 공사비’ 등에서 폭리를 취하며 가맹점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카페베네 본사는 가맹수익과 더불어 ‘인테리어 공사’에 따른 수익으로 막대한 영업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1679억원 중 843억원(50.2%)이 가맹점 인테리어공사 및 설비집기 판매로 이루어진 매출로 드러난 것이다.

이 가운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인테리어 관련부문의 영업이익률이 무려 26.9%에 이르는 반면 커피판매부문에서는 오히려 81억원의 손실을 봤다. 타 커피전문점의 영업이익률이 보통 7∼10% 수준임을 감안할 때 본업보다 인테리어 장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에도 카페베네는 올 초부터 아예 본사에 ‘건설사업부’를 만들어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전담시키고 있다. 타 커피전문점에 비해 인테리어 비용도 비싸다.


‘속 빈’고속 성장에
점주들 ‘등골 브레이커’

카페베네에 따르면 매장 개설에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은 132㎡(40평형)를 가정해서 3.3㎡당 250만원이다. 반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업체인 투썸플레이스는 3.3㎡당 인테리어 비용이 196만원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에 비해 카페베네 인테리어 비용이 27% 정도 비싼 셈이다.

인테리어 시공 방식도 다르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MDF 원목 등 폐목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카페베네는 값비싼 고가의 원목을 다량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맹점수를 많이 늘려 인지도를 높인 뒤, 막대한 인테리어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본사가 기형적 수익으로 배불리는 반면 가맹점주들은 ‘울상’이다. 가맹점 수가 많아지면서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바퀴베네’라 불리며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본사 측이 2013년 신년 다이어리 및 지난달 16일 출간된 김선권 대표의 자서전 등의 판매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카페베네 가맹점대표 동반성장위원회’카페 에서 한 점주는 “다이어리, 자서전 등을 무자비하게 판매 강요하고 있는데 각 가맹점들에게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지 괘씸하다”며 “점점 본사가 가맹점들의 손해를 불러오게 하는 요인들을 알게 모르게 기묘한 방법으로 강요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점주는 “카페베네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닌 개인 자서전을 서점이 아닌 매장에서 팔 생각을 하냐”며 “판매금액에 대한 추후 로열티 부과문제와 마진율도 거의 없다. 나중에 각 점주들이 물게 될 부가세, 종합소득세를 생각해보면 정말 이익금 제로를 넘어서서 마이너스인데 내가 지금 그 책을 팔게 생겼냐”고 하소연했다.

매출 바닥 치는데
자서전 판매 강요

또 다른 점주 역시 “자서전인지는 한권도 팔리지 않는다”며 “자서전 거치대라고 거창하게 테이블에 담요에 유난을 떨면서, 정작 판매하는 것을 지대로 알리지도 못하는 판매대를 만들다니….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하는일 마다 어쩜 이리도 빈구석이 많은지….매출은 바닥을 치고 이제 직원들까지 걱정하는 말을 하는 판이니 창피하기까지 하다”고 털어놨다.

설상가상으로 본사역시 매출 정체와 함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올해 상반기 850억원 매출액에 6억5700여만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했다. 

작년 상반기 매출액 842억원에 비하면 다소 늘었지만 새로 론칭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매출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이 정체되면서 수익성 역시 악화됐다.

카페베네는 또 미국과 중국, 필리핀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블랙스미스, 디셈버24 등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하면서 부채도 크게 늘었다.

매출 정체·경영실적 악화에 올 상장 무산
“문어발식 확장경영이 자초한 결과”

6월말 기준 카페베네의 총부채는 1385억원으로 작년 연말의 654억원에 비해 두배로 늘어났다. 작년 연말 249%이던 부채비율도 578%로 치솟았다. 총부채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68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부채가 늘어나면서 금융비용도 지난해 상반기 9억40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4억9000만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카페베네는 아예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증시 관계자들은 “카페베네의 상장철회는 일단 실적 부진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여기에 가맹점 수가 워낙 많고 재계약이 순조롭지 않다는 점도 상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문어발식 무분별한 확장경영이 자초한 결과”라며 “이는 곧 부실경영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확장경영
‘부실’의 단초

또 다른 전문가는 “카페베네의 성장은 고정 소비자를 거느린 커피의 소비특성과 불황기 창업수요에 힘입은 커피전문점의 공격적인 확장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며 “이제는 오히려 가맹점주들이 성공적으로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균일한 커피 맛과 품질, 메뉴개발, 매장 서비스와 운영지원 등에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전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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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