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남승우 풀무원 사장 뒷목 잡은 사연

'구설 메이커' 딸 때문에…머리 싸맸다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남승우 풀무원 사장이 요즘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겹친 데다 꼭꼭 숨겨온 집안 문제까지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깨끗한' 회사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남 사장의 속사정을 들춰봤다.

1984년 풀무원을 설립한 남승우 사장은 평소 기업의 윤리경영을 강조해 왔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장, 윤경SM포럼 공동위원장 등의 외부직함까지 맡아 기업들의 투명·공정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풀무원의 슬로건도 다름 아닌 '바른 먹거리'다.

깨끗한 이미지 먹칠

그런 풀무원이 최근 내우외환으로 시끄럽다. 중국산 콩을 저가로 들여오면서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가 하면 우월적 지위를 내세운 횡포를 부려 한 중소기업을 도산위기로 몰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진땀을 흘리고 있다.

풀무원은 경제적 손실을 떠나 깨끗한 회사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남 사장도 풀무원홀딩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3억8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억7970만원을 선고받아 '회사 얼굴'에 먹칠을 했었다.

이런 와중에 남 사장의 집안 문제까지 구설에 올랐다. 한 사기 사건에 전 사위가 연루되면서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딸의 이혼 사실이 알려진 것.


검찰은 지난해 4월 가장납부(장부상으로만 자금을 회사에 내는 것)를 통한 유상증자로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린 코스닥 기업 펜타마이크로 대표 이모씨와 금감원 직원, 사채업자 등을 구속했다. 여기에 남 사장의 전 사위였던 박모씨가 끼어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9년 10월 박씨가 펜타마이크로를 인수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린 뒤 305억원 규모의 가장납부 유상증자를 했다. 박씨가 남 사장의 사위인 점을 이용한 것이다.

박씨가 펜타마이크로를 인수한 이후 이씨와 박씨는 각각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200억원과 105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팔아 거액의 이익을 챙겼다. 펜타마이크로는 주가가 폭락해 2010년 말 상장폐지됐다. 검찰은 "부실기업의 유상증자에 관련된 기업사냥꾼과 사채업자, 전현직 금융감독원 직원 등의 총체적 비리 구조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밝혔다.

남 사장은 부인 김명희씨와 사이에 1남2녀(성윤-밤비-미리내)를 두고 있다. 이중 장녀 밤비씨는 2000년대 초 박씨와 결혼해 2010년 1월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둘의 이혼설이 나왔지만, 확인된 것은 박씨가 연루된 사건을 통해서다.

사기사건 연루 장녀 법원에 파산신청 논란
재벌자녀가 무일푼?…40억 채권자 반발

박씨는 이혼 후 국외로 달아나 잠적한 상태로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업계엔 도피 중인 박씨가 멕시코와 미국 등을 오가며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남 사장은 딸의 이혼 사실 뿐만 아니라 전 사위가 자신의 사업에 '풀무원' 이름을 팔았다는 의혹도 있어 바짝 긴장한 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망한' 전 사위의 회사를 두고 딸의 책임론까지 불거져 더욱 그렇다.

펜타마이크로 소액주주모임 한 관계자는 "박씨가 풀무원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주주들을 끌어 모았다"며 "풀무원만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주는 "2010년 4월 펜타마이크로의 유상증자에 남 사장의 딸이 보란 듯이 참여해 박씨의 큰소리를 뒷받침하는 듯 했으나 결국 헛소리로 드러났다"며 "박씨 부부가 이혼 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밤비씨의 이름이 언론에 처음 거론된 것은 앞서 2010년 12월. 남 사장의 부당이득 사건과 관련해서다. 당시 밤비씨는 약 10억원에 달하는 풀무원홀딩스 주식 2만3841주(0.63%)를 전량 매도했다.

문제는 매도 시점. 남 사장이 검찰에 기소된 직후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업계에선 남 사장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재판부에 보여주기식의 '감형용'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밤비씨가 매각한 풀무원홀딩스 지분은 남 사장이 차명으로 미공개 주식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물량에 포함됐었다. 검찰은 밤비씨의 주식계좌를 남 사장이 가진 차명계좌 중 일부로 지목했었다.

두 사건 이후 두문불출했던 밤비씨는 최근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갑자기 '파산신청'을 해서다. 2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중견그룹 오너의 자녀가 "수중에 한 푼도 없다"고 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막대한 수임료가 들어가는 국내 대형로펌인 태평양을 통해 파산신청을 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밤비씨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일도 밤비씨의 전 남편 박씨와 무관치 않다.

밤비씨는 박씨와 함께 2010년 4월 지인 소개로 만난 정모씨로부터 40억원을 빌렸다. 박씨가 운영했던 코스닥업체 네이쳐글로벌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명목이었다. 네이쳐글로벌은 그해 8월 횡령·배임 사건이 터졌고, 4개월 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거쳐 상장폐지됐다.

이후 부부가 이자 등 채무 변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정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두 사람을 검찰에 고소했다. 해외 도피 중인 박씨는 현재 기소중지 상태로, 박씨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있는 밤비씨 역시 검찰에 참고인 중지가 돼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밤비씨가 조용히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돈을 빌려준 정씨는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밤비씨가 청구한 파산 및 면책신청에 대해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그는 "재벌이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파산법을 악용한 소지가 있다"며 "파산 신청을 위해 대형로펌을 선임한 것도 채무를 회피할 목적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또 밤비씨와 박씨의 이혼도 미심쩍다는 의심이다. 정씨는 "차용 전 이미 서류상 이혼한 상태였지만 이를 숨기고 부부라고 속였다"며 "이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전 사위 해외로 도주

풀무원 측은 묵묵부답이다. 밤비씨의 파산신청에 대해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았다. "모른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무리 오너일가라도 채무는 회사 업무가 아닌 개인 일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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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