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통일당 '보조금 먹튀' 지탄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28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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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國庫)는 '꼼수'에 능한 사람이 임자?

[일요시사=정치팀] 선진통일당은 지난 10월30일 새누리당으로의 합당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의 열두번째 당적이 확정됐다. 이 전 대표가 1987년 이후 대한민국 정당을 두루 섭렵했던 내공 탓일까? 새누리당 전국위원회에서 합당안이 통과한 지 열흘 만에 합당 절차를 마친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합당 신고를 마치기 바로 전인 지난 15일. 선진통일당은 2억5829만원을 4/4분기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받아 갔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은 지난 10월25일 합당을 선언한 이후 20여일이 지나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합당 신고를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뤘다. 합당안 의결도 선진통일당에서는 지난 10월30일에 이뤄졌고, 새누리당 역시 11월6일 합당안을 통과시켜 느린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진통일당은 실무적인 작업을 이유로 합당을 지연시켰다. 정치권의 손가락질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15일은 돈 주는 날

현행 정치자금법 제2조에 의하면 국고보조금은 정당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국가가 정당에 지급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을 말한다. 보조금은 정당 살림을 위한 일상운영비로 지급되는 경상보조금과 선거 시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에 한해 배분·지급되는 선거보조금으로 나뉜다.

경상보조금은 종래 '국회의원 선거권자 총수X800원'을 계상하던 것을 전년도 보조금 계상단가에 소비자물가변동률을 적용하여 산정한 계상단가를 곱한 금액으로 계산하도록 바뀌었다.

이렇게 계산되어 나온 금액의 50%는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으로 구성된 정당에 균등하게 배분·지급된다. 나머지 5석 이상의 정당에는 5%,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했지만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경우에는 2%를 지급한다. 선진통일당은 4석을 가진 정당으로 전체 2%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받았다.


중앙선관위는 4분기 국고보조금 91억4600여만원을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5개 정당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정당별로 보면 150석의 새누리당이 전체 국고보조금의 절반인 39억9500여만원을 수령했다. 127석의 민주당은 37억46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어 통합진보당이 6석으로 6억4700여만원, 진보정의당이 7석으로 4억9800여만원, 선진통일당 2억5800여만원 순이었다.

새누리당과 합당하는 선진통일당이 2억여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받은 것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1일 당시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가 합당을 선언하고 바로 다음 날 양당의 합당 수임기구 회의록을 근거로 선관위 합당 절차를 마친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더 그렇다.

선진통일당이 받은 국고보조금은 지급 당시인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에 한해 지급됐다. 선진통일당은 보조금 지급 당일인 이날 선관위에 정당으로 등록돼 있었기 때문에 4/4분기 정당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11월15일 2억5829 4/4분기 보조금 수령
보조금 지급 다음날인 16일 공식절차 마쳐

공교롭게도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은 국고보조금 지급 다음 날인 16일 공식적인 합당 절차를 완료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절차가 지연된 것을 두고 정당 국고보조금 수령문제와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원복 선진통일당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선진통일당의 유급 사무처 직원의 승계 문제 등으로 합당이 늦어진 것"이라며 "일부러 합당을 지연시킨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국고보조금을 선진통일당이 받는 것은 사실상 혈세 낭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선관위에서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당을 잘 운영하라고 지원하는 것인데, 합당으로 곧 문을 닫을 정당에서 국고보조금을 타먹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고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이다. 선진통일당에 이를 지급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의 날선 비난도 이어졌다. 민주통합당 대전선거대책위원회 민주캠프는 "선진통일당은 국민의 혈세를 반납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진통일당이 수령한 국고보조금은 말 그대로 4/4분기 동안 정당의 운영을 위해 쓰여야 할 소중한 혈세지만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은 지난달 25일 합당을 선언한 후 20여 일 동안 합당신고를 미뤄오다 국고보조금이 지급된 바로 다음날인 16일 합당신고를 했다"며 "이는 흔히 하는 말로 먹고 달아나는 먹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들은 이어 "충청의 자존심을 팔아먹은 것도 모자라 문 닫기 직전까지 국민의 혈세를 축낸 만행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선진통일당이 15일 수령하고 16일 합당한 것은 사실 법리상으로 문제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정치자금법 제28조에 의하면 보조금의 용도 제한이 명시돼 있다.

보조금은 인건비, 사무실 비품 및 소모품비, 사무실 설치·운영비, 공공요금, 정책개발비, 당원 교육훈련비, 조직활동비, 선전비, 선거관계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진통일당은 당적을 유지하는 하루 만에 위와 같은 명목으로 2억5000여만원의 돈을 쓰겠다고 보조금을 받은 셈이 된다.

'먹튀방지법' 마련하나?

그리고 제30조의 보조금 반환 규정도 거론된다. 30조는 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이 해산되거나 등록이 취소된 경우에는 지급받은 보조금을 지체없이 국고에 반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비록 합당에 의한 경우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선진통일당과 같이 합당 하루 전에 보조금을 수령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시일의 제한을 두는 법률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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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