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선거 '기탁금' 들여다보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09: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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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 81억, 국가 주머니에 쏘~옥

[일요시사=정치팀] 현행법상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3억 원의 '기탁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총 5번의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대통령선거 기탁금은 최저 5000만원에서 최고 5억원에 이르기까지 정권마다 금액이 달랐다. 이에 <일요시사>가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분석, 역대 대통령선거 기탁금 역사를 정리해 보았다.

A씨는 전 재산 1억원 중 6000만원을 예비후보자 등록 당시 기탁금으로 납부했다. 하지만 A씨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오는 25~26일 양일간에 걸친 후보자등록신청 시 나머지 2억4000만원의 기탁금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모한 도전'을 했던 A씨의 6000만원은 고스란히 나라 살림에 보태졌다. 순식간에 '벼룩의 간'이 탕진된 셈이다.

금액·반환조건 엄격

기탁금이란 후보자의 난립과 선거과열을 방지하고 입후보의 불성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맡기는 금전을 말한다. 기탁금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기탁금의 납부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한 제도"라고 하며 합헌결정했다.

기탁금 액수와 반환조건을 두고도 정치권과 학계는 수많은 논란을 거듭했다. 헌법재판소는 액수와 반환조건에 대하여 수차례 위헌판결을 선언했다. 선거 때마다 기탁금 액수와 반환조건이 매번 달라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기탁금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1987년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기탁금은 정당추천후보자 5000만원, 무소속후보자 1억원으로 차등이 있었다.


이러한 차등은 198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 41조의 선거원칙에 반하고 헌법 11조의 평등보호규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판결로 개정됐다.

이후 제14대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동일하게 3억원을, 제15대 대선에서는 5억원으로 기탁금 액수가 대폭 늘었다. 일각에서는 기탁금 액수를 지나치게 높여 국민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돈 없는 국민은 대통령 꿈도 못 꾸나"는 볼멘소리였다. 그때마다 정치권은 '정국의 안정'과 '선거과열 방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제13·14대와 제16·17대 대선을 비교해 보면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13·14대 대선에서 5000만원-1억원, 3억 원의 기탁금 규정이 있을 당시, 대선출마자는 각각 8명·7명이었다. 제16·17대 대선은 기탁금이 5억원으로 같았지만, 대선 출마자는 7명·12명이었다.

반면 2004년에 처음 도입되고 2007년에 처음 시행된 예비후보자 제도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2007년에 예비후보자를 등록할 당시에는 기탁금 규정이 없었다.

1억 재산에 6000만원 기탁금 내고, 쫄쫄
15% 넘으면 전액반환, 군소는 5억 '날림'


당시 예비후보자만 152명이 등록했다. 올해는 예비후보자도 기탁금의 20%를 납부해야 한다. 총 10명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예비후보자가 작년보다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기탁금 본연의 취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비후보자 등록수 차이는 기탁금 본래 취지에 들어맞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예비후보자제도의 실효성에 문제를 지적했다.

한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들 중 상당수는 예비후보자로 세상에 한번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나온 것이다. 결국 이들은 반환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5억원을 반환받을 수 없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기 어려워 본선 진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2007년 152명의 예비후보자 중 11명만이 본선에 등록했다. 올해도 10명의 예비후보자 모두 본선에 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보다 더 큰돈을 날릴 사람들이 있다. 반환규정을 충족하기 어려운 본선진출자가 그들이다.

기탁금과 마찬가지로 기탁금 반환규정 또한 갈수록 엄격해져 국가로 귀속되는 금액도 점점 불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당시 전체 유효투표총수의 5%만 넘으면 전액 반환되던 기탁금은 1992년 7%, 1997년 10%, 2002년에는 15%까지 요건이 올라갔다.

이에 학자들은 "기탁금 국고귀속 기준이 합헌이라 하더라도 그 국고귀속 기준이 되는 득표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에는 위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후 2004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기탁금 전액을 반환하고, 10% 이상 15% 미만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50%를 반환하도록 했다.

일반예산으로 책정

기탁금은 반환·귀속되기 전에 복잡한 계산을 거친다. 우선 납부한 기탁금에 이자가 붙는다. 여기에 과태료 및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 비용을 공제한 후 반환요건에 따라 기탁자에게 반환하거나 국가에 귀속한다.

'대통령 선거 총람' 자료를 분석하면, 현재까지 납부된 기탁금액은 총 159억원, 반환액은 약 73억7647만 원, 귀속액은 약 80억8103만 원 , 나머지는 공제액으로 확인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후보들의 기탁금 마련에 대해 "개인이 부담하거나 후원금, 또는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고로 귀속된 기탁금은 국가 일반 예산에 산입 된다고 답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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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