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직격인터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05 11: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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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폐암 걸렸는데 허리디스크 수술한 격"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0월29일 진보정의당은 심상정 후보를 대선에 내세웠다. 진보정의당은 '땀이 정의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랜 진통 끝에 새집을 마련했다. '빅3'의 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진보 양당의 캐스팅보트는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진보정의당은 과연 선택을 할 것이며, 완주를 한다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일요시사>가 사실상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노회찬 대표와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질문에는 대부분 "경쟁구도로 보지 말라"며 조심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공약발표 내용, 대선출마 계획, 대선구도에 대한 질문에도 “우문이라 생각한다”고 다그치는가 하면, "점쟁이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정치쇄신과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힘주어 역설했다. 야권단일화를 정권교체의 '절대적 숙명'으로 여기며, '정책협상안' 조율 필요성을 주장하는 노회찬 대표.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반갑습니다 대표님. 큰 산을 넘었습니다. 어느 정도 진보 정의당의 윤곽도 그려졌고 가닥도 잡혔는데요. 많이 바쁘시지요.

▲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창당을 잘 했기 때문에 창당 초기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도 많은 면이 있고, 대통령선거가 임박해 정치권에선 가장 바쁠 때죠.

- 창당준비와 동시에 대선준비, 살림마련까지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요.

▲ 촉박하면 촉박한대로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 해서 부족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모두 감안해서 일정을 정했어요. 다소 빠듯해 보이고 촉박한 점이 없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할 건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안배를 하고 있어요.


- 창당 후 곧바로 대선에 합류하면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의 대치구도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후보를 경쟁적으로 의식하면서 매사를 보고 있지는 않구요. 모든 갈등은 다 잊었고, 앞만 보고 갈 것입니다.

- 하지만 유권자는 진보 양당, 그중에서도 '진보 여전사'의 대결구도를 궁금해 합니다.

▲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런 걸 궁금해 하는 유권자를 못 만나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 '이정희-심상정'의 정책 대결도 중요한 대선 관전포인트로 거론되는데.

▲ 정책 때문에 헤어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잖아요. 사실과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아닌)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상대로 정책대결을 하는 거예요.

- 그렇다면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안철수+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의 구도에서 이 후보와 한배를 탈 가능성도 있나요? 유력대선후보는 지금 1%도 중요한 시긴데요.


▲ 모든 경우의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생각 안 해봤습니다.

- 그렇다면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 단일화는 국민의 요구예요. 안 되면 큰일 나는 것이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촉한다고 해서 금방 되는 일은 아니지만,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국민의 뜨거운, 절대적 요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 국민의 요구가 뜨겁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단일화가 되겠습니까.

▲ 만약 단일화에 실패하면 세 후보(문재인·안철수·심상정) 다 사퇴해야죠. 대통령후보 등록일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어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단일화 첫걸음을 떼고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연대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하고요.

"이정희 후보, 경쟁관계로 보지 않아"
"단일화 실패하면 세 명 모두 사퇴해야"

- 민주당과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는 야권단일화에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일화에 난항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단일화 논의는 각자 유·불리에 대한 판단으로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하겠지만 한쪽 후보가 강요한다고 단일화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니까….

- 그렇다면 안 후보가 완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나요.

▲ 세상일이라는 게 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정치할 자격이 없는 거죠. 누구든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픈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 7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노 후보를 향한 비판이 거셌는데요.

▲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 당시 서울시장후보로서 완주를 선택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개표결과는 단 0.65%p 차이. 노 대표는 3.4%의 득표를 기록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지금과 상황이 비슷해 보입니다.

▲ 당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고요, 선거 전 여론조사는 그보다 격차가 더 컸죠. 10% 이상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후보 측에서 단일화하자는 말도 없었고, 연락 한번 없었어요.

- 당시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유권자들의 노 대표에 대한 사퇴압박도 굉장했는데.

▲ 사퇴압박이라는 것도 말이 안돼요. 다른 후보를 어떻게 사퇴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무슨 권리와 자격으로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당시 저는 당 대표로서 다른 후보들이 지방선거에 동시 출마한 상태였습니다. 일방적으로 내가 사퇴하면 다른 후보들도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 사퇴하지 않고 완주해 서울시장 자리를 오 후보에게 내줬다는 비판에 오해가 작용한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 그 당시 우리는 단일화를 추구하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어요. 물론 대화와 조건이 맞으면 하는 것이고. 하지만 격차가 너무 많이 나서 단일화 필요성을 못 느꼈죠.

민주당이든 당시 진보신당이든 단일화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던 데 대한 책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꼭 나 때문에 한 후보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 야권 패배의 화살이 쏟아져 심정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 왜 맘고생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각오해야죠. 정치권은 항상 말이 많아요.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이 땅에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리게 하려는 마음과 또 정권교체라는 일념이 있어 이날까지 온 것입니다. 총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셔서 그런 문제는 다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 젊은층에 인기가 많아 진보정당의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으셨습니다. 서울시장 보선으로 인해 그러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 그럴 때도 있는 거고….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 처음 서울시장 출마할 때 15%의 지지율을 기록했어요. 나중에 4%로 떨어진 거죠.

11%는 저를 지지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 한 후보를 지지했고요. 이처럼 단일화는 유권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예요. 제가 사퇴했다면 나머지 4% 표는 어디로 갔겠습니까.

-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일 뿐, 선거 결과에 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봐야하나요.

▲ 정치·도의적 책임이 왜 없겠어요. 한나라당을 물리치기 위해 출마했기 때문에 제 목표가 관철이 안 된 결과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해요. 하지만 이길 선거를 저 때문에 졌다고는 보지 않죠.

- 유력 대선후보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지지율이지만, 진보 양당 대선후보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야권단일화 과정에 노 대표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 단일화가 성사되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놔야 정치쇄신"
"국민은 욕만 하지 말고 직접 나서야"

- 안 후보가 단일화 요건으로 '정당의 쇄신'과 '국민의 합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 조건이 없습니다. 정치쇄신 이야기만 하고 무엇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내놓고 있어요.

- 정치쇄신의 중심에 '정당'이 있습니다.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고 정치권의 '정당비호' 발언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 정치권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국민은 '너희(국회의원)가 알아서 잘 하라'는 거죠. 국민에게 (정치쇄신의) 방안까지 내놓으라고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 국민이 잘 몰라요. 그게 핵심인데 선거제도 논의하면 국민은 관심 없어 해요. 그렇다고 국민이 관심 있으면 중요하고 국민의 관심이 없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죠.

이것을 정치권이 풀어야 하는데 스스로 못 푸니까 국민이 정치에 불신을 갖는 거예요.

- 얼마 전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으셨습니다.

▲ (안 후보가) 문제를 잘 못 본 겁니다. 진단을 잘못하면 처방도 잘못되죠. 폐암인데 허리디스크라고 진단하고 수술을 해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몸만 망가지는 거예요.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가 많은 점을 지적했어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국회의원수 줄이자는 국민의 의견은) 정치가 자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국민은 정치가 밉고, '미운놈 좀 적었으면 좋겠다'라는 분노의 표시인 거지, 수를 줄인다고 해서 좋은 정치가 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어요.

그렇게 해서 쓸모없는 국회의원 솎아지고, 쓸모 있는 국회의원만 남게 되리라는 것은 무책임한 이야기예요. 안 후보를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요구라고 보면 됩니다.

- 그렇다면 노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정치쇄신은 무엇입니까.

▲ 정치인들이 가장 내놓기 싫어하는 기득권을 내놓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은 현 선거제도에 의해 뽑혔기 때문에 이걸 바꾸기 싫어해요. 이러한 선거제도를 바꿔야죠.

-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 부산을 보면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은 46%인데 새누리당은 88% 뽑힙니다. 국민이 자기를 대변하는 사람을 국회에 못 보내고 있는 거예요.

국민과 정치가 다른 것, 이것이 불신의 배경입니다. 이것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국민의 지지를 10% 받은 정당은 의석 10%를 갖고, 50%를 받으면 의석 50%를 갖도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해요.

-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 그것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입니다. 이걸 누가 제일 싫어하느냐. 지금 국회의원들이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똑같습니다. 바로 이것이 기득권이에요.

여기서 수만 줄인다고 가정하면요. 부산에서 18석 뽑다가 10석 뽑으라는데, 지금 18석 뽑으니까 그나마 문재인 후보와 조경태 의원이 당선되는 겁니다.

10석 뽑아보세요. 민주당에서 단 한 석이라도 당선되나. 광주에선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거고, 그러면 양당의 기득권이 강화되는 거죠.

- 야권단일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정책 조율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학자와 정치권에서 수없이 논의했어요.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죠. 하지만 (바꾸기) 싫으니까 안 하는 거예요.

자기한테 이롭지 않으니까. 자기 기득권을 손상시키니까. 이제 와서 정답이 딴 데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되죠. 국민도 국회에만 맡기지 말고 움직여야 해요.

- 그렇다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민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

▲ 국민은 왜 가만히 있습니까. 왜 앉아서 정치권 욕만 하나요. 고칠 생각은 안 하고. 그 전에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투표에 부쳐지면 국민은 반드시 동참해야 해요. 그러면 국민이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민과 정치가 일치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노회찬 당 대표 프로필>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졸업
▲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
▲ 진보정치연합 대표
▲ 민주노동당 부대표
▲ 제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 한국노동정책 정보센터 대표
▲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
▲ 제19대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서울 노원병)
▲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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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