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다중사회도 끝났다, 이제는 극다중사회

대중서 다중으로, 그리고 AI가 만든 ‘개인별 현실’의 시대

대중사회는 과거의 구조다. 같은 신문을 읽고, 같은 방송을 보며, 같은 흐름에 반응하던 시대.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 흘렀고, 사회는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다수’라는 하나의 덩어리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대중은 하나였고, 그 하나를 잡는 것이 곧 권력이었다. 이 시대의 공식은 단순했다. 많이 모은 쪽이 이겼다.

이 구조는 산업화 시대에 가장 강력하게 작동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중앙집중형 미디어, 전국 단위 여론 형성 등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됐다. 개인은 중요하지 않았고, 집단이 중요했다. 다양성은 잡음이었고, 통일성은 힘이었다. 그래서 사회는 안정적이었지만 동시에 단순했다. 하나의 목소리가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IT 시대가 시작되면서 균열이 생겼다. 인터넷은 정보를 분산시켰고, 플랫폼은 선택을 늘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같은 것을 보지 않게 됐다. 같은 사건을 접해도 각자 다른 경로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회는 하나의 흐름이 아니라 여러 개의 흐름으로 나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다중사회다.

다중사회는 선택의 시대였다. 채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정보는 넘쳐났으며, 취향은 존중되기 시작했다. 뉴스는 나뉘고, 커뮤니티는 쪼개지고, 관계는 분화됐다. 사람들은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세계 안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사회는 하나에서 여러 개로 확장됐다. 각자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였다.

정치도 이 변화에 맞춰 바뀌었다. 대중사회에서는 다수를 설득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다중사회에서는 각 집단을 따로 설득해야 했다. 메시지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필요해졌다. 경제 역시 대량 생산에서 맞춤형 생산으로 이동했고, 문화는 취향 중심으로 빠르게 분화됐다.

사회는 분명히 나뉘었지만, 여전히 하나의 기반 위에 서 있었다.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 다중사회는 나뉘어 있었지만, 완전히 끊어져 있지는 않았다. 같은 사실을 보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는 있었으나, 적어도 같은 현실 위에서 출발했다. 서로 다른 집단이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은 아니었다. 다중사회는 ‘분화된 하나’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화는 멈추지 않았고, 방향을 바꿨다.

AI는 이 구조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아예 다른 게임으로 바꿔버렸다. 이제 정보는 단순히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맞춰 생성된다. 알고리즘은 각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AI는 각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같은 사건조차 사람마다 전혀 다른 형태로 전달된다.

사회는 더 이상 나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단위로 해체되기 시작한다.

이것을 필자는 극다중사회라고 명명해 봤다. IT 시대의 다중사회가 집단의 분화라면, AI 시대의 극다중사회는 현실 인식의 개인화다. 이제 사회는 여러 개가 아니라, 사실상 무한 개로 쪼개진다. 집단은 느슨해지고, 개인은 절대적으로 강화된다.

같은 뉴스 안에서도 각자의 진실이 존재한다.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현실을 경험한다. 사회는 공유된 공간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현실의 집합이 된다.

이 순간, 공통의 기반은 급격히 무너진다. 과거에는 의견이 달라도 대화가 가능했다. 지금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사실이 다르고, 맥락이 다르고, 인식이 다르다. 논쟁은 설득이 아니라 충돌이 되고, 토론은 이해가 아니라 단절로 끝난다. 사회는 연결보다 분리가 더 강해지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변화는 이미 사회학과 심리학에서도 설명되고 있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현실의 사회적 구성’ 자체가 개인 단위로 분해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가 공유된 의미를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개인이 각자의 의미 체계를 구성한다.

심리학적으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인간은 자신이 접하는 정보 안에서 신념을 강화하는 경향, 즉 확증편향을 가진다. AI와 알고리즘은 이 성향을 극대화한다.

결국 우리는 같은 사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최적화된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AI 시대의 극다중사회는 단순한 정보의 분화가 아니라, 인식 구조 자체가 개인별로 재편되는 단계다.

정치는 이 변화 앞에서 가장 먼저 흔들린다. 더 이상 전체를 설득하는 전략은 작동하지 않는다. 각자의 세계 안에서 이미 형성된 믿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정치는 통합의 기술이 아니라, 분화된 현실을 관리하는 기술로 바뀐다. 그러나 극다중사회에서는 그 관리마저 한계에 부딪힌다. 통합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경제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진입한다. 소비는 더 이상 집단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AI는 개인의 취향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한다. 시장은 무한히 쪼개지고, 기업은 하나의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대량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개인 단위로 재구성된다. 경제는 이제 ‘규모’가 아니라 ‘정밀도’의 경쟁이 된다.

문화는 더 급진적으로 변한다. 과거에는 모두가 아는 콘텐츠가 존재했으나 이제 그런 공통 경험은 사라진다. 각자는 각자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각자의 세계를 구축한다. 누군가에게는 세계적인 문화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존재조차 모르는 것이 된다. 문화는 공유되지 않고, 철저히 개인화된다.

결국 변화의 방향은 명확하다. 사회는 ‘하나 → 여러 개 → 무한’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중사회는 하나였고, 다중사회는 여러 개였으며, 극다중사회는 끝이 없다. 분화는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는 더 잘게 쪼개진다. 통합은 더 이상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제 그것은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해진다. 같은 현실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대중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중사회도 이미 지나갔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하나다. 분열을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공통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 규칙에 대한 최소한의 동의. 그것이 없다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같은 사회에 살고 있지만, 더 이상 같은 현실에 살고 있지 않다. 이제 사회는 하나가 아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글로벌 IT기업인 애플 런던 지사에 근무하는 딸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제 나보다 더 똑똑한 AI가 있다. 5년 안에 회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한마디는 상징적이면서도 서글프게 한다. IT 시대에 최적화된 인재들조차 AI 시대에서는 구조적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신호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사회가 이들을 흡수하지 못하는 순간, 그것은 곧 구조적 불안으로 돌아온다. 역사적으로도 능력 있는 집단을 방치한 사회는 예외 없이 내부에서 흔들렸다. 극다중사회의 본질적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 국가는 인간의 역할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 답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AI 시대에 살면서 결국 사회를 잃게 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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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