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격전지를 가다> ‘수성? 탈환?’ 강원도지사

보수 안방에 부는 새바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의도의 시선이 6·3 지방선거에 쏠렸다. 6·3 조기 대선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로 수비에 나선 여권과 역전승을 기대하는 야권, 그리고 틈새를 뚫으려는 군소 정당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비상계엄과 정권 퇴진으로 격랑의 시간을 보낸 유권자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주요 격전지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강원‘특별자치도’라는 명칭으로 올해 출범 3년 차를 맞이한 이곳은 제주, 세종에 이은 세 번째 특별자치 지역이다. 도-시군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원팀 특별자치도’를 목표로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로부터 강원특별자치도는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교통지가 확장되면서 원주시와 춘천시로부터 청년층이 유입돼 교류가 활발해지는 등 여러 변화를 거치며 점차 스윙보터 성향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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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보수 지지세가 우세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47.30%(48만3360표)를 득표하면서 당선인인 이재명 대통령(43.95%, 44만9161표)보다 4.69%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이번 지방선거의 격전지로 떠오른 만큼 강원도지사 선거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번 강원도지사 선거는 현역인 김진태 도지사가 재임에 도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이재명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우상호 후보가 대항마로 나선다.

지난 14일 김 지사는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김 지사는 “강원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와 검사 생활을 하면서도 강원도를 잊지 못했다”며 “춘천지검과 원주지청에서 근무했고 두 번의 국회의원과 낙선의 아픔도 있었지만, 강원도에 대한 의리로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고 운을 띄웠다.

김 지사는 지난 4년간의 여정을 회고하며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라는 비전을 직접 작명하며 초대 도지사가 됐다”며 “내용이 부실했던 강원특별법을 두 번에 걸쳐 대폭 개정하는 과정에서 삭발 농성 등 온몸을 던져 투쟁해 지금의 틀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 역사상 최대치인 국비 10조 시대를 열었고, 4년 동안 첨단 미래 사업 120개를 시작했다. SOC 사업은 8전8승의 기록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단수 공천했다. 지난달 9일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우상호 후보는 “대통령이 (윤석열에서) 이재명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대한민국이 정말 눈부시게 바뀌고 있다. 강원도도 도지사가 바뀌면 어떻게 변하는지 피부로 느끼실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8전8승 행정가 VS 힘 있는 여당
특별자치도 출범 3년…요동치는 민심

우 후보는 이번 선거의 핵심 비전으로 ‘세계적인 도시 강원도’를 제시했다. 우 후보는 “세계적 기업과 국내 유수 기업들을 유치해 발전 동력을 만들고, 교육·의료·교통 등 열악한 정주 여건을 개선해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겠다”며 “이 두 가지가 강원 발전의 큰 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우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보냈다는 후보도 있지만 강원도는 중앙의 규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며 견제에 나섰다. 우 후보가 ‘힘 있는 여당 후보’를 강조하자 김 지사는 “작년 강릉 가뭄 당시 중앙의 높은 분들이 다녀갔지만 정작 국비 지원은 도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도내 18개 시군이 물차를 보내 위기를 극복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김 지사는 행정의 일관성을 강조하며 연속성에 방점을 찍었다. 김 지사는 “지난 4년이 강원도를 특별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4년은 도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특별하게 바꾸겠다”며 출산과 육아는 물론 교육과 취업, 노후연금에 이르는 ‘생애 전주기 강원형 돌봄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현역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사건 발생 당시 김 지사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전임 도정 때 이뤄진 일로 제가 안 먹어도 될 욕을 먹었다. 분명한 것은 오해가 좀 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회생 신청과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별개라고 해명했지만, 워낙 여파가 컸던 탓에 후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으로 이어질지 우려가 제기된다.

강원특별자치도지원특별법(이하 강특법)도 이번 선거의 핵심 현안이다. 지난 6일 발의된 4차 강특법은 국제학교와 강원과학기술원 설립 등 3차 개정 과정에서 빠졌던 특례를 포함해 중앙행정기관 권한 이양 등 자치권 강화를 위한 내용이 추가됐다. 특히 3차 개정안에 미반영된 ‘국제학교 설치·운영 법안’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4차 특별법 ‘현역 프리미엄’도...
‘애물단지 레고랜드’ 발목 잡힐까

앞서 도는 ‘외국교육기관’ 설립과 ‘(제주형) 국제학교’ 설립 등 2개 조항을 모두 추진했지만 3차 개정안에는 외국교육기관 설립 내용만 담겼다. 제주특별법에만 있는 (제주형) 국제학교 특례를 강특법에 넣으면 다른 시도 특별자치도법에도 담아야 하므로 형평성 차원 갈등이 생길수 있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당시 우 후보는 “법이 처리되지 않아서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없는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그 외국기업을 유치한 외국인 주재원들의 자녀들이 다니게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법 개정이 없이도 가능한) 국제학교 설립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지금 곧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면 강특법 제2차 개정안에 이어 3차 개정안까지 재수해서 이 법을 특례로 넣으려고 한 공무원은 다 수년간 헛일을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우 후보가 ‘국제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을 혼동하시는 것 같다”며 “우리가 추진해 왔고, 추진하려는 것은 전국에서 제주도에만 있는 제주형 국제학교 모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상정된 4차 특례법이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4차 개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서로 공을 가져가기 위해 우 후보와 김 지사 간의 기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발의된 특별법의 주요 법안은 국제학교 설립을 비롯해 ▲강원과학기술원 설립 근거 신설 ▲강원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이다.

아울러 ▲공공기관 이전 시 강원자치도 우선 고려 ▲기회발전특구 및 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인공지능·반도체·미래 차 등 첨단산업 육성 등도 함께 담겼다.

김 지사는 “행정통합특별시도법에 포함된 조항은 물론 국제학교 설치, 강원과학기술원 설치 등 3차 개정안에 미반영된 법안들도 이번에 포함했다”며 “국회를 통과한 제3차 개정안에 대한 시행령과 규칙 정비 등 후속조치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도마 위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원도는 선거 때마다 여당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했지만 지금처럼 (특례법 통과 등으로) 어수선한 때는 행정의 일관성도 무시할 수 없다. 윗물이 바뀌면 아랫물도 자연스럽게 갈이 되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 김 지사는 지난 4년간의 행정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레고랜드 사건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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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