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여야의 공천은 전국과 서울에서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에서 전면 교체, 서울에서 대규모 경선을 택했고, 국민의힘은 광역과 서울 모두에서 현역 유지 중심 전략을 택했다. 같은 공천이지만, 작동하는 시간과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전국 단위에서 그 차이는 더욱 선명했다. 민주당은 경기 김동연, 광주 강기정, 전북 김관영, 전남 김영록, 제주 오영훈 등 현역 단체장이 모두 교체되거나 배제되며 새로운 인물 중심으로 판을 다시 짰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산 박형준, 경북 이철우, 대전 이장우, 충남 김태흠, 세종 최민호, 인천 유정복 등 현역 중심으로 공천을 유지했다. 서울 오세훈도 유력하다.
한쪽은 전면 교체, 다른 한쪽은 전면 유지다. 이 대비는 단순한 인사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지금 권력이 어떤 상태에 있느냐의 차이다.
민주당은 지금 권력을 운영하는 단계가 아니라 재구성하는 단계에 있다. 대통령과 당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권력 축을 지방까지 일관되게 확장하려는 시도다. 지방자치는 형식적으로 분권 구조지만, 실제 정치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긴장이 항상 존재한다.
기존 단체장이 각자의 기반을 유지한 채 남아 있을 경우, 그 긴장은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사람을 바꿔 권력을 정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번 ‘현역 전원 탈락’은 쇄신이 아니라 설계다. 공천은 후보 선발이 아니라 권력의 수직 정렬이며, 민주당은 이를 단숨에 완성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책임 정치’의 재정의도 포함돼있다. 단순한 성과 평가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 정치적 구조를 다시 세우겠다는 판단이다.
과거의 연속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기준으로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서울에서 더 정교하게 구현됐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단 3곳만 단수공천, 나머지 22곳은 경선이다. 강서 진교훈, 중랑 류경기, 은평 김미경 세 곳만이 예외다. 이는 명확한 정치적 설계다. 단수공천은 확신이고, 경선은 경쟁이다. 민주당은 어디까지가 확신이고 어디부터가 경쟁인지 스스로 선을 그었다.
세 지역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성과가 이미 체감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 세 곳에서 경쟁을 멈췄다. 더 이상 내부 경쟁이 필요 없다는 판단, 즉 검증이 끝났다는 선언이다. 반대로 나머지 22곳에서는 경쟁을 극대화했다. 이는 단순한 후보 선발이 아니라 권력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확신의 축’과 ‘경쟁의 축’을 동시에 작동시키며 권력 재편을 입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의 선택은 전혀 다른 방향이다. 광역에서 현역을 유지하고, 서울에서도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단수공천 또는 사실상 단수 구조를 유지했다. 일부 지역은 형식적 경선을 거치더라도 실질적 경쟁은 제한적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이미 확보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단순한 안정 전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강한 구심점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다. 각 지역 권력이 분산된 구조에서 인적 교체는 내부 균형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현역 유지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에 가깝다. 권력을 확장하기보다 관리해야 하는 구조, 그것이 국민의힘의 현재 위치다.
서울에서도 이 구조는 그대로 반복됐다. 민주당이 ‘확신 3 + 경쟁 22’로 판을 흔드는 동안, 국민의힘은 ‘안정 다수 + 제한 경쟁’으로 판을 지켰다. 공천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직 결속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신 변화의 폭은 제한된다.
일반적으로는 정권을 잃은 야당이 인적 교체를 통해 반전을 시도하고, 정권을 되찾은 여당은 안정적 유지를 선택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 문법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흐름이 거꾸로 작동했다.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형성 단계가 뒤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지금의 여당은 ‘완성된 권력’이 아니라 ‘확장 중인 권력’이고, 야당은 ‘붕괴된 권력’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유지된 권력’에 가깝다.
결국 이번 공천의 본질은 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권력의 위치다. 민주당은 권력을 다시 만들고 있고, 국민의힘은 권력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한쪽은 전면 교체를, 다른 한쪽은 전면 유지를 택했다. 이 극단적 대비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이번 주 내 공천이 대부분 마무리되면 권력의 설계는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설계가 현실이 되는 과정이다. 정치에서 모든 선택은 결과로 증명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완성하는 마지막 변수는 언제나 유권자의 선택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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