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경찰 검찰개혁 우려, 왜?

수사 우선권 두고 잇단 충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대한 타 수사기관의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을 두고 선거범죄 중립성과 공정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경찰에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행정안전부에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중수청 출범 전부터 법안에 대한 수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은 오는 10월2일 출범한다. 보완수사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의 우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직접 행정안전부에 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관련 법안 수정이 반영되면 검찰개혁 속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례적
견해 전달

공수처와 경찰은 지난달 12∼26일 중수청법 제정안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소관 부처인 행안부에 각 4쪽, 7쪽 분량의 의견서를 냈다.

경찰청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중수청에 우선적 수사권을 부여하기보다 사건 경합 시 영장을 먼저 신청한 기관에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이 국민 권익 보호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형사소송법 197조의4엔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 동일한 범죄 사실에 관해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엔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돼있다.

경찰청은 중수청의 수사 범위인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마약·국가 보호·사이버 범죄)’를 두고는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인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를 중심으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한 범죄 유형을 일부 추가하는 게 중수청의 설립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며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를 짚었다.


선거·마약범죄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며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 특성상 현장 수사가 핵심인데, 일부 지방 거점에만 설치될 중수청이 수사하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사이버 범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 일반 국민이 중수청 직무 범위를 알기 어렵고, 향후 시행령 개정으로 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경찰청은 특히 “선거 관리의 주무 장관인 행안부 장관이 선거범죄 수사까지 지휘한다면 선거의 중립성·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중수청 법안 59조 ‘검사와의 관계’ 중 수사 개시 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한 검사 통보 의무, 검사의 입건 요청권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이 공소청의 영향 아래 있게 된다면 중수청의 독립성과 수사 밀행성 약화가 우려되고, 수사 기밀이 외부에 유출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경찰부터 문제 제기 “영장으로 판단해야”
9대 범죄 아닌 부패·경제에 집중 의견도

경찰청과 공수처는 공통적으로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중수청 법안 58조 2항과 3항을 문제 삼았다.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은 중대범죄를 인지한 즉시 중수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인지 통보 의무, 3항은 ‘중수청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중수청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수사 우선권에 대한 내용이다.

경찰청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기관 간 통보·이첩 등 이른바 ‘핑퐁’으로 시일이 추가로 소요되면 범죄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행안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의견서에서 “중수청은 다른 기관이 수사하던 사건을 가져간 뒤(이첩 요청), 다시 원래의 기관에 재이첩(임의적 이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사건이 핑퐁 될 경우 사건 관계인의 혼란과 권익침해가 예상되는데, 중수청은 공수처보다 직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해 핑퐁 되는 사건도 대폭 증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이 직접 수사 여부를 검토하는 동안엔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공수처가 우려하는 방향도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수처는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수청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수사 기밀
유출 우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입법 예고를 통해 수렴한 의견 검토 등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 제출 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타 수사기관의 의견 표명은 단순한 권한 조정이 아니라 형사사법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성격이 짙다.


본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중심으로 시작된 검찰개혁 논의는 세 갈래가 핵심이었다.

구조 자체
재설계해야

첫째,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추가로 축소할 것인가. 둘째,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구조로 갈 것인가. 셋째, 권한 이관 이후 통제와 책임 구조를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가다. 표면적으로는 ‘권한 분산’이라는 명분이 앞선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력기관 간 권한 배분을 다시 짜는 작업이다.

수사권은 단순 행정 권한이 아니다.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를 개시하며,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은 국가 권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행사되는 영역이다. 그 권한의 배분은 민주주의 권력구조의 문제와 직결된다. 검찰의 권한을 줄인다는 것은 곧 다른 기관의 권한을 늘린다는 의미다.

이미 한 차례 대대적 수사권 조정이 있었다.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확보했고, 검찰은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공수처도 출범해 고위공직자 범죄를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개편을 논의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미완성’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여권에서는 검찰이 여전히 기소권과 보완수사 요구권을 통해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 검찰은 “이미 상당한 권한을 이양했고, 국가 범죄 대응 체계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맞선다.


공수처는 애초 검찰개혁의 상징적 산물이었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일부 사건에 대해 기소권까지 행사하는 구조는 검찰 권한 분산의 핵심 장치였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실망은 컸다. 정치적 논란과 실적 평가라는 이중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공수처는 더 많은 사건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줄어들면 공수처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이는 조직 위상 강화로 해석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공수처도 범위 두고 ‘교통정리’ 필요 의견
보완수사권 문제 해결 안 됐는데 갈팡질팡

첫째는 인력과 전문성 문제다. 대형 경제범죄나 금융범죄, 복합적 권력형 사건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현재 조직 규모와 경험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수사관 증원과 예산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권한 확대는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정치적 독립성 문제다.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기관은 항상 정치적 해석의 중심에 선다. 권한이 커질수록 외부 압력도 커진다.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제도 신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셋째는 기소권 구조다. 공수처는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는다. 수사·기소 완전 분리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이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명확하지 않다. 자칫 사건 처리 과정에서 권한 충돌과 지연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권한 확대 이전에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단기간 내 급격한 기능 확대는 오히려 조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담을 느끼는 건 공수처만이 아니다. 경찰이 맡아야 할 경제·금융범죄, 대형 부패 사건 등 고난도 영역이 추가될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책임은 늘어나는데 통제 구조는 그대로”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과 기소 통제권이 유지되는 한, 책임과 권한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완전 분리가 아니라면 이중 통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포렌식, 국제 공조 수사, 회계 분석 등 전문 분야 역량 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제도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 국가수사본부 체제가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대형 사건 대응 능력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개혁 논의가 감정적·정치적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으려면 결국 법리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구상은 직관적으로는 단순해 보인다. 수사는 경찰이나 독립 수사기관이 맡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한다는 구조다.

커지는
부담감

공수처와 경찰은 공식적으로는 ‘입법 사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산이 복잡하다. 권한 확대는 위상 상승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실패의 책임도 커진다. 특히 대형 정치 사건에서 판단이 엇갈릴 경우 기관 신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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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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