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실버산업, 돌봄에서 창업으로

고령화 사회 외면한 가장 큰 산업 주체

대한민국은 이미 노인 100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1.21%를 기록했고, 전체 주민등록 세대의 42%에 달하는 1인 세대 가운데 70대 이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아직도 노인을 ‘대상’으로만 본다.

우리나라의 노인 정책은 노인을 ‘보호 대상’, 실버산업을 ‘돌봄 산업’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이미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65세는 인간의 능력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65세가 되는 순간 모든 사람이 노동 능력을 상실하거나 사회적 역할에서 자동으로 퇴장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60·70대는 한국 산업화와 민주화, 시장 경제의 실전 경험을 모두 통과한 세대며, 이들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묶어두는 것은 국가적 자원 낭비에 가깝다.

국가적인
자원 낭비

65세는 은퇴선이 아니라 재출발선= 우리나라 제도에서 65세는 상징적인 나이다. 연금, 노인복지, 각종 감면 혜택이 시작되는 기준선이다. 동시에 이 나이는 일을 내려놓는 시점이라는 기준이 암묵적으로 규정돼 왔다. 정책은 이 순간부터 노인을 보호 대상으로만 설정하고, 경제 활동의 주체 목록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평균 기대수명이 83세를 넘긴 사회에서 65세 은퇴는 지나치게 이르다. 실제로 65~75세 연령대 중 상당수는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없고, 지적 판단력과 사회적 감각도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기회이며, 기회를 설계하지 않는 제도의 부재다.


국가는 이 구간을 ‘여생’이 아니라 ‘제2의 활동기’로 재정의해야 한다. 은퇴 이후 10년은 쉼의 시간이 아니라 전환의 시간이다. 이 전환을 제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노인은 의존으로 밀려나고 국가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개인과 국가 모두에 손해다.

실버산업은 왜 돌봄에 갇혀 있는가= 현재 실버산업으로 분류되는 영역을 보면, 요양, 간병, 의료, 복지 기기, 실버타운 등 모두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노인은 소비자이자 관리 대상일 뿐, 생산의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는 노인의 역량이 제도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거의 없다.

이 구조는 고령화가 막 시작되던 시기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가족 돌봄이 붕괴되면서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프레임이 10년, 20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환경은 바뀌었는데 정책 방향은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

노인 1000만명 시대…65세 이상 21%
산업·민주화·시장 경제 실전 경험

실버산업의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재정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노인이 늘어날수록 비용만 증가하는 구조라면, 이 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돌봄만 남은 실버산업은 결국 복지의 다른 이름일 뿐, 산업의 역할을 끝내 수행하지 못한다. 구조 전환 없는 성장은 없다.

청년산업과 실버산업의 결정적 차이= 청년산업을 보면 정부의 시각이 분명히 드러난다. 청년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육성 대상이며, 동시에 산업의 주인공이다. 일자리 지원뿐 아니라 창업, 기술사업화, 스타트업 육성까지 정책의 중심에 놓인다. 실패를 전제로 한 도전이 제도적으로 허용된다.

반면 실버산업에는 창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노인은 일할 수는 있지만,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존재처럼 취급된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체 가능성이 배제돼있고, 실패 가능성만 과장된다. 그 결과 도전의 통로 자체가 닫혀 버렸다.


이 차이는 단순한 행정 용어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은 ‘가능성의 존재’로 보고, 노인은 ‘위험의 존재’로 본다. 그러나 위험을 이유로 기회를 차단하는 정책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책과 다르지 않다. 관리만 남고 성과는 사라진다.

키즈산업은 ‘대상’ 실버산업은 ‘주체’= 키즈산업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산업이다. 이린이는 소비의 중심이지만, 사업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프리미엄 전략, IP 확장, 테크 결합이 핵심이 된다. 보호자 중심의 소비 구조에서 가치와 브랜드가 경쟁력이 된다. 이 구조는 산업 논리상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실버산업은 다르다. 노인은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공급자가 될 수 있다. 경험, 기술, 관계, 신뢰라는 자산을 이미 보유한 계층이다. 단순 소비층이 아니라 역할과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존재다. 이 점에서 실버산업은 키즈산업과 출발선부터 다르다.

지속 가능
안정성 높아

그럼에도 정부는 두 산업을 동일한 ‘대상 중심 산업’으로 묶어버렸다. 키즈산업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실버산업까지 그렇게 묶는 순간 산업의 절반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주체를 지운 산업은 성장할 수 없고, 정책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65~75세 실버 창업, 왜 가능한가= 실버 창업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 연령대는 이미 한 번 이상의 직업 경로를 끝까지 경험했다. 실패의 비용과 성공의 조건을 몸으로 알고 있으며, 무모한 확장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창업 안정성이 높다. 이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 실버 창업은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역 기반 서비스, 전문 경험형 사업, 소규모 네트워크 중심 모델이 대부분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과잉 자영업 문제와도 직접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자영업 구조를 대체·보완하는 질적 전환에 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실버 창업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사실이다. 일하는 노인은 덜 아프고, 덜 고립되며, 덜 의존적이다. 이는 복지 지출 감소로도 직결되며, 세대 간 부담을 완화한다.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크다.

실버 창업에 적합한 사업 이미 많아= 노인이 할 수 있는 사업은 제한적이지 않다. 퇴직 공무원의 행정 컨설팅, 기술자의 현장 자문, 교육자의 코칭 사업, 자영업 경험자의 소상공인 멘토링 등은 이미 수요가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들 사업은 속도보다 신뢰, 규모보다 정확성이 경쟁력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돌봄 연계 서비스, 생활 관리, 공공 중재 역할 등 새로운 영역도 열려 있다. 이는 단순 일자리가 아니라 역할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며, 고령자에게 특히 적합한 형태다. 지역 공동체의 회복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는다.

더 정교한
제도 설계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경험이다. 실버 창업의 경쟁력은 확장이 아니라 지속성이며, 마케팅보다 관계다. 이 신뢰는 오랜 사회 경험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자산이며, 단기간에 모방되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실버 창업은 다른 창업과 구별되는 독자적 산업 영역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선별과 설계= 실버 창업을 무작정 확대해서는 안 된다. 청년 창업 실패의 교훈은 분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개인에게 빚을 남기고, 사회에 비용을 남긴다. 실버 창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단순한 장려가 아니라, 처음부터 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핵심은 선별이다. 건강 상태, 기본 역량, 사업 이해도를 기준으로 한 테스트와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과한 노인에게만 단계적 창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차별이 아니라 실패를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다.

정부의 역할은 직접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관리하고 성공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있다. 제도를 설계하지 않으면 창업은 개인의 모험으로 남고, 정책은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실버 창업은 복지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산업 정책이어야 한다.

실버산업의 정의 다시 써야= 이제 결론은 분명하다. 실버산업은 더 이상 ‘노인이 대상이고, 노인을 돌보는 산업’이 아니다. ‘노인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산업’으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고령화 시대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며, 앞으로의 모든 논의를 가르는 기준선이 된다. 이 전환 없이는 어떤 대책도 임시방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을 계속 쉬게만 하는 국가는 결국 재정에 짓눌린다. 반대로 노인을 다시 세우는 국가는 경험이라는 자산을 회수한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크게 벌어진다. 선택은 이미 눈앞에 와 있고, 미루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결점이자 책임 회피다.

환경 바뀌었는데 방향 제자리
역할 기반 사업 긍정적 효과


실버산업의 미래는 요양원이 아니라 창업 현장에 있다. 보호에서 참여로, 대상에서 주체로. 실버산업의 정의를 바꾸는 순간,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국가 전략이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며, 실행하지 않는 정부는 고령화의 비용을 스스로 방치하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6·3 지선, 실버산업단지는 선택 아닌 해법=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적 기회다. 지방정부가 실버 창업을 전제로 한 산업을 발굴하고, 이를 한데 모은 ‘실버산업단지’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운다면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이 된다.

실버산업단지는 요양시설의 확장이 아니다. 행정·기술·교육·중재·지역 서비스 등 65~75세 고령층이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창업과 역할 중심 산업을 묶는 공간이다. 이는 청년 유입을 기다리는 소극적 전략이 아니라, 이미 지역에 남아 있는 노인을 다시 세우는 적극적 전략이다. 지방 인구 붕괴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지방정부가 이 구조를 설계한다면 효과는 즉각적이다. 고령 인구의 경제 참여가 늘어나고, 지역 내 소비와 관계망이 살아난다. 복지 예산은 줄고, 지역 공동체의 유지 비용은 낮아진다. 실버 창업을 산업단지 단위로 묶는 순간, 고령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두 위기는 동시에 관리 가능한 정책 의제가 된다.

실버 창업은 복지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실버 창업을 여전히 복지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다. 이제는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을 어떻게 다시 쓰느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고령 인구의 경험과 역량을 묶어 두는 국가는 경쟁력을 스스로 봉인하는 셈이다.

선진국일수록 고령 인구를 ‘관리 비용’이 아니라 ‘생산 자산’으로 분류한다. 일본과 독일이 고령 기술 인력의 재고용과 소규모 창업을 전략 산업으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복지 확대가 아니라 산업구조를 버티게 하는 안전판이다.

관리 비용?
생산 자산!

실버 창업은 고령화 사회에서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이를 외면하는 국가는 재정 부담만 키우고, 이를 활용하는 국가는 성장의 또 다른 축을 만든다. 실버산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곧 그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가르는 문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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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