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실버산업, 돌봄에서 창업으로

고령화 사회 외면한 가장 큰 산업 주체

대한민국은 이미 노인 100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1.21%를 기록했고, 전체 주민등록 세대의 42%에 달하는 1인 세대 가운데 70대 이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아직도 노인을 ‘대상’으로만 본다.

우리나라의 노인 정책은 노인을 ‘보호 대상’, 실버산업을 ‘돌봄 산업’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이미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65세는 인간의 능력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65세가 되는 순간 모든 사람이 노동 능력을 상실하거나 사회적 역할에서 자동으로 퇴장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60·70대는 한국 산업화와 민주화, 시장 경제의 실전 경험을 모두 통과한 세대며, 이들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묶어두는 것은 국가적 자원 낭비에 가깝다.

국가적인
자원 낭비

65세는 은퇴선이 아니라 재출발선= 우리나라 제도에서 65세는 상징적인 나이다. 연금, 노인복지, 각종 감면 혜택이 시작되는 기준선이다. 동시에 이 나이는 일을 내려놓는 시점이라는 기준이 암묵적으로 규정돼 왔다. 정책은 이 순간부터 노인을 보호 대상으로만 설정하고, 경제 활동의 주체 목록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평균 기대수명이 83세를 넘긴 사회에서 65세 은퇴는 지나치게 이르다. 실제로 65~75세 연령대 중 상당수는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없고, 지적 판단력과 사회적 감각도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기회이며, 기회를 설계하지 않는 제도의 부재다.

국가는 이 구간을 ‘여생’이 아니라 ‘제2의 활동기’로 재정의해야 한다. 은퇴 이후 10년은 쉼의 시간이 아니라 전환의 시간이다. 이 전환을 제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노인은 의존으로 밀려나고 국가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개인과 국가 모두에 손해다.

실버산업은 왜 돌봄에 갇혀 있는가= 현재 실버산업으로 분류되는 영역을 보면, 요양, 간병, 의료, 복지 기기, 실버타운 등 모두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노인은 소비자이자 관리 대상일 뿐, 생산의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는 노인의 역량이 제도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거의 없다.

이 구조는 고령화가 막 시작되던 시기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가족 돌봄이 붕괴되면서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프레임이 10년, 20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환경은 바뀌었는데 정책 방향은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

노인 1000만명 시대…65세 이상 21%
산업·민주화·시장 경제 실전 경험

실버산업의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재정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노인이 늘어날수록 비용만 증가하는 구조라면, 이 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돌봄만 남은 실버산업은 결국 복지의 다른 이름일 뿐, 산업의 역할을 끝내 수행하지 못한다. 구조 전환 없는 성장은 없다.

청년산업과 실버산업의 결정적 차이= 청년산업을 보면 정부의 시각이 분명히 드러난다. 청년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육성 대상이며, 동시에 산업의 주인공이다. 일자리 지원뿐 아니라 창업, 기술사업화, 스타트업 육성까지 정책의 중심에 놓인다. 실패를 전제로 한 도전이 제도적으로 허용된다.

반면 실버산업에는 창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노인은 일할 수는 있지만,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존재처럼 취급된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체 가능성이 배제돼있고, 실패 가능성만 과장된다. 그 결과 도전의 통로 자체가 닫혀 버렸다.

이 차이는 단순한 행정 용어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은 ‘가능성의 존재’로 보고, 노인은 ‘위험의 존재’로 본다. 그러나 위험을 이유로 기회를 차단하는 정책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책과 다르지 않다. 관리만 남고 성과는 사라진다.

키즈산업은 ‘대상’ 실버산업은 ‘주체’= 키즈산업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산업이다. 이린이는 소비의 중심이지만, 사업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프리미엄 전략, IP 확장, 테크 결합이 핵심이 된다. 보호자 중심의 소비 구조에서 가치와 브랜드가 경쟁력이 된다. 이 구조는 산업 논리상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실버산업은 다르다. 노인은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공급자가 될 수 있다. 경험, 기술, 관계, 신뢰라는 자산을 이미 보유한 계층이다. 단순 소비층이 아니라 역할과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존재다. 이 점에서 실버산업은 키즈산업과 출발선부터 다르다.

지속 가능
안정성 높아

그럼에도 정부는 두 산업을 동일한 ‘대상 중심 산업’으로 묶어버렸다. 키즈산업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실버산업까지 그렇게 묶는 순간 산업의 절반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주체를 지운 산업은 성장할 수 없고, 정책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65~75세 실버 창업, 왜 가능한가= 실버 창업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 연령대는 이미 한 번 이상의 직업 경로를 끝까지 경험했다. 실패의 비용과 성공의 조건을 몸으로 알고 있으며, 무모한 확장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창업 안정성이 높다. 이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 실버 창업은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역 기반 서비스, 전문 경험형 사업, 소규모 네트워크 중심 모델이 대부분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과잉 자영업 문제와도 직접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자영업 구조를 대체·보완하는 질적 전환에 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실버 창업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사실이다. 일하는 노인은 덜 아프고, 덜 고립되며, 덜 의존적이다. 이는 복지 지출 감소로도 직결되며, 세대 간 부담을 완화한다.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크다.

실버 창업에 적합한 사업 이미 많아= 노인이 할 수 있는 사업은 제한적이지 않다. 퇴직 공무원의 행정 컨설팅, 기술자의 현장 자문, 교육자의 코칭 사업, 자영업 경험자의 소상공인 멘토링 등은 이미 수요가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들 사업은 속도보다 신뢰, 규모보다 정확성이 경쟁력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돌봄 연계 서비스, 생활 관리, 공공 중재 역할 등 새로운 영역도 열려 있다. 이는 단순 일자리가 아니라 역할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며, 고령자에게 특히 적합한 형태다. 지역 공동체의 회복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는다.

더 정교한
제도 설계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경험이다. 실버 창업의 경쟁력은 확장이 아니라 지속성이며, 마케팅보다 관계다. 이 신뢰는 오랜 사회 경험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자산이며, 단기간에 모방되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실버 창업은 다른 창업과 구별되는 독자적 산업 영역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선별과 설계= 실버 창업을 무작정 확대해서는 안 된다. 청년 창업 실패의 교훈은 분명하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개인에게 빚을 남기고, 사회에 비용을 남긴다. 실버 창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단순한 장려가 아니라, 처음부터 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핵심은 선별이다. 건강 상태, 기본 역량, 사업 이해도를 기준으로 한 테스트와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과한 노인에게만 단계적 창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차별이 아니라 실패를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다.

정부의 역할은 직접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관리하고 성공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있다. 제도를 설계하지 않으면 창업은 개인의 모험으로 남고, 정책은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실버 창업은 복지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산업 정책이어야 한다.

실버산업의 정의 다시 써야= 이제 결론은 분명하다. 실버산업은 더 이상 ‘노인이 대상이고, 노인을 돌보는 산업’이 아니다. ‘노인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산업’으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고령화 시대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며, 앞으로의 모든 논의를 가르는 기준선이 된다. 이 전환 없이는 어떤 대책도 임시방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을 계속 쉬게만 하는 국가는 결국 재정에 짓눌린다. 반대로 노인을 다시 세우는 국가는 경험이라는 자산을 회수한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크게 벌어진다. 선택은 이미 눈앞에 와 있고, 미루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결점이자 책임 회피다.

환경 바뀌었는데 방향 제자리
역할 기반 사업 긍정적 효과

실버산업의 미래는 요양원이 아니라 창업 현장에 있다. 보호에서 참여로, 대상에서 주체로. 실버산업의 정의를 바꾸는 순간,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국가 전략이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며, 실행하지 않는 정부는 고령화의 비용을 스스로 방치하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6·3 지선, 실버산업단지는 선택 아닌 해법=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적 기회다. 지방정부가 실버 창업을 전제로 한 산업을 발굴하고, 이를 한데 모은 ‘실버산업단지’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운다면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이 된다.

실버산업단지는 요양시설의 확장이 아니다. 행정·기술·교육·중재·지역 서비스 등 65~75세 고령층이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창업과 역할 중심 산업을 묶는 공간이다. 이는 청년 유입을 기다리는 소극적 전략이 아니라, 이미 지역에 남아 있는 노인을 다시 세우는 적극적 전략이다. 지방 인구 붕괴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지방정부가 이 구조를 설계한다면 효과는 즉각적이다. 고령 인구의 경제 참여가 늘어나고, 지역 내 소비와 관계망이 살아난다. 복지 예산은 줄고, 지역 공동체의 유지 비용은 낮아진다. 실버 창업을 산업단지 단위로 묶는 순간, 고령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두 위기는 동시에 관리 가능한 정책 의제가 된다.

실버 창업은 복지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실버 창업을 여전히 복지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다. 이제는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을 어떻게 다시 쓰느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고령 인구의 경험과 역량을 묶어 두는 국가는 경쟁력을 스스로 봉인하는 셈이다.

선진국일수록 고령 인구를 ‘관리 비용’이 아니라 ‘생산 자산’으로 분류한다. 일본과 독일이 고령 기술 인력의 재고용과 소규모 창업을 전략 산업으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복지 확대가 아니라 산업구조를 버티게 하는 안전판이다.

관리 비용?
생산 자산!

실버 창업은 고령화 사회에서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이를 외면하는 국가는 재정 부담만 키우고, 이를 활용하는 국가는 성장의 또 다른 축을 만든다. 실버산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곧 그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가르는 문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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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