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의 착각

특별재판부가 아닌, 판결 구조 바꾸는 개혁이어야

요즘 사법개혁 논의의 중심에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있다. 특정 사건과 정치적 사안에 대응해 전담 재판부를 만들자는 요구가 반복되지만, 사건이 터지면 재판부를 바꾸고 여론이 흔들리면 제도를 덧붙일 뿐, 판결의 질이 왜 흔들리는지에 대한 질문은 빠져 있다.

특별재판부는 공정성을 강화하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사법부를 정치의 전면으로 끌어내는 구조이기도 하다. 누가 그 재판부에 들어가느냐, 왜 그 사건이 특별 취급을 받느냐는 논쟁이 판결 전부터 시작된다. 사법부는 판결로 말해야 하지만, 구조 설계부터 의심받는 순간 판결의 권위는 약해진다.

의심받는 순간
약해지는 권위

진짜 사법개혁은 재판부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판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꾸는 것이다. 법 조문에 대한 숙련보다 사건 작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판결의 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사법개혁은 반복해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특별재판부가 개혁처럼 보이는 이유= 특별재판부 논의는 늘 정의감에서 출발한다. 기존 사법 시스템으로는 공정한 판단이 어렵다는 불신이 쌓일 때, 정치권과 여론은 별도의 장치를 요구한다. 물론 그 요구는 설득력이 있다. 기존 재판부가 부족하다면, 더 강한 재판부를 만들자는 논리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해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전가한다. 판결의 질이 흔들리는 원인을 제도 밖에서 찾기 때문이다. 판사가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문제를 재판부 명칭과 구성 변경으로 덮으려 한다. 이는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간판만 바꾸는 처방이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책임만 이동시킨다.

특별재판부가 늘어날수록 사법부는 더 정치적으로 보인다. 어떤 사건이 특별한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정치가 되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구조에서 나오지, 특별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특별함은 오히려 의심을 키운다. 그 순간 재판은 판결 전에 이미 구성 논쟁으로 심판대에 오른다.

판결은 법이 아닌 현실을 번역하는 작업= 판결은 법 조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행위가 아니다. 현실에서 벌어진 복잡한 사실을 법의 언어로 옮기는 번역 작업이다. 이 번역이 실패하면, 판결은 합법일 수는 있어도 납득되지는 않는다. 시민이 판결에 분노하는 지점은 대개 이 지점이다. 판결문이 길어질수록 이해는 멀어지고, 불신은 깊어진다.

논의 중심에 특별재판부 설치
판결의 질에 대한 질문은 빠져

현대 사회의 분쟁은 단순하지 않다. 기술, 조직, 시스템, 이해관계가 중첩돼 하나의 사건 안에 공존한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판사는 서류의 일부만 보고 판단하게 된다. 그 결과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완결돼 보이지만, 현실과는 어긋난다. 시민은 판결에서 현실의 온도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판결의 질은 법 지식의 양이 아니라, 구조 이해의 깊이에서 갈린다. 법리는 마지막 단계고, 그 이전의 해석이 판결의 방향을 결정한다. 사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결론을 좌우하며, 이 해석 능력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사고의 훈련에서 길러진다. 사법의 전문성은 여기에 있다.

쿠팡과 플랫폼 사건이 던진 질문= 쿠팡과 같은 플랫폼 사건은 전통적인 법 분류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사인지, 노동인지, 공정거래인지, 행정인지 하는 분류가 한 사건 안에 섞여 있다. 계약서만 보면 중개자고, 현장을 보면 지배자다. 이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면 판결은 필연적으로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틀의 선택이 곧 결론이 된다.

플랫폼의 핵심은 구조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책임이 어떻게 분산되는지, 위험이 어디로 이전되는지를 읽어야 한다. 이를 모르면 판사는 가장 정제된 문서,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에 끌려간다. 구조를 읽지 못한 판결은 언제나 말이 많은 쪽이 이기도록 한다. 침묵하는 구조는 패소하고, 포장된 논리가 승소한다.

그래서 플랫폼 판결은 늘 논란이 된다. 법리가 틀려서가 아니라, 사건을 이해하지 못한 흔적이 판결문 곳곳에 남기 때문이다. 시민은 판결문에서 결론보다도 “이 재판부가 이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가”를 먼저 읽는다. 그 판단은 빠르다. 판결의 설득력은 선고 순간 이전에 이미 결정된다.

시험 점수 아닌
사고 훈련부터

산업병 판결서 반복되는 오판의 구조= 산업병과 산재 판결은 구조 이해의 중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산업병은 단일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누적, 확률, 환경, 조직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를 개인의 질병 이력이나 단기 인과관계로 환원하면 판결은 왜곡된다. 구조는 사라지고 개인만 남는다. 책임은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그럼에도 많은 판결은 “직접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는 법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다. 산업병은 애초에 그렇게 입증되지 않는 구조를 가진다. 이 사실을 외면한 판결은 반복해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판결은 안전보다 증명을 요구하고, 증명은 늘 개인에게 불리하다.

판사가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감정 결과에 종속되거나 보수적 판단으로 도망친다. 그 결과 정의는 서류 속에서 사라진다. 피해자는 패소하고, 시스템은 유지되며, 위험은 다음 노동자에게 이전된다. 판결은 끝났지만 문제는 남는다. 사법은 종료됐지만, 산업 현장은 그대로다.

판사는 산업이 아니라 사건 구조에 특화돼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별 판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위험을 낳는다. 특정 산업에 오래 노출된 판사는 무의식적으로 그 산업의 논리를 정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전문화가 아니라 동화의 위험이다. 판결은 독립을 잃고 관행을 닮아간다.

그래서 필요한 특화는 산업이 아니라 사건 구조다. 시스템 사고형 사건, 고난도 인과관계 사건, 기술 판단이 개입되는 사건 등 유형별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는 판사의 중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판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구조를 아는 판사는 주장보다 작동 원리를 본다. 보이는 쪽이 아니라 작동하는 쪽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속도의 문제?
이해의 문제!

판사는 업계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해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주장 뒤에 숨은 작동 원리를 읽어내는 능력이 사법 전문성의 핵심이다. 이것이 사법 전문화의 올바른 방향이다. 판결은 설명이 아니라 해부여야 한다.

로스쿨과 경력 논쟁의 허점= 로스쿨 제도는 판사의 경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경험이 곧 판단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 경력이 길수록 사건을 의뢰인 중심으로 보는 습관이 굳어질 수 있다. 재판은 그 습관을 내려놓는 자리다. 익숙한 시선은 공정한 판단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재판은 변론의 연장이 아니다. 양쪽 주장을 동일한 거리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오히려 선입견이 적은 신입 판사가 구조를 더 정직하게 읽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험은 방향이 맞을 때 힘이 된다. 방향 없는 경험은 판단을 왜곡한다.

문제는 경력의 유무가 아니라, 그 경험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축적됐느냐다. 이 점을 무시한 채 경력만 강조하는 사법개혁은 방향을 잃기 쉽다. 경력은 조건이지, 보증수표는 아니다. 판결의 질은 이력서가 아니라 사고 방식에서 나온다.

전문성 부재가 재판 지연을 만든다= 최근 재판 지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접수됐지만, 첫 변론까지 시간이 걸리고, 쟁점 정리만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흔히 인력 부족이나 사건 폭증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그 이면에는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판사가 사건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플랫폼, 산업병, 기술·금융 사건처럼 구조가 복잡한 사건일수록 이 현상은 두드러진다. 판사는 관련 산업과 시스템을 처음부터 공부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과 자료 제출이 반복된다. 쟁점은 늘어나고, 변론은 길어지며, 재판은 자연스럽게 지연된다. 전문성이 부족한 재판은 신중해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고 늘어진다.

결국 재판 지연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다. 사건 구조에 대한 기본적 축적이 없는 상태에서는 판결을 미룰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조 전문화는 판결의 질만 높이는 장치가 아니다. 재판을 제때 끝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다. 판사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법은, 정의뿐 아니라 시간에서도 시민을 배반한다.

이해관계자들 주장 뒤에 숨은
작동 원리 읽어내는 능력 핵심

의사는 분야를 나누는데, 판사는 왜?= 의료 현장에서 의사는 결코 하나의 직군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내과, 외과, 소아과, 심장, 신경, 응급의학 등 분야는 세분화돼있고, 환자는 자신의 증상과 구조에 맞는 의사를 만난다. 이는 능력 차별이 아니라 판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의료는 오진의 대가를 알기에 전문화를 선택했다.

물론 판사와 의사는 역할이 다르다. 의사는 치료까지 책임지지만, 판사는 판결로 역할이 끝난다. 그러나 둘 다 판정을 내린다는 점에서는 같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고, 판사는 죄를 다룬다. 무게의 차이가 아니라 종류의 차이다. 판정의 오류가 남기는 상처는 어느 쪽도 가볍지 않다.

사법부는 여전히 모든 사건을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려 한다. 이는 의료에서는 이미 포기한 발상이다. 판사를 산업별로 고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사건의 구조에 따라 판단 역량이 축적되는 설계는 필요하다. 의료가 전문화로 신뢰를 쌓아왔듯, 사법도 구조 전문화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법만이 예외일 이유는 없다.

판사 직능 개편이 사법개혁의 핵심= 진짜 사법개혁은 판사 직능을 다시 설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판사를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사건 구조별 역량 축적이 가능한 인사와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이 판결의 질을 끌어올린다. 제도는 판사의 성장을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 사건을 반복적으로 다루는 판사, 산업병 사건에서 인과관계 판단에 강한 판사, 기술 감정을 검증할 수 있는 판사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한다. 이는 특권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재판부 단위의 경험 축적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경험의 누적이 우연이 아니라 설계가 돼야 한다.

특별재판부는 일회성 처방이지만, 직능 개편은 판결의 체질을 바꾼다. 개혁의 무게중심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치의 개입은 계속된다. 정치는 빈 구조를 파고든다. 사법이 스스로 설계하지 않으면, 설계자는 언제나 바깥에서 들어온다.

사법개혁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사법부가 신뢰를 잃는 순간은 판결이 틀렸을 때가 아니다. 이 재판부는 이 사건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질 때다. 법적 논리는 시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판결은 권위를 잃는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다. 판결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사법개혁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 판결이 현실을 제대로 번역하고 있는가, 구조를 이해한 흔적이 남아 있는가,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개혁은 실패다. 절차의 공정성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선택해야 할
유일한 길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판사가 구조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개혁이다. 그것이 쿠팡 이후의 플랫폼 사회, 산업병이 일상이 된 시대에 사법부가 선택해야 할 유일한 길이다. 이 기준이 서지 않는 한, 사법개혁 논쟁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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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