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18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들여 파면을 결정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371일 만으로, 현직 경찰청장이 헌재 탄핵 심판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조 청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탄핵 인용 결정을 선고했다. 결정과 동시에 파면 효력이 발생해, 직무가 정지돼있던 조 청장은 즉시 경찰청장직을 상실했다.
핵심 쟁점은 지난해 12월3일 선포된 비상계엄 상황에서 조 청장이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와 선거연수원에 경찰 병력을 배치한 행위였다.
헌재는 조 청장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이 헌법에 보장돼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국회 출입문에 약 300명의 경찰을 집중 배치해 의원들의 출입을 차단한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조치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사실상 지연·차단한 것으로 보고, 헌법 제77조 제5항이 보장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과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조 청장이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투입해 출입을 통제하는 동안, 군 정보기관 인력이 영장 없이 내부에 진입해 직원과 사무실을 수색한 정황도 문제 삼았다.
헌재는 이를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면서, 선관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한 중대한 위헌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상환 헌재소장은 선고문에서 “피청구인은 위헌·위법한 계엄 포고령에 따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회를 통제하고 선관위를 사실상 봉쇄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했다”며 “이 같은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매우 중대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심각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조 청장 측은 계엄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전 조치 차원에서 경력을 배치했고, 일부 의원의 ‘월담’ 등을 묵인한 점을 들어 “대통령 지시에 전면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헌재는 “선관위가 경찰 지원을 요청하거나 협의한 사실도 없고, 당시 선관위 안전에 특별한 위협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 청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헌재는 조 청장이 2023년 11월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위법한 통제선 설치와 과잉진압을 통해 폭동을 유도하고, 이를 계엄 선포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국회의 추가 소추 사유에 대해선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며 기각했다.
헌재는 조 청장의 행위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한 헌법 제7조 제1항과, 경찰청장에게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경찰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실행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경찰력을 동원했다는 점이 파면 사유의 결정적 근거가 된 셈이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12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함에 따라 직무가 정지된 이후, 지난 1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혈액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판 과정에서 건강 문제도 함께 쟁점이 돼왔다.
이번 결정으로 이재명정부의 치안 수장 자리는 공식적으로 공석이 됐다. 탄핵소추된 공직자는 의원면직이 불가능해 새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유재성 경찰청 차장이 1년 넘게 직무대행 체제로 경찰청을 이끌어 왔다.
이날 조 청장의 파면 선고로 12·3 비상계엄 가담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제기됐던 탄핵 사건은 모두 일단락됐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각각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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