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 사망사고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가운데, 최근 일본 관광객 모녀가 한 30대 만취 남성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소식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토록 음주 운전의 위험성이 심각함에도 유력 정치인은 물론, 고위 공직자, 심지어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연예인까지 심심치 않게 음주 운전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치 한국이 ‘음주 운전 공화국’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피해자가 일본인 관광객이라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나름대로 음주 운전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상응한 법과 제도를 마련했다지만, 일본인들은 그들의 음주 운전 관련 처벌에 비해 우리의 음주 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 수준이 형편없이 낮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그런 생각은 단순하게 음주 운전 사고 발생 건수만 봐도 우리가 일본에 비해 6배나 많지만, 실제로 인구 대비까지 따지면 우리가 무려 12배나 더 많다는 통계적 사실을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음주 운전 사고가 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서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음주 운전 재범률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음주 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이 일본에 비해 상당히 약하다. 일본은 음주 운전 사망 사고 시 경합범의 경우라면 최고 징역 30년 형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처벌을 강화했다는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음주 운전 사망사고, 즉 음주 운전 치사죄의 형량이 최고 12년 징역형이라고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음주 운전 치사 행위는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대법원의 양형 기준은 죄질이 안 좋아 가중 처벌돼도 기껏해야 징역 4∼8년, 동종 누범 등 특별 가중 요소가 있어도 12년의 실형 선고를 권하고 있다.
당연히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음주 운전 사망사고로 과거 한 해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빈발했다. 고속도로에서 음주 운전 트럭이 가족 여행 중인 승용차와 추돌해 차에 타고 있던 두 자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음주 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20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자, 음주 관련 사고도 급격하게 줄었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의 검찰도, 법률도, 그리고 심지어 시민들도 이토록 심각한 음주 운전에 대해서 너무나도 관대하고 둔감하다는 것이다.
음주 운전은 자살, 자해 행위지만 때로는 이번 사고처럼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가정파괴 범죄가 될 수 있음에도 그에 상응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1년간 선고한 음주 운전 형사사건 1심 판결에서 실형 선고는 겨우 10건 중 1건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음주 운전으로 사람이 사망한 살인 사건임에도 이를 살인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우선 음주 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는 물론이고, 범죄에 대한 무감각, 그런 일반의 법 감정을 반영하듯 가볍게 형량을 구형하는 검찰, 그리고 이에 뒤질세라 법원도 음주 감경이라는 기괴한 이유까지 들어가면서 관대하게 형량을 선고하는 비극을 낳은 것이다.
음주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그로 인한 행동에 대한 책임에도 감경 요소가 아니라 가중 요소여야 한다. 이처럼 음주 운전은 가정파괴 범죄도 될 수 있는 엄중한 범죄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사회와 법과 제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한국=음주운전 공화국’이라는 오명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