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정청래의 드라이브, 민주당 권력지도 재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쳤다. 절차적 혼선, 86.8%의 압도적 찬성률, 16.8%의 저조한 참여율이라는 상반된 지표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민주당 권력 지도는 새로운 균열과 이동을 드러냈다.

정청래 대표 취임 이후 첫 번째 정치적 시험대였던 이번 개정 드라이브는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라, 당내 권력 구조가 어디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당심 중심 재편 지향한 정청래 전략의 본질

정 대표가 이번 개정에서 가장 강조한 가치는 ‘당원 주권’이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그의 정치적 기반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정확히 반영한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득표에서는 열세였지만 권리당원 득표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이는 정 대표가 ‘조직 중심 구조’보다 ‘당심 중심 구조’에서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그가 당심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개정에 나선 것은 정치적 생존과 전략적 확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킨 선택이다. 또 이번 개정 드라이브는 민주당이 과거 대통령 중심 정당 형태에서 당심 중심 정당으로 점차 이동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민주당은 청와대 중심의 구조가 강했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대통령과 지도부 간 권력 균형이 재조정되고 있다.

정 대표는 이 구조적 변화를 제도화함으로써 향후 공천·당권·전략 결정에서 지도부와 당심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려 한다. 그는 이번 개정을 “당원 주권 시대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는데, 이 표현이 단지 강한 메시지가 아니라, 민주당 권력구조의 장기적 이동을 선언한 말이라는 점에서 이번 드라이브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

절차 전환서 드러난 민주당 내부의 다층적 균열

이번 절차에서 가장 큰 논란은 ‘전 당원투표’에서 ‘의견수렴’으로의 전환이었다. 민주당은 처음엔 이를 전 당원투표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전 당원투표는 당헌상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데, 실제 투표는 ‘10월 당비 납부자’, 즉 1개월 납부자도 참여 가능한 방식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당내 법률가 그룹과 비청계(비 정청래) 대의원층의 비판이 집중됐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확대되자 정 대표는 전략적 조정을 택해 투표의 명칭을 ‘의견수렴’으로 변경했다. 이 조정은 법적 충돌을 피하고 정치적 의미를 지키려는 현실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각기 다른 권력 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리듬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절차적 혼선은 실수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 권력의 다층적 구조가 가진 복잡성의 결과였던 셈이다. 또 절차 전환은 지도부와 대통령실 사이의 미세한 거리감을 부각시키는 장면이기도 했다.

개정안이 겨냥한 민주당 권력지도의 새로운 방향성


이번 개정안의 핵심 조항들은 민주당 권력구조의 핵심 축을 이동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첫째, 대의원 반영 비율 20:1 삭제는 당심의 영향력을 사실상 대폭 확대하는 조항이다. 이는 민주당 역사에서 오랫동안 유지돼온 조직 중심구조를 약화시키는 상징적 조치로, 앞으로 모든 주요 선거와 의사결정에서 권리당원의 직접 영향력이 커질 것을 예고한다.

둘째,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권리당원 100%로 전환하는 조항은 조직력보다 메시지·인지도·팬덤 경쟁이 유리해지는 구조로 전환한다. 이는 민주당이 전통적 지역 기반 정당에서 팬덤 기반 정당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제도적 뒷받침이 된다.

셋째, 예비경선 단계부터 권리당원 100% 투표를 적용하는 조항은 공천 구조 전반에서 당심의 개입을 강화한다. 컷오프 단계부터 당심이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에 지역위원회나 대의원층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 세 가지 개정안은 모두 정 대표가 선언한 ‘당원 주권 시대’를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성을 담고 있으며, 민주당 권력지도가 조직→당심, 대의원→권리당원, 지역 기반→팬덤 기반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를 제도화한 것이다.

이 변화는 향후 지방선거, 전당대회, 그리고 민주당의 미래 권력재편 구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찬성률과 저조한 참여율이 던진 정치적 신호

투표 참여자 27만6589명 중 86.81%가 개정안에 찬성했고, 예비경선 당심 100%에도 89.57%, 비례대표 권리당원 100% 선출에도 88.5%가 찬성했다. 수치만 보면 압도적 지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투표 대상자 164만명 중 실제 참여자는 27만명으로, 참여율은 16.81%였다. 이 낮은 참여율은 “조용한 비토가 숨어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개정에 비판적인 대의원·비청계·전통적 중도 지지층은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강성 당심은 적극 참여해 찬성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조합은 민주당 내부 권력구조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낮은 참여율은 개정안의 실질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정 대표의 개정 드라이브가 민주당 전체를 완전히 장악한 흐름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수치는 당심 중심 구조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전통적 조직 기반과 대의원층의 불만이 계속해서 잠재돼있으며, 향후 전당대회와 공천 국면에서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 부재 시 드러난 지도부의 독자적 움직임

이번 절차가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에 진행된 점은 많은 해석을 낳았다. 공식적으로 대통령실은 이번 절차에 대한 평가를 자제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대통령 부재라는 ‘정치적 여백’을 활용해 당 운영의 주도권을 더욱 선명히 하려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는 민주당 내부 권력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대통령과 당 지도부 일체형 구조가 강했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권력 기반과 지지층을 갖고 있는 상태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 기반을 갖고 있지만, 정 대표는 당심 기반을 갖고 있고, 이 둘 사이의 조정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 개정 절차는 이 같은 권력 이동의 구조적 배치를 드러내면서, 향후 지도부와 대통령실 사이의 관계 재편이 중요한 정치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향후 공천 과정과 전당대회를 둘러싼 권력다툼에서 지도부가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절차의 의미는 더욱 크다. 대통령의 부재 시기에 지도부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절차를 진행한 점은 향후 당청관계의 핵심 함의로 남을 것이다.

김민석·정청래·이재명 삼각구도의 가속화 조짐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흥미로운 권력 지형은 단연 김민석·정청래·이재명 세 인물로 구성된 삼각구도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책·기획 기반과 국정 운영 경험이 강한 정치인으로, 당심 기반보다는 정책 기반·중도 확장성을 통해 영향력을 구축해 왔다. 반면 정 대표는 팬덤 기반·당심 기반에서 강한 정치적 에너지를 지닌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두 사람 사이의 조정자이자 조율자로 서 있으며, 자신의 국정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이 둘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이번 개정 절차는 이런 삼각구도의 조기 격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는 당심 중심 개정안을 통해 먼저 판을 흔들었고, 이는 내년 전당대회의 구도를 사실상 선점하는 효과를 갖는다.

김 총리 입장에서는 당심 기반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흐름이 불편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선택과 태도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향후 민주당의 모든 정치 일정(지방선거, 전당대회, 공천 국면)에서 이 삼각구도는 서로 다른 정치 전략과 이해관계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개정이 반복해온 ‘부분 관철’ 구조적 패턴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제도 개정을 둘러싸고 항상 ‘부분 관철→저항→조정→다음 시도’라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이재명 대표 시절에도 당심 강화 개정이 시도됐지만, 비명계·대의원층의 저항으로 전면 관철에 실패한 채 일부 요소만 반영되는 식으로 귀결됐다.

이는 민주당 내부 권력구조가 다층적이고, 어느 한 축의 힘만으로 구조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 대표의 이번 개정 역시 동일한 구조적 흐름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방향성은 관철되었고 당심의 힘을 공식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낮은 참여율·지역 불균형·대의원층의 반발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이번 개정은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부분 성공’에 가깝고, 정 대표는 다음 단계에서 더 큰 조정·협상·재시도라는 과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제도 개정의 이러한 패턴은 향후 공천 제도 재편과 전당대회 룰 논란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청래 드라이브의 성과 및 정치적 승부

정 대표는 이번 절차에서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당심 중심 구조로의 방향을 잡았고, 개정안의 핵심 목표를 상당 부분 관철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구조적 제약이 다시 떠올랐다. 낮은 참여율은 당심 중심 개정이 아직 대중적 정당성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의원 견제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는 향후 공천과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지역 불균형 문제는 특정 권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강성 당심화에 대한 우려는 당이 단기적 감정 흐름에 휘둘릴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정 대표는 방향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지만 ‘완전한 승리’에는 이르지 못했으며, 향후 정치적 승부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26 지방선거, 전당대회, 그리고 포스트 이재명 권력재편이라는 대규모 정치 일정이 남아 있으며, 이 일정 속에서 이번 개정 드라이브의 성패가 최종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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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