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정청래의 드라이브, 민주당 권력지도 재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쳤다. 절차적 혼선, 86.8%의 압도적 찬성률, 16.8%의 저조한 참여율이라는 상반된 지표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민주당 권력 지도는 새로운 균열과 이동을 드러냈다.

정청래 대표 취임 이후 첫 번째 정치적 시험대였던 이번 개정 드라이브는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라, 당내 권력 구조가 어디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당심 중심 재편 지향한 정청래 전략의 본질

정 대표가 이번 개정에서 가장 강조한 가치는 ‘당원 주권’이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그의 정치적 기반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정확히 반영한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득표에서는 열세였지만 권리당원 득표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이는 정 대표가 ‘조직 중심 구조’보다 ‘당심 중심 구조’에서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그가 당심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개정에 나선 것은 정치적 생존과 전략적 확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킨 선택이다. 또 이번 개정 드라이브는 민주당이 과거 대통령 중심 정당 형태에서 당심 중심 정당으로 점차 이동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민주당은 청와대 중심의 구조가 강했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대통령과 지도부 간 권력 균형이 재조정되고 있다.

정 대표는 이 구조적 변화를 제도화함으로써 향후 공천·당권·전략 결정에서 지도부와 당심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려 한다. 그는 이번 개정을 “당원 주권 시대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는데, 이 표현이 단지 강한 메시지가 아니라, 민주당 권력구조의 장기적 이동을 선언한 말이라는 점에서 이번 드라이브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

절차 전환서 드러난 민주당 내부의 다층적 균열

이번 절차에서 가장 큰 논란은 ‘전 당원투표’에서 ‘의견수렴’으로의 전환이었다. 민주당은 처음엔 이를 전 당원투표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전 당원투표는 당헌상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데, 실제 투표는 ‘10월 당비 납부자’, 즉 1개월 납부자도 참여 가능한 방식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당내 법률가 그룹과 비청계(비 정청래) 대의원층의 비판이 집중됐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확대되자 정 대표는 전략적 조정을 택해 투표의 명칭을 ‘의견수렴’으로 변경했다. 이 조정은 법적 충돌을 피하고 정치적 의미를 지키려는 현실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각기 다른 권력 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리듬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절차적 혼선은 실수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 권력의 다층적 구조가 가진 복잡성의 결과였던 셈이다. 또 절차 전환은 지도부와 대통령실 사이의 미세한 거리감을 부각시키는 장면이기도 했다.

개정안이 겨냥한 민주당 권력지도의 새로운 방향성


이번 개정안의 핵심 조항들은 민주당 권력구조의 핵심 축을 이동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첫째, 대의원 반영 비율 20:1 삭제는 당심의 영향력을 사실상 대폭 확대하는 조항이다. 이는 민주당 역사에서 오랫동안 유지돼온 조직 중심구조를 약화시키는 상징적 조치로, 앞으로 모든 주요 선거와 의사결정에서 권리당원의 직접 영향력이 커질 것을 예고한다.

둘째,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권리당원 100%로 전환하는 조항은 조직력보다 메시지·인지도·팬덤 경쟁이 유리해지는 구조로 전환한다. 이는 민주당이 전통적 지역 기반 정당에서 팬덤 기반 정당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제도적 뒷받침이 된다.

셋째, 예비경선 단계부터 권리당원 100% 투표를 적용하는 조항은 공천 구조 전반에서 당심의 개입을 강화한다. 컷오프 단계부터 당심이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게 되기 때문에 지역위원회나 대의원층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 세 가지 개정안은 모두 정 대표가 선언한 ‘당원 주권 시대’를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성을 담고 있으며, 민주당 권력지도가 조직→당심, 대의원→권리당원, 지역 기반→팬덤 기반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를 제도화한 것이다.

이 변화는 향후 지방선거, 전당대회, 그리고 민주당의 미래 권력재편 구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찬성률과 저조한 참여율이 던진 정치적 신호

투표 참여자 27만6589명 중 86.81%가 개정안에 찬성했고, 예비경선 당심 100%에도 89.57%, 비례대표 권리당원 100% 선출에도 88.5%가 찬성했다. 수치만 보면 압도적 지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투표 대상자 164만명 중 실제 참여자는 27만명으로, 참여율은 16.81%였다. 이 낮은 참여율은 “조용한 비토가 숨어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개정에 비판적인 대의원·비청계·전통적 중도 지지층은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강성 당심은 적극 참여해 찬성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조합은 민주당 내부 권력구조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낮은 참여율은 개정안의 실질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정 대표의 개정 드라이브가 민주당 전체를 완전히 장악한 흐름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수치는 당심 중심 구조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전통적 조직 기반과 대의원층의 불만이 계속해서 잠재돼있으며, 향후 전당대회와 공천 국면에서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 부재 시 드러난 지도부의 독자적 움직임

이번 절차가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에 진행된 점은 많은 해석을 낳았다. 공식적으로 대통령실은 이번 절차에 대한 평가를 자제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대통령 부재라는 ‘정치적 여백’을 활용해 당 운영의 주도권을 더욱 선명히 하려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는 민주당 내부 권력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대통령과 당 지도부 일체형 구조가 강했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권력 기반과 지지층을 갖고 있는 상태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 기반을 갖고 있지만, 정 대표는 당심 기반을 갖고 있고, 이 둘 사이의 조정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 개정 절차는 이 같은 권력 이동의 구조적 배치를 드러내면서, 향후 지도부와 대통령실 사이의 관계 재편이 중요한 정치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향후 공천 과정과 전당대회를 둘러싼 권력다툼에서 지도부가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절차의 의미는 더욱 크다. 대통령의 부재 시기에 지도부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절차를 진행한 점은 향후 당청관계의 핵심 함의로 남을 것이다.

김민석·정청래·이재명 삼각구도의 가속화 조짐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흥미로운 권력 지형은 단연 김민석·정청래·이재명 세 인물로 구성된 삼각구도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책·기획 기반과 국정 운영 경험이 강한 정치인으로, 당심 기반보다는 정책 기반·중도 확장성을 통해 영향력을 구축해 왔다. 반면 정 대표는 팬덤 기반·당심 기반에서 강한 정치적 에너지를 지닌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두 사람 사이의 조정자이자 조율자로 서 있으며, 자신의 국정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이 둘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이번 개정 절차는 이런 삼각구도의 조기 격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는 당심 중심 개정안을 통해 먼저 판을 흔들었고, 이는 내년 전당대회의 구도를 사실상 선점하는 효과를 갖는다.

김 총리 입장에서는 당심 기반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흐름이 불편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선택과 태도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향후 민주당의 모든 정치 일정(지방선거, 전당대회, 공천 국면)에서 이 삼각구도는 서로 다른 정치 전략과 이해관계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개정이 반복해온 ‘부분 관철’ 구조적 패턴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제도 개정을 둘러싸고 항상 ‘부분 관철→저항→조정→다음 시도’라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이재명 대표 시절에도 당심 강화 개정이 시도됐지만, 비명계·대의원층의 저항으로 전면 관철에 실패한 채 일부 요소만 반영되는 식으로 귀결됐다.

이는 민주당 내부 권력구조가 다층적이고, 어느 한 축의 힘만으로 구조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 대표의 이번 개정 역시 동일한 구조적 흐름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방향성은 관철되었고 당심의 힘을 공식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낮은 참여율·지역 불균형·대의원층의 반발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이번 개정은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부분 성공’에 가깝고, 정 대표는 다음 단계에서 더 큰 조정·협상·재시도라는 과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제도 개정의 이러한 패턴은 향후 공천 제도 재편과 전당대회 룰 논란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청래 드라이브의 성과 및 정치적 승부

정 대표는 이번 절차에서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당심 중심 구조로의 방향을 잡았고, 개정안의 핵심 목표를 상당 부분 관철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구조적 제약이 다시 떠올랐다. 낮은 참여율은 당심 중심 개정이 아직 대중적 정당성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의원 견제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는 향후 공천과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지역 불균형 문제는 특정 권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강성 당심화에 대한 우려는 당이 단기적 감정 흐름에 휘둘릴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정 대표는 방향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지만 ‘완전한 승리’에는 이르지 못했으며, 향후 정치적 승부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26 지방선거, 전당대회, 그리고 포스트 이재명 권력재편이라는 대규모 정치 일정이 남아 있으며, 이 일정 속에서 이번 개정 드라이브의 성패가 최종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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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