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남중국해 악몽 재현되고 있는 서해

중국의 남중국해 전략이 이제 서해로 북상하고 있다. 이것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해양 주권·경제 생명선·국가 전략체계 전체를 흔드는 구조 변화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와 국회는 서해를 단순한 외교 사안으로 취급하며, 위기의 축적을 ‘조용한 일상’으로 오해하고 있다. 지금 서해에서 벌어지는 일은 시끄럽지 않아서 더 위험한 것이며, 조용해서 더 빨리 진행되는 변화다.

최근 미국 헤리티지재단 스티븐 예이츠 연구원이 “한국이 남중국해를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중국해에서 일어났던 그 전략적 패턴이 서해에서 거의 동일한 속도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이 서해에서 잃고 있는 것은 ‘구조물 한 개의 관리권’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공간 자체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진짜 골든타임은 끝난다.

침묵은 안정 아닌 전략 붕괴의 신호

중국이 올해 초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폐 시추선을 개조한 철제 구조물을 무단 설치한 사건은 구조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보 구조 전체를 흔드는 ‘전략적 지진계’에 가깝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수십년 동안 반복해 온 ‘기정사실화–군사화–영해화’ 전략을 서해에서도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그 과정은 언제나 조용하고 단계적이며, 외교적 항의를 무시한 채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지금 서해의 고요함은 평화의 징표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이 중국이 사실상의 지배력을 굳혀가고 있는 위험한 침묵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항의성 메시지만 반복하고, 국회는 이를 국가 전략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전략 부재의 침묵이다.

중국 서해 전략은 남중국해 매뉴얼의 복사본

필자는 ‘서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남중국해에서 이미 검증된 전략의 재현’이라고 생각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법적 근거가 없는 선(구단선)을 그어 주변국의 항행권과 조사권을 제한했고,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조차 무시했다.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시설을 구축하며 해군·해경·민병대를 동원해 사실상 남중국해 90% 이상을 자기 나라 바다처럼 만들었다.

지금 서해에서 중국이 보이는 움직임은 그 모든 과정과 유사한 패턴을 따른다. 구조물 설치는 ‘전진 거점 확보’를 의미하며, 지난 9월 한국의 조사선 추격과 활동 제한은 ‘영해 주장 실험’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미 서해에서 남중국해 방식의 1단계와 2단계에 착수했다. 우리나라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3단계 군사화는 시간문제다.

필리핀의 실패는 반드시 피해야

필리핀은 중국의 점진적 남중국해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자국 해역 안에 있는 ‘작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바위섬(스카버러 암초)’을 상실했다. 중국은 어민으로 위장한 민병대, 해경선, 무인기 등을 투입해 충돌 없이 점령하는 방식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했다.

필리핀은 국제 여론과 미국의 지원에만 의존하다 전략적 거점을 빼앗겼고, 그 이후에야 국제재판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실효를 얻지 못했다. 지금 필리핀은 중국의 물대포 공격과 고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해역만 유지하는 처지다.

만약 우리나라도 지금 대응을 미룬다면 필리핀처럼 뒤늦게 더 큰 사태를 맞을 것이다. 우리가 서해에서 보이는 소극적 태도는 필리핀의 과거 실수와 지나칠 만큼 닮아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필리핀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 막아야 한다.

서해는 한국의 경제·안보 생명선으로 DNA 모여 있는 곳

서해는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의 생명혈관이다. LNG 도입선, 원유 운반선, 반도체·배터리 수출선이 모두 서해를 통과한다. 이는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경제의 심장 박동에 해당하는 동맥이다. 동시에 서해는 전쟁 발발 시 한·미·일 연합전력이 진입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작전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이 서해에서 지배력을 확보하면 우리의 경제 체력, 응전 능력, 외교적 자율성 모두가 제약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서해 문제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 정도로 축소하거나 단순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태도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스스로의 전략적 공간을 중국에 넘기는 꼴이 된다. 서해는 바다가 아니라, 한국의 번영을 떠받치는 구조적 기둥인데, 그 기둥이 지금 흔들리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동고서저 지형 특성으로 대부분의 강이 서해로 흘러 나간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강들이 서해로 연결돼있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와 DNA가 서해에 모여 있다는 의미다. 서해를 중국에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

대만해협·서해 운명은 하나로 연결

전문가들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가 한국의 중대한 국가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그 전략적 효과는 서해와 동중국해까지 확장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포위망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국가 전략의 자율성은 급격히 축소된다. “대만 문제는 조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지만, 이는 전략적 계산이 아니라, 두려움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의 침묵을 ‘한국은 이미 우리 영향권에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것이고, 이는 서해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서해의 안정이 긴밀히 연결돼있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미국·일본·호주는 전략 속도 ↑ 한국만 정체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 체제에서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중국의 행동에 즉각 대응하는 전략체계를 갖췄다. 호주는 중국 군함이 태평양 연안까지 진출한 현상을 보고 해양 전략을 전면 재정비했다. 미국은 필리핀과의 공동작전을 강화하고 항행의 자유 작전을 확대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 정치 일정에 발목이 잡혀 이 같은 전략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서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소모하고, 정부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만 우려하며 전략 발표를 미루고 있다. 중국의 시간표는 빠르고, 우리의 시간표는 느리다. 이 속도 차이가 바로 서해 붕괴의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재명정부가 중국과 가깝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서해 위기 대응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과연 중국에 단호할 수 있느냐’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단 하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중국과의 거리·원칙·국가이익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다. 서해에서 그 원칙을 보여주지 못하면 외교·안보 전반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서해 수호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정부는 지금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심리를 전략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회피는 전략이 아니다. 억제는 전쟁을 막는 기술이며, 억제는 원칙과 행동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서해 기정사실화 저지 원칙을 공식화하고, PMZ 관리체계를 우리 주도로 재편하며, 서해 전용 감시체계를 신속히 구축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서해 전략회의를 정례 주재해 이 문제를 국가 전략의 최상위로 격상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한·미·일 협의체에서 서해 문제를 정식 의제로 올리고, 서해 현상 유지 입장을 명확히 주장해야 한다. 국회도 서해 전략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고, 중국의 경제·관광·금융 보복에 대비한 사전 매뉴얼을 확정해야 한다. 국가가 움직여야 중국이 멈춘다.

동해서도 한국 주권이 시험대

최근에도 일본은 외교청서·교과서·해양조사 발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 ‘독도=분쟁 지역’이라는 인식을 쌓아가려는 장기 전략이다. 단발성 발언이 아니라 누적된 반복을 통해 한국의 여론과 정부 대응이 어느 순간 약해지는 틈을 노리는 방식이다.

결국 서해와 동해에서 각각 중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의 주권을 흔드는 ‘조용한 영토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실질 점유를, 일본은 분쟁화를 겨냥하며 한국의 전략적 침묵을 이용해 기정사실을 축적하고 있다.

이 상황을 개별 사건으로 분리해 다루면 오히려 위험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바다를 하나의 전략 지도 위에서 보고, 한국의 해양주권을 지키는 통합 대응체계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이것이 흔들리면 한국의 경제 동맥과 안보 기반은 동시에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서해·동해의 근본적 질문은?

지금 서해와 동해는 우리에게 동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은 외교도, 군사도, 해양 관리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존재의 질문이다.

서해에서 중국은 조용한 기정사실화를 누적시키고, 동해에서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보이게 하는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잠식하는 이중 압박이다.

만약 한국이 지금처럼 대응을 미루고 정치적 계산만 되풀이한다면, 우리는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겪었던 치명적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경고는 이미 시작됐고, 침식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서해와 동해를 다시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되돌릴 것인가, 아니면 주변국 이슈로 취급되며 또 다른 침식을 허용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당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지금이야말로 그 기준점을 세워야 할 때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