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씩씩하게 돌아온 박미선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17 10:55:00
  • 호수 1558호
  • 댓글 0개

정신없이 38년 “그래도 그립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으하하항!” 친근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올해 1월을 끝으로 갑작스레 자취를 감췄던 개그우먼 박미선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 오랜만에 소식을 전했다. 늦가을 끝자락에 어울리는 짧은 머리와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그는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아 생존 신고하려고 왔다”며 우리가 기억하던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간이 흐른 후 밝혀진 박미선의 병명은 유방암이었다. 그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기를 10개월, 카메라 앞에 다시 앉아 고군분투했던 투병 기록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 12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 318회에 출연한 박미선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를 짧게 민 터라 기존 모습과 달리 새로운 스타일로 등장한 그는 “파격적인 모습이라 사람들이 놀랄까 했지만 용감하게 나왔다”며 “이탈리아에 유학 다녀온 디자이너 느낌이지 않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임파선까지
전이 상태

웃으면서 시작했으나, 이내 쉽지 않았던 투병기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초 종합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돼 그해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술을 바로 진행했다.

그는 “수술을 해보니 이미 임파선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였다. 그렇게 되면 무조건 항암을 진행해야 했다”며 항암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2주에 걸쳐 8회를 하려고 했던 항암치료 도중, 4회차에 폐렴이 왔다”며 “열이 40도가 넘어가면서 떨어지지 않아서 2주 동안 입원하며 항생제와 모든 약을 부어 넣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그 이후 다시 한번 항암치료를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치료 4번 받을 분량을 12번으로 쪼개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사선치료를 16번 받았고 현재는 약물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미선의 딸 이유리씨가 기록한 ‘엄마의 투병 일지’가 공개됐다. 영상 날짜는 지난 1월 항암 1차 치료를 받은 후였다.

박미선은 “항암 1차 주사 맞고 쇼크 오는 사람도 많은데,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동네를 걷고 있다”며 “다음 날은 구역질도 안 나고 머리카락도 안 빠졌는데, 기운은 없지만 희망적”이라는 등 투병 일상이 기록됐다.

항암치료 9일 차가 되던 날에는 “2차(항암치료) 하기 2~3일 전이 괜찮다”며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C 유재석은 박미선에게 “방사선치료 10회 넘어가면 쉽지 않은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미선은 “항암이라는 게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좋은 세포까지 다 죽이는 것”이라며 “살려고 하는 건데 죽을 거 같았다.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말초신경 마비에 감각이 없어지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 헤르페스가 너무 올라와서 입맛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완쾌’가 없는 유방암이라면서도 ‘이것만 참으면 돼’ 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항상 조심하고, 항상 검사하며 그냥 받아들이고 또 생기면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도 말했다.

박미선은 가족들에게 유방암 진달 사실을 알렸을 때를 회고했다. 특히 남편 이봉원에게 “‘나 암이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처음에는 답이 없었다”며, 답장으로 “초기라 수술하면 괜찮을 거야”라고 위로받았다고 했다.

가족 모두가 암 발병 사실에 놀란 눈치였지만,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터질 것 같아 꾹 참고 밝게 생활하며, 울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미선은 가족들에게 영화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같지 않냐?”며 본인이 슬픈 모습을 자제하니, 받아들이는 사람 또한 그랬다고 밝혔다.

실감 안 났던 유방암 진단
아파 보니 주변 사랑 느껴

특히 “여성들이 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하며 머리를 밀게 되면, 많이들 운다고 하지만 머리는 또 자라니까 언제 또 그래 보겠나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며 딸의 권유로 정장을 입고 프로필 사진도 촬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미선은 “다들 내 눈치를 봐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못하고,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길 걷다가 산책하면서 혼자 울기도 하고, 스스로를 많이 위로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한편 남편 이봉원이 “일 못 하면 어때, 내가 있잖아”라며, 박미선의 생일 때는 “유명 베이커리에서 줄까지 서서 케이크를 사다 주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박미선은 “아프고 나니 힘이 없어서 말투가 부드러워지니까 상대방도 나를 부드럽게 대하더라”고 회상했다.

과거 박미선은 갑질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11일 유튜브 ‘조동아리’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박미선은 ‘조동아리’에서 언제 나를 부를까 기다렸다”며 “어느 날 밤 김수용에게 전화가 와서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섭외를 직접 다 하냐”라며 섭외 방식에 놀랐던 사연을 전했다.

지석진은 “미선 선배님이나 (이)성미 누나는 직접 섭외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하자 박미선은 “재석이(‘핑계고’)는 나를 안 부르더라, 내가 도움이 안 되나?”라며 장난 섞인 서운함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미선은 “사실 경실 언니, (조)혜련이랑 ‘주둥아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준비 중이었다”며 비밀을 털어놓았고, 김용만은 이에 “우린 바로 고소 준비할 거야”라며 너스레를 떨어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과거 박미선은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출연 당시 느꼈던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누구나 굴곡이 있잖아요”라며 “배우들도 여주인공하던 사람이 엄마 역할 들어오면 심적으로 힘들어진다는데, (나도) 어느 순간 무대가 아닌 심사위원 자리에 앉으라더라”며 과거 일이 없던 시절의 자존심이 상했던 일을 회상했다.

이어 “<해피투게더> 패널 제의가 들어왔길래, 당연히 고정인 줄 알았는데 PD가 ‘한 달만 해보고 성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말에 속으로 자존심이 상했지만, 나 자신을 다 쏟아부었다”며 “망가지는 분장까지 감수하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고정 자리를 얻은 박미선은 “제의가 들어와서 살짝 고민했지만 그러지 말자 싶었다”며 “자리가 뭐가 중요할까 싶더라. 만약 그때 포기하고 모든 걸 내려놨다면, 지금까지 방송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 결정을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딸이 쓴
투병 일지

과거 박미선은 김용만과 함께했던 예능프로그램 <스타부부쇼 자기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다른 남자 MC와 진행하기로 돼있었는데, 나는 김용만과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해 박미선도 “이 프로그램 대박 나겠는다는 느낌이 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MBC에서 <세바퀴>를 진행 중이었던 박미선에게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맡으려면 출연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박미선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는데 <자기야>는 계속 가고 <세바퀴>는 없어졌다. 내가 속이 쓰려, 안 쓰려?”라며 웃픈 과거를 떠올렸다.

<유퀴즈>에서 박미선은 데뷔 38년 만에 이렇게 오래 쉬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첫째 아이 낳고 한 달, 둘째 아이 낳고 한 달만 쉬어봤다”면서 장장 10개월을 휴식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일하면서 “내 몸을 위한다고 했는데 혹사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보다 잘 쉬는 방법을 모른다. 여행 가고 골프 가는 게 쉬는 게 아니더라. 몸에 귀를 기울이는 게 쉬는 거더라”고 말했다.


뒤이어 암 진단을 받기 전 일하며 느꼈던 증상들을 떠올렸다. 그는 “아무 증상이 없는데 너무 피곤했다. 심지어 녹화 도중에 졸고, 대기실에서도 계속 잤다. 몸이 꾸준히 피곤했던 게 신호였다”고 전했다.

MC 조세호는 그런 박미선에게 “코미디, 진행, 연기를 모두 하는 사람은 없는데, 팔방미인”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박미선은 센스 있는 애드리브와 부담 없는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1인 방송과 시트콤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그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1991년, 2000년, 2009년까지 3차례 수상하며 해당 부문 수상 횟수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력과 존재감은 인터넷 방송에서도 두각을 보여 유튜브에서 실버 버튼을 받은 12만 구독자 채널과 64만 구독자 채널 등 총 2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미선은 1967년생으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해 졸업반 4학년 과정 중이던 1988년, MBC 제2회 TV 개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해 MBC에서 여성 개그맨으로서의 주가를 올렸다.

데뷔 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청춘 행진곡> 등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별난 여자’ 등의 코너를 담당했다. 당시 여성 코미디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담하고 거침없는 연기로 존재감을 떨쳤다.

팔방미인
개그우먼

이후 1993년 11월13일, 개그맨 이봉원과 같은 코너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결혼했다. 이 개그맨 부부는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결혼 이후 이봉원이 손대는 사업들이 잘 풀리지 않아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예능에서 남편이 사업에 부진한 것을 주요 개그 레퍼토리로 삼을 정도로 아픔과 고생이 있었으나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박미선은 개그우먼 출신이지만 특유의 단아한 이미지와 진행 능력을 지닌 것으로 대중에게 평가받았다. 이후에는 교양프로그램의 범위도 무난히 소화해내는 방송인으로 전향했다.

2007년 말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에서 2008년 1월, 고정 MC로 투입됐다. 이후 대체재 없는 메인급 여성 MC로 떠오르며 각종 예능에서 활약해 데뷔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2년 11월부터 2004년 8월까지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의 선생 역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파업 중이던 MBC의 개표 방송 진행을 맡기도 했다. 이후 2015년 9월, 7년 동안 진행해오던 <해피투게더>에서 하차했다.

박미선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스튜디오 MC로도 오랜 기간 활약했다. 프로그램 속 가상 커플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무렵부터는 남편 이봉원이 직접 중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천안시와 대전 롯데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에 짬뽕 전문점을 열어 요리와 가게 경영을 겸한 바 있다.

한편 박미선은 시트콤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오미선 역을 맡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가족 중심의 코믹한 에피소드로 사랑받았으며, 박미선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때 2년9개월 동안 함께 모녀 지간으로 열연한 배우 선우용여에게 지금도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매우 깊고, 선우용여도 박미선을 딸처럼 매우 아껴준다고 전해진다.

이후 2001년에는 SBS 시트콤 <골뱅이>에 출연해 재치 있는 캐릭터 소화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2002년에는 MBC 시트콤 <위기의 남자>에 출연하며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2010년에는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출연해 다시 한번 개그우먼다운 자연스러운 활약을 보여줬다. 2011년에는 MBC <최고의 사랑>, 2012년에는 MBC <엄마가 뭐길래>, 2016년에는 웹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 등에 출연하며 코믹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유퀴즈>에서 ‘지난 38년 돌아보면 어떤 것 같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박미선은 “‘전광석화’ 같았다. 마치 너무 어제 같고 세월이 참 빠르다”고 답했다. 그는 신인 데뷔부터 어떤 대사를 했고, 어떤 프로를 진행했는지 모두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눈물 나는 투병기 “이젠 쉬려 해”
누구보다 강하다 ‘박미선 포에버’

박미선은 “나는 스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이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이가 들면 자리가 바뀌기 마련인데, 욕심을 내려놓고 만족하니 오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MC 유재석을 보며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박미선은 “과거 <세바퀴>를 진행할 때 신인들 말이 잘 안 들리면 유재석을 생각하며 모두 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박미선은 주변의 따뜻한 위로와 가족의 사랑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퀴즈>에서 동료 개그우먼들의 영상 편지가 공개됐다. 절친 조혜련은 “(박미선이) 약한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강했다”고 말하며 박미선의 강단을 전했고, 선우용여는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놀러가고 싶은 거 먼저 해. 몸이 우선이다. 사랑한다”고 따뜻한 말을 전했다.

이경실은 “미선이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며 밤낮이고 그녀의 회복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경실의 친언니도 유방암 투병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경실은 박미선의 회복을 위해 직접 상추와 수박으로 만든 물김치를 만들어 보냈다. “물김치처럼 시원한 게 먹고 싶다”던 친언니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양희은은 “네가 좋아하는 빵 사왔어”라며 정을 나눴고, 김제동과는 통화를 자주 하며 긴 수다로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김영철은 성대모사 음성을 녹음해 수시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도연은 “미선나무가 있어서 문득 생각 나 연락드렸다”고 전하며 선배를 향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박미선은 무엇보다 딸 이유리씨의 헌신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10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 일지’ 305건을 기록했다. 항암 과정의 약물 정보, 부작용, 주의 사항까지 꼼꼼히 정리하며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이씨는 “엄마가 토하거나 열이 날까 봐 방문을 항상 열어두고 잤다”며 “엄마 앞에서 울면 서로 무너질 것 같아 끝까지 씩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그런 이씨에게 “유리가 여태껏 한번도 울지 않았다. 참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들 이상엽씨도 눈사람을 만들어 보여주며 어머니를 격려했다. 가족이 함께 간 강릉 여행에서 불꽃놀이를 즐기며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술·담배도 하지 않는데 이런 일이 내게 닥쳤을 때 제일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며 “암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밥 먹고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집 앞 텃밭을 돌보며 호박·오이 키우기, 산책 중 밤을 줍는 일상들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전했다.

“다시 나를 돌아봤다”

박미선은 “암 진단을 받으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억울하거나 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며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며 “많은 분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걱정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 아픔이 찾아와도 원망보다 희망의 에너지로 이겨내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행복하게 잘 지내보려 한다”며 미소 지었다.

<jen9@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