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씩씩하게 돌아온 박미선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17 10:55:00
  • 호수 1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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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38년 “그래도 그립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으하하항!” 친근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올해 1월을 끝으로 갑작스레 자취를 감췄던 개그우먼 박미선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 오랜만에 소식을 전했다. 늦가을 끝자락에 어울리는 짧은 머리와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그는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아 생존 신고하려고 왔다”며 우리가 기억하던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간이 흐른 후 밝혀진 박미선의 병명은 유방암이었다. 그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기를 10개월, 카메라 앞에 다시 앉아 고군분투했던 투병 기록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 12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 318회에 출연한 박미선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를 짧게 민 터라 기존 모습과 달리 새로운 스타일로 등장한 그는 “파격적인 모습이라 사람들이 놀랄까 했지만 용감하게 나왔다”며 “이탈리아에 유학 다녀온 디자이너 느낌이지 않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임파선까지
전이 상태

웃으면서 시작했으나, 이내 쉽지 않았던 투병기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초 종합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돼 그해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술을 바로 진행했다.

그는 “수술을 해보니 이미 임파선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였다. 그렇게 되면 무조건 항암을 진행해야 했다”며 항암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2주에 걸쳐 8회를 하려고 했던 항암치료 도중, 4회차에 폐렴이 왔다”며 “열이 40도가 넘어가면서 떨어지지 않아서 2주 동안 입원하며 항생제와 모든 약을 부어 넣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그 이후 다시 한번 항암치료를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치료 4번 받을 분량을 12번으로 쪼개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사선치료를 16번 받았고 현재는 약물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미선의 딸 이유리씨가 기록한 ‘엄마의 투병 일지’가 공개됐다. 영상 날짜는 지난 1월 항암 1차 치료를 받은 후였다.

박미선은 “항암 1차 주사 맞고 쇼크 오는 사람도 많은데,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동네를 걷고 있다”며 “다음 날은 구역질도 안 나고 머리카락도 안 빠졌는데, 기운은 없지만 희망적”이라는 등 투병 일상이 기록됐다.

항암치료 9일 차가 되던 날에는 “2차(항암치료) 하기 2~3일 전이 괜찮다”며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C 유재석은 박미선에게 “방사선치료 10회 넘어가면 쉽지 않은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미선은 “항암이라는 게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좋은 세포까지 다 죽이는 것”이라며 “살려고 하는 건데 죽을 거 같았다.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말초신경 마비에 감각이 없어지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 헤르페스가 너무 올라와서 입맛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완쾌’가 없는 유방암이라면서도 ‘이것만 참으면 돼’ 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항상 조심하고, 항상 검사하며 그냥 받아들이고 또 생기면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도 말했다.

박미선은 가족들에게 유방암 진달 사실을 알렸을 때를 회고했다. 특히 남편 이봉원에게 “‘나 암이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처음에는 답이 없었다”며, 답장으로 “초기라 수술하면 괜찮을 거야”라고 위로받았다고 했다.

가족 모두가 암 발병 사실에 놀란 눈치였지만,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터질 것 같아 꾹 참고 밝게 생활하며, 울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미선은 가족들에게 영화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같지 않냐?”며 본인이 슬픈 모습을 자제하니, 받아들이는 사람 또한 그랬다고 밝혔다.

실감 안 났던 유방암 진단
아파 보니 주변 사랑 느껴

특히 “여성들이 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하며 머리를 밀게 되면, 많이들 운다고 하지만 머리는 또 자라니까 언제 또 그래 보겠나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며 딸의 권유로 정장을 입고 프로필 사진도 촬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미선은 “다들 내 눈치를 봐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못하고,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길 걷다가 산책하면서 혼자 울기도 하고, 스스로를 많이 위로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한편 남편 이봉원이 “일 못 하면 어때, 내가 있잖아”라며, 박미선의 생일 때는 “유명 베이커리에서 줄까지 서서 케이크를 사다 주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박미선은 “아프고 나니 힘이 없어서 말투가 부드러워지니까 상대방도 나를 부드럽게 대하더라”고 회상했다.

과거 박미선은 갑질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11일 유튜브 ‘조동아리’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박미선은 ‘조동아리’에서 언제 나를 부를까 기다렸다”며 “어느 날 밤 김수용에게 전화가 와서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섭외를 직접 다 하냐”라며 섭외 방식에 놀랐던 사연을 전했다.

지석진은 “미선 선배님이나 (이)성미 누나는 직접 섭외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하자 박미선은 “재석이(‘핑계고’)는 나를 안 부르더라, 내가 도움이 안 되나?”라며 장난 섞인 서운함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미선은 “사실 경실 언니, (조)혜련이랑 ‘주둥아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준비 중이었다”며 비밀을 털어놓았고, 김용만은 이에 “우린 바로 고소 준비할 거야”라며 너스레를 떨어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과거 박미선은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출연 당시 느꼈던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누구나 굴곡이 있잖아요”라며 “배우들도 여주인공하던 사람이 엄마 역할 들어오면 심적으로 힘들어진다는데, (나도) 어느 순간 무대가 아닌 심사위원 자리에 앉으라더라”며 과거 일이 없던 시절의 자존심이 상했던 일을 회상했다.

이어 “<해피투게더> 패널 제의가 들어왔길래, 당연히 고정인 줄 알았는데 PD가 ‘한 달만 해보고 성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말에 속으로 자존심이 상했지만, 나 자신을 다 쏟아부었다”며 “망가지는 분장까지 감수하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고정 자리를 얻은 박미선은 “제의가 들어와서 살짝 고민했지만 그러지 말자 싶었다”며 “자리가 뭐가 중요할까 싶더라. 만약 그때 포기하고 모든 걸 내려놨다면, 지금까지 방송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 결정을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딸이 쓴
투병 일지

과거 박미선은 김용만과 함께했던 예능프로그램 <스타부부쇼 자기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다른 남자 MC와 진행하기로 돼있었는데, 나는 김용만과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해 박미선도 “이 프로그램 대박 나겠는다는 느낌이 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MBC에서 <세바퀴>를 진행 중이었던 박미선에게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맡으려면 출연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박미선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는데 <자기야>는 계속 가고 <세바퀴>는 없어졌다. 내가 속이 쓰려, 안 쓰려?”라며 웃픈 과거를 떠올렸다.

<유퀴즈>에서 박미선은 데뷔 38년 만에 이렇게 오래 쉬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첫째 아이 낳고 한 달, 둘째 아이 낳고 한 달만 쉬어봤다”면서 장장 10개월을 휴식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일하면서 “내 몸을 위한다고 했는데 혹사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보다 잘 쉬는 방법을 모른다. 여행 가고 골프 가는 게 쉬는 게 아니더라. 몸에 귀를 기울이는 게 쉬는 거더라”고 말했다.


뒤이어 암 진단을 받기 전 일하며 느꼈던 증상들을 떠올렸다. 그는 “아무 증상이 없는데 너무 피곤했다. 심지어 녹화 도중에 졸고, 대기실에서도 계속 잤다. 몸이 꾸준히 피곤했던 게 신호였다”고 전했다.

MC 조세호는 그런 박미선에게 “코미디, 진행, 연기를 모두 하는 사람은 없는데, 팔방미인”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박미선은 센스 있는 애드리브와 부담 없는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1인 방송과 시트콤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그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1991년, 2000년, 2009년까지 3차례 수상하며 해당 부문 수상 횟수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력과 존재감은 인터넷 방송에서도 두각을 보여 유튜브에서 실버 버튼을 받은 12만 구독자 채널과 64만 구독자 채널 등 총 2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미선은 1967년생으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해 졸업반 4학년 과정 중이던 1988년, MBC 제2회 TV 개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해 MBC에서 여성 개그맨으로서의 주가를 올렸다.

데뷔 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청춘 행진곡> 등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별난 여자’ 등의 코너를 담당했다. 당시 여성 코미디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담하고 거침없는 연기로 존재감을 떨쳤다.

팔방미인
개그우먼

이후 1993년 11월13일, 개그맨 이봉원과 같은 코너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결혼했다. 이 개그맨 부부는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결혼 이후 이봉원이 손대는 사업들이 잘 풀리지 않아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예능에서 남편이 사업에 부진한 것을 주요 개그 레퍼토리로 삼을 정도로 아픔과 고생이 있었으나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박미선은 개그우먼 출신이지만 특유의 단아한 이미지와 진행 능력을 지닌 것으로 대중에게 평가받았다. 이후에는 교양프로그램의 범위도 무난히 소화해내는 방송인으로 전향했다.

2007년 말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에서 2008년 1월, 고정 MC로 투입됐다. 이후 대체재 없는 메인급 여성 MC로 떠오르며 각종 예능에서 활약해 데뷔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2년 11월부터 2004년 8월까지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의 선생 역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파업 중이던 MBC의 개표 방송 진행을 맡기도 했다. 이후 2015년 9월, 7년 동안 진행해오던 <해피투게더>에서 하차했다.

박미선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스튜디오 MC로도 오랜 기간 활약했다. 프로그램 속 가상 커플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무렵부터는 남편 이봉원이 직접 중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천안시와 대전 롯데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에 짬뽕 전문점을 열어 요리와 가게 경영을 겸한 바 있다.

한편 박미선은 시트콤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오미선 역을 맡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가족 중심의 코믹한 에피소드로 사랑받았으며, 박미선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때 2년9개월 동안 함께 모녀 지간으로 열연한 배우 선우용여에게 지금도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매우 깊고, 선우용여도 박미선을 딸처럼 매우 아껴준다고 전해진다.

이후 2001년에는 SBS 시트콤 <골뱅이>에 출연해 재치 있는 캐릭터 소화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2002년에는 MBC 시트콤 <위기의 남자>에 출연하며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2010년에는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출연해 다시 한번 개그우먼다운 자연스러운 활약을 보여줬다. 2011년에는 MBC <최고의 사랑>, 2012년에는 MBC <엄마가 뭐길래>, 2016년에는 웹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 등에 출연하며 코믹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유퀴즈>에서 ‘지난 38년 돌아보면 어떤 것 같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박미선은 “‘전광석화’ 같았다. 마치 너무 어제 같고 세월이 참 빠르다”고 답했다. 그는 신인 데뷔부터 어떤 대사를 했고, 어떤 프로를 진행했는지 모두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눈물 나는 투병기 “이젠 쉬려 해”
누구보다 강하다 ‘박미선 포에버’

박미선은 “나는 스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이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이가 들면 자리가 바뀌기 마련인데, 욕심을 내려놓고 만족하니 오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MC 유재석을 보며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박미선은 “과거 <세바퀴>를 진행할 때 신인들 말이 잘 안 들리면 유재석을 생각하며 모두 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박미선은 주변의 따뜻한 위로와 가족의 사랑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퀴즈>에서 동료 개그우먼들의 영상 편지가 공개됐다. 절친 조혜련은 “(박미선이) 약한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강했다”고 말하며 박미선의 강단을 전했고, 선우용여는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놀러가고 싶은 거 먼저 해. 몸이 우선이다. 사랑한다”고 따뜻한 말을 전했다.

이경실은 “미선이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며 밤낮이고 그녀의 회복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경실의 친언니도 유방암 투병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경실은 박미선의 회복을 위해 직접 상추와 수박으로 만든 물김치를 만들어 보냈다. “물김치처럼 시원한 게 먹고 싶다”던 친언니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양희은은 “네가 좋아하는 빵 사왔어”라며 정을 나눴고, 김제동과는 통화를 자주 하며 긴 수다로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김영철은 성대모사 음성을 녹음해 수시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도연은 “미선나무가 있어서 문득 생각 나 연락드렸다”고 전하며 선배를 향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박미선은 무엇보다 딸 이유리씨의 헌신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10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 일지’ 305건을 기록했다. 항암 과정의 약물 정보, 부작용, 주의 사항까지 꼼꼼히 정리하며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이씨는 “엄마가 토하거나 열이 날까 봐 방문을 항상 열어두고 잤다”며 “엄마 앞에서 울면 서로 무너질 것 같아 끝까지 씩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그런 이씨에게 “유리가 여태껏 한번도 울지 않았다. 참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들 이상엽씨도 눈사람을 만들어 보여주며 어머니를 격려했다. 가족이 함께 간 강릉 여행에서 불꽃놀이를 즐기며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술·담배도 하지 않는데 이런 일이 내게 닥쳤을 때 제일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며 “암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밥 먹고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집 앞 텃밭을 돌보며 호박·오이 키우기, 산책 중 밤을 줍는 일상들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전했다.

“다시 나를 돌아봤다”

박미선은 “암 진단을 받으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억울하거나 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며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며 “많은 분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걱정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 아픔이 찾아와도 원망보다 희망의 에너지로 이겨내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행복하게 잘 지내보려 한다”며 미소 지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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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