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새만금으로 이동한 전북의 축⋯김관영 리더십 주목해야

전북특별자치도는 지금 아주 조용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북의 미래는 지도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산업의 흐름이 어디에서 뛰고 있고, 그 동맥이 어디로 연결되고 있으며, 전북의 다음 10년이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가 전북의 미래를 결정한다.

필자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전북자치도를 다니며 산업 지도와 행정 현장을 함께 관찰했고, 그 결과 ‘전북 산업의 무게 중심은 이미 전주가 아니라, 군산·새만금 축으로 옮겨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구조적 대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즉, ‘새만금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가 앞으로 전북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서 지난 3년 동안 실제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그는 전북 최초의 ‘정책행정가형 도지사’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직접 발로 뛰는 ‘PT 도지사’로 알려진 군산시 국회의원 출신 김관영 도지사다.

필자는 김 지사가 지난 3년 동안 만들어낸 산업·정책·미래전략 성과를 분석하면서, 전북자치도가 지금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질문이 왜 ‘누가 전북의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야 하는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전북 산업의 중심은 이미 전주 아닌, 군산·새만금

전북자치도의 행정 중심은 전주다. 그러나 전북자치도의 산업 중심은 이미 군산·새만금이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전북의 다음 10년을 예측할 수 없다. 필자가 만난 여러 기업인과 연구자, 지역경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전북의 산업은 군산과 새만금에서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북의 미래 산업 인프라인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상용차 산업, 모빌리티 전환, RE100 기반 에너지, 대규모 항만·물류, 첨단 제조 실증, 대기업 투자 등이 모두 군산과 새만금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가 국내 유일의 상용차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보유한 지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의미는 과소평가돼있다. 그러나 새만금에 구축된 산업·상용자동차 산업·미래 물류 시스템은 실제 도로·기상·운영 조건에서 검증된 핵심 인프라다.

전북자치도의 상용차 산업구조도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산업과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다. 군산의 타타대우차 생산공장, 완주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등 주요 상용차 생산 기반이 한 지역권 안에 밀집해 있어, ‘테스트베드·제조·실증·상용화’가 한 축으로 이어지는 전국 유일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의 RE100 기반 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더해지며, 군산은 전북의 ‘미래 제조업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전북의 중심축이 전주에서 군산·새만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군산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은 단순한 출신의 유불리가 아니라, 전북 미래산업의 중심지와 도정 리더십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전략적 적합성을 가진다. 전북 산업이 어디에서 뛰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도지사가 지금 필요한 이유다.

PT 도지사라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

필자는 전국 여러 지자체를 보면서, 국가 공모사업 발표를 도지사가 직접 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대부분 기획조정실장과 전담팀이 발표를 하고, 도지사는 인사말만 한다. 그러나 김 지사는 달랐다. 그는 ‘전북은 딱히 뒤에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직접 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판단으로 모든 핵심 공모사업 PT를 직접 수행했다.


그리고 그 성적은 놀랍다. 7번의 PT 중 5승1무1패. 발표 전 10~20회 예행연습은 기본이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발표 기술이 아니라, 전북의 산업·재정·기술·법제·국가전략을 모두 결합해 설계하는 ‘정책 전략가’의 전투였다. 피지컬 AI 1조원 단지를 전북이 따낸 것도, 서울을 꺾고 2036 전주하계올림픽 국내 단독 후보지를 얻은 것도 결국 이 리더십의 결과다. 필자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며 PT라는 형식 안에 전북자치도의 생존전략이 들어 있다고 느꼈다.

전북자치도처럼 체급이 작은 지역이 수도권·부산·대구 등 대도시와 경쟁하려면, 도지사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김 지사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이 ‘PT 도지사’ 모델은 전북자치도처럼 경쟁의 강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존을 위한 최적의 리더십이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JD상생포럼 송년 세미나에도 김 지사는 KTX를 타고 올라와 약 20분 동안 전북자치도의 비전을 직접 설명하고 돌아갔다. 필자도 현장에 있었는데, 그는 말 그대로 전북자치도의 ‘영업사원 1호’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았다. 오는 21일에는 핵융합 관련 PT를 직접 해야 한다며 서둘러 행사장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서 듬직함과 진정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인공태양은 전북이 선택한 미래 에너지의 기점,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전

핵융합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해법이다. 탄소 배출이 없고, 원자력보다 안전하며, 연료는 바닷물에서 나와서 ‘인공태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전 세계가 50년 넘게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완전한 상용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에 실증 연구시설의 위치는 미래 에너지 산업의 패권을 결정하는 문제다.

필자는 전북자치도가 이 핵융합 유치전에 뛰어든 과정을 면밀히 살폈다. 새만금은 핵융합 연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항만·공항·고속도로·철도라는 국가기간망이 한 지점에 모인 곳은 전국에서 새만금이 유일하다. 핵융합 시설은 초대형 장비와 초정밀 인프라를 이동·설치해야 하기에 이 물류 인프라는 필수다.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역시 핵융합 연구의 생명이다. 새만금은 RE100 기반을 갖춘 국내 최대의 청정에너지 공급지다. 대용량 전력 소모가 필요한 핵융합 연구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를 갖춘 지역은 사실상 새만금뿐이다.

전북자치도는 이미 2012년 플라즈마기술연구소를 개소하며 핵융합 연구 기반을 구축해 왔다. 지난 10년간 축적된 연구 인력·장비·지자체 협업은 다른 지역이 단기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다. 더구나 이재명정부가 공언한 ‘새만금의 첨단산업 테스트베드화’라는 국정 전략과도 완벽하게 부합한다.

김 지사는 이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전북의 국회의원·도의회·새만금개발청·전북대·군산대 등 17개 기관을 묶어 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필자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전북이 드디어 미래에너지 산업의 중심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고 느꼈다.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는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북자치도가 다음 10년 동안 새로운 차원의 산업지도를 그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특별자치도 시대, 정책혁신 없이는 미래 없다

전북은 특별자치도로 승격했지만, 변화는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권한은 131개나 받았지만, 이것을 실제 정책으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하다. 김 지사는 취임 후 전북자치도 행정의 기본 작동 방식을 통째로 다시 설계했다.


그는 팀장 300명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받았고, 타 지자체의 사례를 반드시 연구해 오도록 했으며, 제출된 591개 제안 중 572개를 실제 정책으로 채택했다. 전북자치도 공무원 사회가 스스로 제안을 내고, 스스로 혁신을 만드는 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필자는 공무원 사회가 변화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단체장이 혁신을 선언하면서 공무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관영 체제의 전북자치도는 변화를 시작했다. 행정혁신은 전북자치도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며, 이 같은 흐름은 정책지향형 리더십이 아니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

올림픽, 전북이 서울을 처음 이긴 역사적 장면

서울을 이겼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전북자치도에게는 커다란 상징이다. 49대 11이라는 결과는 전문성보다 ‘진정성’을 선택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기도 하다. 김 지사는 올림픽 후보지 경쟁에서 지방도시 연대 모델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고, 실제로 서울을 넘어섰다.

올림픽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전북자치도의 인프라를 완전히 재구성하고, 국가재정을 전북에 집결시키며, 국제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는 20년짜리 프로젝트다.

현재 한국은 매우 독특한 정치 환경 속에 있다. 대통령을 제외하면 여당 대표, 원내대표, 예결위원장, 도당위원장 등 중앙 정치의 핵심축이 모두 민주당 지도부로 채워져 있다.


중앙 권력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만큼, 이 정치적 구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전북자치도의 예산 확보로 직결된다. 이 구도는 위험일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은 ‘누가 중앙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 지사의 강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국회 부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내며 여야 협상의 언어와 절차, 사람과 힘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이다. 여야가 복잡하게 얽힌 협상 구조 속에서도 타협의 지점을 찾아내고 실질적 성과로 연결해 온 경험이 있다.

따라서 전북 예산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는 단순히 정치 지형이 아니라, 그 지형을 실제 예산으로 끌어올 수 있는 협상력이다. 지금의 중앙 권력구조는 전북에게 쉽지 않은 동시에 매우 드문 기회다. 김 지사는 이 기회를 실질적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전북의 시간은 이제 직선운동으로 전환

필자는 전북자치도를 관찰하며 ‘삼기점(Samki Point, 원 운동이 직선 운동으로 바뀌는 지점)’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전북은 더 이상 원운동으로 움직이지 않고, 속도를 내야 하는 직선운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래산업이 가동되고 있고, 해외기업이 들어오고 있고, 대규모 국책사업이 시작되고 있으며,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공간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리더는 말이 아니라 실적, 구호가 아니라 속도, 계획 이론이 아니라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3년 동안 그 성과를 목격했다. 피지컬 AI, 자율주행, 상용차 혁신, RE100, 삼성 스마트허브, 올림픽 유치, 핵융합 유치전까지, 이 모든 결과가 전북자치도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변화이자 속도였다.

전북은 내년 지방선거서 이 속도를 앞으로 더 가속시킬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출신이 아닌 적합성, 이름이 아닌 결과, 말이 아닌 속도, 과거의 정치가 아닌 새만금의 산업정책에 부합한 자만이 책임 질 수 있다.

전북의 미래 10년을 결정하는 선택은 도민의 몫이다. 새만금의 시간이 기다리는 리더십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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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