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 음주운전에 효도관광 온 일본인 모녀 참변

국내선 “체감 형량 낮다” 기류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효도 관광’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 모녀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모친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며 일본 현지 매체들도 비판 보도를 내놨고, 국내에선 형량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0시께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의 한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본인 모녀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였다. 50대 모친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고, 30대 딸은 이마와 무릎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운전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경찰은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은 일본 현지 매체에서도 보도됐다.

일본 방송사 <TV아사히>는 이날 “한국의 인구는 일본의 절반 정도지만 음주 운전에 의한 교통사고 건수는 6배를 넘고, 재범률이 높다”며 “지난 5년간 한국에서 음주 운전 사고는 7만건 이상 일어났고, 사망자는 1000여명에 이르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동승자나 술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제재 규정이 부재한 점도 음주 운전이 다발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서울시민들은 ‘사고가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법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에서도 처벌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동승자나 술 제공자에 대한 별도 조문은 없지만, 음주운전처리지침규정 제32조와 형법 제32조(종범)에 따라 방조가 인정되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정부도 음주 사실을 알면서 동승하거나, 음주자에게 키를 건네 운전을 부추긴 경우 등을 방조 판단의 예시로 안내하고 있다.

SNS에는 피해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인물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한국에서 어머니가 음주 운전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 언니도 무릎 골절과 이마가 10cm 정도 찢어지는 등 심각하다”며 “한국에선 일본과 달리 강력하게 처벌할 수 없는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선 양형 현실을 손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A씨의 과실만으로 발생한 사망사고임에도 법정 최고형인 살인죄로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형법 제25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을 살해할 시 사형·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처한다. 다만 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인 인과관계 등 이외에도 살해의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가 인정돼야 한다.

즉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더라도 의도에 따라 죄명이 달라질 수 있다. 정상 운전이 곤란할 정도의 만취는 고의 성립이 어려우며, 대법원에서도 음주운전 사망사고에서 살인의 고의는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선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이 적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위험운전치사상 역시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법정형은 사망 시 ‘무기 또는 징역 3년 이상’으로 강하게 규정돼있으나 법원 선고가 수년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체감 형량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인천지방법원은 면허정지 상태에서 음주 과속 운전으로 2명을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8년에 벌금 30만원형을 선고했다. 동승해 키를 건네는 등 범행을 도운 친구에게는 음주 운전 방조로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일본도 음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의 사망사고를 ‘위험운전치사’로 다루며, 법정형을 유기징역 1~20년으로 정하고 있다. 최고형 자체는 한국보다 낮지만, 실제 판결에서 비교적 엄격한 실형이 선고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지난 9월 사이타마현 가와구치 지법은 만 19세 운전자가 음주 후 일방통행 차로 역주행으로 건너편 차량을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에 대해 위험운전치사를 인정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같은 달 후쿠시마 지법은 신호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교차로에 진입해 1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동일한 혐의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일각에선 일본의 과거 사례를 들어, 형량을 높이면 억제력이 커져 범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2000년 4월, 가나가와현 고이케대교에서 경찰 검문을 뿌리치고 시속 약 100km로 도주하던 음주 운전 차량이 보도 위 대학생 2명 들이받았다. 두 명 모두 현장에서 즉사했으며, 당시 가해 운전자는 음주뿐만 아니라 무면허·무보험 상태였다.

당시 요코하마 지법은 가해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징역 5년6개월형을 부과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형이 가볍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유가족의 서명운동에도 37만여명이 참여해 ‘위험운전치사상’이 신설 등 처벌 체계 강화가 추진됐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강화 이후 음주 운전 사망사고 건수는 지난 2001년 약 1200건에서 2008년 305건이 돼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후 추세를 이어가 지난 2021년엔 152건으로 줄었다. 물론 이 같은 결과엔 단속 강화, 캠페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강화 입법이 하락 추세의 주요 계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주 운전은 예방 역시 중요하며, 한국에선 이를 위한 법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음주운전 방지장치(시동잠금장치) 제도는 5년 내 2회 이상 적발자는 면허 재발급 이후 일정 기간 장치 부착 차량만 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의 호흡을 측정해 기준치 이상 알코올이 검출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를 어기고 일반 차량을 운전할 시, 무면허 운전과 동일하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재범자 대상의 사후적 장치라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음주 운전 자체가 불법인 만큼, 전 차량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등 보편적 억지 장치가 더 큰 예방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고가 난 뒤의 처벌만으로는 대응이 제한적이므로, 사전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외에도 지난 21대 국회 때 제안됐던 특수번호판 제도(일명 ‘빨간 번호판’)를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상습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특수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당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2022년),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지난 2023년) 등이 도로교통법·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잠만 자다가 임기만료로 결국 폐기됐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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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