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 '박빙' '접전' 등 제18대 대통령 선거판을 규정하는 단어들이다. 때문에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던 제17대 대통령 선거와 달리 여론조사 결과 역시 뒤죽박죽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언론마저 우리나라 양대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를 취사선택해 연일 보도하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 결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과연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요동치기 시작한 출발점을 꼽으라면 바로 추석이다. 추석 직전인 9월28일부터 20여일이 지난 10월 17일 사이 양대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국갤럽은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추석 직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리얼미터는 안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다가 추석 이후 한국갤럽은 안 후보가 박 후보를 역전했다고 한 반면 리얼미터는 박 후보가 안 후보보다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이들의 결과를 연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양자대결 구도 뿐만 아니라 문 후보와 안 후보간 야권단일 후보 선출 여론조사 결과 역시 뒤엉켰다. 한국갤럽은 10월17일까지 문 후보가 많게는 14%까지 앞서고 있다고 했지만 리얼미터는 안 후보가 10%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두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도무지 누가 앞서고 있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후 속칭 '안풍'이 불어닥치면서 안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한국갤럽 조사에선 뒤쳐져 있던 안 후보가 문 후보와 동률을 이뤘고 리얼미터 조사에선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두 기관의 조사 결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안 후보가 야권단일화 경쟁에서 문 후보보다 앞서고 있다는 '추세'내지는 '흐름' 뿐이다.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현재 대선판은 정수장학회 문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그리고 박 후보의 역사인식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의 조사는 이들 요소들이 어느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하는지 혹은 악재로 작용하는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여론조사 결과를 나타내는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여론조사를 단순히 흐름과 추세를 읽는 참고용으로 바라봐야한다. 아울러 한 기관의 여론조사만을 보는 것도 흐름을 파악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는 그저 여론조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