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 구본호 연계 ‘오하임앤컴퍼니’ 아주 이상한 거래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26 16:15:38
  • 호수 1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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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 웃돈까지 주고 악성 미분양 매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스포츠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공식 수입사인 조이웍스가 인수한 조이웍스앤코(전 오하임앤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됐다. 일각에선 구주를 인수하는 주체들의 심상치 않은 이력에 주목했다. 최근 상장폐지 심사 중인 상장사 등에서 활동하며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조이웍스앤코는 250억원에 호카 오프라인 부문을 인수하는 내용의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금은 오는 30일에 125억원을 1차로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이날까지 분할 납부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 및 사명 변경 건은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계획이다.

심상치 않은
인수 주체들

범LG가(家) 3세 구본호 회장과 함께 조이웍스앤코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홍역을 치룬 디에이테크놀로지(거래정지)와 이원컴포텍, 셀피글로벌(거래정지) 등에서 활동했다. 구주를 인수한 재무적 투자자(FI) 일부는 최근 조이웍스앤코가 시세보다 약 40억원을 더 주고 인수한 부동산 거래 상대방과도 엮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이웍스는 러닝화 브랜드인 ‘호카’의 국내 공식 수입사다. 조이웍스앤코는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신규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조이웍스의 주력 사업인 신발·등산용품·의류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으며, 조성환 조이웍스 대표와 이문기 조이웍스 CFO 등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조이웍스앤코 인수합병(M&A)은 기존 최대주주의 구주 인수 없이 이뤄졌다. 조이웍스는 오하임앤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주식 전환하는 방식이다. 조이웍스는 지난 7월25일 오하임앤컴퍼니의 자기 CB(2회차) 90억원을 인수했다.


인수와 동시에 전량 주식 전환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분 13.03%(319만0358주)를 확보했다.

부동산 매입을 통한 판매처 다각화에도 나서면서 경기도 수원시 소재 상가와 오피스텔 건물을 153억원에 매입했다. 매입한 상가를 오하임앤컴퍼니의 기존 사업인 가구 판매업과 새 최대주주인 조이웍스의 사업인 신발 및 의류 판매처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오하임앤컴퍼니는 해당 부동산 매입을 위해 CB 120억원을 발행했으며, 정관상 CB 발행한도를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며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오하임앤컴퍼니의 부동산 거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하임앤컴퍼니에 부동산을 매각한 제이앤에이산업개발과 FI들의 관계 때문이다.

운동화 ‘호카’ 국내 수입사 조이웍스
CB 90억 인수 후 최대주주, 경영권까지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부동산 거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하임앤컴퍼니가 시행사의 악성 미분양 물량을 떠안은 모양새가 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오하임앤컴퍼니는 해당 부동산을 직전년도 감사보고서 평가액보다 40억원가량 비싸게 매입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하임앤컴퍼니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소재 프라운트 수원의 상가 및 오피스텔 총 37호실을 153억원에 양수한다. 세부적으로 상가 15호실과 오피스텔 22호실이다. 오하임앤컴퍼니는 지난달 7일, 제이앤에이산업개발에 계약금 약 15억원을 지급했으며, 이날 잔금 138억원가량을 납입할 예정이었다.


부동산 매입금은 CB 발행을 통해서 마련했다. 다음 날인 8일 3회차 CB 120억원을 발행했다. 상상인증권,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상상인 계열 금융사들이 110억원을 납입했으며, 비에프에이가 10억원을 납입했다.

부동산 양수금 120억원은 오하임앤컴퍼니가 양수할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됐다. 상상인증권 등은 오하임앤컴퍼니가 취득할 예정인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414번지 상가 및 오피스텔 총 37개 호실’에 대해 제1순위 우선수익권을 설정하며, 한도금액은 CB 원금의 130%로 설정했다.

오하임앤컴퍼니가 양수하는 부동산은 수원역 인근 프라운트 오피스텔이다. 제이앤에이산업개발이 시행했으며, 한동건설이 시공했다. 2021년 분양에 나섰고 2023년 입주가 완료됐지만, 성적은 저조했다. 수원역 프라운트 오피스텔은 3억2000만~3억6000만원 수준에서 분양가가 형성됐다.

다만 입주 시점이던 지난 2023년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분양권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되파는 일명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실제 2022년 79.96%이던 분양률은 입주 시점인 2023년 말 67.16%로 오히려 감소하며 분양 취소 건이 발생했다.

제이앤에이산업개발은 2023년과 2024년 미분양 물량을 재고자산 및 유형자산으로 분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이앤에이산업개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분양 재고자산은 111억원이며, 2024년에는 재고자산 69억원 및 유형자산(대체) 42억원이었다.

제이앤에이산업개발은 오하임앤컴퍼니에 오피스텔 프라운트 수원을 매각하기 전에도 미분양 부동산을 담보로 상장사 지분 확보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이앤에이산업개발은 거래정지 상태인 셀피글로벌 5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 확보를 시도했다.

라임 사태
그 사람들

당시 셀피글로벌은 이수미 제이앤에이산업개발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으나 유증은 지연됐고, 셀피글로벌 역시 감사 의견 거절 및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조이웍스의 오하임앤컴퍼니 M&A 과정에서 기존 최대주주 측(오하임투자조합·창업주 최인순씨) 구주를 인수한 곳은 ▲펠릭스투자조합 ▲코너스톤스 ▲에마스투자조합 ▲키웨스트투자조합1호 등이다. 에마스투자조합과 코너스톤스는 오하임앤컴퍼니가 최근 매입한 프라운트 수원의 시행사인 제이앤에이산업개발과도 연관이 있다.

에마스투자조합의 주요 출자자로는 ▲오하 ▲베셀 ▲더이엔앰(THE E&M) ▲코너스톤스 ▲판토스홀딩스 ▲조이웍스 등이 있다. ‘오하’는 현재 거래정지된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당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였던 오하는 인수자금 중 30억원을 코너스톤스로부터 차입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오하에 인수된 이후 보유하고 있던 자기 CB를 에마스투자조합에 매각했는데, 당시 에마스투자조합의 최다 출자자는 제이앤에이산업개발이었다. 오하임앤컴퍼니 M&A 및 부동산 매입 과정에 FI들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하에 디에이테크놀로지 인수 자금을 대준 코너스톤스는 지난해 제이앤에이산업개발에도 약 11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된다. 오하와 코너스톤스, 제이앤에이산업개발이 우호 세력으로 여러 상장사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밖에 오하는 지난 2023년 9월에 이원컴포텍의 최대주주로도 이름을 올렸다. 베셀은 오대강 오하 대표의 또 다른 법인인 에이지엘컴퍼니가 최대주주다. 더이엔엠은 베셀의 2대 주주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지난 2020년 이른바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주가조작과 경영진 횡령 등에 연루돼 라임 사태의 중심에 섰던 에스모로 인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오하가 인수한 직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며, 직전 최대주주는 에스모 출신 이종욱 대표였다.

구 창업주
손자 등장

에마스투자조합의 최대 출자자인 판토스홀딩스는 지분 확보 직후 조합에서 탈퇴하며 보유 지분을 공시의무 이하인 5% 이하로 낮춘 것으로 확인된다. 판토스홀딩스는 범 LG가 3세 구본호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다.

2000년대 투자한 종목마다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2008년 주가조작에 관여해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오하임앤컴퍼니는 FI들과 부동산 양수도 계약의 관계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하임앤컴퍼니 관계자는 “새 최대주주 및 FI들과 부동산 양도자인 제이앤에이산업개발과의 관계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면서 “경영진들이 판단해서 진행한 조치들이라 FI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오하임앤컴퍼니의 오버행(Overhang, 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하임앤컴퍼니 인수합병이 FI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오하임투자조합과 구주를 인수한 FI들을 포함해 미상환 CB까지 향후 차익 실현을 노리는 잠재 물량은 발행 주식 총수의 60%를 넘어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하임앤컴퍼니는 최근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주요주주들의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가 본격화하고 있다. 오하임앤컴퍼니의 창업주인 최인순씨가 보유 주식 118만5500주(5.57%)를 ▲펠릭스투자조합 ▲코너스톤스 emd에 매각했다.

최씨는 오하임앤컴퍼니의 전신인 오하임아이엔티의 창업주다. 지난 2020년 삼성머스트기업인수목적3호가 오하임아이엔티를 흡수합병하면서 지분율 15.87%의 합병 신주를 배정받았다.

최씨의 지분 매각은 오하임앤컴퍼니의 최대주주 변경과 동시에 이뤄졌다. 오하임앤컴퍼니 최대주주였던 오하임투자조합은 지난 6월4일 ▲에마스투자조합 ▲키웨스트투자조합1호 등과 보유 주식 일부에 대한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에마스투자조합과 키웨스트조합이 각각 8.53%, 4.39%의 지분을 확보했다.

M&A 주가조작 의혹 구씨
수상한 부동산 매매, 왜?

오하임투자조합은 이후 조합원 현물 분배를 통해 지분율을 12.51%까지 낮췄으며, 지분 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조이웍스앤코 경영권을 인수한 조이웍스도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조이웍스의 지분율은 창업주인 최씨는 물론 오하임투자조합의 지분율도 넘지 못했지만, 최근 주요주주들의 지분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오하임앤컴퍼니의 자기 CB 매각 당시 경영권 변경에 관한 계약은 아니었다.

다만 기존 주주들의 구주 매각 일정과 함께 보면 당초 경영권까지 매각한 거래로 파악된다. 오하임앤컴퍼니의 자기 CB 매각을 비롯해 오하임투자조합, 최씨의 구주 매각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으며, 오하임투자조합 및 최씨의 구주 매각 잔금 납입일(7월24일)과 조이웍스의 CB 잔금 납입일(7월25일)도 하루 차이를 두고 이뤄졌다.

이는 구주를 인수한 FI 측과 새 최대주주인 조이웍스 간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오하임앤컴퍼니가 최근 인수한 부동산 매매계약과 FI들이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하임앤컴퍼니 M&A가 FI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향후 오버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오하임투자조합(12.51%)을 비롯해 창업주 최씨(12.59%)는 여전히 오하임앤컴퍼니 지분 25.10%(614만6477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하임투자조합에서 탈퇴한 기존 출자자 보유 주식(77만9243주)도 언제든 시장에 출회될 수 있다.

오하임투자조합과 최씨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에마스투자조합 ▲키웨스트투자조합1호 ▲펠릭스투자조합 ▲코너스톤스이 확보한 주식 393만7280주(16.08%)까지 시장에 풀릴 수 있는 구주는 발행 주식총수의 44.36%(1086만3000주)다.

여기에 미상환 2회차 CB(상환 후 미소각 포함) 110억원(389만9326주)을 더할 경우, 당장 시장에 출회될 수 있는 물량은 발행 주식총수의 60.29%에 달한다.

구주를 인수한 투자조합들은 이미 지분율을 공시의무 한도 이하(5%)로 낮추며 엑시트 채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키웨스트투자조합은 지분율 5% 이내로 인수했으며, 에마스투자조합도 조합원 현물 분배를 통해 지분율을 4.39%로 낮췄다. 펠릭스투자조합과 코너스톤스 역시 공시의무를 피해갔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조이웍스가 오하임앤컴퍼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자본 M&A 세력 등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조이웍스는 고작 90억원 투입만으로 상장사를 인수하게 됐는데 향후 오버행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하임앤컴퍼니가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해 인수한 부동산 계약 역시 향후 오버행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오하임앤컴퍼니는 지난달 8일 120억원 규모의 3회차 CB 발행을 완료했다. 3회차 CB는 오하임앤컴퍼니가 오피스텔과 상가를 매입하기 위해 발행했다. 오하임앤컴퍼니는 CB 발행을 통해 부동산 양수 대금을 마련했으며, CB 사채권자들은 해당 양수 부동산을 담보로 잡았다. 해당 CB의 주식전환청구는 내년 8월부터 가능하다.

경영권
넘긴 계약

오버행 이슈 및 조이웍스의 지배력과 관련해 오하임앤컴퍼니 관계자는 “조이웍스의 추가 자금 투입이나 구주 매입 여부 등 방법을 기존 주주 및 FI 등 방법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조이웍스 측과 직접 소통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 보니 자세한 사항까지는 회사로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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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