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아동 납치 시도, 왜?

학교 보내기도 무서운 세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애를 밖에 내보내기가 무섭다.” 요즘 많은 부모가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 등·하교 시간이나 학원 이동 시간 등 아이가 혼자 있을 때를 노리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 범죄는 그 해악이 엄청나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하남에 사는 A씨는 아무리 바빠도 딸의 유치원 하원 시간을 빠뜨리지 않는다. 유치원 버스가 아파트 안쪽까지 들어와도 꼭 기다렸다가 아이와 함께 집으로 간다. 집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다.

대통령도…

학원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은 저녁 시간만 되면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들의 차로 혼잡하다. 주말에는 종일 차로 꽉 막힌 상태가 된다.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가는 부모들 덕분에 주변 상점가도 호황일 정도라고 한다.

학원에서 학원으로 아이를 빠르게 이동시키는 기동성도 중요하지만 안전 문제도 있다. 한 학부모는 “혼자 다니는 애들을 보면 부모가 아이를 잘 안 챙기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 애들을 노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 납치 사건은 꾸준히 발생했다. 실제 1980~1990년대 아동 유괴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범인이 납치한 아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는 음성이 방송을 통해 나오기도 했으며 부모가 눈물로 아이를 돌려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회자하는 사건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아동 납치 시도는 금품보다는 성범죄를 목적으로 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납치를 당할 뻔한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불과 사흘 사이에 서울, 제주, 경기 광명 등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에서 60대 남성이 학원으로 가던 여자 초등학생에게 “애기야 이리와”라고 말하며 손을 낚아채려 한 일이 일어났다.

부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미성년자 약취 미수 혐의로 해당 남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혐의를 부인 중이라고 한다.

지난 9일에는 제주에서 30대 남성이 초등학생을 유인해 끌고 가려다 경찰에 붙잡히는 일이 일어났다. 해당 남성은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여자 초등학생에게 구경거리를 보여준다며 “알바 할래?” 등의 말로 유인해 차에 태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가 거부하며 차량 번호를 보려 하자 곧바로 도주했다. 이 남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3시간 만에 긴급 체포됐다. 추행 등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일에도 경기 광명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하려고 한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광명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미수) 혐의로 B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군은 지난 11일 구속됐다.


B군은 8일 오후 4시20분쯤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C양을 납치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양을 따라가 엘리베이터 같은 층에서 내린 뒤 목을 졸랐다고 한다. B군은 수초간 강압적인 행위를 이어가다 C양이 큰 소리로 울며 저항하자 건물 밖으로 도망쳤다.

C양이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부모가 엘리베이터 내 CCTV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자택에 있던 B군을 긴급 체포했다. B군은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과 C양은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

금품보다는 성범죄 목적
전국 각지에서 유괴 미수

지난 4일에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유괴하려 한 20대 남성 3명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30분경에 초등학교 주변 거리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차량으로 접근해 세 차례에 걸쳐 “귀엽다. 집에 데려다 줄게”라고 말을 걸며 유인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이 귀엽게 생겨 장난삼아 던진 말인데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 재밌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대문구 유괴 미수 사건에서는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이 범행을 반복하는 동안 신고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문제의 초등학교 부근에서 약취 유인 시도가 있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초등학교도 지난 1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주말 사이 인근 초등학교 후문과 포방터 시장 공영주차장 놀이터 부근에서 흰색 차량에 탑승한 낯선 남성 두 명이 아이들에게 접근해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한 사례가 보고됐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최초 신고 뒤 CCTV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도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추가 신고가 접수됐고 범행 차량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범행을 확인했다.

경찰은 “당시 피해 아동 모친이 알려준 차량과 실제 범행 차량이 색상이나 차종이 달라서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들을 긴급 체포한 이후 3명 가운데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에 부담을 안게 됐다. 늑장 수사에 대한 비판에 이어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난관을 만나게 된 것이다.

김형석 서울서부지법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초등학생을 유괴하려 했다는 혐의 사실과 이들의 고의성 등에 다툼에 여지가 있다고 봤다.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주거가 일정하고 대부분 증거가 수집된 점에서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아동 납치 미수 사건에 국민 불안감이 고조되자 경찰청은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해 예방 순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먼저 전국 초등학교 6183곳 등·하교 시간대에 맞춰 어린이들의 통행이 잦은 학교 인근, 주요 통학로 주변에 경찰관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전국 지구대·파출소 소속 지역 경찰, 기동순찰대 등은 순찰과 함께 장시간 정차하는 차량, 어린이 주변을 배회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는 등 수상한 사람을 발견할 경우 적극 검문 검색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미성년자 범죄 관련 신고는 ‘코드1’ 이상으로 접수할 방침이다.

경찰 112 신고 대응은 코드0~코드4까지 크게 5개로 분류되는데 코드0과 코드1은 ‘최단 시간 내 출동’을 목표로 하는 긴급 상황을 뜻한다.

예의 주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초등학생 상대 납치·유괴 사건과 관련해 “국민들께서 큰 우려를 갖고 계신 만큼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신속한 수사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과잉 대응이 안 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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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