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못 막는 전자발찌,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9 14:17:40
  • 호수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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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외출도 꺼렸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자발찌 부착’과 관련한 끊이지 않는 논란이 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출소 후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전자발찌까지 찬 상황에서 ‘도대체’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뭘까?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자발찌 착용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성범죄로 징역을 살다가 전자발찌를 찬 상태서 출소 5개월 만에 모르는 여성의 집에 따라 들어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민호)는 지난 19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발찌 차고
다시 범행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아동·장애인 관련 기관 10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다수의 성폭력 전과가 있는 점과 위험 평가를 종합해볼 때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침입, 강간해 피해자의 공포심이 극심하고 성적 수치심으로 현재까지 정신건강의학과 내원과 약물·상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범행 이전의 상태로 회복을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동종전과 포함해 형사처벌을 받은 게 수십회에 이르고 수사 단계에서 공격적이고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며 “조사 도중 경찰에게 거짓말하고 피해자에게 전화 시도하는 등 범행 정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월1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 송파구서 처음 보는 여성을 집까지 쫓아가 도어락을 부수고 침입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을 피해 달아났던 그는 인근의 한 노래방서 붙잡혔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동선을 추적해 3시간 만에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간 혐의로 체포했다. 범행 당시에도 A씨는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전자발찌를 부착한 뒤 재범을 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전자발찌를 인증하면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자발찌 착용 사진과 함께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다닌다. 저거(전자발찌) 가려야 되니까. 인권침해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물론 여고생을 범한 건 잘못이긴 하지만 이미 징역 4년을 살고 나왔는데 또 이런 벌을 주다니”라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겨우 4년을 살고 저런 말을 하다니. 여고생 부모님 마음이 찢어졌을 것” “손모가지를 잘라야 저런 글을 안 쓰지” “저런 사람들이 교도소서 교도관들 힘들게 한다던데, 사실인 듯. 인권은 사람한테 있는 것이다” “대부분 범죄자가 이렇게 생각한다. 본인이 망가뜨린 인권은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인권은 너무 소중하게 생각한다” 등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출소 5개월 만에 또 성폭행
“인권침해 너무 심하다”

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찬 상황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 우선 전자발찌에 대한 효용성은 지속적으로 논의돼오고 있다.

전자발찌는 2008년 9월 특정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도입됐고, 이후 미성년자 유괴범과 살인범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대상자는 물론, 평균 부착 기간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재범률이 늘면서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경각심이 무뎌질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상자의 사회 복귀와 효과적인 관리·감독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심리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 활성화와 함께 전자발찌 가해제 활성화 방안과 부착 기간 단축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전자발찌의 평균 부착 기간은 1년에서 무려 7년으로 증가했고, 법정 최장 부착 기간은 5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경합범 가중 시 2분의 1까지 가중이 가능해 최장 45년까지도 부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평균 3~5년을 부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장기간인 셈이다. 당초 특정 성범죄자로 한정됐던 부착 대상도 미성년자 유괴범과 살인범 등으로 확대돼 부착 대상자도 크게 확대됐다.

이 때문에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들의 재범률은 2019년 90명(1.97%), 2022년 74명(1.68%), 2021년 74명(1.65%), 2022년 45명(0.99%)로 감소했지만, 전자발찌 착용자가 늘어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자발찌 훼손자는 2009년 1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23명까지 늘어났다. 이 중 2명은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뒤 나중에 검거했다.

커뮤니티
착용 인증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가 말하는 전자발찌는 확실히 범죄 예방 효과가 있었다. 교도소 수감 시절부터 ‘전자발찌를 쓰면 어떻다더라’는 추측들이 난무한다.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인 30대 B씨는 전자발찌 부착 기간만 10년으로, 죄명은 강간상해다.

B씨는 “출소 전에 전자발찌를 착용하는지 몰랐는데 어쩌면 몰라서 다행일 수도 있다. 만약 알았다면 출소도 하기 싫었을 것”이라며 “출소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집에 왔는데, 재택장치 설치하고 일주일 동안 밖에 안 나갔다. 문 밖을 나가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오히려 감옥에 있을 때보다 더 끔찍한 것이 전자발찌라는 것이다.

A씨는 “차라리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기간만큼 감옥에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가족들과 같이 사는데 친척들이 오는 것도 말릴 수밖에 없다”며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도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지만, 내가 느끼기엔 밝게 빛나고 있는 형광등 같다. 걸어다니면 의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자발찌 착용 후 범죄를 저지른 것을 후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라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B씨는 “지금 생각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을 거고 나도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며 “나는 패배자다. 내가 내 인생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매번 고민한다. 다만 이기적인 마음일 수도 있지만 나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은데, 아무 병원이나 가기가 좋지 않다. 진로 상담도 받고 싶어서 이런 것을 (나라에서)도와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감독 관리인력 증가세는 더디기만 하다. 실제로 전자발찌 착용자가 30배 넘게 늘어나는 동안 이를 관리하는 감독자는 약 6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그들의
반발은?

법무부 평택보호관찰소(소장 권태호)는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을 받다가 훼손 후 도주했던 50대 남성 C씨를 체포했다. 붙잡힌 C씨는 결국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 5월29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해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C씨는 2014년 9월 강간 등 상해죄로 징역 10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 20년, 성폭력 치료 강의 80시간을 선고받고 복역 중 만기출소한 뒤 지난 3월15일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평택보호관찰소서 관리감독을 받고 있었다.

그는 출소한 지 닷새 만인 20일, 전남 남군 화원면 인근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3시간 만에 전남 목포시 소재 모텔서 검거돼 재판을 받아왔다. C씨는 복역 후 출소하더라도 부착 명령 20년 중 잔여 기간에 대해 전자발찌를 계속 부착해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전자감독제도 운영 성과 분석 및 효과적인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 및 전국 57개 보호관찰 기관서 근무하는 직원 4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2%가 “부착 기간의 장기화로 대상자에 대한 지도·감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답했다. 

연성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좀 더 효과적인 감독을 위해 전자발찌 부착 최장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조속한 사회 복귀를 촉진한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사회 복귀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재범 방지에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착 기간을 산정해 전자 감독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 연구위원은 ▲주기적인 위험성 평가를 통해 전자 감독 지속 여부와 가해제를 결정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 집행률 기준을 완화하는 등 현실적인 가해제 심사기준을 정립해 가해제를 활성화하는 방안 ▲부착 명령 최장기간을 단축하고 부착 명령 집행이 종료되는 시기에 재범 위험성 평가를 해 필요한 경우 부착 명령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가해제 전 단계로 재택 구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구금이란 범죄자를 교도소나 교정시설이 아닌 범죄자 본인의 가택에 구금하는 것이다. 재택 구금은 과밀수용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대두된 1980년대 초 미국과 덴마크 등에서 도입됐다.

“재택 구금이 더 효과적” 주장도
김영진 ‘박병화·조두순 방지법’ 발의

무엇보다 재택구금은 비용절감의 장점이 있다. 재택 구금의 실시 비용은 구치소 구금 비용에 비교하면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고, 대상자는 직장에 출근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도 있으며, 개인별 조건에 맞는 일정도 조절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도 가석방 또는 조기 석방의 조건으로 재택 구금이나 외출제한 등의 결합한 형태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가해제 전 단계서 중간 처우로 재택 구금을 도입하면 재범 우려 불식과 탄력적인 가해제 제도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른바 ‘박병화·조두순 방지법’을 발의했다. 지난 9일, 김 의원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과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병화·조두순과 같은 연쇄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각 지역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수원특례시로 이사 오자 수원 내 시민사회단체서 퇴거를 강력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전자발찌 효과로는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해 국가가 적극 관리하는 거주지 지정 명령 제도를 도입할 것을 법안에 담았다.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제한은 해외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서 발생한 제시카 런스포드 사건로 인해 만들어진 ‘제시카법’의 경우 성범죄자가 학교와 공원 주변 600m 이내에 살 수 없도록 주거지를 제한하고 있고, 워싱턴주의 경우 출소한 아동성범죄자가 맥닐섬에 위치한 특별 구금센터에 거주하도록 제도화돼있다.

김 의원은 “박병화·조두순과 같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각 지역에서는 극심한 갈등과 불안을 겪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주지 
지정 명령

이어 “21대 국회서 법무부가 해당 법안을 너무 늦게 제출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거주지 제한이 기본권 침해·이중 처벌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법사위서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고, 법사위 위원들과 협의를 통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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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과 남 변호사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해줄 테니까” 중 위례신도시를 검찰이 “윗 어르신”으로 왜곡해 이 대통령 또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주장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해 “황당한 증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조작 기소 의혹의 핵심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음에도 그가 “필리핀에 있었다”는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일부인 70만달러(약 10억원)를 건넸다는 법정 진술이 사실이었는지 추궁 중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사실이라며 진술을 유지하면 민주당 측에선 위증이라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이 필리핀 아닌 제3국에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중심 국조 후 수사기관 대거 투입 검찰→대통령실 연결고리 증거 확보 의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도 고발당할 처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박 검사가 지난해 9~10월 국정감사에서 연어 술파티가 없었다는 등 취지로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고발을 의결했다. 법사위에서 정 장관은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 감찰은 시효가 도래하는 5월17일 전 “후속 조치를 가능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 검사가 전날 국민의힘이 개최한 ‘민주당 공소 취소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것도 정치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팀도 조작 기소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초 종합특검팀은 지난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끝내지 못한 잔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출범했다.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음에도 수사 역량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투입했다. 종합특검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