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강릉 시민들을 위해, 최근 한 누리꾼이 어려운 회사를 운영하면서 생수 4760병을 기부해 귀감이 되고 있다.
생수 기부 사연의 주인공은 장애인 전용 상품 판매 회사를 운영 중인 사업자 A씨.
그는 지난 4~5일 직접 강릉을 찾아 화물 기사와 함께 생수를 전달했다. 당시 현장에는 이미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십톤 규모의 트럭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속에서 A씨는 자신이 마련한 생수 두 팔레트를 정성껏 내려놓았다.
이번 기부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A씨는 최근 회사 매출이 급감해 지인에게 대출까지 받아 어려운 시기를 버텨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지난 7월 말 사무실 이전으로 큰 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 재정이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생수를 더 많이 기부할 수 있었을 텐데, 양이 많고 적고를 떠나 도움이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며 “또 그럴 수 있도록 제품을 구입해주신 고객님들께 감사드릴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번 기부 결정에는 어린 시절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A씨는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수해로 마을이 사라져 학교 강당에서 지내야 했고, 제한 급수로 인해 2~3일에 한번씩 소방차에서 받아온 물을 들고 다니며 생활했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의 불편과 막막함을 알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최대한 무리할 수 있는 선에서 급하게 생수 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보육원과 복지시설에 쌀, 과자, 계란, 우유 등의 식품을 기부해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2020년부터는 지역 보육원에 1인당 2만원씩 보육원 퇴소 시 지급하는 자립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소아암 치료비 ▲소방관 치료비 ▲미혼모 가정 지원 ▲독립유공자 후손 거주지 개선 사업비 등을 기부해오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기부 소식을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알렸다. 아직도 회사가 존속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리기 위해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는 흔적의 글을 남겨 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강릉 지역에 연고도 없고 사정도 좋지 않지만, 각자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의 기준이 다른 만큼,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고 나서 후회가 없으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부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참 다행인 것이 어제(13일)부터 강릉 지역에 단비가 계속 내려줘서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강릉 시민들의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52일 만에 상승하고 있다는 반가운 기사를 접했다”며 “모쪼록 이번 단비로 가뭄을 극복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하루 빨리 복귀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기부 소식을 접한 회원들은 “대단하시다” “멋진 기부다” “복 많이 받으시겠다 제가 다 감사하다” “강릉 시민으로서 감사하다” “행해진 선의는 누가 뭐라하든 존경스럽다” “어디로 보내면 되냐, 나도 동참하겠다” “매출 4760% 성장하길 바란다. 감사하고 고생하셨다” 등의 찬사를 보냈다.
본가가 강릉이라는 한 회원은 “엊그제 하룻밤 자고 왔는데 물이 없으니 대소변 보는 것도 스트레스였다”며 “물 받아 놓은 것도 화장실 처리하면 별로 남지도 않더라. 생수 기부 대단하시다”라고 치켜세웠다.
15일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릉시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오전 7시 기준 16.3%로, 전날보다 0.6%p 상승했다.
최근 단비로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강릉시는 현재 약 602만병의 생수를 확보해 시민들에게 2차 배부를 진행 중이다.
시는 병원 입원 환자, 대학생, 해외 유학생 등으로 지원 대상을 넓혀 취약 계층과 사각지대 해소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주문진읍, 연곡면, 왕산면 등 마을 상수도가 고갈된 비급수 지역 주민들에게도 생수를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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