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67)피로가 스며든 신음소리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9.01 04:42:17
  • 호수 1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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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뽀글뽀글 파마를 한데다 얼굴이 길고 빼빼하여 어쩐지 무우뿌리 같아 보이는 여자가 보리 쌀을 뽀득뽀득 기운껏 문대며 말했다.

“그런데 순이네, 그 영감은 어디가 많이 아픈 모양이죠? 하긴 뭐 이 동네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뉘 있을까만.”

깨진 거울

“글쎄,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앞집이라 해도 평소 땐 뭐 말을 잘 해야지. 두어 달 전까지는 노상 술에 취해 들어오곤 하더니만 하룻날 저 앞 다리에서 떨어진 뒤부턴 폭 박혀서 골골거리데. 어쩐지 생각해 보면 딱하기도 한 할멈이야.”

“원, 언제 이 굴집 신세를 면하게 될지…….”


“뭐, 그래도 철수네는 주택부금 꼬박꼬박 붓고 있잖나. 그게 다 남자 잘 만난 복이겠지만.”

운은 세수를 마치곤 그곳을 물러났다.

문 앞에 닿은 운은 갑자기 전에 없이 당차게 울려오는 달래 여사의 고함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뭐라꼬? 그래, 이날 이때껏 속이 문드러지듯이 살아온 나는 술 한잔도 맘놓고 못 먹는단 말가? 죽을 것같이 맘이 아파서 먹었다, 왜? 그래, 사내라고 불알은 찬 주제에 그게 나한테 할 소리던가? 뭐라캤제? 흥, 화냥년이라꼬!”

이어서 무엇인가 박살나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고비고비 목청을 돋우는 쇠잔한 남자 음성이 들렸다.

“듣자듣자하니 이 빌어먹을 년이 이젠 기물까지 부수누나. 그깟 말이 그다지도 가슴 아프더면 나더러 숫제 화냥놈이라고 부르려무나. 하지만 넌 또 뭘 잘한 게 있니? 골골거리는 서방 약 사줄 돈은 없어도 제년 술 처먹을 돈은 있던가보군. 에라이 사악한 것, 애구 애구 나 죽네…….”

운은 기침을 하곤 문을 열고 일단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약냄새 외에도 술냄새와 웬 지린내까지 겹쳐 시궁창을 방불케하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좁직한 방 가운데엔 거울이 조각나 있었다. 운이 들어왔음에도 달래 여사의 입담은 그치지 않았다.

“흥, 그래 그게 고까워서 애도 아닌 늙은이가 방 안에다 이 짓을 했구먼.(달래 여사는 손바닥으로 이불을 탁탁 쳤는데, 그 한 부분이 젖어 있었다.) 그래,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당신은 정말 애야. 아니, 애보다 못하게 한세상을 살아왔지. 그 잘난 낯짝 하나 갖고 명배우니 뭐니 헛소리나 하며 한세월을 허송하고 이렇게 앉았으니 삼척동자도 웃을 어릿광대이긴 하지……. 애구, 이 한도 많은 년의 인생, 웬 업이 그리 많아 늘그막엔 남정네 약 하나도 건사 못 하는 독한 년 신세가 되고 말았을까!”

갑자기 그녀는 세운 한쪽 무릎 위에 이마를 대고 서럽게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 작고 가냘픈 몸에서 그만한 울음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좀 놀라웠다.

그러자 이제껏 흰 런닝셔츠에 흰 잠옷바지 차림으로 반은 눕고 반은 앉은 듯한 추레한 자세로 방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영감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운이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건 처음인 셈이었다.

넓적하긴 하지만 맥없이 희멀그레한 안색, 초점 없이 풀려서 인간 세상 아닌 어디 다른 세계를 헤매고 있는 듯한 눈, 마치 성이라도 난 듯 퉁퉁히 부어오른 입술 등은 어딘지 회충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영감은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길고 희고 푸른 심줄이 불거진 손을 달래 여사의 달싹거리는 어깨에 얹고 토닥거리며 말했다.

“자기야, 뚝 그쳐, 귀여운 사람……. 남의 이목도 있는데 창피하잖아. 그래, 내 모두 사과할게. 난 당신 없으면 못 살아. 그래서 심술이 난 거였지 본심은 아냐…….”

쇠잔한 남자와 여사
한 많은 인생 넋두리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던가. 아직 체험해보지 못한 용운은 신비한 느낌까지 들었다. 달래 여사의 태도는 갑자기 바뀌어졌다.

“애구, 이 무정한 양반아, 그래 이 달래가 자기 영감 아픈 것까지 잊고 술먹었을까 그러우. 당신 몸이 아픈 건 곧 내 몸이 아픈 거라오. 그런 줄도 모르고 약 안 사낸다고 그렇게 떼를 쓰면 난들 어떡하란 말요. 어디 한푼 빌려볼 데도 없으니…….”

“그래, 알았소. 내 이빨 꽉 다물고 있을 테니 죽이든 살리든 당신 알아서 하구료. 끙, 원 이렇게 아파서야 곧 죽고 말겠군.”


그러면서 그는 다시 자리 위에 드러누워 신음을 계속했다.

달래 여사는 울음의 흔적을 싹 씻고 바삐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물수건을 만들어 와서 영감의 얼굴과 손을 닦아 주고, 방을 청소하고, 그런 다음에는 보리쌀을 씻어 미음을 끓이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영감은 계속 신음하고 있었다.

그날 밤 운은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아랫방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달래 여사는 식당에서의 술기나 투정 같은 건 싸그리 잊어버린 듯, 이제 스스로 투정을 받아주는 입장이 되어 영감을 돌보고 있었다.

미음을 떠먹이면서 얼르는 소리는 마치 갓난 아기에게 하는 것 같았다. 듣기만 하고 있던 운으로서는 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런데 환자는 갑자기 전에 없이 까탈스런 성미를 나타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싱겁다느니 짜다느니, 뜨겁다고 했다가 식은 구정물 같다는 둥 운이 들을 때는 조리가 없었다.

그러나 달래 여사는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감내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도 투정 섞인 그 신음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하도 끈질겨서 어찌 들으면 매우 위독한 것이 아닌가 염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달래 여사의 응대가 범상한 상태를 넘어서지 않았으므로 운은 시나브로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운은 눈을 뜨기 전에 바로 그 신음 소리부터 들었다. 조금도 수그러들거나 지친 기색도 없이 어젯밤과 똑같았으므로 잠을 잘못 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불안한 기색

그러나 운은 이내 달래 여사가 퍽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언동엔 불안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쉰 목소리엔 피로가 잔뜩 스며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신음 한 마디 한 마디에 안절부절못하면서 애를 태우는 것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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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