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68)똑같지 않은 여름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9.08 03:37:28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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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 어쩌면 좋을꼬!”

운이 기침을 한 뒤 밑으로 내려가자 달래 여사는 마치 약방의 사환이라고 만난 듯 주절거렸다.

“이전엔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아픈 사람이 밤새도록 한잠도 자지 않고 앓아대니, 대체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구먼.”

어둑한 골목

영감은 예의 흰 셔츠와 잠옷바지 차림으로 벽을 향해 돌아누워 있었고, 달래 여사는 그 곁에 쭈그리고 앉아 애절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운은 어떤 도움을 줄 수도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도 혹시 무슨 수가 없을까 하고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그는 어떤 방도를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거리를 방황했다. 어느덧 밤이 되었다.

밤공기는 텁텁한 대로 가슴을 틔워 주는 듯도 했으므로 운은 집도 절도 잊은 방랑자처럼 한동안 터덜터덜 걸었다. 하늘엔 별 몇 개가 곧 꺼져 버릴 듯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때 어둑한 골목 한 모퉁이에서 악을 쓰며 지껄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운의 발을 멎게 했다.

“이 썅! 내가 말이야, 오늘 말이야, 뼈빠지도록 일을 해서 몇 푼 받았단 말이야! 그래서 말이야, 한잔 걸치고선 아가씨를 찾았는데 왜 속여넘기느냔 말이야. 이 썅 늙다리야! 어서 돈을 내놔!”

그러자 질린 듯 애소하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대꾸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니 양해해 주세요. 그리고 노시긴 노신 거니까 거렁뱅이한테 적선하신 셈치고 참아 주세요.”

“늙어빠진 것이 그래도 입은 살아가지고 사람을 자꾸 놀리는군. 이제까지는 고딴 연극으로 사내들을 눙쳐먹었겠지만 나한테까지 통할려구. 쌍년! 내 돈을 안 뱉어내고 견디는지 보자!”


그러더니 어깨에 가방을 멘 사내 하나가 작달막한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골목 어귀로 나왔다.

사내도 비틀거리는 품이 제법 취한 꼴이었지만 여인네는 벗어날 힘이 없는지 허리를 꼬부린 채 질질 끌리며 신음할 뿐이었다. 한적한 길가의 가로등 아래에 서서 사내는 잠시 두리번거리며 욕설을 씨부렸다.

그 순간 검은 윗도리를 걸친 젊은 사내 하나가 골목으로부터 튀어나와 단번에 여인의 머리에 붙은 주정뱅이의 손을 떼어내고 홱 떠밀었다. 주정뱅이는 맥없이 나둥그러졌다.

“먹고 살겠다는 사람을 왜 그래? 엔간히 처먹었으면 곱게 놀고 떠날 것이지 트집은 웬 생트집이야. 아가씨 탐내지 말고 집에 가서 딸내미 코딱지나 떼줘!”

불의의 습격과 설교로 골이 오른 사내는 몸을 일으켜 상대를 노려보았으나, 상대가 어깨에 힘을 잔뜩 넣고 인상을 쓰자 곧 침을 퉤퉤 뱉곤 투덜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여인은 손을 재게 놀려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분가루가 떨어져 내릴 듯 허옇게 화장한 얼굴이 가로등 빛 아래서 슬픈 희극배우의 가면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용운은 그 가면 밑에 달래 여사의 얼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인은 젊은 사내에게 고맙다고 주억거린 뒤 주정뱅이가 간 방향을 피해 발을 옮겨놓았다. 그러자 젊은 사내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인사는 하고 가셔야지…… 한 장만 떼시오.”

집도 절도 잊은 방랑자
탈출에 대한 현실적 생각

“주인 아주먼네가 석 장 가져가고 두 장 뿐인걸. 이건 급한 용처가 있어서 말요.”

젊은 사내의 눈알이 희번덕거렸다.


“알만한 양반이 쩨쩨하게 구는군. 다시 머리끄덩이를 끌리고 싶어 이러는 거요?”

그러자 여인은 분바른 얼굴에 애절한 빛을 띠고 상대방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사내의 눈은 비웃음을 보일 뿐 그 험한 표정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인은 고개를 수그리더니 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사내의 낯짝을 향해 내던졌다. 사내가 그것을 집어 휘파람을 불며 사라진 뒤, 여인은 허물어지듯 주저앉아 어깨를 떨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짙은 어둠이 그 위에 내려앉고, 야경대원의 호각이 먼데서 삑삑거렸다.

운은 컴컴한 허공으로 눈을 주었다. 별들만이 뭔가 알아들었다는 듯 깜빡이고 있었다.

다시 여름이 왔다. 폭양(曝陽)과 매미소리는 비슷해도 똑같은 여름은 아니었다.


그 즈음 원생들 사이에서 불길한 소문 하나가 떠돌았다. 탈출 전과자 등 꼴통들을 골라 악명 높은 고하도 감화원으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용운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렇잖아도 마음 한 구석에 어두운 예감 같은 게 깃들곤 했던 터였다. 그토록 말썽을 일으켰는데도 원장이나 담당 선생으로부터 호출 한번 없는 것도 미심쩍었다.

근래엔 마치 의붓자식 대하듯 무정하고 매서운 감시의 눈초리만 받을 뿐이었다. 용운은 너무 불안하고 초조해서 밥조차 제대로 삼키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용운은 탈출에 대해 좀더 현실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의 방법에 대해 여러 모로 반성을 했다.
첫 번째 탈출은 의타적인 면이 강했다.

그때 그 발동선을 타고 가 성공을 했더라면 물론 좋았겠지만, 실패한 이상 문제점을 따져 더 나은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한 가지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생활 속의 다른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동안의 고생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느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의 실패 원인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공상적으로 추진한 데에 있었다.

만약 수영 실력이 갖춰졌더라면 뗏목이나 널빤지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도 바다를 건너 유토피아에 가 닿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유토피아

백곰이 가르쳐 준 방법은 시도할 가망이 별로 없었다. 감시가 심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밤에 혼자 바다에 뛰어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더구나 헛소문이라고는 하지만 귀신 얘기까지 흉흉하게 나도는 섬이고 보면…… 캄캄한 바다에서 어디를 어떻게 헤매다가 죽을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 때문에 용운은 간조 시간과 물을 건너는 방법을 찾기에 고심하느라 밤새 머리를 굴리곤 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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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