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 일 경험 사업 ‘내정자’ 선발 의혹

공고 전 사전 모집?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해외 일 경험 지원사업을 둘러싸고 일부 운영기관이 정식 공고 전에 ‘사전 모집’을 진행해 내정자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년 누구나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미 누군가 꿰차고 앉은 사실도 모른 채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청년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해외 일 경험 지원사업(WELL·Work Experience Learning Ladder)은 고용노동부가 지원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산인공)이 주관하는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한 축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청년들에게 해외 기업에서 일정 기간 직무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귀국 후 국내외 취업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지원한다.

취업 발판

사업 구조는 정부가 예산을 배정하면 산인공이 운영기관을 선정하고, 선정된 운영기관은 운영 지원금을 받는다. 해외 기업과 협약을 맺어 직무 자리를 확보하고, 참가자 모집부터 교육·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운영기관 대상으로는 다양한 기관이 있지만, 대체로 대학교가 선정된다.

대학이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면, 실무의 상당 부분은 민간 에이전시가 맡는다. 대학은 운영기관으로서 책임을 지되 실제 해외 기업 섭외나 현지 관리 업무는 경험이 많은 민간 에이전시에 맡기는 방식이다. 외형상으로는 대학이 주관하지만, 실무의 상당 부분은 에이전시가 담당하는 형태다. 이들은 청년 관리, 해외 기업 매칭을 맡는다.

이 같은 협업 구조는 사업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마련된다.


참여 청년 모집 절차는 산인공이 운영하는 월드잡플러스(이하 월드잡) 사이트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공고문에도 이 같은 절차가 명확히 명시돼있다.

2025년도 운영기관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참여 청년은 반드시 월드잡에 게시된 공고에 지원해야 하며, 별도 운영기관이 운영하는 시스템·메일 등을 통한 모집 및 지원 절대 불가’라고 규정돼있다. 이는 운영기관이 자체적으로 선발 절차를 진행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일부 운영기관이 정식 공고 이전에 이미 사전 모집을 통해 내정자를 확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로 한 청년은 에이전시로부터 먼저 합격 통보를 받은 뒤 “월드잡에도 지원해 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제보자는 “운영기관이 에이전시를 통해 미리 선발한 뒤 나중에 월드잡 신청 절차만 거치게 한다”고 증언했다.

실제 에이전시 관계자와 청년이 나눈 카톡 대화방에는 “일 경험 지원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약속이 오갔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라는 안내가 아닌 ‘내정자’를 만든 뒤 뽑겠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미리 합격자 뽑아 놓고…
월드잡에 형식적으로 지원

이는 공식 절차를 통해 선발해야 한다는 사업 규정과 달리, 내부적으로 이미 선발자를 정해둔 뒤 형식적으로 지원 절차를 밟게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전 모집이 있었다면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다른 청년들은 월드잡에 공고가 게시된 뒤에야 지원하는데, 특정 인원을 먼저 확보했다면 경쟁 기회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모집 정원이 한정돼있는 상황에서 일부가 사전에 자리를 선점한다면, 정식절차를 따르는 다른 지원자는 영문도 모르고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해외 일 경험 지원사업은 경쟁률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참가자 1인당 수백만원의 재정 지원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한 해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

참가자는 2~4개월간 해외 기업에서 직무를 수행하며, 정부는 준비금·체재비·수료금 등 다양한 형태의 재정 지원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4개월간 근무할 경우 최대 900만원, 프랑스는 600만원, 일본은 500만원 수준의 지원이 이뤄진다. 한 명당 수백만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가 자격도 명확히 정해져 있다.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이 대상이며, 군 복무를 마친 경우에는 만 39세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어학 성적도 요구된다. 영어권 국가는 TOEIC 600점, IELTS 5.5 이상, 일본은 JLPT N3 수준이다. 또 최근 3년간 정부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 중복 참여가 제한된다.

참가 절차는 ▲월드잡플러스 공고 확인 ▲서류 심사 ▲면접 ▲최종 선발 순으로 진행된다. 합격자는 출국 전 25시간의 직무·소양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현지에서 2~4개월간 직무 체험을 수행한다. 귀국 후에는 최대 12개월 동안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취업 연계 지원도 제공된다.

“지원금 받을 수 있다”
에이전시 관계자 약속

이 같은 정식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모집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사업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제보자는 “운영기관이 미리 인원을 확보해두는 건 결국 내정자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정식 공고가 뜨기 전에 사람을 뽑고, 이후 월드잡 지원을 형식적으로 받는 방식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 지원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운영기관 모집 공고문에서도 공정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공고문에는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이 확인된 경우 선정이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전 모집은 이 조항과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

일 경험 참가를 준비하는 청년 입장에서는 이 같은 사전 모집이 특히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원자는 어학 시험 준비,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대비 등에 수개월을 투자한다. 실제로 한 청년은 ‘TOEIC 시험에만 여러 번 응시해 수십만원을 썼는데,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운영기관이 사전 모집을 시도하는 데에는 구조적 배경도 있다. 대학은 운영기관으로 선정될 경우 인원 달성도(개시율)와 관리 실적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성과가 낮게 평가돼 이후 재선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많은 인원을 확보해 연결을 성사시키면 운영 지원금도 늘어나고, 학교 차원에서는 ‘글로벌 취업 기회를 제공했다’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대학들이 정식 공고 이전에라도 인원을 확보하려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제보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산인공에 민원을 넣었다. 이에 산인공 해외 일 경험 운영부는 해당 문제에 대해 사전 모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답변을 통해 제제 조치도 예고한 상태다.

짜고 쳤나

이와 관련해 산인공 담당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운영기관이 자체적으로 모집 통로를 통해 합격자를 내는 경우는 사전 모집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 모집 정황이 있다고 해도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사전 모집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만약 부정한 방법으로 모집이 이뤄졌다면 제재위원회 상정 후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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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