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도시 침수 전문가’ 신민철 자인테크 대표

“물폭탄에 잠겨도 어디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집중 호우’ 대신 ‘극한 호우’라는 표현이 기상 용어로 등장하고 있다. 시간당 72㎜ 이상 내리는 비를 뜻한다.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늘었다. 지역이 초토화하는 수준의 수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광주·전남에 600㎜의 비가 내렸다. 연간 강수량의 절반에 달하는 비로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이 침수되고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도 나타났다. 같은 날 충남 서산에는 1시간에 100㎜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강우 빈도로 따지면 200년에 한 번 올 만한 폭우였다.

이상 기후
극한 호우

지난 4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준으로 지난달부터 1시간에 100㎜ 이상의 비가 쏟아진 관측소는 경남 산청, 경기 포천, 충남 서산, 전남 무안 등 6곳에 이른다. 특히 지난 3일 전남 무안공항에는 1시간 동안 142.1㎜의 비가 내렸다. 극한 호우를 넘어 ‘괴물 폭우’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극한 호우의 원인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지금보다 더한 수준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마다 연례행사처럼 수해로 이어졌던 집중 호우, 태풍보다 더 세고 강력한 비가 전국을 할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이 전 세계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미 영향권에 들어왔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하수 시스템이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극한 호우 발생 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본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왜 빗물이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는지, 왜 싱크홀이 생기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싱황이다.


100년에 한 번 내릴 비에
전국 물난리로 손해 막심

신민철 자인테크 대표는 “물을 공급하는 상수 시스템은 현대화돼있는 반면 하수 시스템은 데이터조차 부족한 상태”라며 “도시가 침수되면 허둥대기만 하고 싱크홀이 발생하면 애꿎은 주변 상황만 이야기할 뿐이다. 결국 도시 침수나 싱크홀과 같은 재난이 반복돼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수의 양을 측정하는 것은 침수를 예측하거나 싱크홀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자인테크는 유량계를 만드는 업체로 2020년 환경부가 발주한 ‘상하수도 혁신기술 개발사업’ 컨소시엄에 주관사로 참여했다. 하수관로에 흐르는 물의 수위와 유속을 통해 도시 침수를 예측할 수 있는 유량계를 개발해 2023년 8월 환경부 ‘우수성과 20선’으로 선정됐고, 2023년 9월 행정안전부가 수여하는 ‘재난 안전 연구개발’ 관련 상을 타기도 했다.

신 대표는 지난 4일 <일요시사>와 만나 현재의 하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자체별로 하수관로를 설치할 때 인구 유입과 강우 빈도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수준을 넘어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100년에 한 번 내릴 비가 왔다면 그 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하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물을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기에 모든 국가는 상수 문제부터 파고들었다. 하수 문제는 상대적으로 외면한 셈이다. 실제 유량계를 사가는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호주 같은 선진국이다. 한국도 GDP가 3만5000달러, 4만달러에 달하는 만큼 이제 하수 시스템 정비에 돌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땅 꺼지고
물 넘치고

무엇보다 하수관로의 상태를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정집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 오수와 빗물 등이 하수관로를 통해 하천이나 강으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를 걸러내고 약품으로 처리하는 등 하수를 정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많은 비가 내릴 때는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 펌프장 등이 가동되기도 한다.


신 대표는 하수관로의 상태를 수위만으로 측정하는 현 상황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수위와 ‘유속’을 동시에 확인해 정확한 유량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수관로를 도로에 비유하면 수위는 차량의 수, 유속은 차량의 속도다. 차량이 많더라도 속도가 있다면 도로는 막히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 차량이 정체해 있다면 차량의 속도는 떨어지고 도로는 막히게 된다. 이는 수위만으로 침수를 예측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신 대표는 “물의 수위가 하수관로 끝까지 차올랐다고 해도 유속이 정상이라면 침수가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유속이 떨어질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유량이 정체되면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결국 오염된 하수에 도시가 침수되는 것이다.

신 대표는 2023년 7월 세종시 대평동에서 일어난 도시 침수를 예로 들었다. 당시 자인테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7월13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내린 폭우로 유량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강우로 만수위에 이르렀는데 유속이 0에 가까운 상태가 14일 오후 12시경부터 다음 날 오후 8시경까지 약 30시간 동안 계속된 것이다. 그는 “결국 해당 하수관로에서 20㎞ 떨어진 오성 지하도로에서 침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번 극한 호우처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릴 때는 도시 침수 시점을 잘 예측해야 한다. 수위만 가지고 대피 경보를 발령하면 까딱하다간 ‘양치기 소년’으로 몰릴 수 있다. 수해 피해를 막으려면 하수관로의 통수 능력을 측정해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이용해 신속 개선이 필요한 취약 하수관로의 개선을 실행해야 한다. 즉, 무작위로 아무 곳이나 하수관로 개선사업을 하면 효과가 없다”고 조언했다.

또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일 때 침입수와 강우 시 유입수의 양을 측정해 하수관로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침입수는 하수관로의 깨진 틈 사이로 흘러든 지하수를, 유입수는 빗물을 가리킨다. 침입수가 늘어나면 싱크홀이 나타날 수 있고 유입수의 증가는 도시 침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측정해서
빅데이터로

신 대표는 “상수도는 수도요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사용량을 철저하게 체크한다. 그에 반해 하수는 어디에서 얼마만큼 배출되는지 확인이 안 된다. 일반인의 생활 방식으로 예상해 보면 오전 5~6시부터 하수 배출량이 늘었다가 낮 시간대에 줄고 퇴근 시간쯤에 다시 많아질 것이다. 그러다 새벽 1~5시경에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고 보면 이 시간대를 최소 하수량으로 잡고 그 등락에 따라 침입수, 유입수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배출량이 가장 적은 시간대의 평균 하수량을 모니터링하면 해당 지역의 최소 발생 하수량을 유추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하수의 양을 침입수로 판단할 수 있다. 신 대표는 “그건 하수관로에 금이 갔거나 노후화돼 외부에서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지표는 세금과 직결되는 문제다. 예를 들면 하수관로를 적절한 시기에 보수해 10만큼의 하수량만 처리하면 될 것을 50만큼 처리해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제대로 유지, 보수만 잘 하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선 일단 하수관로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장치가 바로 유량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입수도 마찬가지다. 모든 지자체가 처음 하수관로를 설치할 때 그 당시의 강우 빈도에 따라 30년, 50년, 100년, 혹은 200년 이런 식으로 용량을 설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 기후가 변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수관로도 낙후됐다. 이 상황에서 싱크홀이 발생하고 도시 침수가 일어났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하수관로를 바꾸는 작업을 하는 건 비용 낭비이며 효과도 없는, 걷기도 전에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비 완료된 상수도와 달리
하수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

신 대표는 더디지만 분명하게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에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연구 용역은 ‘하수관로 시스템 종합 솔루션’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자인테크)가 유량계 기술 개발을 진행했고 고려대가 악취 센서, 세라믹 기술원이 수질 센서를 연구했다. 정부가 선진국으로 가는 방향을 선제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도 발맞췄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부터 1년 동안 서울시 광진구 소재의 군자배수군구 내 5개 지점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테스트 베드 서울’ 사업을 진행했다. 하수관로 내 유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측정된 데이터를 사물인터넷을 이용, 분석해 빗물과 지하수의 유입량을 산정하는 내용이다.

신 대표는 “예를 들어 강남은 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기는 대표적인 상습 침수지역이다.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얼마만큼의 비가 왔을 때 얼마의 하수가 주변에서 유입되고, 얼마의 하수가 빠져나가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유량 정보를 이용해 문제가 되는 하수관로를 교체하든가, 용량을 늘리든가, 빗물 펌프장을 짓든가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그다음 순서”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우리가 환경부의 용역을 받아 기술 개발을 할 때까지 하수 유량계는 국산화가 안 돼 있었다. 현재 설치돼 있는 대부분의 유량계가 수입품이다. 그러나 수입품의 경우 심야의 최소 유량을 측정하지 못하거나 퇴적물로 인한 오차가 컸다. 재난 안전 측면에서 하수 유량 정보가 필요하다는 환경부의 예측으로 하수관로 유량계의 연구개발이 진행됐고, 그 결과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국산 제품이 개발됐다. 최근 미국, 호주,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수입품
국산화 작업

신 대표는 “국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홍수 등의 수해를 막는 ‘치수’ 사업은 국가 지도자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관리는 제대로 된 데이터에서 나온다. 앞으로 이상 기후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고 물난리는 이제 더 이상 여름에만 일어나는 재해가 아닐 수 있다. 하수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은 국가적 사업이 될 것이다. 그 시발점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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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작정 버티기’에 나섰다. 내란 특검의 조사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와 체포 집행에도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의견과 ‘어차피 실익이 없으니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드러누운 법꾸라지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청탁 의혹 ▲집사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재판 청탁 의혹 ▲공천개입 등 ‘명태균 게이트’ ▲양평고속도로·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들 의혹의 직접적인 연관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키맨’이라 불리는 여러 핵심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당초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전반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거론하며 지난달 재구속된 이후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소환 조사에도 줄곧 불응해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에도 같은 이유로 3주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예상대로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소환 요구 시한인 오전 10시까지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지병인 당뇨가 악화하고 간 수치가 상승하는 등 건강이 나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실명 위험 소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상관없이 김건희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내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재차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소환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모두 불응 속옷 차림에 부상 주장까지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아직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들은 바 없다”며 “내란 특검에서 소환했을 때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팀의 엄포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예정된 2차 소환조사에도 불응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향후 조치에 관하여는 오후 브리핑 때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12분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반드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게 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영장 집행을 위해 구치소로 오면 구치소 직원들을 지휘해 영장을 집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며 “검사가 지휘하면 따라야 한다. 이는 강제조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실무자들이 집행을 거부할 우려도 있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는 세 차례 구치소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구치소 측이 “물리력 행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혐의로 구속돼 있어 내란 특검은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도 강제구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저항 때문에 중단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검사와 수사관과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찾았을 당시 그는 팬티와 메리야스(민소매 속옷 상의)만 입고 수용소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체포 집행 점입가경 특검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말을 끊으면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이날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의 대치는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문 특검보가 서울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건 교도관을 지휘해 어떻게든 조사실로 데려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속옷 차림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에 대해 “옷을 다 갖춰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접촉을 하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돼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인을 위해선 옷을 입도록 해야 하는데 강제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오 특검보는 “피의자(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번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체포를 집행할 것임을 고지했다”며 “피의자는 평소 법과 원칙 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다. 전직 검사·검찰총장·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 1시간 만에 변호인단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이후 변호인단은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 협소한 공간에서의 수용자 복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설명하며 논평하는 건 인신 모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심장혈관 및 경동맥 협착의 문제,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체온조절 장애까지 우려돼 수사와 재판에 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 만료 시일인 지난 7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또다시 불발됐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서울구치소 기동순찰팀(CRPT) 요원을 포함한 교도관 10여 명이 윤 전 대통령을 붙잡고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2차 체포 집행으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팀은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이날 오전 9시에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특검팀은 이보다 이른 오전 7시5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했고,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도 오전 8시를 약간 넘은 시각 구치소에 도착했다.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오전 8시쯤 사랑방(휴게공간)에서 마주쳤고, 변호인단은 특검 측에 동행을 요구했으나 특검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버티는 이유가⋯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오전 8시20분쯤 특검 측과 교도관들이 윤 전 대통령 측에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불러준다면 가겠다’며 응했다”고 전했다. 이에 수의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위해 별도 건물에 있는 출정과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검 측이 주차돼 있던 차에 윤 전 대통령을 태우려 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반발로 양측은 출정과장실에서 마주앉았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윤 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데려가려 하고, 이에 실패하자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있던 윤 전 대통령의 팔과 다리를 잡은 채 의자를 밀어서 데리고 가려 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문홍주 특검보 사이 통화가 이뤄졌다고도 전했다. 문 특검보는 “자발적으로 오실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불법에는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자가 확 빠지며 윤 전 대통령이 땅에 철썩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허리를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팔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좀 놔달라’고 해서 강제력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9시40분 집행을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강제 집행 이후에도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 관계자 고발을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형사적으로 강요죄이며 그 자체로 가혹행위”라며 “변호인들은 수차례 걸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물리력과 강제력을 행사해서 인치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집행에 참여한 사람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피의자가 수감된 상황까지 고려해서 집행한 상황”이라며 “적법하게 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늘 변호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변호인 들어와 있어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7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 바밨고, 법조계에서는 조사가 성립되더라도 혐의를 부인할테니 다른 키맨 수사에 몰두해 확실한 증거를 잡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한 만료까지 강제 구인 못해 “어차피 진술거부권 행사할 듯”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것을 두고 “특검은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속옷 저항으로 버티던 윤석열의 완강한 거부에 이어 부상 우려가 있다며 또다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에 총칼을 겨눴던 자에게 부상 우려가 웬 말인가”라며 “윤석열은 대한민국 공권력이 그리 만만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당장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고 특검에 출두하라”며 “국민과 법을 기만하는 자에게 한 치의 관용도 베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총장을 지낸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누워서 버티고, 특검의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이 뭘 배우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인격 수준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 소속됐던 한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이 7일까지지만, 이미 집행에는 착수한 것이고 그 이후 중지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또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최순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도 쉽지 않았지만 체포영장을 다시 받아서 결국에 강제 구인에 성공했다. 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당시 수사 팀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팀이 강제구인에 성공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사무실까지 끌고 올 수 있어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과거와 같이 조서에 날인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진술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할 거라 꼭 조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주변인 조사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형사전문 변호사도 “재판도 안 나오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간다고 입을 열진 않을 것”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사받기 싫다는 사람을 수사기관에 강제로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선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2차 체포 집행이 진행되는 날에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3가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