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데뷔 20주년 슈퍼주니어

지지고 볶고 싸워도 ‘끝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그룹 슈퍼주니어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5년, 정규 1집 <슈퍼주니어05>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이들은 어느덧 데뷔 20년 차의 ‘레전드 아이돌’이 됐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팀의 이름을 지켜온 슈퍼주니어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정규 12집 <Super Junior25(슈퍼주니어 이오)>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새롭게 컴백했다.

어느덧 20년
컴백한 슈주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소속사 인터뷰를 통해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리더 이특은 “슈퍼주니어가 20년을 함께했다. 저 역시 너무나 놀라운 시간이었는데,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욱 더 놀라운 시간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전했고, 이어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싶지만 그래도 20주년이라는 건 대단한 의미다. 데뷔 초에는 한 해, 한 해가 버티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매 순간이 감사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예성은 “아직 신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20주년에 정규 12집 가수가 되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그런데 여전히 무대에 서면 긴장되고 설렌다”며 초심을 되새겼다. 시원은 “믿기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다”며 “지금까지 함께해준 멤버들, 스태프들, 그리고 무엇보다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팬분들 덕분에 이 앨범이 더욱 의미 있게 완성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동해는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슈퍼주니어라는 팀에 대한 마음이다. 멤버들 모두 팀을 함께 지키려는 생각들이 더 깊어졌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은 팬덤 ‘엘프(E.L.F)’를 향한 사랑”이라며 팀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희철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나의 외모다.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다이어트도 했는데, 그래도 나이는 속일 수 없더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멤버들과 있으면 마음만큼은 20대 같다. 그게 슈퍼주니어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성은 “정신연령? 우리는 아직 20대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동해는 “엘프가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햇빛과 물이 없으면 시드는 것처럼, 우리는 엘프가 없으면 내일 당장 시들어 버릴 것”이라며 팬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시원은 “이번 앨범은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저희가 걸어온 20년의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여정이 누군가에겐 시작점의 작은 용기나 희망이 되고, 후배들에게는 ‘이렇게 꾸준히, 진심으로 해 나가면 가능하구나’라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특은 “한결같이 우리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엘프! 이제는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늘 고맙고 사랑한다”며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12집 앨범명 <Super Junior25>는 데뷔 앨범이었던 <슈퍼주니어05>에서 착안해 지은 것으로, 데뷔 시절의 초심과 함께 여전히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타이틀곡 ‘Express Mode(익스프레스 모드)’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댄서블한 사운드가 특징인 업템포 클럽 팝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겠다는 슈퍼주니어의 포부가 담겼다.

끊이지 않은 불화설
20년 변함없는 우정

컴백과 동시에 슈퍼주니어는 다시 한번 흥행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서클 주간 차트에서 <Super Junior25>가 6리테일 앨범 차트 1위, 타이틀곡 ‘Express Mode’는 다운로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터 차트 기준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은 30만9959장을 돌파, 슈퍼주니어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대만 최대 음악 플랫폼 KKBOX의 실시간 차트, K팝 신곡 일간 차트, K팝 싱글 일간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고,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도 전 세계 20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QQ뮤직과 쿠고우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음악 방송에서도 슈퍼주니어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Mnet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를 비롯한 주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랜만에 뭉친 멤버들의 호흡과 노련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Express Mode’의 강렬한 퍼포먼스는 데뷔 20주년이라는 시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넘쳤다. 신동은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예전처럼 체력으로 밀어붙이기는 힘들었지만, 디테일한 표현과 팀워크에 더 집중했다”며 준비 과정의 노력을 전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의 끈끈한 유대감은 우여곡절 끝에 생겼다. 이렇게 돈독해 보이는 슈퍼주니어도 한때 불화설에 휩싸이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최근 슈퍼주니어는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20주년을 맞은 소감과 함께 과거 팀 내 불화설과 관련한 비하인드를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방송에서 이수근은 슈퍼주니어에게 “솔직히 20주년까지 올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감탄을 표했고, 이에 은혁은 “우리는 어떻게 보면 여기까지 순탄하게 왔다기보다 꾸역꾸역 왔다”며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데뷔할 때만 해도 ‘슈퍼주니어05’라고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멤버가 바뀌거나 졸업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돌아온
레전드

이특은 ‘변화’를 키워드로 팀의 과거를 회상하며 “20~30대에는 다툼이나 신경전이 생기면 주먹이 먼저 나갔다”고 말했다. 강호동 역시 “<스타킹>이나 강심장 녹화 때 보면 슈퍼주니어의 싸움 일화가 토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며 거들었다.

은혁도 “정말 어느 정도까지 싸웠냐면 해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며 당시의 심각했던 상황을 고백했다. 특히 그는 “특이 형(이특)이 진짜 미쳤나 싶었다”며 농담 섞인 회상을 덧붙였다.

이특은 과거 불화설에 대해 “사전 녹화를 끝내고 잠깐 쉬려고 빨간 이불을 덮었는데, 물이 두 번 떨어졌다. 장난인 걸 알고 참다 참다 ‘그만해’라고 했는데, 세 번째로 물을 뿌린 친구가 규현이었다”면서 “나는 은혁인 줄 알았고, 앞에서 웃고 있던 은혁의 뒷통수를 때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은혁이 억울해하며 아니라고 소리쳤고, 그때 식탁 밑에 있던 규현이 ‘형, 전데요’라고 해서 규현이도 때렸다”며 “규현이가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며 섭섭해했다. 그래도 규현이와는 금방 풀었는데, 은혁이랑은 풀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특은 화해의 제스처로 은혁에게 “만약 1위를 하면 수상 소감을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혁은 화가 안 풀린 채로 무대에 올라 ‘SM 감사하고 함께한 가수분들께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은혁 왕따설’ ‘슈퍼주니어 불화설’ 등의 검색어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신동은 당시를 떠올리며 “싸우더라도 무대에서는 티를 내면 안 되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며 아쉬움을 전했고, 규현은 “대기실에 돌아가서 신동이 화가 나서 음료수가 담긴 박스를 찼는데, 그게 예성에게 터지면서 둘이 또 싸웠다”며 설명했다.

그날의 감정은 결국 과거 인기 예능이었던 <출발 드림팀> 녹화까지 이어졌다. 이특은 “싸운 상태로 강원도에 갔는데, 그때 ‘슈퍼주니어 팀 대 드림팀’ 구도로 대결을 펼쳤다”며 “우리끼리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경기하면서 은혁의 손을 잡고 ‘너라면 할 수 있다’고 했고, 은혁도 ‘형 내가 꼭 성공할게’라고 했다. 결국 우리가 이겼고, 그 자리에서 우리끼리 부둥켜안고 울면서 풀었다”고 회상했다.

첫 한류
아이돌

은혁 역시 “진짜 올림픽 금메달 딴 것처럼 부둥켜 안고 울었다”며 그날의 감정을 되새겼다.

이날 방송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실세가 려욱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특은 “SM과 재계약할 때 려욱은 조건 없이 슈퍼주니어의 단체 활동 보장과 앨범 발매를 요청했다”며 그룹에 대한 려욱의 애정을 전했다. 이에 은혁은 “려욱이 리더가 되면 우리 개인 스케줄은 다 없어질 것”이라며 농담했고, 려욱은 “나는 단체 활동만 했으면 좋겠다”며 팀 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밝혔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 ‘아시아의 등용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 무대부터 무려 1000명이 넘는 팬들이 SBS 등촌동 공개홀 뒤뜰에 몰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본래 팀의 이름은 ‘주니어’였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멤버들의 출중한 개인기와 실력을 보고 “그냥 주니어가 아니다, 슈퍼주니어다”라고 이름 앞에 ‘Super’를 붙이며 슈퍼주니어라는 팀명이 탄생했다.

당초 슈퍼주니어는 매년 멤버를 교체하는 로테이션 그룹, ‘Super Junior05’로 기획됐다.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은 멤버들과 팬들은 매년 멤버를 교체하는 방식을 반대했고, 결국 SM은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로테이션 시스템을 폐기하고 마지막으로 규현을 영입,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으로 확정했다. 이렇게 규현의 합류와 함께 슈퍼주니어는 완전체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데뷔 초 슈퍼주니어는 ‘Twins(Knock Out)’ ‘돈 돈!(Don't Don)’ 등 SMP(에스엠뮤직 퍼포먼스) 장르의 곡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쌓으려 했지만,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후크송 열풍 속에서 발표한 ‘Sorry, Sorry’가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슈퍼주니어의 이름을 국·내외에 각인시켰다.

‘Sorry, Sorry’는 칼군무와 중독적인 멜로디, 그리고 특유의 세련된 퍼포먼스로 슈퍼주니어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한 곡이었으며, 이후 ‘Mr. Simple’ ‘U’ ‘너라고 (It’s You)’ ‘미인아(BONAMANA)’ ‘너 같은 사람 또 없어(No Other)’ 등으로 히트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후 슈퍼주니어는 ‘SJ Funky’라는 장르를 통해 중독성 강한 후크송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중성과 팀워크를 앞세운 콘셉트로 입지를 다졌다. 멤버가 많은 그룹 특성상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보다는 팀의 합과 칼군무가 더욱 강조됐다. 하지만 수록곡은 발라드, 미디엄 템포, R&B,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냈다.

2005년 1집 <슈퍼주니어05> 데뷔
멤버 탈퇴·사건 사고로 해체 위기

전성기를 지나며 슈퍼주니어는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스페셜 앨범 <Devil>에서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8집 <PLAY>에서는 타이틀곡 ‘Black Suit’와 동해의 자작곡이자 서브 타이틀곡 ‘비처럼 가지마요(One More Chance)’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또 ‘REPLAY’와 ‘One More Time’에서는 라틴팝에 도전하며 K팝 최초로 빌보드 라틴 차트에 입성했고, 9집 <Time_Slip>과 리패키지 <TIMELESS>에서는 뉴트로와 힙합 등 음악 스펙트럼을 넓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인기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슈퍼주니어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까지 진출하며 한류 열풍의 선봉에 섰다.

특히 월드투어 <SUPER SHOW>는 2019년 기준 140회 이상의 공연, 통산 200만명 이상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날 도로 통제령이 내려질 정도였고, 대만에서는 ‘미인아’가 100주 넘게 차트 1위를 지키는 등 각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슈퍼주니어의 해외 성과가 저평가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 동안 해외 상을 6개나 받아도 보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SM엔터테인먼트조차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멤버들이 라디오에서 직접 언급해야 할 정도였다.

슈퍼주니어의 13인 완전체는 한경의 탈퇴, 강인의 자진 탈퇴, 기범과 성민의 활동 중단 등으로 점차 축소됐고, 현재는 이특, 희철, 예성, 신동, 은혁, 동해, 시원, 려욱, 규현 등 9명이 공식 활동 멤버로 자리 잡았다.

비록 완전체는 아니지만, 슈퍼주니어는 다양한 유닛 활동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의 ‘로꾸거!!!’ 해피 바이러스 유닛 슈퍼주니어-Happy의 ‘요리왕 (Cooking? Cooking!)’ 슈퍼주니어-D&E의 ‘떴다 오빠(Oppa, Oppa)’ 등 유닛 활동도 꾸준히 사랑받았다.

슈퍼주니어의 강점 중 하나는 탄탄한 보컬 라인이다. 예성, 려욱, 규현으로 이어지는 메인보컬 라인은 KBS-2TV <불후의 명곡>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증명했고, MBC <복면가왕>에서도 활약했다. 슈퍼주니어가 퍼포먼스 그룹이 아닌 진짜 실력자들이라는 평가는 받는 이유다.

슈퍼주니어는 한때 ‘동방신기 데뷔 후 SM이 2군 정리용으로 만든 그룹’이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지금은 한류의 최초이자 상징인 그룹이 됐다. 슈퍼주니어가 쌓아온 끈끈한 팀워크와 인내력, 그리고 팬덤 엘프와의 유대도 여전히 견고하다. 2006년 창단된 팬클럽 엘프 역시 16년 넘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다.

비하인드
대방출

슈퍼주니어는 데뷔 20주년인 지금까지도 새로운 유닛, 새로운 콘셉트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인 아이돌 콘셉트의 슈퍼주니어-L.S.S.를 선보이며 여전히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온 지금은 예능에서 활약 중이다. 무엇보다 슈퍼주니어의 매력은 예능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스스로를 ‘케이팝 최고의 비글돌’로 지칭하며 현재는 각자 예능에서 재치 있는 입담과 예능감을 보여주며 사랑받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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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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