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의한 조기 대선으로 오는 6월3일 치러진다. 당선된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취임식도 다음날인 6월4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19대 문재인 전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라 2017년 5월9일 조기 대선서 당선된 후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다음날 국회의사당서 약식으로 취임식을 가졌다.
행정안전부는 조기 대선 전 미리 여러 가지 취임식 방안을 준비해 놓고, 21대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면 당선인에게 제시할 것이다. 2017년 19대 조기 대선 때도 그랬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대통령은 당선 다음날 취임식을 가져야 하니 취임사에 국정 철학이나 국정 방향을 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당선 이후 첫 번째 국가 행사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드러내게 된다.
문 전 대통령은 당선된 지 8일 후인 5월18일 광주 망월동 묘역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국정 철학을 선보였다.
21대 대통령도 취임사에 담지 못한 5년간의 국정 철학 메시지를 당선된 지 3일 후인 6월6일 현충일 기념식이나 당선된 지 7일 후인 6월10일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 담을 것이다.
6월3일 대선서 보수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면 현충일 기념식 때, 진보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면 6·10민주항쟁 기념식 때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선보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측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서 “5·18은 불의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다. 진실은 오랜 시간 은폐되고, 왜곡되고, 탄압받았다”며 “그러나 서슬퍼런 독재의 어둠 속에서도 국민들은 광주의 불빛을 따라 한걸음씩 나아갔다.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우리 사회가 부활했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에 있었다”며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 있으며, 6·10민주항쟁과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 나타난 문재인정부의 국정 철학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과 함께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고, 적폐청산을 통해 민주주의를 온전히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문정부는 5년 동안 실제 적폐청산과 민주주의를 세우는 데 공을 들였다.
우리 국민이 6월3일 대선서 당선된 21대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나 6·10민주항쟁 기념사가 향후 5년간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 된다는 점을 잘 기억해야 한다. 새 정부도 이 점을 명심하고 기념사를 준비해야 한다.
현충일은 1950년 한국전쟁과 다른 군사 전쟁 동안 사망하게 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일로 보수 세력이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고, 6·10민주항쟁은 1987년 전두환정부에 맞서 전국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으로 우리 사회에 민주화와 자유화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사건인 만큼 진보 세력이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다.
필자는 21대 대선을 통해 보수 정당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6·10민주항쟁 기념식 때, 진보 정당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현충일 기념식 때 기념사에 국정 철학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반으로 나눠진 국민 정서를 하나로 모을 수 있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보수 정당의 새 정부가 현충일 기념사에 보수 색깔 메시지만 담거나, 진보 정당의 새 정부가 6·10민주항쟁 기념사에 진보 색깔의 메시지만 담는다면 우리 사회가 다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분열되고 말 것이다. 보수 대통령은 진보 세력을 감싸고 진보 대통령은 보수 세력을 감싸야 우리나라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
특히 21대 대통령은 보수 대통령이건 진보 대통령이건 6·10민주항쟁 기념식 때 개헌 메시지를 화두로 꺼내야 한다. 6·10민주항쟁은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한 헌법과 정권의 개혁안을 발표하게 만든 사건이기에 기념사에 개헌 메시지를 담으면 개헌을 갈망하는 우리 국민이 더 기뻐할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식은 1987년 현행 헌법 이후, 2월25일 국회의사당 광장서 진행되는 게 관례였다. 전년 12월 대선서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통령직인수위가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새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19대와 21대 대통령의 경우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통해 당선되기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돼 취임식을 준비할 기간이 없다. 그래서 취임식을 약식으로 해야 한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조기 대선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취임사보다 당선 이후 첫 번째 국가 행사 때 기념사에 새 정부의 첫 국정 철학 메시지를 밝혀야 하는 이유다.
벌써부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 담길 21대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나 6·10민주항쟁 기념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