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독박’ 민주당 딜레마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3.31 10:34:50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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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일수록 여당만 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그 비난은 더불어민주당이 독박을 쓰고 있다. 그간 민주당의 정치적·정책적 강경책은 청년 민심을 분노시켜 그때마다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을 기사회생시켜 왔다. 분명한 건 이런 식의 적과의 동침은 국민에겐 악영향만 줄 뿐이라는 점이다.

여야는 지난 14일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에 합의한 후 지난 20일 본회의서 가결 처리했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더 내고 더 받는다”는 것이다. 기존 9%였던 보험료율은 13%로 올라갔고, 오는 2028년 40%로 예정됐던 소득대체율도 43%로 올라간다. 지난 2007년 60%였던 소득대체율은 50%로 일시 인하됐다가 매년 0.5%씩 내려가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예상 시기는 2056년서 2064년으로 8년 미룰 수 있다.

정해진 운명

소득대체율 43%는 국민의힘이 지난 21대 국회 때부터 주장했던 내용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당시 45%를 주장했다가, 이재명 대표가 “44%를 수용하겠다”고 물러섰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이 대표가 43% 수용 의사를 밝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최초 도입 당시 보험료율 3%에 소득대체율 70%를 보장했다. 원금의 약 23배를 보장하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소득대체율을 보장했다. 국민연금 기금은 대부분 주식·채권시장서 운용된다. 전 국민을 강제로 가입시켜 조성되는 기금을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함부로 투자하긴 어렵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언제까지나 보장할 순 없다. 보험료율이 올라가고, 소득대체율이 내려가는 것은 정해진 운명에 가깝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두고 “초기 가입자에겐 고수익을 보장하지만, 가입자가 줄어들면 파산하는 다단계 피라미드”라고 비판한다. 연금개혁청년행동이 지난해 10월18~19일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63.2%와 30대의 59.2%는 “국민연금의 구조는 자녀 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우는 다단계 사기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제1금융기관·제2금융기관만 원금과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 외의 기관이 원금과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면, 유사수신행위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는 유사수신(다단계)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대해선 “합법적 다단계 아니냐”는 일각의 인식도 있다.

모수개혁안은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청년층의 비난은 민주당에 집중되고 있다. 비난을 듣는 이유는 ▲압도적 원내 1당이란 위치 ▲높아진 소득대체율에 있다. 비난의 핵심은 “현재 대한민국 인구 구성상,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86세대(1960년대 태생·1980년대 학번)에게 유리한 개혁안”이란 것이다.

“86세대에 유리” 평가
청년층 중심 비난 커져

이 때문에 민주당서도 반대·기권표를 던진 의원이 8명이나 나왔다.

이 중 3040 세대인 이소영·전용기·장철민 의원은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서도 전체 의원 중 60%에 육박하는 59명이 반대·기권표를 던졌다. 이들 중 소장파로 불리는 젊은 피 김재섭 의원은 “정치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이고, 미래세대를 약탈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우재준 의원도 “은퇴가 임박한 86세대들은 끝까지 조금 내고 받을 때만 즉시 더 받는다”고 비판했다.

대선주자급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정답이 없는 문제인 것은 맞다”면서도 “청년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손해를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청년들의 부담과 불신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이라면서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혁신당은 소속 의원 3명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이준석 의원은 “60대 정치인들은 이 계수조정 방식으로 10년 정도 시간을 벌고, 그사이에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면 그만”이라고 비판했다.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도 “개혁안은 부모가 자식 저금통 털어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제 시행을 주장하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도 반대표를 던졌다. 용 대표는 “이번 합의안은 재정 안정에 완전히 기울었다”며 “공적연금이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사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란 사실도 청년 민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논란이 일자 박 의원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30세대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 “연금 문제는 모든 세대가 고민해서 대응할 문제”라며 “세대가 싸울 방식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양은 한 가족의 문제지, 편 가르기나 세대 갈등 등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경책 나올 때마다
국민의힘은 기사회생

박 의원은 지난 2020년 임대차 3법을 발의해 청년층의 비난을 듣는 등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박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의 핵심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 1회를 보장해 임대차 기간을 사실상 2+2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상승 폭을 5%로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전·월세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전·월세 임대료는 크게 상승했고, 특히 전세 물량이 줄었다.

지난 2023년 발생했던 대규모 전세 사기의 원인을 임대차 3법의 여파로 보는 일각의 평가도 있었다. 당시 박 의원은 자신이 임대차 3법을 대표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통과 한 달 전 본인 소유의 아파트 임대료를 크게 올려 비난을 들었다.

스스로 국회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 미리 월세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는 발언을 했던 사실까지 발굴돼 비난의 강도는 더욱 커졌다.

또 민주당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시행을 강경하게 추진하면서 청년 민심에 불을 지른 적이 있다. 금투세에 대해선 “개인투자자들에게만 부과되고, 매년 부과하는 특성상 장기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강경파였던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시행을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졌다. 그럴수록 반발은 더욱 커졌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는 폐지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그때그때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역설적인 선택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큰 틀의 정국 운영에도 영향을 끼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한 후 지지율이 폭락해 국민의힘에 기사회생의 기회를 줬다.

최근엔 한 권한대행이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추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 추진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적과의 동침?

민주당의 정책적·정치적 강경책은 ▲박찬대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진 의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선택은 국민의힘에 새 활기를 제공하고, 청년 민심이 국민의힘에 힘을 보태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도 대규모 이탈표가 발생하는 등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밖으로 드러냈지만, 최소한 여론의 비난은 민주당이 대신 받아주고 있다.

정치적·정책적 선택마다 국민의힘을 회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압도적인 원내 다수당이란 민주당의 특성상 정국엔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적과의 동침’은 국민에겐 악영향만 줄 뿐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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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